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79)
성좌가 된 플레이어-179화(179/250)
제179화
웜 페스트 병기 개발은 로키를 중심으로, 우르가르트를 포함해 헬가 역시 도와주기로 했다.
성좌의 격에 이르는 자가 둘씩이나 가담한 것이다.
그 밖에도 샤먼, 그리고 카르마 황제의 직속 단체인 황실 연금술사들의 지원을 받았다.
“자네는 미쳤군. 벗이여, 아무리 그래도 역병을 건드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카르마도 웜 페스트가 얼마나 무서운 역병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 근원을 다룬다는 건 크나큰 위험이 따른다.
어쩌면 나라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역병을 통제 못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맞는 말이다.
자칫하면 예전, 수도를 공격당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을 맞이하게 될 터였다.
“그래서 답은?”
하지만, 로키의 물음에 황제는-.
“…성공하면 이 몸도 사용 가능한가?”
탐욕을 드러냈다.
역대 황제들이 바라던 소망.
불사.
그에 근접한 힘을 얻을 기회인데, 거절할 리 없었다.
덕분에 크론 제국의 지원을 받는 건 쉬웠다.
병기 개발 과정에서 의외의 인물이 나서기도 했다.
「나 역시 돕겠소.」
발할라 아카데미의 중심에 우뚝 세워진 마탑.
그곳에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교황 자우스였다.
웜 페스트에 관해 연구하고 있던 로키는 놀란 눈으로 자우스를 쳐다봤다.
「왜 그러시오? 형제여.」
“…교황이란 자가 세상을 죽음으로 내몬 역병을 없애는 게 아닌, 개발하는 데 동참한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나.”
성황 팔리스가 역병 웜 페스트를 퍼트렸을 때, 그것을 막고자 내란마저 일으켰던 교황 자우스다.
웜 페스트란 역병을 가장 증오해야 정상이건만, 그는 오히려 그걸 연구하겠다고 나서다니.
「그대가 바라는 건 역병이 아니지 않소.」
맞다.
로키가 바라는 건 생화학 무기가 아니다.
군의 전력을,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해줄 반영구적인 강화제와 같았다.
「천사들을 상대하는데 효율적이라 보았소. 놈들의 군세는 강대해질 것이 분명하니.」
현재 대륙은 폭발하기 전 화약고와 같았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대륙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성좌’와 접촉 및 숭배의 정황이 있어 보인다는 보고가 들어오기도 했다.
「단순한 인간의 힘으로는 놈들을 상대할 수 없소.」
수백, 수천의 천사들이 타락한 성좌들 아래에 모인다면, 아무리 아스가르드라도 승산이 없다.
로키가 나선다 해도 그 많은 천사와 성좌들을 동시에 상대할 수도 없으니….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할 무기가 필요했다.
「그러니 돕겠소.」
“…그러면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지.”
「그전에 성황 팔리스와 대면하고 싶소.」
“이유는?”
「웜 페스트 제조법은 그만이 알고 있을 테니…. 심문을 통해서라도 알아내야 하오.」
그렇게 로키의 연구는 생각보다 빠르고 순조롭게 진척되었다.
카르탈 왕국, 검은 심판자들의 본거지에서 획득한 대량의 연구 자료들.
그 자료들을 토대로 마법에 능한 로키와 우르가르트, 헬가를 위시한 연구와 자우스의 참여, 그리고 웜 페스트를 창조했던 성황 팔리스의 고문에 따른 자백 덕분이었다.
로키는 병에 있는 웜 페스트를 바라봤다.
‘인체에 해를 끼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로키가 바라는 건 아스가르드에서만 주어질 강력한 힘이었다.
더불어 대륙에서 납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터였다.
‘그러기 위해선 마력이 아닌 신성력을 응용해야 해.’
웜 페스트는 마력 기반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걸 신성력으로 변경시킨다면 대륙에서도 거부감을 내비치진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정말로 신의 군대가 아니냐며 칭송하겠지.
‘감염 효과를 없애야 하고….’
무엇보다.
“웜 페스트가 시술을 통해서만 기생할 수 있고, 또한 시술을 통해서만 제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독점적인 운영이 가능한 병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군.”
바로 임상 시험이다.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자우스가 입을 열었다.
「재료는 많지 않소?」
로키가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천사들. 그들은 인간과 신체 구조가 거의 흡사하오.」
“…….”
