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8)
성좌가 된 플레이어-18화(18/250)
제18화
“페르-!”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아움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지휘관이 자리를 떠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동생이 눈앞에서 희생되는 모습을 보자 속이 역류해 미칠 거 같았다.
“진정하자… 진정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몸속에서 들끓는 분노는 그의 판단을 점차 흐리게 만들었다.
아움은 가마 위에 거만한 자세의 로키와 그 주변의 투명한 벽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결계…? 그렇다면 저것을 깰 방법을 다시 강구해야…! 그전에 다가오는 언데드 군단부터…! 하지만 어떻게?”
아움은 신경질적으로 단상을 걷어찼다.
“젠장!”
‘결국 상대의 본진에 공격을 가해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어. 하지만 무턱대고 돌진할 수도 없어!’
무조건 돌격만 하게 된다면 점차 밀어닥치는 언데드 군단에 죽음을 맞이하리라.
“거리를 둬서 사격을… 아니, 이미 늦었나?”
발리스타 사정거리가 투창보다 기니 처음부터 멀리서 쐈다면 승산은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엔 발리스타를 옮길 전차부대가 잃었다는 게 큰 문제였다.
아움은 손을 떨었다.
머리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반면 로키는 전장을 보며 흥미로운 듯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스켈레톤들이 학습 능력이 있는 것 같군… 투창과 석궁이 유용하게 쓰였어. 이러면 따로 병과를 나눌 필요도 없이 모두 다재다능한 병사로 만들 수 있겠는걸?”
하지만 주특기에 사용되는 스킬은 정해져 있으니 무작정 다른 병과로 전환한다면 주특기를 살리지 못할 터였다. 하지만 반대로 주특기를 살릴 수도 있었다.
그 예가 스켈레톤 장궁대였다.
원거리 공격이 주특기인 그들에게 석궁을 지급한 것이다. 그들은 원거리 공격에 대한 정확도가 높고 관련 스킬을 운용할 수 있으니 위력이 더 높아졌다.
로키는 지금 아움이 이끄는 군대와 부딪혀가며 스켈레톤들의 학습 능력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를 ‘시험’하고 있었다.
지금껏 로키는 자신의 스켈레톤을 보면서 그들이 단순한 ‘언데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샤먼에게 듣기를, 언데드는 소환한 술사의 명령에 따르며 ‘의지’나 ‘자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꼭두각시라고 했다. 하지만 로키가 봐온 스켈레톤들은 예외였다.
그들을 소환한 술사 자체가 없으며, 그들은 오직 발할에서 부활하고 로키에게 종속된 자들이었다.
그들은 로키의 명령을 받으면 분위기를 읽고 독자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았다.
즉, 의지가 있으며 자아가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스스로 ‘학습’조차 한다.
‘개개인의 전투 능력도 대폭 올라간다는 뜻. 게다가 피로를 느끼지 못하니 쉬지 않고 학습해 다양한 분야를 배울 수도 있다는 거지.’
다만, 단점이 있다면 스켈레톤 소서러를 제외한 다른 스켈레톤들은 모두 지능에 관련된 학습 능력은 떨어진 반면, 반대로 전투에 관련된 학습 능력은 뛰어났다.
스켈레톤 소서러는 오히려 그쪽 분야에서는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도 이 녀석들이 수화를 배운다면 의사소통도 가능하겠어.”
로키는 미소를 짓고 팔짱을 꼈다.
그는 싸우기도 전에 ‘승리’를 확신했다. 구태여 전력으로 나설 필요가 없어 일부로 대형을 분리한 것이다.
“하지만 재미없군. 이걸로 끝낼 생각은 아니겠지?”
로키는 멀리 떨어진 단상 위에 서 있는 아움을 바라봤다.
***
아움은 이를 악물며 머리를 굴려봤다.
전차부대는 거의 전멸. 인제 와서 거리를 두고 싸운다고 해도 피해를 얼마나 더 입을지 알 수 없다.
발리스타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 평범한 화살을 사용하는 건 어불성설.
“…대규모 전투에 대한 지휘 경험이 없다는 게 이럴 때 후회되는군.”
아움의 경우 남쪽 대륙을 여행할 때도 겨우 수백밖에 되지 않는 병력만을 운용했었다.
그때는 용병 신분인 것도 있지만, 남대륙 사람들에게 노드인은 차별의 대상이었기에 능력이 뛰어나도 지휘권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걸 경험 삼아 다시 일어서겠지만,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다.”
