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78)
성좌가 된 플레이어-178화(178/250)
제178화
“커어억….”
팔리스의 팔다리가 뜯겨나갔다.
잘린 부위마다 칠흑 불꽃이 피어오르며 살점을 태웠는데,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팔다리에서 웜 페스트가 불타며 괴로운 듯 꿈틀거렸다.
회복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짐승들이 팔리스의 살점을 야금야금 씹어댔다.
팔리스는 공포에 질렸다.
도대체 눈앞 생물의 정체가 무엇이란 말인가?!
진짜 악마라도 된단 말인가!
그때, 짐승들이 소용돌이치듯 한데 모여 뭉쳐지기 시작했다.
그 어둠 속에서 한 존재가 걸어 나왔다.
산양의 뼈 투구와 칠흑의 갑주를 입은 존재였다.
“…북방의 성좌.”
팔리스는 두 눈을 부릅떴다.
왜, 왜 저자가 이곳에…?
로키가 팔리스를 내려다봤다.
“드디어 잡았군.”
“…….”
팔리스는 로키를 바라보다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의 불타오르는 안광을 마주하자, 영혼이 뒤흔드는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대로 있다간 당하고 만다.
반격, 반격해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거리를 좀 더 좁혀야 했다.
제아무리 성좌라고 해도 자신의 일격이라면 데미지를 받을 터.
로키가 팔리스에게 다가갔다.
팔리스가 기회를 노려, 눈을 번뜩였다.
“죽어라!”
로키의 목에 신기를 발현하려 할 때, 로키가 몸을 비틀어 피해냈다.
공간이 갈라지며 허공에 굉음만이 울려 퍼졌다.
로키가 몸을 회전시켜 발로 팔리스의 몸을 걷어찼다.
콰직-!
충격을 버티지 못한 몸의 일부분이 터져버렸다.
팔리스가 비명을 지르며, 그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바닥을 굴러갔다.
‘커어억-!’
고통스럽다! 아파!
“죽지 마라.”
로키가 팔리스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발로 지그시 짓눌렀다.
“네놈에게 죽음은 사치다.”
“…….”
“무엇보다 네놈이 만든 웜 페스트.”
로키의 안광이 눈웃음을 쳤다.
“참으로 흥미로운 장난감이더군.”
“……”
“그걸 만드는 방법.”
로키가 팔리스를 손으로 들어 올려 얼굴에 들이밀었다.
“나에게 가르쳐다오.”
***
검은 심판자들과의 일전 후 노드 전사들은 뒤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전부 죽이지 말게나. 일부는 생도들 훈련용 인형으로 남겨두도록.”
샤먼이 지팡이를 휘적이며 말하자 노드 전사들이 검은 심판자들에게 족쇄를 채워 데려갔다.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네요.”
“그럴 수밖에 없지. 로키 님과 우리, 그리고 샤먼께서도 직접 나셨으니….”
칸쿤의 말에 쿠단이 동의했다.
사실상 검은 심판자의 본거지를 점령하기 위해 노드 전사 4천 정도가 동원된 것도 과했다고 볼 수 있었다.
이번에 처리한 검은 심판자만 해도 수백, 수십의 천사들을 사냥한 아스가르드인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노드 전사들은 포션으로 치료하여 회복에 전념했다.
“이야… 화창한 날씨네.”
동굴 밖으로 나온 노드 전사들에게 따뜻한 햇볕이 내리 쬈다.
오랫동안 동굴에서 생활하여 어둠에 익숙해진 검은 심판자들은 눈이 부셨는지 족쇄가 채워진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어? 로키 님!”
칸쿤이 로키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신전에서 나온 로키의 손아귀엔 성황 팔리스가 의식을 잃은 채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로키는 칸쿤 앞에 팔리스를 던졌다.
“이게 성황입니까?”
칸쿤이 성검으로 콕콕 팔리스를 찔러댔다.
성검으로 찌를 때마다 피부가 신성력에 타들어 가는 것이, 영락없이 웜 페스트에 감염된 인간이었다.
“그래.”
“정말 초라해 보입니다…. 그러면 이제 끝난 겁니까?”
“글쎄.”
성황 팔리스가 잡혔다고 해도, 그의 추종자는 대륙에 널리 퍼져 있다.
비록 팔리스는 인간이었지만, 명성만큼은 성좌 반열에 들어서 칭송받는 자였다.
