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197)
성좌가 된 플레이어-197화(197/250)
제197화
온갖 곳에 황금으로 바른 것 같은 휘황찬란한 방이었다.
“…죽음의 신이라는 자가 사치스럽네.”
샐럿은 혀를 찼다.
현세든, 명계든, 황금은 참으로 귀한 모양이다.
샐럿은 걸음을 옮겼다.
주변엔 온갖 귀한 물건들이 많았다.
고급스러운 재질의 옷부터, 갑옷과 무기 등이 보인다.
샐럿은 전시된 물건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잘 모르는 나도 얼마나 대단한 무기인지 알겠어.’
잘 벼려진 예리한 칼날.
검면의 광택은 얼마나 광이 나던지 눈이 부실 정도였으며, 심지어는 샐럿의 얼굴까지 비추고 있었다.
샐럿은 홀린 듯 그 검면을 바라보다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빠를 찾자.’
유리 그릇, 도자기, 보석들을 지나쳤다.
그리고 발견한 것.
“저건…?”
제단 하나가 있고, 그곳에 붉은 보석이 마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보석이 뿜어내는 마력의 기류가 하늘 높이 올라가 탑의 꼭대기에서 우산 모양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저거였구나.’
저것이 사령궁 결계의 근원이었다.
저걸 파괴하면 그걸 신호 삼아 혁명군이 움직일 터였다.
또한 그런 결계석 아래에는 피의 분수대가 하나가 있었는데, 그 중앙에는 무늬가 아름다운 달걀 형태의 돌이 있었다.
분수대가 뿜어내는 피를, 맑은 물로 정화해 흐르고 있다.
‘저것이 정화석.’
성해의 물을 만들어내는 원석이었다.
하지만 저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샐럿은 유라가 시키는 대로 행동할 뿐이었다.
‘결계석은 나중에 파괴하자.’
주변을 둘러보다 발걸음을 멈췄다.
유리 진열대, 그곳에 머리 하나가 보였다.
두 눈을 꾹 감고 잠들어 있는 다크 엘프의 머리.
샐럿은 그 머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빠…?”
***
로키는 화끈한 열기를 느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그 열기는 더욱 심해진다.
주변도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갈라진 벽 틈으로 불꽃이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명계의 화염이 뿜어져 나오는 곳인가?’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어느 순간, 비좁은 계단 통로의 끝으로 넓다 못해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대지가 보였다.
불로 이루어진 대지였다.
주변엔 용암이 흐르고, 바닥은 뜨겁게 달구어져 있으며, 곳곳에 작은 분화구처럼 솟아올라 구멍이 뚫려 있다.
그 구멍에서는 명계의 불꽃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왔다.
“샐럿을 데려오지 않은 게 다행이로군.”
기본적으로 불에 저항력이 있는 로키였다.
샐럿이 이곳에 왔다면 숨도 쉬지 못할뿐더러, 불꽃의 열기에 큰 화상을 입게 되리라.
“망령들이 많군,”
로키의 시선 끝에는 한 커다란 쇳덩이 주변으로 망령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깡-! 깡-!
망령들이 금속음을 내며 황금을 제련하고 있었다.
장신구를 만들기도 하고, 사령궁을 꾸밀 황금 벽돌을 만들기도 했다.
‘모두 대장장이로군.’
인간, 드워프, 다른 아인종들까지.
종족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모루 앞에 서서 집게를 잡고 분화구에서 나오는 불꽃을 이용해 쇳덩이를 녹였다.
그리고 그걸 이용해 망치로 금속을 두들겼다.
‘보통 실력자들이 아니다.’
망령들은 아스가르드의 드워프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장인들이었다.
「일해라! 노예들이여!」
장인들 사이사이로 긴 팔에 굽은 등을 가진 언데드가 걸어 다녔다.
부패한 피부를 가진 그들의 손에 채찍을 쥐여 있었다.
구울들.
그들이 장인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채찍은 한 ‘존재’에게 집중되었다.
“후우우우우우-!”
온몸이 쇠사슬로 감겨 있고, 그런 쇠사슬 뒤로는 쇳덩어리를 짊어지고 있었다.
3m에 이르는 신장과 붉은 피부, 머리엔 뿔을 가진 노인.
그의 왼발은 살가죽을 뚫은 쇠사슬이 명계의 대지와 이어져 있었다.
