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88)
성좌가 된 플레이어-188화(188/250)
제188화
괴수 히드라가 죽었다.
망령의 군대가 나서도 힘들 존재를, 단 한 명이 죽인 것이다.
「파, 파멸자 투람!」
「지, 진짜 맞는 거야?!」
「멍청아! 히드라를 죽일 수 있는 인물이라면 파멸자 투람밖에 없잖아!」
망령들이 뒤로 물러선다.
「왜 그가 여기에 있는 거야?!」
토벌대로선 기겁할 노릇이었다.
이번 목표는 단순 도적과 히드라 토벌에 불과했다.
그것만 해도 마음을 다잡아야 하건만.
파멸자 투람이 떡하니 나타나 히드라를 죽이고 자신들을 노리는 상황에 맞닥트리게 되다니.
「뭐, 상관없지.」
토벌대를 이끌던 데스 나이트가 고개를 들었다.
머리뼈 사이의 안광이 번뜩였다.
「파멸자 투람! 그대의 명성은 익히 들었소! 이 넓은 명계에서도 그대를 이길 자는 몇 없다고 하지. 그대가 히드라를 사냥했으니, 그에 따른 보수를 주겠소.」
데스 나이트가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를 투람의 앞에 던졌다.
땅에 떨어진 충격으로 주머니가 열리며 손톱 수백 개가 나왔다.
「이걸 가지고 떠나시오. 히드라의 둥지는 원래 우리가 잡기로 되어 있으니. 만약 우리를 거역하면-.」
투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동시에 데스 나이트의 온몸이 산산조각나며 뼈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데스 나이트의 안광이 놀란 듯 부릅뜨며 자기 몸을 날려버린 거구의 사내를 쳐다봤다.
어느새 투람이 데스 나이트 앞에 나타나 창을 휘두른 것이다.
「개소리하는군. 내가 말했을 텐데.」
투람의 안광이 돌아갔다.
망자 특유의 푸른색 눈빛이 형형하게 번뜩인다.
「나를 재밌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투람이 창을 휘둘렀다.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토벌대의 육신들이 허공에 떠올랐다.
「하하, 망자들이여! 용기를 내어 덤벼들게나! 그대들은 어차피 죽음이 없지 않은가!」
투람은 통쾌하게 웃으며 창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후속대에 있던 로키와 샐럿은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샐럿은 얼이 빠져 있기를 잠시….
“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 명계였죠.”
“그래. 죽었던 녀석이 보여도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저 인간이랑 마주할 줄은…. 이 명계라는 곳, 정말로 좁은 곳이네요.”
이는 로키도 생각지 못했다.
이 명계에 오고 나서 인연이 있는 자들만을 계속 만나게 되는 것 같았다.
이 명계가 정말로 작거나, 혹은 로키의 이벤트를 끌어들이는 힘 때문에 발생하는 결과겠지.
‘뭐, 우리가 사냥하려 했던 것도 보통 괴물이 아니니, 저놈을 만나도 이상하지는 않지.’
히드라는 대륙에서도 전설로만 전해지던 괴수.
괴물 토벌하는 데는 상당한 실력이 요구될 테고, 현세의 영웅을 불러 모은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다만, 아무리 파멸자 투람이라고 해도 이토록 무식하게 아무런 명분 없이 토벌대를 도륙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말이 사실이었어!」
「파멸자 투람이 도적이 되었다는 소문!」
…그런 거였나?
그렇게 소리치며 뒷걸음질 친 토벌대가 이윽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도망가지 마! 너희 죽지도 않잖아! 그냥 싸우라고!」
바닥에 떨어진 데스 나이트 머리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런 두개골을, 투람이 발로 밟아 으깨버렸다.
「후우…. 응? 뭐야, 도망치지 않는 녀석들이 있군. 그래, 너희는 나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느냐?」
투람은 로키와 샐럿을 보며 실실 웃었다.
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투람이 자신과 샐럿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까?
‘아….’
로키는 폴로부터 받은 로브를 떠올렸다.
확실히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로키는 샐럿에게 시선을 돌렸다.
“싸워볼 수 있겠나?”
“네?”
“현세에 있을 때는 졌었지?”
“…….”
그 말을 들은 샐럿은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저놈을 상대로 이길 수 있는지… 확인해봐라.”
물론, 로키가 보기엔 투람 쪽이 훨씬 위였다.
하지만 크론 제국의 콜로세움 때 보단 쉽게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말에 샐럿은 활을 쥐었다.
투람은 그런 로키를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그 작은 것에 의지하는 것이냐? 사내로서 배포가 없군!」
투람이 창을 들고 몸을 낮춘다.
