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95)
성좌가 된 플레이어-195화(195/250)
제195화
아케렌.
명계의 중심부이자, 명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망령들이 군집해 있으며, 다양한 국가, 다양한 종족, 저마다의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또한 현세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이들이 흔히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다만-.
「무, 문을 열어라!」
「앞을 막지 마!」
「외문에 통과되는 모든 망령을 통제하도록!」
아케렌을 둘러싼 거대한 장벽을 수호하던 병사들이 긴장했다.
망령들이 당혹감을 나타내는 경우는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쿵! 쾅-! 쿵-! 쾅-!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좀비 노예들이 북을 치고, 그 뒤를 스켈레톤 병사들이 장창을 높이 치켜들었다.
장창에 달린 깃발에는 해골 모양이 그려져 있다.
망령들은 엄청난 규모의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며, 명계의 귀족, 아라타다!」
「아라타의 귀족이야!」
「카샤르가 아케렌에 왔어!」
선두에는 노예 좀비들이 거대한 가마를 짊어졌고, 그 위에 눈에 띄는 인물이 타 있었다.
「저게…. 인간이냐?」
분명 인간이었다고 알려진 것 같은데. 과연 그 종족이 맞나 싶을 정도의 거대한 몸집과 기괴한 외형은 그 자체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로부터 뿜어지는 카리스마에 망령들은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급히 시선을 내리깔았다.
덕분에 저절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꼴이 된다.
「보았느냐? 이게 황제이니라!」
카샤르는 웃음을 터트렸다.
카샤르의 양옆에는 그를 보좌하듯 서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이들.
로키와 샐럿이었다.
두 사람은 카샤르의 도움으로 아케렌. 더 나아가 그 중심에 있는 사령궁에 잡음 없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또한, 그들의 가마 뒤에는 로브를 뒤집어쓴 투람과 다수의 혁명군 역시 카샤르의 종자인 것처럼 변장해 따르고 있었다.
“상당한 영향력이군.”
로키는 거대한 절벽과 같은 외문을 지나며 고개를 들었다.
도시를 감싼 장벽 위엔 군기가 바짝 든 망령들이 서 있었다.
장벽이 견고해 보이는 것이, 혁명군이 과연 이 아카렌의 장벽을 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저기… 저기요.”
샐럿이 로키의 옷을 잡아당기곤 손가락으로 어디론가를 가리켰다.
로키는 거대한 외문 옆에 잠들어 있는 괴물을 볼 수 있었다.
5m에 이르는 오우거 좀비 셋이 쇠사슬을 거머쥐고 있었다.
그런 오우거의 뒤로, 암흑석을 제련해 만든 거대한 감옥이 있고, 그 안에는 괴수 하나가 잠들어 있었다.
누워 잠들어 있음에도, 그 크기가 10m는 넘어 보인다.
3개의 거대한 개의 머리.
머리에 둘러진 갈기는 크고 작은 뱀의 머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몸은 맹수의 것을 가지고 있으며, 꼬리 또한 뱀의 머리였다.
‘…마치 키메라 같군.’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다.
갈기의 털이 뱀으로 되어 있으니, 가까이 접근해 머리를 공격하려 하면 저 수백, 수천 마리의 뱀에게 물릴 터였다.
뒤쪽에서 등을 노려도 소용이 없겠지.
거대한 뱀의 머리가 꼬리로 있으니, 어느 방향에서든 습격을 감지할 터였다.
‘과연, 이 아케렌의 파수꾼으로 있을 만하군.’
카샤르와 투람만으로 저 괴수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하! 이거 기대되는군!」
하지만 가마 뒤에서 바짝 붙어 호위하고 있던 투람은 투지를 불태우며 케르베로스를 노려봤다.
곧이어 맞이할 싸움에 온몸이 근질근질한 것이리라.
「한데, 사령궁의 지리는 알고 있나?」
카샤르가 정면을 바라보며 로키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카샤르의 어깨는 저절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자신에게 죽음을 선사한 성좌라는 놈이 지금, 자신을 보좌하는 하인으로 둔갑한 상태이니 절로 솟아오르는 어깨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그건 네놈이 잘 알고 있지 않나?”
다만…. 이왕 위장하는 거라면 태도도 좀 맞춰주면 좋겠건만.
카샤르는 아쉬움에 혀를 차며 말했다.
