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92)
성좌가 된 플레이어-192화(192/250)
제192화
현세의 남쪽, 죽음의 숲.
쿵-!
마차 한 대가 덜컹거리며 달려간다.
마차를 끄는 해골마가 투레질했다.
헬가는 마차 안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로키를 찾으러 가고 있었다.
남쪽 끝, 통곡하는 계곡을 향해.
‘성좌님이 생각보다 많이 늦으십니다.’
이는 아움의 부탁이기도 했다.
‘그분을 모셔 와 주셨으면 합니다.’
로키가 돌아오지 않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로키의 부재를 알아차린 것일까?
타락한 성좌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왕과 귀족들을 사도로 임명하며 저마다 세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왕과 귀족들은 홀린 듯이 성좌의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다.
대륙엔 순식간에 혼란이 찾아왔다.
그토록 성좌의 등장을 부정했던 왕들도 이제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아스가르드의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재 아스가르드로서도 로키의 부재로 그들을 도와줄 여력이 없었다.
성황이 사라져 중심을 잃고 흔들렸던 검은 심판자 무리들은 다시 힘을 키워 새 나라를 만들려고 하고 있었으며,
수많은 도시와 국가는 하루아침에 전복되거나 재앙에 휩쓸렸다.
헬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로키가 사라지자, 타국이 아스가르드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다른 왕국들이 명령을 무시하지 않나, 천사들이 아스가르드 섬에 침입하질 않나….
‘이 정도로 선배의 자리가 클 줄이야.’
어쩌면, 로키는 단순한 상징이 아닌, 아스가르드 그 자체가 되어버린 걸지도 모른다.
마차가 붉고 메마른 땅에 진입했다.
헬가는 마차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와중 수많은 시선을 느꼈다.
손을 허공에 휘젓자, 창문이 열렸고, 헬가는 숲속을 쳐다봤다.
무언가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
‘다크 엘프들?’
헬가가 그들을 보며 미간을 좁힐 때였다.
덜컹-!
마차가 멈췄다.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마차에서 내린 헬가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검은색 수도복과 그 위에 갑옷을 걸친 성기사들.
검은 심판자들.
그 시체가 강가 주변에 넘쳐났다.
‘검은 심판자도 이곳에 온 걸까?’
로키의 마지막 행적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겠지.
그리고 그 행적 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살해당한 거고.
그리고 그 살해한 주범은….
헬가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키클롭스.
외눈박이의 거인들이 우뚝 서 있었다.
그들 중앙엔 마치 그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이가 보였다.
피칠갑을 한 여인.
온몸이 피로 범벅된 고양이 귀와 꼬리를 가진 자.
오른손에 낀 건틀렛을, 왼손 새끼손가락엔 붉은 실이 묶인 여인.
그녀가 피 묻은 손을 혀로 핥으며, 안광을 번뜩였다.
“너, 누구? 적이야?”
“…헬가예요. 오랜만이네요. 카렌.”
…단순히 짐승형 몬스터 조련에 타고난 줄 알았더니, 키클롭스마저 길들인 모양이다.
카렌은 핏빛으로 물든 머리와 눈으로 헬가를 노려봤다.
“…누구? 헬가? 난 그런 사람 몰라!”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는 못했어도… 아니, 아예 없네요. 그래도 나름 발할 궁전에서 얼굴을 몇 번이나 봤는데… 좀 섭섭하네요.”
자신을 잊어버렸단 말인가?
헬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나사가 빠진 수인 왕녀를, 왜 선배는 데리고 온 것일까?
‘…믿기 때문일까?’
헬가는 주변에 죽은 키클롭스들을 바라봤다.
키클롭스들을 압도하여, 그들의 수장이 된 거겠지.
‘확실히 실력은 있네.’
그러니 그녀가 ‘수개월’ 동안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겠지.
헬가는 카렌의 왼손을 쳐다봤다.