그의 근육들이 팽창한다. 검붉은 오라가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대게 너희 같은 놈들은 둘 중 하나였지.」
입에서 검붉은 마력이 흘러나왔다.
「상당한 실력자이거나 혹은-.」
안광이 로키에게 향했다.
「허세만 가득한 겁쟁이 이거나!」
다리에 마력이 담기며 지면이 폭발했다.
포탄처럼 날아간 그의 몸이 로키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투람이 왼발로 지면을 내리꽂아 속도를 강제로 멈춤과 동시에 축으로 삼고 회전한다.
허리의 회전까지 이용해 창에 힘을 실었다.
괴수의 뼈로 만든 커다란 창은 흉악한 기운을 뿜어냈고, 샐럿은 놀란 듯 뒤로 물러섰다.
반대로 로키는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에 투람은 웃었다.
자신의 움직임은 정말로 찰나였다.
평범한 망령이라면 보지 못할 것인데, 눈앞에 있는 이 사내는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좋다! 겁쟁이가 아닌 실력자로군!’
그럼 즐길 수 있겠어!
투람은 몸을 돌리며 창을 휘둘렀고, 로키는 창날 옆면을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깡-!
「어?」
투람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망령이라고 해도 자신의 일격이라면 지면에서 몸이 튕겨 나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허공에 떠 있는 건 자신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피하거나 혹은 무기를 들어서 막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맨손?
‘…잠깐, 이 이질감은….?’
투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갑옷을 내려다보았다.
갑옷에 균열이 일어났다.
명계에 있는 괴물들을 죽여, 그들의 마력과 뼈를 이용해 만들어낸 갑옷들.
웬만해서는 흠집도 안 날 그것이 선명한 주먹 자국과 함께 서서히 부서지고 있었다.
한두 방이 아니다.
수십 또는 수백 번의 주먹 자국이 나 있다.
‘이건 보지 못해-.’
허공을 부유한 투람의 몸이 늪지대에 떨어졌다.
「컥… 으윽!」
투람은 신음을 삼켰다.
창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켜 세운다.
걸쭉한 늪이 몸을 집어삼키고 있음에도, 투람은 고개를 들어 안광을 형형하게 번뜩였다.
‘뭐냐, 이 압도적인 힘은…?’
로브를 뒤집어쓴 사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그에 투람은 본능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괴물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지금 상태라면.”
로키가 샐럿을 쳐다봤다.
“네가 이길지도 모르겠군.”
「……!」
투람은 굴욕감을 느꼈다.
「…이, 이놈! 감히 나를 모욕하는 것이냐?! 그 작은 종자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상대해라!」
투람의 의견 따윈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샐럿 또한 투람의 말을 무시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방심하면 안 된다.
상대는 망령으로 격하된 데다가 치명상까지 입었다.
그러니-.
‘이번엔 이겨.’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
전투는 반나절이나 이어졌다.
투람이 무릎 꿇고는 충격을 받은 듯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들자,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로브를 쓴 소녀가 보인다.
「…훌륭했다. 너를 얕잡아봤구나.」
투람의 말투가 온화해졌다.
이 명계에서는 자신이 바라던 싸움을 몇 번이나 즐길 수 있었다.
수 세기가 지난 영웅들 또한 만났고, 싸웠으며, 그들로부터 승리를 얻어냈다.
하지만 지금, 하루에 두 번이나 패배를 맞이했다.
「그 활 솜씨…. 그대는….」
투람이 유쾌한 미소를 짓는다.
그의 온몸엔 수많은 화살이 박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 샐럿 앞으로 걸어 나왔다.
샐럿은 경계하듯 활을 쥔 채 뒤로 물러섰다.
「마왕의 딸이로군. 하하! 기쁘다. 그대와 다시 싸울 수 있다니! 이제는 나를 뛰어넘었구나! 명계에서 칭송받던 영웅들도 너에게 승패를 장담하지 못할 터. 그대는… 아…!」
그러면서도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왔다.
「그대가… 이곳에 있다는 건…, 죽었다는 얘기겠지. 안타깝군. 사인이 뭐지? 그 실력으로 싸움에서 죽을 리는 없고, 병으로 죽은 건가? 아니지. 그 아스가르드에서는 만병통치약이 있다고 하던데….」
투람이 턱을 쓰다듬고는 생각하다 어깨를 으쓱였다.
「뭐, 상관없지. 마왕의 딸이여!」
투람이 창을 들어 올렸다.