그가 내뿜는 기세는 평범하지 않았다.
“저자인가?”
로키가 찾던 불과 원석의 성좌, 카누스였다.
카누스는 손을 뻗었다.
그는 쇳덩어리를 맨손으로 들었고, 분화구에 집어넣었다.
콰르르르륵-!
분화구에서 솟구치는 화염에도,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원석이 붉게 달구어지자, 카누스는 그 원석을 꺼냈다. 그리고 주먹을 움켜쥐며 내려찍었다.
깡-!
로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의 방식은 퍽 야만적이었다.
깡-!
끼이이익!
내려찍고, 넓게 편다.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금속을 휘게 했다.
“흐흐흐흡!”
숨을 들이켜고-.
“후우-!”
내뱉자, 숨결에 화염이 뿜어지며, 금속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손가락으로 금속을 길게 잡아당겼다.
그 모습을 보며 다른 장인들은 작업하던 것을 멈췄다.
불과 원석의 성좌. 그러면서도 타락한 성좌들에게 신의 무구를 만들어 주고 있는 대장장이 성좌.
그의 신의 경지에 이르는 제련술을 보기 위해서였다.
카누스가 다시 분화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손에 잡힌 쇳덩이가 가열된다.
그걸 다시 내려친다.
깡! 깡!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반복적인 움직임.
그에 따라 명계의 장인들은 그 소리에 현혹된 듯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로키 또한 그 모습에 빠져들었다.
그를 찾았음에도 말을 걸어볼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카누스가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해가 지는 시기가 언제냐?”
카누스 주변에 있던 드워프 망령들이 소리쳤다.
「30초 전입니다!」
“딱 알맞군.”
카누스의 눈이 번뜩인다.
그의 몸에서 오라가 뿜어져 나오며, 그 일대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불의 대지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가죽을 꺼내 들어 몸을 둘렀다.
「5초 전!」
카누스는 붉게 달구어진 검을 들었다.
「2, 1!」
그리고 주변이 어두워지며 밤이 찾아왔다.
한순간에 뒤덮인 어둠.
그리고 점차 주변이 파랗게 변하게 시작했다.
분화구에서 뿜었던 화염이 사라지고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콰아아아악!
갈라진 땅에서 한기가 가득한 파란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카누스가 손을 그곳에 집어넣었다.
그가 쥔 뜨겁게 달구어졌던 검이 급격히 식어갔다.
“제발 부탁이다.”
카누스는 중얼거렸다.
“완성되어 다오.”
이윽고 카누스는 손을 뺐다.
그러자 그가 쥔 검에서 빛이 발산했다.
「오오! 신의 무구가…!」
「만들어졌다!」
모든 장인이 감탄했다.
예리함이 깃든 검이다.
로키는 그 검에 매료되었다.
카르탈에서 본, 벨레트 왕족들이 사용한 무구보다도 더 강력한 무기가 탄생한 것이다.
“…아니야.”
카누스는 인상을 와락 구겼다.
“이건 쓰레기다.”
카누스가 오른손을 들어 검을 내려찍었다.
깡-!
금속음이 널리 퍼진다.
순간, 땅이 울리고, 대기가 진동했다.
명검을 파괴할 정도의 강력한 괴력이었다.
「아….」
대장장이 망령들이 모두 탄식했다.
무구 하나하나가 현세에서 전설을 새길 정도로 강인한 무기들이었다.
그런 보물들을, 카누스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부숴버린 것이다.
“이따위 쓰레기에 연연하지 마라.”
카누스의 말에 대장장이 망령들은 그를 쳐다봤다.
“다시 일을 시작해라.”
카누스가 카리스마 있게 말하자, 장인들이 움직인다.
그 기세에 감시를 맡은 구울들도 움츠러들어 함부로 채찍을 휘두르지 못했다.
구울들이 비틀거리며 카누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카누스 님…. 나토스 님께서는 만든 무기를 파괴하지 말고 모두 바치라고 하셨습니다.」
카누스가 그런 구울들을 내려다봤다.
거대한 몸집에, 성좌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위압감이 뿜어져 나온다.
구울들이 카누스의 시선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부, 부수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구울들도 물러설 순 없었다.
“닥쳐라. 내가 뭘 만들든 너희가 관여할 게 아니다.”
