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70)
성좌가 된 플레이어-170화(170/250)
제170화
노드 전사들이 카르탈 왕국에 발을 내딛자마자 시작한 것은 ‘약탈’이었다.
“으아아아악!”
노드 전사들이 마을에 불을 지른다.
“칸타 요새를 제외한 모든 영지를 짓밟는다.”
아움의 지시에 노드 전사들의 손속은 거침없었다.
성벽을 무너뜨리고, 안으로 들어가 돈이 될만한 것들을 챙긴다.
남녀 가리지 않고 노예로 끌고 갔다.
목줄과 팔다리가 묶인 노예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이, 이 야만족 놈들-!”
“우리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 것이냐!?”
카르탈인들이 버럭버럭 소리쳤다.
“허….”
노드인들은 어이가 없었다.
“너희가 저지른 짓도 생각 못 하나 보지?”
카르탈 마을이나 영지를 불태운 곳마다 노드인들이 발견되었다.
그렇게 발견 노드인들의 상태는 심각했다. 대부분 여행 중 납치를 당하거나 용병 때 배신당해 노예로 전락 당한 것이다.
“뭐, 우리도 좋은 녀석들은 아니지만….”
노드 전사들은 카르탈인을 보며 혀를 찼다.
“너희 쓰레기보단 낫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너희를 구하겠다고 나선 은인들의 뒤통수를 치고 노예로 쓰려 하지는 않으니까.”
아움의 지시 아래, 카르탈 왕국은 처절하게 짓밟혔다.
어부들이 능숙한 손길로 물고기를 몰 듯, 노드 전사들은 포위망을 구축하여 카르탈인이 마지막 요충지인 칸타 요새로 향하도록 유도했다.
수십만에 이르는 카르탈인들이 칸타 요새로 향하게 되었다.
“벨레트 왕국으로선 어리둥절하겠군요.”
페르의 말에 아움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황당하겠지. 카르탈의 어린 왕을 위해 아스가르드 용병이 나섰는데, 오히려 카르탈을 약탈하니.”
카르탈을 구원하는 게 아닌 파멸로 이끌고 있었다.
“웬만한 일에는 넘어가시던 성좌님도, 이번만큼은 눈 뜨고 보지 않겠다는 거겠지.”
타국의 마찰을 감수하면서도 군대를 진격시킨 로키다.
도대체 칸타 요새에서 귀족들이 어떤 무례를 저질렀는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보고드립니다!”
지휘용 막사가 열렸다.
막사 입구 너머에서는 노예로 전락한 카르탈인들이 처절한 울부짖음과 함께 어디론가 끌려가는 모습이 보인다.
천막 입구가 닫히며, 그 소리와 광경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한 노드 전사가 아움과 페르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뭐야?”
“벨레트 왕국군이 칸타 요새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병력은?”
“5천 정도이며, 이끄는 건 벨레트 왕족 중 한 사람. 달리앗 7왕자입니다.”
“으음…. 그래? 이거 노예가 상당히 줄어들겠는데?”
아움은 턱을 쓰다듬었다.
포위를 통해 칸타 요새로 수십만의 난민들이 도망치도록 만들었다.
도망치기에 바쁜 난민들이라면 지금 칸타 요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
결국 헬터 성주가 자신들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할 터였다.
‘물론, 그곳은 이미 성좌님이 장악하셨으니.’
그들은 그물에 잡힌 물고기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칸타 요새로 벨레트 왕국군이 향하고 있다.
특히 7왕자 달리앗은 잔악무도하기로 소문난 미친 왕자였다.
노예나 포로 따윈 없이 모두 죽이기로 유명한 인물.
그런 존재가 칸타 요새로 갔으니, 도망친 난민들은 모두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리라.
“휴식을 취한 뒤, 군을 집결시켜라. 바로 칸타 요새로 향한다.”
아움의 말에 페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
“…….”
요한은 병사들과 함께 칸타 요새에서 추방당했다.
당연, 보급도 요새 안에 남겨둔 채였다.
칸타 요새를 장악한 로키와 그 일행은 자신들에게 대항한 병사들을 용서 없이 도륙했다.
칸타 요새의 성벽에 수많은 머리가 달렸다.
모두 카르탈 귀족들이었다.
“저, 전하 이게 어찌 된 겁니까!?”
“요새에서 비명이 들려왔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바깥에 있던 난민들이 물어왔다.
그들로선 칸타 요새에서 무엇이 벌어졌는지 모를 것이다.