왼손은 상당히 지저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듭은 견고해 보였는데, 어느 상황에서도 그것만은 지킨 것 같았다.
‘그녀도 선배가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을 거야.’
“너, 적이지?”
“아니요. 아군이에요.”
“…너처럼 말하는 녀석들이 있었어.”
“잘 떠올려 봐요. 저를 정말로 몰라요?”
카렌은 무표정하지만, 살의가 가득한 눈빛으로 헬가를 노려봤다.
뻔히 쳐다보던 그녀의 눈이 점차 커졌다.
“아앗! 본 적이 있어! 훈이랑 같이 있던 사람!”
“…이제야 기억났나요?”
카렌이 살의를 거두었다.
그녀는 폴짝 뛰어 헬가에게 다가가 코를 킁킁거렸다.
“확실히 이 냄새… 맡아본 적이 있어!”
“적이 아닌 게 확실하죠?”
“응! 너, 아군!”
“당신은 왜 여기에 있나요?”
“훈이 말했어.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당신은 갯과가 아닌 고양잇과 아닌가요?”
마치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개 같았다.
“선배는 어디에 있나요?”
“선배?”
“훈 선배요.”
“아! 저기… 저기에 들어가서…!”
카렌이 계곡 사이를 가리켰다. 그녀의 밝은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안 나오고 있어.”
헬가는 하늘을 쳐다봤다.
어두컴컴한 안개가 짙게 깔려 있지만, 붉은 보름달이 보인다.
“딱 알맞은 시기에 왔네요.”
“응?”
“선배를 찾으러 왔거든요.”
헬가가 통곡하는 계곡 사이에 있는 강가로 향했다.
뎅-!
종소리와 함께 뱃사공이 리치들이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헬가에게 다가와 물었다.
「배를 타고자 하는가? 그럼 황금을….」
헬가가 강에 발을 담갔다.
“필요 없어요.”
리치들이 그런 헬가를 비웃었다.
「이 강을 건너는 방법은 하나다. 망자의 뼈와 살로 만든 배가 아니면….」
순간, 헬가의 발밑이 부글거린다.
“이곳, 상당히 좋네요. 유골이 많고, 마력도 풍부해요. 대륙에서 만들지 못했던 걸 만들 수 있을지도….”
콰르르르륵-!
거품이 생기던 헬가의 발끝으로 하얀 무언가가 올려졌다.
리치들은 눈을 부릅뜨며 뒷걸음질 쳤다.
「어, 어어어어어?!」
그러다 리치는 나룻배에서 뛰어내렸다.
콰직-!
뼈로 된 나룻배가 부서져 버렸다.
강물에 빠진 리치의 안광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진다.
거대한 배였다.
「뭐냐… 저건…!」
뱃사공들은 소름이 돋았다.
거대한 배는 거대한 뼈와 손톱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돛 기둥은 두꺼운 용의 뼈로 만들어졌으며, 돛은 용의 날개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
그곳에 아스가르드의 상징인 뱀과 늑대의 그림자가 새겨졌다.
방대한 마력이 뿜어지며, 데스 나이트와 리치가 갑판 위에서 우뚝 일어선다.
불타오르는 안광을 번뜩이며 헬가를 보곤 고개를 숙여 주인에 대한 예를 취한다.
헬가는 배 갑판 위에서 팔짱을 낀 채 힐끗 자신이 소환한 언데드들을 쳐다봤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데스 나이트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데스 나이트들이 노를 젓는다.
리치들이 지팡이를 휘둘러 악령을 소환해 주변을 배회하게 만든다.
죽은 망자들의 배.
나글파르.
북유럽 신화 속, 망자들의 손톱으로 만들어 낸 배이자, 라그나뢰크 때, 로키가 탔던 배이기도 했다.
헬가는 망자의 배를 타고, 통곡하는 계곡 사이로 들어갔다.
***
혁명군의 요새에 망령들의 함성이 메아리쳤다.
