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93)
성좌가 된 플레이어-193화(193/250)
제193화
카샤르는 닭살이 돋았다.
온몸에 퍼진 오한이 근육들을 경직시킨다.
「네, 네놈… 어째서 명계에 있는 것이냐!?」
설마 아스가르드의 군주 역시 죽어 이 명계에 왔단 말인가!?
「네, 네놈도 죽은 것이냐!?」
“아니, 살아 있다.”
「뭐?」
살아 있다는 말에 카샤르를 비롯해 모든 망령이 로키를 쳐다봤다.
혁명군과 아라타의 노예병들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눈빛에 탐욕이 깃들었다.
「산 자다….」
「생기가 느껴져….」
그들 모두 눈을 번뜩이며 탐욕을 내비친다.
단, 한 명만은 달랐다.
카샤르는 탐욕 대신 공포가 깃든 눈빛을 보내왔다.
그는 본능이 뛰어났다.
눈앞에 있는 이 괴물은 자신과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함을 가지고 있다.
만약 싸운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다.
“카샤르. 물러서라. 네 아들놈과 인연을 생각해 그냥 보내주지.”
하지만 그 공포심마저 물려내는 것이 카샤르의 자존심이었다.
카샤르는 눈 근육을 실룩거렸다.
봐줄 테니 그냥 가라니, 감히 위대한 황제에게 할 소리란 말인가!
「네놈-! 감히 황제인 이 몸을-!」
카샤르는 살의를 뿜어냈다.
「마침 잘 되었군. 이 명계에서 산 자는 네놈 한 놈뿐일 터. 네놈이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의 생기를 내가 거머쥐겠다!」
이 세상의 모든 희귀한 것들을 가지는 것.
황제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눈앞에, 명계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이가 있는데, 놓칠까 보냐!
카샤르의 몸에서 마력이 퍼져나갔다.
그의 마력을 느낀 혁명군과 아라타의 노예병들은 주춤 뒤로 물러섰다.
「괴, 괴물….」
산 자에 대한 탐욕마저 잃게 만든 살의였다.
혁명군과 아라타의 노예병.
그리고 유라는 생각했다.
저 산 자는 이제, 죽을 거라고.
‘안 돼.’
샐럿의 지인이다.
아버지를 잃은 샐럿이 유일하게 의지하고 기대는 사람이었다.
그런 이를 이곳에서 허무하게 죽게 할 순 없었다.
유라가 나서려 하자, 그녀의 팔을 잡는 이가 있었다.
「아가씨?」
“그냥 보기만 해.”
「하지만 카샤르 크론이에요. 이종족의 대표하는 실력자들도 맥없이 쓰러졌어요. 저 인간도 분명….」
“저분이 투람을 이겼다고 말했잖아.”
「하, 하지만!」
“진심이야. 그리고 인간이 아니라 성좌님이야.”
유라는 넋이 나간 채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카샤르의 상태가 이상했다.
로키를 두려워하는 거 같다.
마치, 피식자가 포식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듯이 말이다.
「쿠오오오오오-!」
카샤르가 양손을 바닥에 짚었다.
몸을 뒤로 뺀다.
그의 몸이 길게 늘어난다. 동시에 근육이 부풀어 올라 덩치가 커진다.
「현세의 굴욕을 갚아주마!」
카샤르의 몸이 튕겨 나갔고 로키는 날아오는 포탄과 같은 그를 마주했다.
거대한 몸이 로키를 흔적도 남지 못하도록 터트릴 것 같았다.
로키는 주먹을 쥐고 뒤로 빼곤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네가 자초한 거다.”
그리고 주먹을 올려쳤다.
쾅-!
카샤르의 몸이 허공에 떠올랐다.
그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며 뼈와 살점들이 사방에 흩뿌렸다.
혁명군과 아라타의 노예병.
그리고 유라가 그 모습에 굳어져 입을 다물었다.
명계에 있는 귀족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이.
아라타의 귀족.
그가 일격에 의해 바닥에 내동댕이쳐져 축 늘어졌다.
***
전쟁은 반나절 만에 끝이 났다.
각 종족의 대표들은 모두 육신이 회복될 때까지 각자의 방에 있었고, 아라타의 노예병들은 모두 구속되었다.
아라타의 정규군은 도시로 돌아갔지만, 그들의 수장인 카샤르는 붙잡히게 되었다.
