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75)
성좌가 된 플레이어-175화(175/250)
제175화
쏟아지는 화염.
밤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대재앙.
밤의 어둠 속, 아스가르드 군은 산 위에서 그것을 보았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움의 말에 페르가 몸을 푼다.
칸쿤도 검을 뽑아 들었고, 쿠단과 샤먼이 말을 탄 채 산 아래를 내려다봤다.
가파른 산길 아래, 벨레트의 야영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런 야영지를 벗어나 칸타 요새를 공격하는 병사들도 있다.
“성좌님이 신호를 보내주셨다.”
쏘아 올린 저 불꽃이 그 증거.
“모두 진격하라.”
이제, 아스가르드의 군대가 참전할 때였다.
***
거대한 불의 재앙이 칸타 요새를 덮쳤다.
불바다와 함께, 불덩어리들이 비처럼 쏟아진다.
“저게… 뭐야?”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던 병사의 머리 위로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콰콰쾅-!
불꽃이 터지며 주변으로 불똥이 튄다.
불덩어리에 직격으로 맞은 이들은 그나마 나았다.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 테니까.
“으아아악!”
불똥이 튐에 따라, 그들의 갑옷에 불이 붙었다.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갑옷에 떨어진 칠흑의 불꽃은 강철 판금을 야금야금 먹어 치웠다.
마치 장작이라도 되는 양, 금속을 먹어치우며 불꽃이 커졌다.
“물, 물!”
물을 뿌려도, 바닥을 뒹굴어도, 칠흑의 불꽃은 그 무엇이든 ‘먹어 치우며’ 자신의 몸집을 키워나갔다.
성채는 불에 타버린다.
검은 연기가 사방에 흘러나와, 그 연기를 마신 벨레트의 병사들은 기침하며 하나둘씩 쓰러져 나갔다.
“모, 모두 후퇴! 야영지로 복귀해!”
그때였다.
산에서 번쩍이는 빛이 보인다.
철컥-! 철컥-!
금속 장화 소리가 들려온다.
화르르륵-!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커다란 횃불과 그 환한 횃불 사이로 비치는 갑옷들이 보인다.
육중한 덩치를 가진 노드 전사들.
야영지에 있던 벨레트 병사들은 넋이 나간 채 그들을 바라봤다.
“노, 노드족이잖아!?”
“왜 노드족이 이곳에 있는 거야!?”
병사들이 당황하기를 잠시, 가파른 산을 어느 정도 내려온 노드 전사들이 미소 짓는다.
“가자!”
쿵! 쿵! 쿵!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에 따라 노드 전사들이 군가를 부른다.
선두로 선 고삐를 쥔 중장기병들이 가파른 산길 아래로 속력을 내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뭐?!”
저런 산악 지형에서 기병을 운영한다고!?
“기, 기습이다!”
뎅! 뎅! 뎅!
야영지를 지키고 있던 벨레트 병사들이 무기를 들었다.
그들이 통나무로 만든 거마목 앞에 도열하며 장창을 들었다.
“저, 저놈들 속도를 줄이지 않고 있어!”
기병을 막도록 설치된 거마목이다.
아무리 마갑과 전신 갑옷으로 둘렀다고 해도, 거마목과 충돌하면 그 충격에 나가떨어질 터였다.
하지만, 상대는 머뭇거림이 없다.
그들이 긴 미늘창을 들어 올린다.
그리고 그 선두에 선 칸쿤이 성검을 휘둘렀다.
“아스가르드를 위하여-!”
참격이 터져 나오며, 거마목과 충돌했다.
쾅-!
거마목이 부서져 나간다.
그것을, 노드의 중장기병들이 충돌, 돌파한다.
“으아아악!”
벨레트 병사들은 거대한 군마를 멍하니 바라보다, 그 발굽에 밟혀 버린다.
그들이 휘두르는 미늘창에 베이고, 찔려, 죽어 나갔다.
야영지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무슨 일이…?”
벨레트 왕이 칸타 요새에서 휘청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런 요새를 향해 달려오는 군마들이 보인다.
“노드족입니다!”
벨레트 왕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노드족? 그 북방의 일족이 왜 갑자기 이곳에 온단 말인가!
“설마…. 아스가르드가 카르탈 왕국을 도우러 왔단 말인가?”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 그들은 카르탈 왕국을 침략했었다.
그리고 지금, 벨레트 왕국군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벨레트 왕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조금도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젠장!”
벨레트 왕이 워해머를 든 채 달려오는 군마를 쳐다봤다.
그 선두에 있는 건 묠니르를 잡은 쿠단.
그가 휘두르는 워해머에서 천둥과 같이 전격이 뿜어져 나와 주변의 벨레트 병사들을 태워죽였다.
“마법 무구를 지닌 자로군!”