이 전투에서 패배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눈앞의 악마는 쿠단에게 원하는 답을 얻고 자신을 처리할 게 분명했다.
골치 아프게 저항하는 자를 살려두고 싶은 이는 그렇게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직 병력은 충분해. 병력을 분산해 왕을 칠까?’
사실상 로키의 본진은 비어있는 상태였다. 그곳을 친다면 승산은 있겠지만….
‘희생이 막대하겠지. 하지만 이대로 가면 일방적으로 학살만 당할 뿐이야. 최대한 희생을 줄이는 방법은…!’
아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의 모든 병력이 걸려들기를 원했지만… 너무 큰 욕심이었나? 어쩔 수 없군. 마지막 수단을….”
아움은 자신이 이끄는 노드인에게 외쳤다.
“모두… 빙판에 못을 박아라!”
노드인들이 재빨리 빙판에 못을 박기 시작했다.
거대한 말뚝이 뚝딱-! 뚝딱-! 거리며 박혀 든다.
하지만 두꺼운 얼음판은 말뚝이 박힘에도 끄떡없었고, 말뚝 틈으로 차오르던 물은 몇 분도 되지 않아 단단하게 얼어붙어 버렸다.
“이거… 박히기는 하는데….”
“너무 단단해!”
노드인들이 급히 말뚝을 박았지만, 점차 다가오는 언데드 군단을 보며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십니까?”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쿠단이 아움에게 질문해왔다.
공격이나 방어 명령보다도 바닥에 말뚝을 박으라니?
“무슨 생각이냐고?”
아움은 의아해하는 쿠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원래 땅속에 있어야 할 망자들을 다시 매장하려는 거뿐이야. 그러니….”
아움은 단상에서 내려와 쿠단의 어깨를 짚었다.
“네 도움이 필요하다. 저 망자들을 매장해다오. 쿠단 라그나!”
새벽이 지나고 점차 아침이 찾아왔다. 어둠에 깔려 있던 대지는 태양의 빛에 물러가며 얼어붙은 호수에 아침을 알렸다.
알려진 바는 없지만, 얼어붙은 호수의 아침은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람도, 몬스터도 없이 오로지 맑은 기운과 얼어붙은 빙판길만이 존재해 더러움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빙판길은 인간에 의해 더럽혀져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수백, 수천 명에 이르는 노드인이 피를 흘려 얼음을 적시고, 냉기에 의해 얼어붙어 검붉은 호수를 자아내게 했다.
그런 핏빛 빙판길 위로, 언데드 군단이 진격하고 있다.
“모두! 서둘러!”
“제, 젠장, 벌써 가까이 왔잖아!”
“물러서! 후퇴!”
빙판 위에 말뚝을 박아 놓던 노드인들은 점차 다가오는 불사의 군단 앞에 도망치기 바빴다.
언데드들은 빙판 위에 박힌 말뚝들을 무시하고 그대로 진격했다.
말뚝이 무수히 많이 박힌 빙판의 중앙 길을 지나고 있었다.
이제 곧 그들은 전쟁을 일으킨 아움의 본진 진형에 도착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그들은 힘들게 만든 방책을 등지고 있다.
거대하게 뻗은 반원형의 방책 구조가 오히려 그들이 도망칠 탈출구마저 없애버린 꼴이 되었다.
스켈레톤들은 도망치지도 못한 채 방벽에 기대며 절망에 빠진 노드인들을 비웃었다.
뼈뿐인 턱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음침한 웃음과 함께 붉은 안광이 가늘어졌다.
이제 곧 끝이 난다.
눈앞의 생명의 불씨들은 자신들의 손에 의해 꺼져나갈 것이다.
“와, 왔다!”
“제, 젠장!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모두 전투준비! 버티자!”
노드인들의 절규하는 소리가 스켈레톤 언데드에게는 너무나도 기분 좋은 소리로 들려왔다.
이 얼마나 기대되는 순간이란 말인가?
자신의 주인이 내린 명령을 받고 이제 곧 그분이 만족스러워할 결과가 나타난다.
자신들은 언데드.
하지만 산자를 증오하고 분노로 얼룩진 채 소환자의 명령에만 따르는 꼭두각시 인형들과는 격이 달랐다.
그들은 오로지 주인의 명령을 듣고, 복종하며, 그것을 진심으로 ‘기쁨’으로 삼는 ‘자아’를 가진 하나의 ‘생명’이었다.