팔리스가 잡혀 죽는다고 해도, 그를 칭송하는 무리를 말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팔리스를 잡힌 것으로 검은 심판자들의 활동이 대폭 줄어들 터.”
중심을 잃은 검은 심판자들은, 자신의 신념에 따라 세력이 갈릴 것이다.
믿고 따르는 자가 사라졌으니 자연히 수십, 수백 개로 갈라져 그 세력이 쇠퇴하겠지.
“우리에겐 손해 볼 게 없다.”
그 말에 칸쿤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 끝난 모양이로군요!”
그때, 언덕 아래에서 군마를 탄 아움과 페르가 올라오는 게 보였다.
그 둘은 로키에게 다가와 말에서 내려 고개를 숙였다.
“말씀하신 노드인에 대한 노예 제도 규제를 대륙에 공표하였습니다. 늦든 빠르든, 각 왕국의 서신이 아스가르드에 도달하겠지요.”
“…….”
그 말에 로키는 머리가 아파져 오는 걸 느꼈다.
또 업무가 늘어난 것이다.
“어? 저건 뭡니까?”
아움이 팔리스를 가리켰다.
성복은 이미 넝마가 되어, 알몸이나 다름없는 노인이 처량하게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성황 팔리스다.”
“…저게 말입니까?”
아움은 허탈한 웃음은 소리를 내뱉었다.
아스가르드가 그토록 찾아내려던 수장이, 저런 처량하고 볼품없는 노인네라니….
“우린 저런 것에게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군요.”
“하지만 덕분에 좋은 것들을 얻었지.”
“좋은 것이요?”
아움의 말에 로키가 미소 지었다.
“웜 페스트.”
그 말에 아움을 비롯해 페르, 쿠단과 칸쿤, 샤먼 역시 굳어졌다.
“그걸 이용할 생각이다.”
***
로키 일행은 북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긴 여행이 될 예정이었다.
검은 심판자들은 모두 철창에 갇혀 끌려갔다.
또한 그런 아스가르드의 행렬 뒤로 수십만의 카르탈인의 행렬이 이어졌다.
그들은 이번에도 라랴스 왕국의 길목을 이용하였는데, 전에 만났던 기사와 다시 한번 조우하게 되었다.
라랴스의 기사는 아움에게 인사하면서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철창에 갇혀 절망 어린 표정을 짓는 검은 심판자들을.
그리고 천사의 시체가 실린 수레를.
그 뒤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노예 행렬을.
겨우 4천의 병사들이 이 모두 통제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라운 일이었다.
라랴스의 기사는 로키가 지나가는 걸 보며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기도를 올렸다.
교황 자우스가 성좌로 공표한 만큼, 기사는 진짜 성좌와 마주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아스가르드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카르탈의 어린 왕, 요한은 피난 때보다도 더 고단한 행군을 해야 했다.
기나긴 행군 끝에, 겨우 얼어붙은 대지에 도착했지만, 그곳의 추위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혹독했다.
몸이 덜덜 떨리고, 폐가 얼어붙는 거 같았다.
아스가르드 군에서 모피를 나눠주긴 했지만, 그 양은 너무나도 적었다.
‘이곳이구나.’
요한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평생을 노역할 곳이….’
요한은 거대한 얼어붙은 장벽을 올려다봤다.
참으로 거대했다.
장벽의 거대한 문이 열리고, 노드인들이 모여 로키의 귀환을 환영했다.
그러면서도 노예로 잡힌 카르탈 인들을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카르탈인들은 그런 노드인들을 보며 기가 죽어버렸다.
이제, 노예는 자신들이었다.
그들로선 좋은 주인을 찾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요한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요, 요한!”
요한은 고개를 돌렸고, 관중들 사이에 있는 한 노인이 요한을 발견하고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 할아버지!”
“아아…! 살아 있었구나!”
노인, 제르미가 요한에게 다가갔다.
그는 하나뿐인 손자를 끌어안으며 기뻐했고, 동시에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
「미안하군. 로키.」
본국으로 귀환한 로키는 가장 먼저 찾아간 이가 우르가르트였다.
그가 저번에 맡긴 바다의 성좌 사체로 만든 아이템과 이번에 잡은 빛의 성좌 머큐리 또한 좋은 아이템 재료였기에, 나름의 기대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에게 들려온 답변은 사과였다.