무너져 내린 요새의 성벽 사이로 아라타의 노예병들이 밀어닥쳤다.
그런 그들의 선두로 나선 이가 카샤르 크론이었다.
「좋은 노예들이로군. 나토스, 그놈에게 노예병들을 강제로 빼앗기는 바람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다행이야.」
카샤르는 이 명계의 땅에서 자신만의 제국을 다시 세우고자 했다.
하지만 나토스는 그런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황금과 노예를 생성하는 도구로 취급했다.
그때의 서러움과 굴욕감을, 이곳에서 풀어야 했다.
「카샤르 크론인가.」
카샤르는 시선을 돌렸다.
아라타의 노예병들을 손쉽게 제압하는 무리가 있다.
인간과 수인, 드워프와 엘프.
각 종족의 대표들이었다.
「오호, 꽤 격이 높은 망령들이로군. 좋은 노예가 되겠어.」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투기가 보통의 망령 같지는 않았다.
카샤르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저자만 잡으면 아라타는 우리 것이 된다!」
이종족 대표들이 무기를 들고 카샤르를 향해 달려갔다.
「안 돼요! 투람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그런 대표들을 향해 유라가 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아라타의 지배자인 카샤르다.
그를 제압한다면 혁명군의 주도권을 거머쥐는 건 자신이 되리라는 것을 직감한 자들에게 그녀의 말은 불필요한 소음에 불과했다.
드워프는 커다란 워해머를.
엘프는 독이 든 단검을.
수인은 메이스를.
인간은 거대한 대검을 들었다.
엘프가 질주하듯 카샤르의 다리 사이를 스쳐 지나가며 독 단검을 휘둘렀다.
칼날이 카샤르의 발목을 그어냈지만, 상처를 입히지 못했다.
「……?!」
「그따위 작은 단검이 통할 것 같으냐!」
카샤르가 몸을 돌려 엘프의 복부를 걷어찼다.
쾅-!
엘프의 몸이 바닥에 던져지며 데굴데굴 굴렀다.
「오오오오오!」
등을 보인 카샤르에게 드워프와 수인이 워해머와 메이스를 휘두른다.
카샤르가 숨을 들이켰다.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그들의 공격을 튕겨냈다.
「……!」
「…이따위 놈들을 나토스는 잡지 못하고 있었던 건가? 허, 하찮군. 내가 그 녀석의 노예로 전락하다니.」
카샤르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주먹이 점차 부풀어 오르며 거대해진다.
「위, 위험해-!?」
허공에 뜬 상태로 허우적거리던 드워프와 수인이 카샤르의 주먹에 맞아 튕겨 나갔다.
「아무리 탄력이 넘치는 근육이라도 칼날의 예리함 앞에서는 무용하지.」
섬광과 함께 카샤르의 손등에 작은 상처가 생겨났다.
카샤르는 불쾌감에 눈 근육을 꿈틀거렸고, 자신을 공격한 인간을 쳐다봤다.
「나는 아스달 왕국의 왕, 로한 아스달이다. 네 시대에는 내 왕국이 존재하지 않겠지만, 나 또한 현세에서 영웅으로 칭송 받-」
카샤르의 주먹이 인간의 머리를 움켜잡고 터트려 버렸다.
목 없는 육신이 힘없이 쓰러져 바닥에 엎어진다.
「…별 시답지 않은 녀석들이 영웅이라 칭하는군.」
유라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대로 실력 있다 자부하는 각 종족의 대표들이 맥없이 나가떨어진 것이다.
「하하하! 이게 누군가!?」
그때였다.
쾅-!
파열음이 터져 나온다.
살점과 피가 휘몰아치며, 노예병들의 시체가 하늘에 떠올라 우수수 떨어졌다.
카샤르는 눈을 부릅뜨며 앞을 바라봤다.
소란의 중심에 파멸자 투람이 우뚝 서 있었다.