저게 평범한 무기가 아니라는 걸 그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들고 있는 건 성좌가 만들어낸 최고의 무구.
그것도 불과 원석의 성좌라 불리는 존재가 만들어낸 걸작이었다.
그 어떤 마법 무구도 이 무구에 대항하지 못하리라!
“와라!”
벨레트 왕이 그를 향해 뛰쳐나갔고, 쿠단은 그를 보곤 묠니르를 휘둘렀다.
쾅-!
전격이 정면으로 뿜어져 나와 벨레트 왕과 충돌했다.
폭발과 함께 벨레트 왕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쿠단은 말고삐를 쥐고 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곤 옆에 있는 노드 전사를 향해 말했다.
“아까 날린 일격은 감각이 달랐어. 뭔가 있었나?”
“화려한 갑옷을 입은 노인이 있었습니다. 노귀족이었겠지요.”
“벨레트 놈들, 전쟁에 미친 게 맞나보군. 이 전쟁에 힘없는 노인까지 동원하다니. 빨리 벨레트 왕을 찾아라! 이 전쟁을 끝낸다!”
그 모습에 벨레트 병사들이 아연실색했다.
신의 무구를 가진 인물, 그리고 머큐리의 총애를 받는 신의 사도인 벨레트 왕.
총지휘관이 전사했다.
이제 지휘할 인물이 이 자리엔 없었다.
***
머큐리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자신을 칭송하던 신도들이, 모두 불타 사라진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군대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
“머큐리 님-!”
“머큐리 님, 저희에게 구원을-!”
불타는 신도들이 양손을 뻗어 소리친다.
“구원을 주소서!”
「…….」
하지만 머큐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큐리는 시선을 돌려 로키를 쳐다봤다.
로키의 광기 어린 미소가 보인다.
불타는 이들을 보며, 그가 웃는다.
「성에 있는 자들은 네놈의 아군이지 않으냐? 그런데 저들을 죽이다니….」
“아군? 무슨 소리지?”
로키가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들은 노예다.”
「뭐?」
“카르탈의 왕과 계약을 맺었지. 벨레트 왕국과 싸워달라. 그 대신, 카르탈의 전 국민을 노예로 바치겠다, 고.”
「……!」
로키의 눈이 미소 짓는다.
“노예라면 내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지 않은가?”
「…….」
머큐리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놈은 인간 따윈 안중에도 없다.
죄악의 성좌의 성품과는 다르게 악의가 가득하다.
그리고 그 악의는 자신을 봉인하는 게 아닌, ‘죽이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겠지.
그것이, 종말의 성좌가 품은 성향이었다.
머큐리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자는 위험해!’
멀어져야 해!
머큐리가 그리 생각할 때쯤, 로키가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그의 손에 황금의 창, 궁니르가 들려져 있다.
“아, 벌레가 하나 더 남아 있었지.”
로키의 시선이 머큐리에게로 향했다.
「……!」
그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머큐리는 공포에 질렸다.
머큐리가 날아오른다.
로키가 던진 궁니르가 그의 어깨를 꿰뚫고 하늘 위로 사라졌다.
「……!」
그에 머큐리가 하늘에서 추락해 떨어졌다.
그 모습을, 칸타 요새 밖에 있던 벨레트의 병사들이 보았다.
“머, 머큐리 님?”
항상 하늘에서 날며 자신의 위대함을 증명하던 머큐리가, 아름다움을 상징하던 빛의 성좌가, 진흙과 시체가 들끓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쿠직-!
머큐리의 눈 근육이 실룩거렸다.
악취가 맴돈다.
진흙과 시체, 구더기 사이에 허우적거린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날기만 했기에, 발을 사용하는데 서툴렀다.
발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마저 힘들었다.
“빛의 성좌라 해서 북유럽 신화 속 헤임달 정도가 아닐까 싶었는데.”
헤임달은 북유럽 신화의 아름다운 빛의 신이자, 아스가르드의 수문장이었다.
또한, 로키와 싸워 서로를 꿰뚫어 죽은 신이기도 했다.
“그냥 햇병아리 수준이로군.”
바닥을 기던 머큐리는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을 이런 지저분한 땅바닥에 추락시켜 더럽히다니.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을 모욕하는 소리까지 한다.
헤임달?
그게 도대체 누구인가?
적어도 누군가와 비교해 형편없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 감히-!」
머큐리가 뒤를 돌아봤을 때, 로키의 주먹이 보인다.
쾅-!
얼굴 앞면을 강타당했다.
머큐리의 뒤통수가 지면에 닿았다.
콰르르륵-!
바닥이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파여 폭발했다.
「커어어억-!」
머큐리가 쓴 투구가 박살 나고, 얼굴 안면이 짓뭉개졌다.
머큐리는 계속해서 바닥을 기었다.
땅을 짚고, 앞으로 나아간다.