「그들에게 먼저 실험하고, 그다음 인간을 실험하면 되지 않겠소? 대륙에 널린 게 도적이고 사교도들이니 그들도 도움이 될 거요.」
…이 녀석, 정말로 교황이 맞나?
이런 자를 신성 교단은 숭배하고 있다니….
로키의 침묵에 자우스가 껄껄 웃었다.
「창세기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타락한 성좌와 천사들. 그리고 인간이 타락한 모습을 보면, 이렇게 변할 수밖에 없소.」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하지만 현재 산 채로 잡은 천사의 수는 적다.
그럼 또 다른 생체실험용 천사들을 포획해야 한다는 말.
그럼….
“잡아 와야겠군.”
다른 천사들을 잡아 와야 했다.
***
성황 팔리스가 붙잡혔다.
그 소식이 대륙에 널리 알려졌다.
‘설마… 성황 폐하께서… 악마 숭배자들에게 잡히실 줄이야.’
그 소식을 들은 중립을 지키던 국가들이 하나둘씩 아스가르드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와 다르게 검은 심판자들의 세력은 분열되었다.
아니, 와해했다 볼 수 있었다.
강력한 중재자가 사라지니 교주들이 자신들이 제2의 성황이 되겠다고 날뛰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스가르드의 철퇴였다.
생존한 검은 심판자들은 또 다른 살길을 모색해야 했다.
결국 그들이 향한 곳은 대륙의 끝자락에 있는 황폐한 대지, 서쪽의 고대 유적이 잠들어 있는 곳이었다.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그곳에 검은 심판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봤고, 황폐한 공터에 하나의 계단을 발견했다.
지하로 향하는 깊은 던전이었다.
“…이곳인가?”
성황 팔리스가 카르탈 왕국을 떠나, 무사히 탈출했다면 도달할 곳이기도 했다.
이곳이 바로, 고대 신들이 봉인되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검은 심판자들이 걸음을 옮겼다.
던전은 깊고 어두웠다.
랜턴을 들었다.
역시나, 너무나도 희미한 빛에 앞이 보이지 않았다.
“후우….”
몸이 떨리며 긴장하게 된다.
만약 이 밑에 자신들이 찾는 것이 없다면,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마지막 희망을 품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
철문이 보였다.
검은 심판자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철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들 앞에 펼쳐진 광활한 대지.
분명 지하이건만 무성한 풀들이 자라나 있고, 던전의 천장은 푸른 하늘과 강렬한 태양이 떠 있었다.
“무슨…!”
“맙소사! 어떻게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지상 위와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보이는 공간.
그곳은 마치 성경 속 낙원을 연상케 했다.
검은 심판자들은 그 광경에 매료되었다.
검은 심판자들의 눈이 점차 커졌다.
수많은 천사가 하얗고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닌다.
하나하나가 군대와 맞설 힘을 가진 존재들.
그들이 수백은 되어 보였다.
이런 이들에게 공양하려면 하루에 인간을 얼마나 바쳐야 할까?
그런 의문도 잠시, 검은 심판자들은 시선을 옮겼다.
신전.
아니, 신전으로 보이는 거대한 제단.
그 좌우로는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인 인간들이 보인다.
‘낯익은 얼굴들이다.’
대륙에 이름난 왕국의 왕들이다.
분명 성좌의 가호라고 할 수 있는 [신기]도 받았으리라.
“…풋.”
검은 심판자들을 발견한 한 왕이 그들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성황이 죽으니, 길을 잃은 쓰레기들이 하나둘씩 모여드는군.”
죽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분은 분명 살아계시건만!!
하지만 그들은 내심 알고 있었다.
성국은 몰락했고, 성황은 아스가르드에게 붙잡혔다.
자신들은 그저 패잔병에 불과했다.
새삼스레 자존심이 상한 검은 심판자들이 이를 악물었다.
그러면서도 대전의 중앙을 쳐다봤다.
계단과 함께 높이 올려져 있는 제단.
그곳에 앉아 있는 존재들이 보였다.
‘아젤란 성좌가 별을 따다 창조하였지만, 먼지가 묻어나 타락해졌다는 이들.’
하지만 대자연의 권능을 가진 자들.
“…위대한 지고의 성좌님들을 뵙나이다.”
성좌들.
그들을 향해 검은 심판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타락한 성좌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로키는 서류들을 훑으며 걸음을 옮겼다.
[성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대륙 곳곳에서 성좌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대륙의 작은 왕국부터, 제국에서마저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타락한 성좌들은 각국의 지배자들에게 의탁해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성좌들에게 선택받은 자들은 모두 자신들이 이 세계를 지배할 군주라 칭하며, 자신들의 성좌들이 위대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
아무런 명분도 없다.
