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02)
성좌가 된 플레이어-202화(202/250)
제202화
“으아아악!”
마을이 불타 오른다.
시꺼먼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로니아 남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대낮부터 약탈자들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절망하면서도 무기를 들었지만, 약탈자들을 제압하기엔 무리였다.
저항하는 자들이 압도적인 힘에 죽음을 맞이하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결국, 로니아인들은 마을을 포기하며 헐레벌떡 숲으로 도망쳤다.
“약탈자다!”
“노, 노드족이 공격해 왔어!”
도망치던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돌렸다.
투구를 쓴 노드 전사들이 어깨에 검을 걸치고 천천히 불타는 마을을 거닐고 있다.
그들이 도망치는 마을 사람들을 노려봤다.
그런 그 중심엔 한 흑색 갑옷을 입은 자가 있다.
“서, 성좌다.”
산양의 머리뼈 투구, 칠흑의 갑옷을 입은 자였다.
“북방의 성좌가 마을을 약탈했다!”
마을 사람들은 절규했다.
그런 마을 사람들을 향해 북방의 성좌는 손가락을 가리키며 한마디 했다.
“쳐라.”
그에 약탈자들이 마을 주민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
명계의 하늘에는 균열이 일어나 독기로 가득해졌다.
땅에서는 끊임없이 불꽃이 피어올랐다.
애초부터 가혹한 환경이 더욱 가혹해졌지만, 사람이 그러했듯, 터를 잡은 망령들은 그곳에서 지내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 명계를 잠시나마 맡게 된 이가 카샤르 크론이었다.
산 자 때부터 사막의 제국을 이끌었던 그였다.
이 지옥 같은 풍경도, 그의 야망을 위해서라면 단순한 발판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더욱 망가진 명계를 벗어나고자 하는 망령들이 있었다.
그들은 현세로 올라갔고, 현세에 크나큰 혼란이 일어났다.
그리고…. 명계가 무너져 내리자, 새로운 희망을 품은 자들이 한 ‘성좌’를 따르기로 했다.
뼈와 손톱으로 이루어진 군함, 나글파르.
그곳에서 내린 로키는 뒤를 돌아봤다.
불과 원석의 성좌, 카누스.
마왕 칼리브.
다크 엘프 유라.
파멸자 투람.
그들 뒤에는 그들을 따르는 혁명군 망령들이 서 있다.
마왕 칼리브가 딸 샐럿과 함께하기로 하면서, 그의 수하들마저 따라온 것이다.
비록 다른 이종족 대표와 그들의 수하들은 명계에 남겠다고 하였고, 그곳에서 카샤르 크론과 대치하는 세력을 형성하려는 모양새였지만.
상당수가 빠져나갔음에도 로키를 따르는 망령의 수가 절대 적지는 않았다.
로키를 보고 따라오는 노드의 망령들 또한 있었으니….
“이들을 모두 아스가르드로 데려가야 하는 건가?”
로키로선 곤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망령의 군세가 아스가르드를 따른다면, 눈에 띄는 건 둘째 치고, 대륙에 얼마나 큰 반발심을 가져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카렌, 그것들은 뭐냐?”
카렌의 등 뒤에는 외눈박이 키클롭스들이 주렁주렁 서 있다.
못 보던 사이, 카렌이 그들을 길들인 모양이다.
덕분에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그리고….”
로키가 시선을 숲속으로 돌리자, 다크 엘프들이 눈을 깜빡거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키클롭스들에게 사냥당했던 죽음의 숲 엘프들이었다.
그들이 예전, 로키가 한 말.
북방의 아스가르드로 향하라, 라는 말을 기억해서 지금껏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
뭔가 동행자 수가 극단적으로 늘어났다.
잠깐의 여행이, 이토록 병력을 늘리게 되는 계기가 될 줄이야.
‘아, 잠깐이 아닌가?’
현세와 명계의 시간 간격은 크게 차이가 났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으면 상관없겠지만, 극단적으로 빠르게 흘렀다.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만큼, 아스가르드로 최대한 빨리 귀환해야 했다.
문제는 이 정도 군세를 옮기는 방법이다.
“…문제없을지도 모르겠군.”
보통 때라면 군대의 유지비, 식량들이 문제겠지만.
대부분 망령들이다.
이들이라면 군비도, 식량도 문제없다.
살아있는 다크 엘프들이야 숲에서 자급자족으로 구할 수 있을 테고.
다만, 엄청난 식사량을 가진 키클롭스들을 어떻게 데려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버리자니 저들의 전력은 무시하기 힘들고.’