「나의 패배를 인정한다. 설욕전을 신청하지!」
투람의 몸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의 육신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지만, 망령의 지치지 않는 체력 덕분에, 또다시 전투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2번째 결투다!!」
“무, 무리야.”
샐럿은 질렸다는 슬금슬금 로키의 뒤로 피했다.
그녀는 상당히 지쳐 있었다.
“피, 피곤해. 더는 안 싸워.”
「망령이 피곤할 리가 있나! 어서 나와 즐거운 결투를-!」
“그녀는 살아 있다.”
투람은 고개를 돌려 로키를 쳐다봤다.
전투를 방해받았다는 것에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 후 그가 말한 ‘살아 있다’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살아… 있다고?」
투람이 로키의 뒤에 숨은 샐럿을 쳐다봤다.
그녀가 가쁜 숨을 내쉬고 있다.
그 숨결에선 죽은 자의 입김이 아닌, 산 자의 숨결이 느껴졌다.
「맙소사!? 진짜 살아 있는 건가! 산 자가 어떻게 명계에…?」
투람이 창을 거두었다.
죽은 자라면 아무리 파괴된 육신이라도 재생할 수 있으니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산 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투람은 산 자에 대한 생기를 느끼며 탐욕스러운 눈빛을 내비쳤다.
그것도 잠시, 주먹을 움켜쥐고 자신의 앞면을 후려갈겼다.
「이런, 나도 나약하군. 생기를 탐하려 하다니. 수행이 부족해. 하하! 내가 죽을 만했구만!」
투람은 고개를 돌려 로키를 쳐다봤다.
「이쪽은 하네스의 딸이고. 그쪽은 설마….」
투람의 눈빛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죄악의 성좌, 로키인가?! 맙소사, 그럼 나를 쓰러뜨렸던 일격도 이해가 되는군! 예전보다 더 강해졌어. 무시무시하구만!」
“…요즘은 죄악이 아닌 종말로 불린다만.”
로키도 별로 선호하는 호칭은 아니었다.
「호오!」
투람이 양손을 펼쳐 로키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성좌여! 그대와 이렇게 또 싸울 날이 올 줄이야!」
“싸운다고 하진 않았다.”
「너무한 거 아닌가? 내 생전 소원이었는데….」
“죽었으니 된 거 아닌가?”
「죽은 자의 소원도 좀 들어주었으면 하네!」
투람은 생전의 인연을 만나서 기쁜 듯 로키와 손을 마주 잡고 흔들었다.
물론 덩치가 비정상적인 투람이었기에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었다.
샐럿이 힘겹게 일어섰다.
로키는 그녀에게 포션을 건네주었고, 샐럿은 포션을 마시곤 투람을 노려봤다.
“네가 이 근처에 자리 잡은 도적이야?”
영웅 투람이 설마 이곳에서 도적질이나 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투람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야, 망령들을 해치는 괴수가 있다고 하여 사냥하러 온 거뿐이다. 덕분에 재밌었지.」
의뢰가 아닌 단순 재미를 위해 잡았다는 말투였다.
로키는 투람에게 말했다.
“네놈, 반란군과 연이 있다고 하던데.”
「응?」
샐럿이 간절한 눈빛으로 투람을 쳐다봤다.
“반란군이랑 연관이 있는 거야? 그… 반란군의 수장, 아빠를 알아?”
그 질문에 투람은 뭔가 떠올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아버지를 찾기 위해 이 명계로 온 겐가?」
“아, 아빠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어?”
「그래, 여기서도 연이 이어졌지. 뭐, 지금은 적이 아닌 협력 관계이지만.」
“뭐?”
「마왕 칼리브와 만나기를 바란다면… 만나게 해줄 수 있지. 하지만….」
투람은 숲속을 쳐다봤다.
철컥-! 철컥-! 철컥-!
망령들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모험가 집단이 아닌 군대였다.
도적 토벌 부대가 도착한 것이다.
「우선… 저놈들을 해치워야겠지.」
“아라타의 토벌대로군.”
로키의 말에 투람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라타의 토벌대? 그냥 모험가 집단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래, 이 근처에 망령의 도시 아라타가 있었지!」
투람은 골치 아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저놈들은 건들지 않는 게 좋겠군.」
“이유가 뭐지?”
투람이라면 싸움에 광적인 집착을 하는 싸움꾼이었다.
단지 토벌대가 무서워 싸움을 피하지는 않을 터.
「저 아라타의 군대의 주인이 누군지 아나?」
로키와 샐럿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투람이 말했다.
「크론 제국의 황제였던 자, 카샤르 크론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