「카샤르 크론. 오랜만이로군! 이렇게 다시 만나고 또 이렇게-.」
투람의 몸에서 마력이 터져 나왔다.
「싸우게 될 줄이야!」
「투람. 이 새끼…. 감히 내 황금을 빼돌렸겠다?」
카샤르는 이마에 핏줄이 돋았다.
현세에 있을 때부터 매우 거슬리던 녀석이었다.
명계에 오면서 그 인연이 사라질 줄 알았더니, 아직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었다.
그러니 그 악연을 지금 이 자리에서 끊겠다!
현세에서, 마왕을 죽인 영웅 둘이 마주 보며 우뚝 섰다.
먼저 움직인 건 카샤르였다.
「투람을 없애-.」
카샤르가 아라타의 노예병을 이용하려 할 때, 투람이 몸을 튕겨내 카샤르의 앞에 도달했다.
카샤르 주변에서 호위하고 있던 조련사 친위대 망령들이 달려들었다.
‘과연-!’
투람은 미소 지었다.
현세나, 이 명계나, 주변에 골치 아픈 것들을 달고 다니는 건 여전했다.
「이 겁쟁아. 호위가 없으면 불안하더냐!?」
창이 휘둘러지며, 조련사 친위대가 튕겨나갔다.
창날이 카샤르의 목을 향해 날아들자, 카샤르는 몸을 뒤로 뺐다.
그러면서도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은 유연성으로 몸을 회전했다.
카샤르의 팔이 탄력적으로 늘어나 채찍처럼 변했다.
카샤르가 팔을 휘둘렀고, 투람의 몸을 강타했다.
「네놈이 이 명계에 오기 전까지, 나 또한 가만히 있는 줄 알았나!」
카샤르는 나토스에게 당한 굴욕감을 떠올렸고,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는 황제였다.
그 누구도 자신의 위에 우뚝 서서는 안 될 절대자!
그런 자신을 애완견 취급하는 나토스에게서 언제까지고 그 밑에 있을 생각이 없었다.
힘을 길러 이 관계를 역전 시킬 생각이었다.
그것이 수십, 수백 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터였다.
서걱!
그때, 서늘한 느낌과 함께 휘둘렀던 카샤르의 팔이 베여졌다.
잘린 팔이 대롱대롱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이 명계에서 얼마나 많은 영웅과 싸워왔는지 아는가?!」
두 영웅.
괴물 같은 덩치의 두 노장이 서로 노려봤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살의를 뿜어내고, 창을, 주먹을 휘두른다.
쾅쾅쾅-!
공기가 퍼져나가고 주변 지형이 어그러진다.
그 모습을 본 혁명군과 아라타의 병사들은 서로 싸우는 것조차 잊은 채 두 망령을 바라봤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눈앞의 두 노장 중 승리하는 쪽이 이번 전쟁에 승리한다는 것을.
「하하! 카샤르. 그래. 난 이런 싸움을 원했다. 재밌군. 재밌어!」
투람은 광기 어린 웃음을.
「오오오오오!」
카샤르는 투지를 불태웠다.
서로 합을 주고받던 중 그들 사이로 걸어오는 이가 있었다.
“싸움은 그쯤 하도록.”
두 노장의 등골이 오싹해 졌다.
서로 전투를 멈추고 거리를 벌린다.
순식간에 공기가 변했다.
카샤르의 시야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뭐…, 냐?」
우뚝 서 있는 흑백발의 사내.
저자는 누구지?
카샤르가 눈살을 찌푸렸으나,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영혼 깊숙이 잠들어 있던 공포가 깨어났다.
「……!」
이 느낌.
예전, 살아 있을 때 느꼈던 공포.
카샤르의 볼살이 파르르 떨렸다.
「네놈… 설마….」
“오랜만이군.”
로키는 카샤르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카샤르. 네 아들놈이 나에게 신세 지고 있지.”
「아스가르드의 군주.」
자신에게 죽음을 선고한 사내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