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89)
성좌가 된 플레이어-189화(189/250)
제189화
명계에서는 현세에 인연이 있는 자들이 서로 끌어당기는 미지의 힘이 있다고 전해진다.
망령들 사이에선 그것이 아젤란 성좌가 현세에서 못다 한 인연을 다시 이어주기 위해 만든 운명의 끈이라는 이야기가 괴담처럼 퍼져 있었다.
만약 그게 진짜라면, 로키가 사건·사고를 끌어들이는 힘과 함께 작용해, 보다 더 많은 인연들과 강력하게 엮일 것이다.
그것이 좋은 인연이든, 악연이든… 그 효력은 배가 될 터였다.
***
「하하! 카샤르, 그놈과는 다시 한번 싸워보고 싶지만, 놈이 제대로 나서줘야지. 놈이 군대로 막아서니 나로서도 제대로 싸울 수가 없더군.」
투람은 웃음을 터트렸다.
투람과 로키 일행은 아라타의 토벌대를 피해, 히드라가 서식지를 빠져나왔다.
그들 앞에 펼쳐진 건 황량한 붉은색 대지였다.
투람은 입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걸었고, 그 옆에서 해골마가 끄는 수레에 로키와 샐럿이 타 있었다.
수레는 황금으로 가득했는데, 히드라의 늪지대 밑에 잠들어 있던 보물들이었다.
「그래도 카샤르 녀석, 상당히 분노하고 있겠지. 그 녀석이 황금에 대한 욕심은 남다르거든.」
샐럿은 졸린 듯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주변엔 스켈레톤과 좀비들이 수레를 호위하고 있었다.
투람이 이끄는 ‘도적단’이었다.
이름은 없는 모양이다.
「특히 이 명계에서는 황금을 구하기 어렵다네. 죽음의 성좌, 나토스 또한 황금에 대한 탐욕이 심하지. 카샤르 그놈이 죽음의 성좌에게 갈취당하고 있어 파악한 사실이라네.」
로키는 지도를 펼쳤다.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가늠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폴이 주었던 랜턴을 들었다.
투람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가 방향을 잘못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도적단은 정확히 랜턴이 빛나는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투람이 로키와 샐럿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오랜만에 만났건만, 대화를 해주지 않아 아쉬운 것이다.
그가 이끄는 망령들은 사실상 괴수만을 사냥하는 무리.
하지만 재미 삼아 토벌대를 사냥했더니 어느새 ‘도적’이라고 불리며 토벌 대상이 되어 있었다.
“네놈, 반란군과 연이 있나?”
로키의 질문에 투람은 드디어 말을 걸어준 것에 기쁜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예전 이곳 괴수나 마수를 사냥하다가 놈들과 자주 부딪쳤지. 무엇보다… 마왕과는 과거 악연 때문에 종종 엮이는 것 같지만… 뭐, 지금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 마찰은 없다네.」
“같은 목적?”
「죽음의 성좌, 나토스. 그놈과의 싸움이 나의 목적이라네. 혁명군은 이 명계를 망가뜨린 나토스를 없애고 성해를 다시 원상복구 시키기를 원하고 있지.」
“성해?”
「영혼을 정화하는 물을 말하는 걸세.」
로키는 폴이 들고 있던 물병을 떠올렸다.
「과거 거대한 바다였지만, 나토스가 하늘을 가르며 성해가 오염되었지. 덕분에 명계가 망가졌다고 하더군.」
“아빠는 만나봤어?”
샐럿이 묻는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그리웠던 그녀였다.
그토록 바라던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투람을 쳐다봤다.
투람이 그런 샐럿을 보며 곤혹스러워했다.
「어… 그게… 만나긴 했지.」
샐럿의 표정이 밝아진다.
하지만 투람은 그런 그녀의 얼굴을 외면했다.
「흠, 하지만 하네스 혁명군과 접촉한다는 건 죽음의 성좌를 반한다는 뜻.」
반란군 이름이 하네스인 모양이다.
협력관계인지라 혁명군이란 명칭을 쓰는 것이겠지.
만약 그들과 접촉한다면, 계속해서 추격받을 수도 있기에 안 만난다는 뜻이었다.
“하네스 반란군이 혁명을 꿈꾸고 있다고 했나?”
로키의 말에 투람은 그를 쳐다봤다.
「왜, 이 이야기에 관심이 있나?」
“상당히.”
로키의 목적은 불과 원석의 성좌, 대장장이 카누스였다.
그를 구출하고 현세로 돌아가기 위해선 죽음의 성좌와도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죽음의 성좌는 탐욕이 많은 성좌요. 황금, 보석, 희귀하고 강인한 무구. 그 모든 걸 만들 수 있는 카누스를 절대 가만히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오.」
자우스가 한 말이다.