「그곳 지리는 나도 모른다. 사령궁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는 알고 말하는 건가? 이미 수십만의 망령의 군세가 밀집되었어도 문제없는 곳이다.」
망령들이니 식량이 필요 없다.
유지비가 들긴 하지만, 황금을 보유하고 있는 나토스로선 무리 없는 편이었다.
바로 그렇기에 사령궁은 하나의 중형 영지라 봐도 무방했다.
그 넓은 곳에서 카누스 구출, 마왕 칼리브의 머리 수색. 그리고 사령궁 결계의 근원 파괴까지 하려면 여러모로 무리가 있다.
「내가 사령궁에 머물며, 군대를 나토스에게 빼앗기기 전까지, 금일 내로 모든 걸 끝내야 한다.」
카샤르의 노예병들이 나토스에게 귀속되기 전까지의 시간은 겨우 반나절이었다.
그 후, 노예병들이 나토스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번 혁명은 물 건너가게 되는 셈이다.
다음 기회가 오려면 수십 년은 더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반나절 내로, 찾을 수 있겠나?」
“노력하지.”
「미치겠군. 나 또한 모든 걸 걸었건만…!」
카샤르는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그때, 사령궁으로 보이는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샐럿은 그런 입구를 바라보다 눈을 깜빡거리곤 로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저기요.”
“…….?”
“어쩌면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몰라요.”
샐럿이 다른 손가락으로 사령궁 입구를 가리켰다.
그곳에서 리치 하나가 나오는 게 보였다.
「낄낄낄, 성해의 물을 얻다니, 역시 바다의 성좌를 이용해야….」
샐럿은 그 리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를 속인 리치예요. 저 녀석, 방금 저 왕궁에서 나왔어요.”
“…….”
로키는 뱃사공 리치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처음 뱃사공 리치들을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모두 해골바가지 모습이다.
그걸… 특정해 낼 수 있는 걸까?
“…용케 알았군.”
“목소리는 다르니까요. 그리고….”
샐럿의 얼굴이 차갑게 식으며 입꼬리가 실룩거렸다.
“저를 속인만큼 나중에 돌려주려고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었어요.”
과연 엘프… 리치 특유의 목소리도 다 기억하는 모양이다.
“저자를 잡으면 좋긴 하겠군.
모습을 보아하니 사령궁을 제집처럼 자주 드나드는 거 같았다.
이 세계의 뱃사공은 귀족 취급을 받는다.
유일하게 귀족 이외에 황금을 수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샐럿을 속인 뱃사공 리치는 상당한 이들을 속여 성해의 물을 얻어온 모양이었다.
그렇담 적어도 로키와 샐럿보다는 사령궁의 내부 상황과 지리를 잘 알 터.
무엇보다 황금을 위해서라면 양심을 팔아먹는 부패한 녀석이다.
이용 가치로는 충분했다.
“카샤르. 잠깐 볼일 좀 보고 오지.”
「뭐? 이봐. 여기서 행진을 멈추고 가만히 있으면 괜한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카샤르의 수만에 이르는 노예병 행진이다.
그것이 갑자기 도시 한가운데, 사령궁 앞에서 멈춘다면?
죽음의 성좌가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카샤르를 토벌할 수도 있을 터였다.
“잠깐이면 된다.”
「하아….」
카샤르는 고개를 저었다.
「5분. 그 정도만 기다려 주지.」
로키와 샐럿은 가마에서 내려와 뱃사공 리치의 뒤를 밟았다.
「낄낄낄, 나룻배를 다시 한 척 뽑아야겠군. 이왕이면 좀 멋들어진 뼈들로 새로 장만하자. 그래, 비싸긴 해도 바질리스크의 통뼈가 그리 좋다지? 그럼-.」
뱃사공 리치가 탐욕에 안광이 번뜩일 때였다.
뱃사공은 인적이 없는 골목길 앞을 바라봤다.
로브를 뒤집어쓴 작은 소녀가 가로막고 있다.
「…응? 뭐냐?」
혹 강도일까?
허, 보아하니 죽은 지 얼마 안 된 신입 망령인 모양이다.
감히 뱃사공의 앞길을 막아?
“안녕.”
리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쩐지 귀에 익은 목소리다.
혹, 자신이 속인 망령 중 하나일까?
사기를 치며 이득을 얻어온 만큼, 원한을 가진 망령이 상당수 있었다.