우르가르트는 로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실패했다네.」
호숫가에서는 바다의 성좌 칼리브의 분해된 사체가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엔 부서진 무구들이 많았으며, 그걸 드워프들이 침울한 얼굴로 치우고 있었다.
「이 난쟁이들이 노력하였지만, 성좌의 힘을 무구에 담기엔, 무구들이 너무나도 약해.」
로키는 드워프들의 표정이 왜 우울해 있는지 알 거 같았다.
자신들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성좌의 힘을 담을 수 있는 무구를 만들지 못했기에 무력감을 느꼈으리라.
「현재로선 성좌의 사체로 무구를 만드는 건 불가능할 거 같군.」
“…그런가.”
그 말에 로키는 크나큰 아쉬움을 느꼈다.
「더 단단하고 견고한 무구가 있다면, 성좌의 힘을 담을 수 있을 터인데, 애초에 만들 수 없으니….」
“이곳에 있는 드워프들보다 더 좋은 무구를 만들 수 있는 이가 있다면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네.」
로키의 말에 우르가르트는 긍정했다.
우르가르트도 크게 아쉬워하고 있었다.
요즘 그는 드워프들과 아이템을 만드는 취미에 맛 들였기 때문이다.
로키는 우르가르트의 말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는 인벤토리에서, 벨레트 왕족이 사용했던 워해머를 꺼내 들었다.
“이건 어떻지?”
우르가르트는 로키가 꺼낸 무구를 보곤 눈을 반짝였다.
그가 손을 휘젓자, 나무줄기들이 뻗어 나가 로키가 쥔 워해머를 들어 올려 우르가르트 앞에 가져왔다.
우르가르트는 워해머를 이리저리 살피곤 눈을 휘둥그레 떴다.
드워프들도 관심이 생겼는지 우르가르트에게 옹기종기 모여 눈을 빛냈다.
“맙소사! 이 무구는 도대체…!”
“정교하군. 게다가 단단해 보여.”
“도대체 어떤 금속을 쓴 것이지?”
드워프들이 감탄한다.
「오호! 로키, 자네는 올 때마다 매번 나를 놀라게 하는군.」
우르가르트는 로키를 쳐다봤다.
“그 무구로 마법을 담을 수 있나?”
「그건 무리라네. 이 무구에 이미 마법이 담겨 있으니까. 하지만 마법이 깃들지 않은 무구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
「이 무구와 같은 것을 가져오게. 그럼 내가 성좌들의 힘을 담아주지.」
로키는 턱을 짚었다.
빛의 성좌가 들고 있던 무구.
벨레트 왕족들은 전쟁에 나설 때마다 자신들의 무구를 칭송했다.
비록 머큐리가 주었다지만 그가 직접 만들지는 않았을 터.
이 무구를 만든 존재에 대해 알아봐야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마법에 능한 네 녀석이라면 이것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겠지?”
로키는 품에서 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 병 안에는 꿈틀거리는 벌레가 담겨 있다.
대륙에 죽음을 불러들이는 역병.
웜 페스트였다.
「자네는 아주 특이한 것들을 가져오는군.」
우르가르트는 책을 펼쳐, 웜 페스트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기 시작했다.
「특이한 힘을 가진 기생충이로군.」
“이걸 사용하면 인간은 비정상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질긴 피부, 강력한 힘과 민첩성을 가지게 되지만 그 대가로 자아를 상실한다.
하지만 검은 심판자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아를 유지했다.
비록 적이긴 했지만, 그들의 힘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
심장이 꿰뚫리고 몸이 갈라지는 부상을 입으면서도 부활할 정도의 빠른 재생 능력.
질긴 피부는 웬만한 데미지를 상쇄한다.
자아를 유지하고도 빠른 민첩성, 강력한 근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걸 우리 군에 도입하고 싶다.”
「자네, 미쳤나? 이건 강력한 힘을 주지만, 사용자의 자아를 빼앗는 거라네.」
“자아를 빼앗기지 않고 유지할 수 자들이 있었다. 이 벌레를 우리 아스가르드의 병기로 사용할 것이다.”
「…….」
“사용자에게 강력한 힘을 주지만, 타인에게 감염되지 않는 병기.”
역병이 아닌 생체 강화 병기.
“불사의 군단을 만들고 싶다.”
로키는 그걸 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