로키가 발을 들어 올리자, 그것을 감지한 머큐리의 날개가 펼쳐졌다.
로키가 발을 내려찍었고, 섬광과 함께 머큐리가 사라졌다.
“응?”
순간, 로키의 목이 검에 꿰뚫렸다.
“……?”
로키는 목이 꿰뚫리고도 뒤를 돌아봤다.
머큐리가 검을 든 채 뒤에 서 있었다.
로키가 손을 뻗어 그를 잡으려 했지만, 그가 빛과 함께 사라진다.
푸욱-!
그런 로키의 뻗었던 손아귀에 검과 창이 꿰뚫렸다.
“……?”
눈 깜짝할 사이에 머큐리가 좌, 우에서 나타나 로키의 팔을 꿰뚫은 것이다.
「이 몸은 빛의 성좌!」
로키는 자신의 목에 꿰뚫린 검을 뽑아 들었다.
‘…상당히 질 좋은 무구로군.’
평범한 검이 아니다.
르란이 만든 무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무구.
‘벨레트 왕족이 가지고 있던 무구도 이것과 똑같은 건가?’
로키는 손아귀에 꿰뚫린 창과 검 또한 뽑아 바닥에 던졌다.
주변에서 섬광이 번쩍번쩍 터져 나온다.
쾅쾅-!
대기가 폭발하며, 머큐리의 신형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성좌 중, 이 몸을 따라잡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빠르다.
로키의 시야로도 그를 쫓지 못했다.
콰직-!
등에 검이 꽂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이, 로키를 상당히 거슬리게 만든다.
로키는 등 뒤에 꽂힌 검을 뽑아 바닥에 던졌다.
“…….”
로키는 인벤토리에서 갑옷을 꺼냈다.
로키의 몸에 칠흑의 갑옷이 감싸여진다.
깡-!
검이 그의 어깨를 강타한다.
불꽃이 튀긴다.
깡-!
다리에 메이스가 부딪쳤다.
깡-!
창이 목을 부딪쳐 튕겨 나간다.
「바다의 성좌는 덩치가 커서 잡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나는 다를 것이다!」
“…….”
「나를 쫓지도 못할 것이고, 나를 공격하지도 못하겠지, 그런 나를 어떻게 제압할 수 있-」
로키는 양손을 하늘 높이 뻗었다.
그리고 땅에 내려찍었다.
순간, 땅과 하늘에서 룬 문자가 새겨진다.
「……?」
머큐리는 빠르게 움직이며, 하늘과 땅에 넓게 펴진 룬 문자를 쳐다봤다.
룬 문자에서 방대한 마력이 느껴진다.
점차 주변 공기가 뜨거워진다.
치밀어오르는 열기에 모든 것이 일그러져 보인다.
「……!」
뭔가 위험해 보인다!
‘여기서 빠져나간다!’
머큐리는 급히 룬 문자 밖으로 빠져나가려 할 때였다.
딱-!
머큐리는 투명한 벽에 부딪혔다.
「……?」
손을 뻗었다.
룬 문자 위아래 사이로, 투병한 벽이 사방에 둘러싸여 있다.
‘결계!?’
머큐리는 굳어진 얼굴로 로키를 쳐다봤다.
“내가 말했을 텐데.”
「…….」
“벌레는 가둬서 불태운다고.”
순간, 룬 문자 위아래로 불꽃이 터져 나왔다.
***
오븐.
로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직화 구이가 더 옳은 표현이 아닐까?
룬 문자가 사라지고, 머큐리로 추정되는 검은 숯덩이가 추락했다.
온몸이 숯덩이가 된 그 모습은 좀 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커어억….」
아직 살아 있다.
머큐리가 손을 뻗어 뜨겁게 달구어진 바닥을 짚었다.
손발이 바스러져도 살기 위해 땅을 긴다.
「사, 살려줘….」
머큐리가 자신의 신도들에게 손을 뻗는다.
신도들에게서 뿜어지던 빛도 점차 사라져갔다.
벨레트 병사들은 그런 머큐리를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뒤로 물러섰다.
머큐리는 흠칫했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터벅….
다가오고 있다.
터벅….
성좌를 죽이는 참살자가 다가오고 있다!
「으아아아가! 오지 마. 오지 마!」
머큐리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손을 뻗어 바닥에 있는 돌멩이들을 집어 던졌다.
로키는 그런 같잖은 반항 따위는 무시했다.
머큐리가 뒤를 돌아 다시 날개를 펼쳤다.
빠르게 도망치려 했지만.
턱-!
날개가 로키의 손아귀에 잡혔다.
머큐리의 등은 로키의 발밑에 짓밟혔다.
「어…?」
아름답게 빛나던 날개가 퍼덕거린다.
마치 사냥꾼에게 붙잡힌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며 저항하지만, 사냥꾼은 그런 저항에 일말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머큐리를 짓밟은 발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날개를 잡은 손아귀에 악력을 가한다.