그러니, 이왕 죽음의 성좌와 싸우게 될 거라면 차라리 아군을 최대한 만들어 놓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혁명군이 아니지만….」
투람이 로키를 보며 미소 짓는다.
「그대가 죽음의 성좌와 전쟁할 생각이라면, 이 몸도 좀 끼워주게나.」
투람의 눈빛이 투지로 불타올랐다.
「전장다운 전장이 너무 그립거든.」
“저기… 우리가 가는 곳이 아빠가 있는 곳이지?”
샐럿이 투람에게 물으면서도 로키가 펼친 지도를 쳐다봤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혁명군의 아지트로 가고 있지.」
로키는 그런 투람의 말을 듣다가 랜턴을 쳐다봤다.
한쪽을 밝히던 랜턴 빛이 더욱 밝아진다.
이는 근처에 마왕 칼리브가 있다는 것을 뜻했다.
“근처에 마왕 칼리브가 있군.”
샐럿이 놀란 듯 랜턴을 쳐다봤다.
「응? 아지트까지는 꽤 가야 할텐데… 그렇군. 그들도 아지트에만 있는 건 아니니….」
마왕 칼리브가 근처에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워하던 아빠와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샐럿이 로키가 쥔 랜턴을 받아들였다.
“조, 좀 더 빨리 갈 수 없어?!”
「…가긴 간다만… 그….」
투람은 망령임에도 식은땀을 흘리는 것처럼 당황해하고 있었다.
샐럿은 그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로키는 알 수 있었다.
마왕 칼리브에게 ‘무슨 문제’가 있기에 저렇게 반응하는 것이리라.
그때, 랜턴 빛이 더욱 밝아졌다.
샐럿이 랜턴이 밝히는 방향을 주시했다.
붉은색 모래 폭풍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그런 희미한 시야 속에서 사막을 걷는 행렬이 보인다.
‘설마…!?’
아빠가 저곳에 있는 게 아닐까!?
샐럿은 마차에서 내렸다.
랜턴을 허리춤에 걸고는 급히 뛰어갔다.
「아아, 이런! 어쩌면 좋담!?」
투람이 머리를 감싸며 말하자, 로키가 물었다.
“무슨 일이지? 마왕 칼리브에게 이상이 있는 건가? 혹….”
명계에서 영혼의 소멸은 완전한 죽음을 뜻한다.
혹, 마왕 칼리브가 그 상태인 걸까?
투람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왕 칼리브는….」
***
샐럿은 사막을 횡단하는 무리를 향해 질주했다.
그들 대부분 이종족 언데드였다.
피부가 부패한 드워프와 다크 엘프 좀비. 그리고 뼈뿐인 스켈레톤.
그들 중앙엔 마차 하나가 있었는데, 마차 옆에는 하녀로 보이는 다크 엘프 여성이 서 있었다.
“유라!”
샐럿이 잘 아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유모이자 호위 기사, 그리고 아버지를 보좌하던 다크 엘프.
언제나 아빠가 탄 마차 옆을 지키던 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아빠!”
저 마차에 아빠가 있는 걸까?
샐럿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종족 행렬이 낯선 이를 보며 경계하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적… 기습?」
「막아…!」
아인 좀비들이 휘청거리며 샐럿의 앞길을 막았지만.
샐럿은 그들의 머리를 밟고 뛰어올랐다.
「…샐럿 님?」
유라라는 다크 엘프도 검을 뽑으려 했지만, 샐럿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며 굳어버렸다.
샐럿은 그런 유라의 어깨를 밟고, 다시 도약하여 마차에 도달했다.
「잠깐, 안 됩니-!」
유라가 손을 뻗어 샐럿을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빠!”
샐럿이 마차 문을 열었다.
마차 문을 열자, 샐럿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기뻐하던 그녀의 표정이 점차 무너져 내리며, 눈빛이 공허하게 바뀌었다.
마차 안.
그곳에 있는 건 그저 목 없는 몸뚱이.
축 늘어진 ‘시체’였다.
“뭐야…?”
「새, 샐럿 님이 왜 이곳에….」
죽은 망령들의 얼굴색은 창백했다. 하지만 유라라는 다크 엘프는 창백함을 넘어 시퍼렇게 변했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절규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 설마… 샐럿 님. 돌아가신….」
“누가 죽었다는 거야!?”
샐럿은 버럭 소리쳤다.
그녀는 이성을 잃은 듯 마차에서 뛰어내려 다크 엘프, 유라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유라! 어떻게 된 거야!? 아빠는? 아빠는 어디에 있어!”
「네? 아, 아가씨는 죽지 않으셨다는….」
계속 헛소리만 해대니 샐럿은 인내심을 잃어버렸다.