그 사실을 아는 순간 이곳에 모인 수천 명의 난민이 크나큰 혼란에 빠지게 될 터였다.
“시, 식량이 다 떨어졌습니다.”
난민들에게 주어진 건 이틀 치 식량이었다.
그마저 난민들은 아껴먹지 않았다.
그동안의 배고픔에, 이성을 잃고 모두 먹어 치운 것이다.
요새가 있고, 요한이 들어갔으니, 어린 왕이 알아서 귀족들을 잘 구워삶아 또 보급을 보내 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배고픕니다. 전하.”
“저희 보급품은요…?”
그 모습에 요한은 진절머리가 났다.
자신들의 왕국이, 자신의 백성들의 심보가 어떤지 이제야 깨달았다.
간신들의 혓바닥에 놀아났기에 백성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이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 요한도 자신에게 책임이 있었다.
‘이 나라가 왜 멸망하는지 알겠어.’
나라를 위해 싸우고자 들고일어나는 이가 없다.
도망치기에만 바쁘고,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가족이라도 팔아먹는 족속들.
그것이 카르탈의 실체였다.
그리고 다음날, 요한은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전하! 살려주십시오!”
카르탈의 난민들이 늘어났다.
“…아스가르드가 침공을 개시하였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움직임은 칸타 요새를 장악한 사내의 짓이겠지.
요한은 이미 죽어버린 칸타 요새에 있던 헬터 성주와 귀족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요한 전하. 이곳에 오기 전, 벨레트 왕국군으로부터 습격받았습니다!”
아스가르드 군대로부터 도망친 귀족들이 요한에게 말했다.
“적어도 수천에 달하는 병사들이 이곳, 칸타 요새로 향해 오고 있습니다! 선봉장은 7왕자 달리앗, 광기에 취한 학살 기사라 칭해지는 자입니다!”
요한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난민들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벨레트의 7왕자가 오고 있단다.
이대로 요새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모두 죽게 되리라.
“…이제 어떻게 합니까?”
도망친 귀족들이 요한에게 물었다.
그들에겐 겨우 백여 명의 병사가 있을 뿐이다.
“요한.”
“…….”
‘난 네가 어떤 처지든 상관없다.’
요한은 로키가 한 말을 떠올렸다.
‘네 난민이 어떻게 돼도 말이다.’
요한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어린 요한은 처음 봤을 때, 로키가 동화에서나 나올 영웅으로 보였다.
곤경에 처한 왕을 구해준 기사.
죽어가던 아이를 구해준 치료사.
요한에게 있어선 그가 마치 구원자처럼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그는 그저 ‘의뢰’를 받았고, 그 의뢰만 완수하면 떠날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현재는 침략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네 할아버지에게 의뢰받았다. 그 의뢰를 대가로 ‘검은 심판자’와 ‘성황 팔리스’의 행방이었다. 그 대가, 아직 지불하지 않았다.’
“…….”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도망친다면 네 뒤에 있는 난민들이 모두 죽을 거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성이 뒤흔들렸다.
이제 난민이든 뭐든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차라리… 모든 걸 떨쳐내고 검은 심판자에게 붙는 것이….’
요한은 눈빛이 흔들렸다.
그래! 검은 심판자들이라면, 성황 팔리스라면 자신들을 받아주지 않을까?
그때, 요한은 묘한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성벽 위에서 로키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
요한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무심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눈빛.
그 눈빛에 요한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섰다.
성문을 두들겼다.
커다란 성문이 열린다.
저 큰 성문을 겨우, 곰 같은 사내 혼자 양팔로 열어 버린 것이다.
참으로 괴물은 괴력이다.
그런 문 사이에서, 여전사가 요한을 맞이했다.
“무슨 일입니까? 전하?”
그 끔찍한 차별을 겪고도, 여전사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눈빛엔 동정과 연민이 깃들어 있다.
그 모습에 요한은 가슴이 미워졌다.
카르탈은 이들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았건만, 이 여인은 그런 자신들을 동정해준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도와주지 않겠지.
특히, 노드족 노예의 참상을 보곤, 더욱 그러할 터였다.
그러니 임시방편이라도 좋다.
“카르탈 왕국에 분포되고 있는 검은 심판자들의 위치, 그리고 성황 팔리스의 행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칸쿤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받기로 한 대가다.
그걸 이제야 받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의문이었다.