구울들은 더는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가 들고 있는 모루를 쳐다본다.
죽음의 성좌 나토스가 이 카누스란 성좌를 원하는 이유는 단지 보물을 만들고, 강력한 무구를 만들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카누스의 무기는 특별했다.
그가 만드는 무구는 영혼마저 상처 입힐 수 있기에, 이 명계에서는 그의 무구는 절대적인 힘을 상징하는 것과 같았다.
그에게 밉보이다간, 영혼이 베여 영원히 소멸할 수도 있었다.
“훌륭하군.”
구울들이 고개를 들었다.
명계의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쪽에서 낯선 사내가 내려온다.
“자우스에게 듣던 대로군. 게다가 조금 전 부순 검. 훌륭한 걸작이었다.”
카누스는 자신의 몸에 걸친 쇠사슬을 끌어당겼다.
그 끝에 있던 거대한 쇳덩어리, 등에 짊어지고 있던 모루가 들어 올려져 땅에 떨어졌다.
쾅-!
얼마나 무거웠던 건지, 대지가 갈라졌다.
카누스는 모루를 금방이라도 휘두를 자세를 취하며 로키에게 물었다.
“누구냐! 네놈도 나토스와 한패인 게냐!?”
“아니, 그 반대다.”
“반대?”
“구하러 왔다.”
그 말에 카누스는 놀란 눈빛을 내비쳤다.
로키는 터벅터벅 계단을 밟고 아래로 내려갔다.
구울들이 카누스와 로키를 번갈아 보았다.
구울들은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 보물탑의 지하에 나토스 이외에 찾아온 이는 처음이었다.
「끼아아아악!」
「침입지다!」
「잡아!」
채찍을 휘둘렀던 구울들이 입을 벌리며 괴성을 지른다.
뺨이 뜯길 정도로 입을 쩍 벌렸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이 그들이 얼마나 포악한지 말해주는 듯싶었다.
그들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계단을 오르고, 벽을 기어오른다.
그리고 로키를 향해 뛰어올라 채찍을 휘둘렀다.
로키는 달려오는 구울들을 향해 대검을 뽑아 들었다.
「아….」
그 모습에 장인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매끄럽게 벼려진 검날.
완벽한 대칭 비율을 이룬 균형 잡힌 검심.
그들이 보기엔 르란이 만든 대검은 왕가의 보검이라 불려도 될 만큼의 걸작이었다.
「오, 오!!」
그에 카누스도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저러한 대검을 만들었다면 망설임 없이 쓰레기라며 부숴버렸을 터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좌’의 기준에서였다.
그가 보기엔 자신이 아닌 다른 이가 저 정도 물건을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로키가 대검을 들어 아래로 내려찍었다.
휘두른 대검에 구울의 몸이 반으로 갈린다.
로키가 다시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자, 이번엔 허공에서 무형의 칼날이 수십 갈래로 휘둘러지며, 다른 구울들을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대단하군!」
「마법검이었나!?」
장인들이 감탄했지만, 카누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저건 평범한 검이다.”
다만, 대검을 쓰는 실력자가 마법으로 보일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로키는 구울들을 처치 후, 계단 아래로 내려가 바닥에 발을 디뎠다.
불이 피어오르는 곳에 발을 내디뎠지만, 오히려 화염들은 로키를 피하는 듯 옆으로 퍼져나갔다.
그 기이한 광경을 지켜본 카누스는 이질적 느낌을 받았다.
“나와 같은 불의 권능을 가지고 있군!”
아니, 그보다도 훨씬 강력한 무언가다.
로키가 다가올수록 카누스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어깨가 짓눌려지는 압박감을 느꼈다.
성좌의 육체를 가지고 있건만, 저절로 눈이 저자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죽음의 성좌 나토스에게조차 느끼지 못했던 위압감.
이러한 존재감을 낼 수 있는 자라면 분명 자신과 같은….
“…형제?”
…성좌였다.
“나는 네놈 같은 가족을 둔 적이 없다.”
카누스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며 흘러내렸다.
“아까 구하러 왔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네놈을 이 명계에서 꺼내주겠다. 대신 무구를 만들어다오.”
“무구라니…?”
“성좌의 권능을 담을 수 있는 무기.”
카누스는 놀란 눈으로 로키를 쳐다봤다.
“그걸 만들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