「어리석구나.」
뱃사공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은 리치였다.
언데드의 최상위의 존재.
그런 자신이 눈앞의 소녀 따위에게 질 리 없었다.
그때, 샐럿이 머리에 쓴 로브를 잠시 들어 올려 얼굴을 비췄다.
뱃사공 리치가 움찔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네, 네년은….」
바다의 성좌와 잠시나마 대등하게 싸웠던 다크 엘프다.
그럼 자신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미친! 설마 여기서 악연을 만나게 될 줄이야!
급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뒤엔 로키가 막아섰다.
리치의 안광이 커졌다.
「왜 너희가 여기에…!」
샐럿이 활을 뽑아 들었다.
“얌전히 있어.”
「황, 황금은 주지 못한다! 이미 모두 써버렸어!」
“나를 속여서 받은 황금이잖아. 그러니… 그 황금 값만큼 봉사해.”
「웃기지 마! 다크 엘프 주제에!」
리치는 제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지며, 리치의 몸이 튕겨 나간다.
하늘로 도망치려는 것이다.
샐럿이 벽을 짓밟고 뛰어올랐다.
콩! 콩-!
리치가 마력을 흩뿌리며 허공에 발을 튕긴다.
「젠장! 마력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그때 기묘한 기척에 리치가 고개를 뒤로 틀었다.
칠흑의 화살이 마력을 흩뿌리며 날아온다.
리치는 기겁했다.
「무슨… 산 자가 저런 무시무시한 마력을…!」
리치가 손아귀를 허공에서 휘둘렀다.
마법진이 그려지며 투명한 막이 그의 앞에 소환된다.
화살들이 결계에 막혀 튕겨 나간다.
「하하! 그래봤자 다크 엘프…! 리치인 나를 이길 수는 없-!」
화살 하나가 리치의 정수리를 꿰뚫었다.
‘머리… 위?’
…언제 쏜 거지?
마법이 풀리며, 허공에서 추락한 리치는 골목의 천막 위에 떨어졌다.
「젠…장. 다크 엘프 주제에…!」
리치는 몸을 허우적거리며 천막 아래로 떨어졌다. 정수리에 꽂힌 화살을 뽑아 머리를 흔들었다.
몸을 돌렸을 때, 그의 등 뒤를 걷어차는 자가 있었다.
“어딜 도망가?”
샐럿이다.
그녀가 목뼈를 향해 활대를 휘둘렀다.
콰직!
목이 부러지며 리치의 두개골이 바닥에 굴러다녔다.
「이 빌어먹을 다크 엘프!」
“흥, 리치도 별거 아니네.”
샐럿은 목뼈를 흔들어 댔다.
그런 리치와 샐럿에게 로키가 다가왔다.
“잡았나?”
“네, 잡았어요.”
샐럿이 리치의 머리를 잡고 두 손으로 로키에게 내밀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이자에게 물어야지.”
「젠장, 이거 놔! 놓지 못해!? 오늘 귀가해서 성해의 물로 몸을 정화할까 했더니…!」
“어이, 뱃사공.”
리치가 로키를 쳐다봤다.
“우리 거래할까?”
「뭐?」
“황금을 주지. 우리에게 사령궁의 지리를 알려다오.”
「웃기는 소리! 네놈들이 가진 푼돈 따위에 회유될 거 같아? 사령궁에 산 자가 들어간 걸 알면 난 그날로 끝이야!」
로키는 인벤토리에서 황금 주머니를 소환해 흔들었다.
“대가는 확실히 지불하지.”
「…겨우 그런 황금 따위로….」
로키가 황금 주머니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또 다른 황금 주머니를 소환했다.
리치의 안광이 로키가 쥔 황금 주머니로 향했다.
잠깐의 침묵 속에서 리치가 비웃는다.
「흥! 일이 잘못되면 난 죽음의 성좌에게 잡혀 극형을….」
황금 주머니가 또 소환되고 떨어졌다.
「…나는 뱃사공이다. 감히 나를 우롱하는 거냐!?」
“이걸로도 안 되나? 어쩔 수 없군. 다른 뱃사공을 찾을 수밖에.”
「…명계에 있는 자들에게 길을 인도하는 게 나의 임무다. 내, 너희를 왕궁으로 인도해 주지. 영광으로 알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