머리로 유라의 이마를 박아버렸다.
「……!」
“헛소리 그만하고 말해!”
「…….」
“아빠는 어딨어!”
「…마차에 계십니다.」
샐럿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말은 저 마차에 있던 시신이….
***
「마왕 칼리브는 죽음의 성좌에게 반역을 꾀했고, 그에 따라 죽음의 성좌는 칼리브의 목을 베었다네.」
투람은 마왕 칼리브와 대면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이미.
「칼리브의 머리는 죽음의 성좌, 나토스가 가지고 있네.」
투람의 말에 로키는 턱을 짚고 생각에 빠졌다.
혁명군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이 하나 더 생긴 셈이었다.
***
뼈를 쌓고 굳혀 만들어낸 성벽.
그 안에는 거대하고 웅장한 성채가 있었고 그 성채 옆에는 높은 뼈의 탑이 만들어져 있었다.
명계의 지배자가 사는 곳.
사령궁.
그런 사령궁의 성문이 열리고, 수많은 망령의 군대가 사령궁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부우우우우우우-! 부우우우우우-!」
좀비 기수가 성벽 위에서 뿔 나팔을 분다.
스켈레톤과 좀비, 데스 나이트까지.
수많은 망령의 군단이 모여 도열했고, 그들 모두가 일제히 사령궁의 발코니를 쳐다봤다.
들고 있던 무기들을 땅에 내려찍는다.
쿵-!
지축을 뒤흔들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어, 엄청나군.」
사령궁의 가장 높은 탑 발코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온몸이 검게 타들어 간 화상 자국.
등 뒤에는 아름다웠을 날개가 뼈대만 남은 채 달려 있었다.
현세에서 세상의 빛을 밝혀주고, 또한 한 나라의 왕을 현혹해 전쟁을 벌였던 이.
빛의 성좌 머큐리.
그가 망령이 되어 사령궁의 발코니에 서 있었다.
그는 끊임없이 사령궁에 들어오는 망령의 군세를 쳐다봤다.
자신이 지배했던 벨레트 왕국군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군대였다.
「끼아아아아악-!」
망령의 군세가 고개를 들어 괴성을 지른다.
그들의 안광이 향한 곳은 하늘.
명계의 갈라진 구멍이었다.
이 명계를 나가, 현세의 땅. 살아 숨 쉬는 땅을 밟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정말로 현세를 침략하려는 건가?」
머큐리는 고개를 돌렸다.
이 명계에 도착한 그는 육신이 부패해 썩어가는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한 명의 존재에게 의탁하고 있었다.
「나토스. 죽음의 성좌여.」
그의 뒤, 고급스러운 방 안의 가죽으로 된 소파에 앉아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2m에 이르는 장신이지만, 왜소한 몸을 가졌다.
짧은 검은 머리를 하고 있었으며, 피부는 새하얗다 못해 창백했고, 그의 눈은 새빨겠다.
명계의 왕, 나토스는 머큐리를 쳐다봤다.
머큐리는 그의 시선에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이 명계의 땅에서는 나토스가 주인이다.
여기에서 그는 절대적이었다.
비록 나토스가 ‘산자를 죽이지 못하는’ 형벌을 받았지만 ‘죽음에 대한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온갖 종류의 죽음을 체험할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영혼을 망가뜨리기엔 충분했다.
「그래.」
죽음의 성좌 나토스는 포도주를 흔들었다.
「요즘 영혼을 고문하는 것도 신물이 난 참이거든.」
「…….」
「현세에서 산 자를 고문하고 싶어.」
나토스의 말에 머큐리가 초조한 듯 말했다.
「현세에는 종말의 성좌가 있다. 그놈이 우리 남매들을 차례차례 죽이고 있지.」
머큐리는 두려움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놈이 너를… 죽일지도 몰라.」
나토스는 히죽 웃었다.
「나를 죽여?」
「……」
「나는 죽음의 성좌다. 머큐리.」
나토스는 머큐리를 보며 말했다.
「나에게 ‘죽음’이란 없어.」
타인을 죽일 수 없지만, 자신조차 죽지 못하는 죽음의 성좌.
「오히려 잘되었군. 만약 종말의 성좌를 만나게 된다면-.」
그는 잔혹하게 미소 지었다.
「그를 평생토록 고문할 수 있겠어.」
그는 소망이 있었다.
아젤란 성좌의 저주로, 그는 이 명계에 구속당했다.
하지만, 그는 명계를 나갈 방법을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현세를 침략하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그리고 종래엔 종말의 성좌를 고문하는 것.
「우릴 죽일 존재를 고문한다는 것. 참으로 황홀할 거 같지 않아?」
그것이 그가 바라던 소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