그분의 말 한마디, 아니, 단지 분위기만으로도 그분의 뜻 이해하고 행동하며 그것을 ‘삶’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의 의의였다.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주인에게 ‘승리’를 드리리라!
-크악!!
선두로 선 스켈레톤이 발걸음을 멈추자 모든 진격이 일제히 멈췄다.
노드인들에게 향한 창이 하늘 높이 뻗어 올려졌다. 그리고 땅을 향해 내려찍었다.
쿵-!
소리가 대지에 울려 퍼지며 스켈레톤들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 모습에 노드인들은 움찔 놀라고 말았다.
앞으로 그들과의 사이는 겨우 150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조금밖에 되지 않는 거리에서 스켈레톤들은 공격을 멈춘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저놈들… 왜 저러는 거지?”
“혹시… 공격을 멈춘 거야?”
노드인들의 수군거림이 퍼져나가고 누구는 안도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아움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저건… 오히려 공격할 준비를 하는 거야!”
폭풍이 몰아치기 전 고요함과도 같이 침묵을 유지하던 스켈레톤이 일제히 입을 벌린 채 고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악-!
단단히 쥐고 있던 방패벽이 갈라진다.
그 사이로 스켈레톤 전사대가 대검을 쥔 채 돌격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창과 방패를 든 스켈레톤 방패병들 또한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대열 따위는 필요 없었다.
오직 압도적인 무력 앞에 ‘학살’이 시작될 뿐이다!
철벽과도 같던 진형이 사라지고, 이제는 폭풍과도 같은 공격이 시작되었다.
지침 없이 거대한 발소리를 내며 눈, 코, 입에 기묘한 붉은 기류를 흘린다. 먹잇감을 향해 전력으로 돌진했다.
그에 두려움을 느낀 노드인들이 전의를 잃고 도망치려 했지만, 방책에 의해 막혀 그러질 못했다.
“으아아악! 저런 놈들을 상대하라고?!”
“젠장! 저, 저런 괴물들을 어떻게 이겨!”
“애초에 이길 수 없는 거잖아!”
“이제는 끝이야!”
노드인들의 절망 어린 말에 아움은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 이 지긋지긋한 전쟁도 끝이다. 쿠단!”
아움의 외침에 쿠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묵직한 워해머를 든 채 언데드가 달려드는 방향을 향해 뛰어갔다.
스켈레톤들은 그런 쿠단의 무모한 돌격을 비웃으며 창을 들고 일제히 그를 향해 던졌다.
무수히 많은 투창이 그에게 날아왔지만….
그가 든 워해머에 의해 튕겨 나갔다.
그 모습을 본 스켈레톤들이 안광을 크게 뜨며 서둘러 방패벽을 만들고 창을 치켜들었다.
1열에 5구, 2열에 5구에 해당하는 밀집대형.
하지만 단단하게 보였던 방패벽 대열은…
“비켜!”
쿠단이 움켜쥔 워해머에 방패가 과자가 부서진 듯 갈라졌다. 언데드들이 튕겨 나갔다.
단 한 번의 일격.
공성용 병기조차 막아낸 스켈레톤의 방패벽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져 내렸다.
-크윽?
스켈레톤들은 일제히 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가 달려가는… 무수히 말뚝이 박힌 중심지를 본 언데드들은 붉은 안광이 커졌다.
그제야 언데드들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챘다.
스켈레톤들이 일제히 노드인에게 달리던 것을 멈춘 채 쿠단을 저지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수백에 이르는 불사의 군단이 단 한 명을 막기 위해 맹렬히 뛰어든다.
쿠단은 그 속을 역류하며 달렸다.
수많은 창날이 날아오고 대검이 날아들었다.
쿠단은 아슬아슬하게 피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뺨이 칼날에 베이고 팔다리는 창끝을 스쳐 지나가 피가 쏟아져 나왔다.
수백 개에 이르는 날붙이들을 피한 쿠단은 언데드의 중심, 말뚝이 박힌 중심에 도달했다.
동시에 언데드들에 포위되며, 창날과 검날이 일제히 쿠단에게 날아왔지만―.
쿠단은 자신에게 쇄도하는 무기들을 무시한 채 땅을 향해 있는 힘껏 워해머를 내려찍었다.
“이제 그만 지옥으로 떨어져라. 망자들이여―!”
쾅-!
거대한 굉음이 대지에 울렸다.
쿠단의 단 한 번의 내려찍음에 생겨난 풍압이 무기를 들고 달려든 언데드들을 튕겨냈고, 그와 동시에 빙판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