「하지 마.」
고통스럽다.
등 뒤의 살가죽이 늘어나는 기분이다.
「하지 마. 제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 다른 성좌들도 탐하던 날개가-.
「하지 마-!」
뜨드드드득-!
뽑혔다.
「크아아악!」
머큐리가 비명을 질렀다.
그런 머큐리의 또 다른 날개를 잡아 뽑아 보인다.
산채로 등가죽이 뜯겨나간다.
6개의 날개가, 하나, 둘씩 뽑혀버린다.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비명에, 벨레트 병사들은 경직된 채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날개가 모두 뽑혀버렸다.
숯덩이가 되어 있던 머큐리가 움찔거렸다.
그런 머큐리의 어깨를 잡고 앞을 바라보게 한다.
로키가 주먹으로 그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퍽-!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주먹을 뒤로 빼고, 다시 휘두른다.
쾅-!
머큐리가 날아가 바닥을 휩쓸고 미끄러진다.
로키가 다가가 그의 몸을 향해 발을 들어 내려찍었다.
쾅!
쾅!
쾅!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머리통을 잡아 비틀어 뽑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뽑힌 머큐리의 머리에서 절규가 울려 퍼졌다.
순간, 세상이 환한 빛으로 물들었다.
주변의 모든 빛이 번쩍이며 솟아오른다.
그리고 머큐리의 머리통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주변의 빛이 사라졌다.
횃불들의 밝기가 줄어들었으며, 하늘에 떠 있던 달의 밝기가 옅어진다.
빛의 성좌가 죽음으로써, 세상의 모든 빛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찾아온 어둠에 벨레트 병사들은 시야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비, 빛이…!”
“…사라졌어!”
“횃불! 횃불을 가져와!”
벨레트 병사들이 불을 지핀다.
하지만 너무나도 희미한 빛에, 벨레트 병사들은 혼란에 빠졌다.
“…빛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옅어진 것이지만, 벨레트 병사들로선 빛의 성좌가 죽음으로서, 세상의 빛이 사라졌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
“뭐야?”
횃불과 랜턴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던 노드 전사들은 갑자기 횃불과 랜턴 빛이 희미해지는 걸 느꼈다.
전투가 멈췄다.
“빛이… 희미해졌어.”
아움은 앞을 바라봤다.
샤먼이 지팡이를 들어 빛을 발하지만, 근처만을 밝힐 뿐, 칠흑의 어둠을 꿰뚫지는 못했다.
분명 앞 대열에 횃불을 들고 있었건만, 뿌연 검은 안개가 짙게 서린 듯, 그 빛을 분간할 수가 없다.
“…이래선 전투를 할 수가….”
그때, 칸쿤이 움찔거렸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자신의 허리춤에 성검이 빛나는 게 보였다.
칸쿤은 성검 부르트강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성검이 빛을 뿜어내며,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후우. 다, 다행이로군. 순간 세상에서 빛이 사라진 줄 알았어.”
식은땀을 흘리던 아움은 안도했다.
“따라오십시오.”
칸쿤이 성검을 든 채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를 따라 아스가르드군이 뒤를 따른다.
칸쿤의 빛을 발견한 벨레트 병사들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비, 빛이다!”
벨레트 병사만이 아니다.
칸타 요새에 생존해 있던 카르탈 난민과 병사들마저 그 빛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들은 더 이상 전투를 벌이지 않았다.
주변엔 어둠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겁먹은 그들의 표정을 본 노드 전사들은 전투의지가 상실되고 말았다.
칸쿤을 선두로, 그녀를 따르는 행렬은 커져만 갔다.
이윽고 칸쿤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로키를 볼 수 있었다.
“로키 님.”
칸쿤이 무릎 꿇고 고개를 숙여 말한다.
“말씀하신 아스가르드군이 도착하였습니다.”
로키는 빛을 뿜는 성검을 든 칸쿤을 쳐다봤다.
말없이 바라만 보자, 칸쿤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그의 손에 있는 숯덩이가 된 머리통을 발견했다.
“로키 님… 그건 무엇입니까?”
로키는 머큐리의 머리통을 바라봤다.
“아이템 재료.”
“네?”
“그런데 이거, 또 다른 기능이 있는 거 같군.”
비참하게 숯덩이가 되어, 일그러져 눈을 감고 있는 머큐리.
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그걸 들어 올렸다.
그러자, 머큐리의 머리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 모습을, 벨레트인과 카르탈인이 볼 수 있었다.
빛의 성좌의 머리통이 마치 구원을 비추는 랜턴인 것처럼 세상을 비춘다.
그런 그를 향해 빛의 성녀가 무릎 꿇고 바라보고 있다.
그 장엄한 광경에, 카르탈인과 벨레트인은 매료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