그저 자신들이 섬기는 성좌를 섬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침략을 강행했다.
이에, 준비가 되지 않았던 국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성좌들에게 통솔 받는 천사들과, 그들로부터 하사받은 신기들.
그들의 능력이, 엄청난 무위를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나서는 건가?’
로키가 전쟁을 일으킨 국가들에게 서신을 보내봤지만, 침묵으로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어떤 곳은 사절단을 추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절단에게 위해를 가지 않았다는 건….’
아직까지 각국 군주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뜻일 터였다.
‘뭐, 상관없지.’
신성 교단에게 굴복했던 군주들이다.
그들이 나선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웜 페스트 개발은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칸쿤은 아인헤랴르 육성에 힘쓰고 있다.
헬가도 웜 페스트 개발 외에도 발키리 육성에 여념이 없었다.
‘…헬가에게 너무 많은 걸 부탁했군.’
웜 페스트 연구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할 터였다.
‘…확인해 볼까?’
로키는 헬가에게 부탁했을 때를 떠올렸다.
“선배는 정말로 터무니없는 걸 시키신다니까요.”
그는 헬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게 가능할 거라고 보나요?”
로키가 부탁한 건 네크로맨서 육성이었다.
“불가능한가?”
그저 아쉬움을 표했건만, 그것이 헬가에겐 부담을 준 모양이었다.
“…불가능한 건 아니에요.”
마지못해 들어주는 듯했다.
‘대신, 다음에 시간 좀 내주세요.’
그녀가 대륙에 있으면서 겪었던 일 때문일까?
인간 불신병에 걸린 그녀였다.
그녀가 타인을 가르치는 건 힘든 일이겠지.
하지만 저렇게 말을 했다는 건 마음속 한편으론 외로움을 느낀다는 뜻일 테니, 그나마 인간성이 남아 있다는 뜻일 터였다.
‘그러고 보니….’
샐럿도 강해지고 싶다고 헬가 밑으로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
헬가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다크 엘프의 심장은 마력을 모으는 데 좋으며, 언데드를 다루는 데도 유용하기 때문이었다.
로키는 지하로 내려가는 돌계단을 밟았다.
빙글빙글, 지하로 설계된 나선 모양의 계단을 내려간다.
바닥의 끝에 도달한 로키가 본 건….
‘이건 또 무슨….’
사교도 집단인 거야?
제단과 함께 그 주변에 횃불이 있다.
제단 위에는 생도가 누워 있었는데, 그 주변엔 생도들이 무릎 꿇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헬가가 우뚝 서 있고, 그 옆에서 샐럿이 그녀에게 단검을 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단검을 받은 헬가가 생도의 심장을 향해 내리꽂았다.
콰직-!
핏물이 튄다. 생도의 몸이 털썩 쓰러지며 즉사했다.
“…지금 뭘 하는 거지? 헬가.”
로키의 말에 샐럿이 움찔했다.
반대로 헬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로키를 쳐다볼 뿐이었다.
“오셨어요?”
아니, 오셨어요, 라는 말 말고 답변을 해줬으면 한다만?
로키가 아무 말 없이 헬가를 쳐다보자, 헬가는 그 시선을 마주 보고만 있었다.
오히려 헬가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참 동안 서로를 응시하고 나서 먼저 시선을 돌린 건 헬가였다.
그녀가 죽은 생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룬 문자가 새겨진다.
그에 따라 죽었던 생도의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꿰뚫려 구멍이 재생되기 시작하고, 흩어졌던 피들이 다시 허공에 떠 다시 몸속에 스며들었다.
마치 시간이 거꾸로 역행하는 거 같다.
“허억-!!”
생도가 숨을 들이켜 호흡한다.
“아, 아아아-!”
다시 부활한 동료에게 생도들이 모포를 가지고 와 어깨에 둘러 매주며, 데리고 간다.
“살아났다!”
“또다시 기적이 일어났어!”
생도들이 중얼거리며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렸다.
그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던 로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무엇을 하는 거지?”
똑같은 질문이었다.
하지만 대상은 샐럿이었다.
샐럿은 입을 꾹 다문 채 로키의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사실, 그녀도 잘 모르는 거겠지.
“보는 것과 같아요.”
결국 답을 내뱉는 건 헬가였다.
로키는 미간을 좁혔다.
“선배가 말한 발키리 육성 중입니다.”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