왜 로키가 그 대가를 바로 받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요한은 검은 심판자가 자신에게 접촉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들은 요한에게 제안했었다.
‘방황하는 어린 왕이여, 힘을 줄 테니, 우리에게 충성을 맹세하십시오. 그대가 우리에게 충심을 보인다면, 우린 그대들을 받아줄 것이오. 만약 맹세하기를 마음먹었다면 칸타 요새의 북쪽,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동굴, 사냥꾼의 동굴로 오시오. 그곳에서… 우리 신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오.’
그 말을 떠올렸다.
난민과 병사들은 요한에게 이 요새에 입성할 수 있을지 기대하며 그를 쳐다봤다.
요한이 뜸을 들이다 말했다.
“…남쪽, 산맥 아래의 늪지대에서 놈들과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전혀 다른, 거짓된 위치를 말했다.
성벽 위에 있던 로키의 눈이 가늘어졌다.
“정말입니까?”
칸쿤의 물음.
요한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들과의 접선 장소만 알려드린 겁니다. 그… 남은 놈들의 위치를 알고 싶으시면… 난민들의 입성을….”
“그건 안 됩니다. 그건 이미 저희가 받기로 한 정보입니다. 다른 대가를 주십시오.”
칸쿤의 단호한 말에 요한이 입을 뻐끔거렸다.
그 소리 없는 말에 칸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로키는 그 입모양을 보곤 뒤에 있던 샤먼에게 말했다.
“샤먼.”
“네, 로키 님.”
“난민들을 입성시켜라. 요새에 있는 보급품도 나눠주고.”
“그래도 되겠습니까?”
샤먼이 놀란 표정을 짓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키는 요한의 입을 주시했다.
“저 어린 왕이 ‘대가’를 말했으니까.”
“……?”
***
난민 중 일부는 요새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드족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는 카르탈인 대부분이 요새 앞에 야영지를 차렸다.
요새에서 나온 보급품으로 목을 축이고 어느 정도 허기짐을 가실 정도로 먹었다.
요한 또한, 그런 난민들이 걱정되어 야영지에서 생활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한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는 조심스레 몸에 덮은 넝마로 된 모포를 떨쳐냈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랜턴을 들고 천막에서 나와 자리를 옮겼다.
보초를 서는 경비병들이 있었지만, 넝마가 된 후드를 쓴 요한을 보곤, 그냥 못 본척했다.
“어이, 저 녀석, 그냥 보내도 돼?”
“됐어. 어린아이겠지. 여기 있는 것보단… 저렇게 떠나는 게 더 살 확률이 높을지도 몰라.”
오늘만 해도 수백 명이 이 대열에서 이탈했다.
그렇기에, 그중 하나겠지…라고 생각한 것이다.
첩자일지도 모르지만, 제지하는 자는 없다.
그들도 지친 것이다.
이 나라는 멸망했다.
모두가 자포자기였다.
그렇게 요한은 어렵지 않게 난민 야영지에서 나올 수 있었다.
“후우… 후우….”
빗줄기에 진흙 범벅이 된 산길은 매우 험하다.
요한은 랜턴을 들고 주변을 살폈지만, 수 미터 이외엔 모두 칠흑의 어둠으로 가득했다.
츠츠측-!
어둠에 가려있던 수풀이 흔들린다.
“……?”
인기척이 느껴지자, 요한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요한이 북쪽으로 올라갈 때였다.
횃불이 보였다.
“누구냐!? …어? 뭐야, 애잖아?”
병사로 보이는 자가 횃불을 들고, 등에는 화살통과 활을 짊어지고 있었다.
이곳, 칸타 요새의 순찰병이었다.
“야, 꼬맹이.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요한은 입을 꾹 다물었다. 후드를 깊게 눌러썼다.
“…….”
“…모습을 보아하니 난민 같은데 길을 잃은 거냐?”
순찰병들의 표정이 풀렸다.
간혹 있다.
이런 식으로 도망치는 이들이.
제 살길을 찾으러 가는 거겠지.
이번 순찰만 해도 3번이나 난민을 마주했었다.
“그냥 가라. 못 본 척해주마.”
요한이 순찰병들을 스쳐 지나갈 때였다.
순찰병들이 입을 열었다.
“…요한 전하.”
요한은 슬쩍 뒤를 돌아보자, 조금 전 표정을 풀었던 순찰병들이 모두 뻔히 요한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하셨습니까? 성황 폐하를 섬기기를…?”
그들은 검은 심판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