거인보다는 못하지만, 그들의 힘은 강력하다.
아스가르드에 충분히 도움이 되리라.
“…죄송해요.”
“미, 미안….”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었는지 샐럿과 카렌이 사과한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헬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최대한 데리고 가야지.”
아스가르드가 궁지에 몰렸다고 하니, 큰 힘이 필요했다.
전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터.
“그럼 귀환한다.”
북방의 아스가르드.
그곳에 가기 위해선 우선 북쪽으로 향하고, 로니아의 국경을 넘어야 했다.
***
시끌벅적한 여관.
빛의 성좌가 죽음으로서, 여관은 뜻밖의 호황을 맞이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밤길에 여행자와 모험가들은 야영하기를 두려워하게 되었고, 해가 지기 시작할 때면 어떻게든 영지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애를 썼다.
그러자 그들이 지낼 숙소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여관은 그런 그들에게 유일한 안식처로 각광받게 되었다.
낮부터 수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밤이 되면 여관에 빈방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여관은 여행자와 모험가들로 항상 북적였다.
로니아의 남쪽, 켈펠 영지 역시 그러했다.
“…아무리 밤에 빛이 사라졌다지만, 사람이 이 정도로 많이 모일 줄이야. 단순 산적 의뢰가 맞긴 한 거야?”
“그 산적들이 보통 악질이어야지. 단순히 상단이나 마을 약탈만으로 끝나지 않은 모양이야.”
“그럼?”
모험가와 용병들은 서로 이야기하다 눈치를 살피곤 속닥거렸다.
“…이 켈펠 영지의 영주의 딸을 납치했대.”
“뭐?!”
현재 켈펠 영지는 치안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전엔 영주 부인이 납치된 적이 있었다고 하더군. 그걸 영주가 직접 군대를 통솔해서, 겨우 영주 부인을 구출한 모양이야.”
“그러면 뭐야. 산적 따위가 영주의 부인을 납치했다가, 토벌당하니, 그 보복으로 또다시 딸을 납치했다는 거야?”
“그런 거겠지.”
“…….”
용병은 말하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이 켈펠 영지, 우리가 할 일은 많은 듯해. 산적도 그렇고 밤마다 괴물이 나온다고 하더군.”
“아아, 그건 나도 들었어. 그거 때문에 찾아온 거니까.”
켈펠 영지에 밤마다 늑대 울음소리와 함께 괴물이 나타난다고 한다.
반인반수의 괴물이.
그러자 영지는 한탕 하려는 용병과 모험가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주는 산적 토벌에 집중했다.
영지민을 잡아먹는 괴물 사냥보단, 자신의 딸을 납치해 간 산적 토벌을 우선순위로 두었다는 말이었다.
“영주가 자신의 딸을 끔찍이도 아끼는 모양이지?”
“그래, 그래서 산적 토벌 후, 그 괴물 토벌 의뢰를 맡길 생각인가 봐.”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이야기하던 용병은 창가를 보다가 더는 수다를 떨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곤 재빨리 말을 이어갔다.
“켈펠 영주가 산적 토벌에 4배에 달하는 거액의 현상금을 걸었다고 해. 마수 토벌 금액보다 훨씬 많아. 게다가 모집하는 인원수만 해도 수백이 넘어. 이건 마치… 군대를 모으려는 거 같아.”
켈펠에 있던 용병과 모험가들은 긴장했다.
요즘 대륙의 상황이 말이 아니었다.
북방의 성좌가 사라진 직후, 타락한 성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신들을 섬기는 왕들의 영토에 자리 잡았으며, 그 힘을 발휘해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다.
다른 왕국을 침략하고, 굴복시켜 종속시켰다.
그 세력 확장이 너무나도 빠르고, 무자비해, 왕국들은 빠르게 그들의 손아귀에 정복되어 갔다.
아스가르드에서도 그들을 막고자 군대를 파견하였지만….
성좌를 막을 수 있는 건 성좌뿐이었다.
아스가르드는 그들의 침공과 영향력을 넓히는 것을 막는 데 급급했다.
그리고 한 가지 소문 또한 나돌았다.
‘북방의 성좌는 타락한 성좌들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토록 긴 시간 동안 북방, 종말의 성좌가 나타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렇게, 대륙은 반으로 갈렸다.
타락한 성좌들에게 강제적으로 종속된 국가들, 혹은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과 아스가르드에 종속되고 그들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국가 간의 ‘성전(聖戰)’이 벌어진 것이다.
“…그 소문 맞을까?”
“뭐가?”
“북방에 성좌가 사라졌다는 거.”