카샤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동굴의 감옥 안이었다.
그는 자신의 뻥 뚫린 가슴을 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놀랍군.”
암흑석을 제련한 구속구는 힘을 가해도 잘 끊기지 않았다.
구속구를 바라보던 카샤르는 힐끗 앞을 바라봤다.
“정말로 명계의 망령들은 죽지 않는 건가?”
「…로키. 북방의 군주여!」
카샤르는 이를 갈며 그를 노려봤다.
하지만 그와 눈빛이 마주치자, 카샤르는 시선을 피했다.
저자의 눈빛. 몇 번을 마주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산 자가 명계에 있다니.」
카샤르로선 어이가 없었다.
살아 있을 뿐만 아니라 전보다 더 강해졌다.
죽음의 성좌도 골치 아프건만, 북방의 군주까지 나타나다니….
「네놈,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냐? 설마 대륙을 정복하고 이번엔 명계를 탐하는 건가!?」
그렇게 보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욕심이 많은 놈일지도 모른다.
“그저 산 자를 데리러 온 것뿐이다.”
「뭐?」
이 명계에 산 자가 또 있단 말인가?
카샤르가 의아해하자, 로키가 말을 이어갔다.
“카누스란 자다. 알고 있나?”
「모른다.」
애초에 산 자가 있었다면 카샤르가 먼저 탐해 포획했을 터였다.
“죽음의 성좌가 데리고 있다. 그를 데리고 현세로 데려가기 위해 왔다.”
카샤르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생각에 빠졌다.
죽음의 성좌가 데리고 있는 자라면 쉽게 풀어줄 리 없었다.
그걸 로키도 아는지 말을 이어갔다.
“망령들 사이에서 들려오는 소문으로 판단하건대, 죽음의 성좌와는 말이 통할 거 같지는 않더군.”
로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높은 확률로 전쟁이 일어나겠지.”
카샤르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이놈이 이러한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카샤르 크론. 네놈. 죽음의 성좌에게 착취당하고 있다지?”
「…….」
“황금은 물론, 노예병을 주기적으로 바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투람… 그놈이 말했나 보군.
카샤르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면서 로키가 왜 이러한 말을 자신에게 하는지 알 거 같았다.
「네놈. 나를 끌어들일 생각이로군.」
로키가 방긋 미소 지었다.
“맞아.”
「웃기지 마라! 나는 황제다! 항상 위에서 군림하는 절대자다! 그런 내가 네놈 따위에게-!」
“누가 내 밑으로 들어오라고 했나?”
「뭐?」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거다.”
카샤르는 미간을 좁혔다.
이놈, 무슨 말을 하는 걸까?
로키는 카샤르와 마주 보며 앉았다.
“나는 나토스가 데리고 있는 카누스란 대장장이만을 원한다. 누가 이 명계를 지배하든 상관없어.”
로키로선 카누스를 데리고 갈 수만 있다면 이따위 명계, 누가 지배하든 상관없었다.
혁명군인 마왕 칼리브가 지배하든.
아니면 그의 수하들이 나눠 먹든.
혹은 눈앞의 카샤르가 먹든.
알 바 아녔다.
“혁명군은 마왕 칼리브의 머리를 되찾고, 나토스를 제압하기를 원한다.”
혁명군은 명계 곳곳에서 세를 불리던 세력이다.
군대가 있지만, 죽음의 성좌의 군세와 맞붙기엔 아직 부족한 감이 있었다.
“투람은 전쟁을 원하고 있고 끝없는 싸움을 바라고 있지.”
명계에 전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나토스의 압도적인 무력에 명계의 귀족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그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숨죽여 있었다.
투람은 그런 따분한 명계에서 전쟁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네놈은 원치 않지만 나토스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다.”
카샤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웃기지 마라!」
쾅-!
카샤르가 쇠창살에 머리를 박으며 로키를 노려봤다.
「이 몸은 황제다!」
“그럼 황제다운 면모를 보여라.”
카샤르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로키가 같잖은 도발을 해오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부정할 순 없다.
실제로, 그는 나토스의 하수인 노릇을 해오고 있었으니까.
굴욕감을 느끼며, 언젠가는 나토스를 없애기 위해 칼을 갈고 있었다.
그 역시, 나토스가 죽기를 바랬다.
“우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카샤르.”