“맞겠지. 그러니 아스가르드가 변변치 않게 당하고만 있는 거 아니야?”
“아니, 그 소문 못 들었어?”
“무슨 소문?”
용병들이 말을 한 모험가 사내를 쳐다봤다.
“나타났다고.”
“무엇이?”
끼이이익-….
그때, 여관 문이 열렸다.
용병 중 몇몇이 입구를 힐끗 쳐다봤다.
“북방의 성좌가 이 켈펠에.”
흑백발의 사내와 여인.
다크엘프 소녀와 수인이 들어섰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저절로 눈길이 쏠렸다.
이야기하던 모험가는 그런 네 사람을 쳐다보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이번 켈펠 영지 근처의 마을을 습격한 거래.”
네 사람이 모여 카운터로 향했다.
흑백발의 사내는 돈주머니를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다.
그릇을 닦던 여관 주인은 흑백발의 사내,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일행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인 종족이 이렇게 찾아올 줄이야.”
여관 주인의 눈빛에 경계심이 어려 있다.
“미안하지만 우린 아인을 받지 않소.”
“이유가 뭐지?”
“…아인을 받았다간 좋은 꼴을 못 보기 때문이오.”
여관 주인은 말하면서도 사내를 쳐다봤다.
“그쪽은… 인간이오?”
“…….”
사내가 말이 없자, 여관은 주인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내 살다 살다 아인종 파티, 그것도 이렇게 다양한 이들이 모여 오는 건 처음이로군.”
수상쩍다.
“가시오.”
여관 주인이 손사래를 치자, 사내는 카운터에 올려둔 돈주머니의 끈을 풀었다.
끈이 풀리자, 반짝이는 황금이 보인다.
여관 주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라고 했나?”
사내는 느릿하게 돈주머니를 잡았다.
“아, 자, 잠시! 기다리시오!”
여관 주인은 황급히 사내의 손을 잡아챘다.
“흐흠, 미안하오. 요즘 도시 치안이 흉흉한 터라, 민감해져서 그러오.”
“…….”
“다만, 그… 우리 여관에 남은 방이 없소. 마구간이 있는데 거기라도….”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군.”
“내 장담하는 데 다른 곳도 없을 거요! 마구간도 구하면 다행이겠지. 내, 마구간을 깨끗이 정리해 놓을 테니, 그곳에서 지내시오.”
“…마구간 따위를 빌리고자 이 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보이나?”
“끄응, 하지만 이미 손님이 있는 방을 비울 수는 없소. 게다가… 밤은 위험하오. 아시지 않소? 밤에 빛이 사라졌소.”
“…….”
“게다가 망령들이 기어 나와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소.”
사내의 손이 살짝 움찔하는 느낌이 들었다.
여관 주인은 이때다 싶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게다가, 이 도시엔 밤마다 사람을 납치하는 괴물도 있소.”
“괴물?”
“그렇소! 그놈들이 가장 골칫거리지.”
여관 주인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을 잡아먹고, 동족으로 만드는 사악한 아인.”
여관 주인이 사내와 그 동료들을 훑어보며 말했다.
“웨어울프가 나타나오.”
웨어울프는 대륙에서 아인보단 언데드. 혹은 저주받은 마수로 취급받았다.
다만, 인간들의 시선에서는 다른 아인과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거겠지.
“…그 때문에 우리를 차별하는 건가?”
“흐흠,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 차별하는 것이 아니오. 경계하는 것이지.”
그게 그거 아닌가?
“흠흠, 어쨌든 그쪽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니…. 그….”
여관 주인이 슬쩍 사내가 쥔 돈주머니를 쳐다봤다.
“…북쪽으로 갈 예정이라, 마차를 준비해줬으면 한다. 식량도.”
“물론 준비 가능하오! 내 이 도시에서 가장 발이 넓소! 아는 상인에게 말해 이틀 내로 준비하리다!”
사내는 돈주머니에서 힘을 풀었다.
여관 주인은 웃으며 돈주머니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사내의 위아래를 훑어봤다.
마치 돈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탐욕이 깃든 눈빛이다.
“이름이 무엇이오? 이름을 적어야지 마구간을 내줄 수 있소. 아, 다른 일행들은 필요 없소. 한 명만 이름을 적으면 되니.”
여관 주인이 펜과 양피지를 내밀었다.
사내가 펜을 놀렸다.
“말도 안 돼. 성좌가 마을을 약탈했다고?”
“…그래서 소문이 나도는 거야. 북방의 성좌를 가장한 산적 떼가 켈펠 영지를 노리고 있다고.”
그때, 사내에게 모험가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