카샤르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린 그저 ‘협력’을 구축하면 될 뿐이다. 누가 밑이고, 누가 위고가 아니야. 동맹도 아니야. 서로 볼일을 보면 그 후 등 돌려 자신들의 갈 길을 가면 된다.”
「…….」
“나는 산 자만을 데리고 명계를 떠날 생각이다. 그러면 이 명계를 누가 지배하든 상관없어.”
로키의 말은 카샤르에게 달콤한 속삭임으로 들려왔다.
“이곳에서 네놈이 왕 노릇을 하든, 황제 노릇을 하든 아니면….”
로키가 카샤르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신 노릇을 하든.”
카샤르는 ‘신’이라는 단어에 눈을 부릅떴다.
“네 마음대로 해라.”
현세에서조차 그는 신성 교단에 밀려 일인자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나토스만 사라진다면, 카샤르는 명계 다른 귀족들을 구워삶아 제국을 다시 건설할 수 있다.
제국뿐이겠는가?
로키의 말대로 신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왕 칼리브가 있겠지만, 귀족의 영향권 밖에 있는 그를 옹호할 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투람이야 싸움만을 바라는 멍청이고, 북방의 군주는 자신의 볼일만 본다면 사라질 것이니.
자신을 막을 자는 없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어때?”
크론의 황제 카르마가 그러했듯.
“구미가 당기지 않나? 카샤르.”
카샤르 역시,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현세에서 수도사였던 알렉스는 피의 해안가에 나와 있었다.
그의 손에는 바구니가 있고, 그곳엔 바짝 마른 피망이 담겨 있었다.
「수도사님! 수도사님! 어디 가세요?」
그런 그의 뒤로 수많은 어린 망령들이 쪼르르 따라왔다.
「등대에 불을 밝히러 가는 거란다.」
간혹 망령을 데려오는 뱃사공들이 뱃길을 착각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 알렉스는 매번 이렇게 등대에 불을 밝히는 일을 했다.
등대에 불을 밝히고 내려온 알렉스는 어린 망령들을 내려다본다.
「헤헤!」
해맑게 미소 짓는 모습에 그 또한 미소 지었다.
그는 현세에 해왔던 거처럼 보육원을 만들어 어린 망령들을 챙겨주고 있었다.
물론,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어린 망령도 있어 곤혹스러웠던 적도 많았지만….
「이제 돌아가서 피망을 먹자꾸나.」
「우에엑!」
「왜 이곳에 피망이 자라는 거예요?」
「그야 모르지. 어쩌면 아젤란 성좌님의 가호가 아닐까?」
알렉스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음? 오늘은 유난히 안개가 껴 있군.’
알렉스는 피의 바다에 낀 붉은 안개에 곤혹스러워졌다.
이처럼 짙은 안개는 좀처럼 일어나는 법이 없는데…, 요즘 바다의 성좌인지 뭔지가 나타나는 바람에 피의 바다가 혼란스러운 듯했다.
그때, 바다가 요동쳤다.
알렉스가 놀란 표정으로 바다를 쳐다봤다.
바다의 중앙이 솟구쳐 오른다.
물기둥 위로, 흉측한 모습의 여신이 떠올랐다.
바다의 성좌.
칼리브.
「오오오오오! 먹을 거! 먹을 거! 마, 망령이라도 먹어야-!」
알렉스는 두 눈을 부릅뜨며 뒤로 물러섰다.
급히 아이들을 챙겨 헐레벌떡 뛰었다.
「거기서!」
칼리브가 알렉스와 아이들에게 소리쳤고, 얼굴이 창백해진 알렉스는 아이들에게 외쳤다.
「무언가 온다!」
「…뭐?」
칼리브는 뒤를 돌아봤다.
붉은 안개 속에서 짙고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어?」
칼리브가 당황하기를 잠시-.
거대한 뼈로 된 군함 뱃머리, 뾰족한 충각이 망막에 새겨졌다.
쾅-!
콰직-!
「끼아아악-!」
뼈로 된 충각이 바다의 성좌 칼리브의 몸을 꿰뚫었다.
알렉스는 기겁하며 고개를 들었다.
거대한 뼈와 손톱으로 된 군함이 미끄러지듯 멈춘다.
알렉스는 눈을 휘둥그레 뜰 때, 군함의 갑판 위, 난간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흑백발의 아름다운 여인.
죽음의 여신 헬가.
그녀의 강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