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12)
성좌가 된 플레이어-212화(212/250)
제212화
여관은 어딜 가던 만석이었다.
특히 네르 영지의 경우, 숙박하려면 몇 개월 전부터 예약해야 할 정도였다.
다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여관 주인들은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있었는데….
“자요.”
바로 거액의 금액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는 부자들을 위해 고급스러운 빈방 한두 개쯤 비워두는 것.
여관 주인은 보랏빛 머리의 여인이 내민 가죽 주머니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식사하고 싶은데요?”
여관 주인은 빙그레 미소 짓고는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발할라의 생도분이신지…?”
처음엔 귀족 영애나 이름난 상인의 아가씨겠거니 했지만.
복장은 발할라 아카데미의 복색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셋 다 귀티가 나는 것이 이름 있는 명문가의 자제가 분명해 보였다.
“맞아요.”
“아하! 그렇군요.”
요즘 네르 영지에서 자주 보이는 이들이다.
아스가르드에서 대륙 곳곳의 인재를 불러 모았던 아카데미. 네르 영지의 불안정한 치안에 실전 경험차 왔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늠름한 노드 전사들만 봐왔던 여관 주인으로선 눈앞의 세 사람은 정말로 햇병아리처럼 보였다.
‘귀여운 자식들.’
“…좋은 눈빛은 아니네요.”
흐뭇하게 쳐다보는 여관 주인을 보며 샤린이 눈살을 찌푸리자, 여관 주인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 실례. 식사는 세 분께서 하실 건가요? 그럼 2층 야외 발코니를 준비해 두겠습니다.”
“이 여관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걸로 준비해 주세요.”
“물론입죠!”
돈 많은 귀족과 연이 생기면 좋은 일이 생긴다.
그 법칙을 아는 여관 주인은 정성을 다해 샤린 일행을 대접했다.
샤린과 로키, 성직자 에길은 2층 발코니에 자리 잡았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행방이 묘연하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어떻게 된 거죠?”
샤린은 눈을 반짝거리며 로키에게 질문했다.
로키는 자리에 앉아 어깨를 으쓱거렸다.
“잠시 여행을 좀 했지.”
“여행을요? 어디요?”
“…….”
그런 두 사람의 사이에 앉아 있던 에길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이다.
처음에는 볼모의 신분이자, 순례 목적으로 찾아왔었다.
그곳에서 천사의 습격을 당하는 아찔한 경험을 겪고, 나중에 생도 신분으로 아카데미에서 훈련받았다.
그 과정에서 눈앞에 있는 샤린, 그리고 로키와 연이 닿게 된 것이다.
로키가 평범한 노드인이라 생각한 에길은 교황 자우스의 대대적인 공표 이후로 경악하였다.
눈앞에 있는 자가 바로.
‘성좌.’
종말의 성좌라고.
그 사실을 다시금 되새긴 에길은 몸을 비틀거리며 손으로 테이블을 짚었다.
그러지 않으면 균형을 잃고 바닥에 나뒹굴 것 같았다.
다만….
“…등신같이 뭐해요?”
“…….”
그런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을 배려하지 않는 샤린이었다.
“크론 황녀…, 아무리 자유분방해도 성좌님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마라.”
흥분했던 것일까? 평소보다도 입담이 더 심하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입이 걸어진 그녀였다.
그녀도 멈칫 놀라며 로키의 눈치를 보다가 헛기침했다.
“이거 실례했어요. 성좌님….”
“그냥 로키라 불러라.”
“아, 그럼 로키 님. 로키 님이 이곳에 있다는 건 혹시…. 네르 영지에 있는 탈출한 실험체를 잡기 위해서인가요?”
“그래, 한스의 부탁으로 왔다. 내가 이곳까지 도착하고도 네르 영지에서의 사건이 해결되지 않았다면 나서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렇군요. 혼자 오신 건가요?”
“동료 셋과 함께 왔다. 지금은 한창 수색 중일 테지.”
헬가는 악령을 다룰 줄 안다.
이 도심에서 악령을 뿌려대다 보면 정보를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샐럿은 민첩한 데다 청력이 좋았다.
도시를 빠르게 질주하며 소식을 수집하겠지.
카렌 역시 후각이 좋아, 인간 이외의 것을 추격하는 데는 제격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저희와 함께 찾는 건 어때요? 마침 저희도 조사차 특정 인물들을 간추렸거든요.”
“특정 인물?”
“네, 네르 영지에 있는 상인과 귀족들이요. 천사들이 이렇게까지 발견되지 않았다면 누가 숨겨줬다는 뜻이겠죠.”
“오호.”
“병사들에게 주변 인물을 수색해달라 요청했지만 직접 보는 것만큼 못하죠. 그러니 내일, 같이 돌아다녀 보죠.”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의자로 추정되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되지?”
샤린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26명이요!”
***
샤린은 동기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해주었고 그들이 나뉘어 탐색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역이 활발한 네르 영지에는 하루에 방문하는 상단과 귀족만 해도 최소 수십이 넘었다.
소규모의 개인 상단과 잡상인, 여행 목적으로 온 귀족까지 합한다면 수백에 달한다.
그들 중 그나마 천사들을 남몰래 빼돌릴 수 있는 규모의 조직은 26개.
로키와 샤린, 에길은 그들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대부분 문제없었다.
상단은 자신들의 물품을 일일이 검사 맡는 것에 아니꼬운 듯 했지만, 감히 아스가르드와 틀어져 교역에 지장이 생긴다면 손해가 막심했기에, 순순히 응해주었다.
“이상 없어.”
에길이 물품들을 확인했다.
짚으로 둘러싸인 도자기를 바라본 그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 옆에는 노예상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창고 곳곳에 쇠창살과 함께 아인들이 갇혀 있다.
샤린의 자신만만하던 표정이 점차 초조하게 물들고 옆에 있는 로키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판단이 나름 현실성 높다고 판단했고 반나절 동안 상단과 귀족 가문을 돌아다니며 탐색했다.
하지만… 천사에 대한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남은 귀족 가문과 상단은 얼마 안 남았군.”
로키의 말에 샤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손톱을 깨물었다.
자신의 능력을 돋보일 기회라 여겼다.
아스가르드의 성좌이자 최상위 권력자에게 직접 보여주면 상당한 인정을 받을 수 있을 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을 버렸던 오라버니한테 제대로 한 방 먹여줄 좋은 기회라 여겼거늘.
일이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로키는 창고 주변을 둘러봤다. 그의 눈이 푸른빛으로 변했다.
탐색 마법을 사용하자, 창고 주변에 발자국이 새겨진다.
로키의 눈이 돌아가며, 발자국의 흔적들을 살펴봤다.
다양한 크기의 발자국이 있었지만, 인간이 아닌 ‘이형의 것’으로 추정되는 짐승의 발자국 또한 있었다.
‘이건…?’
발굽?
그것도 소였다.
로키가 주변을 둘러봤다.
과연 창고 바깥에서는 짐을 나르기 위한 소 한 마리가 대기하고 있다.
그 주변에서는 수인 노예들이 바삐 움직였다.
다만, 소는 이 창고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로키의 시선이 발굽을 따라갔지만,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마치 허공에 증발한 듯했다.
“…….”
로키는 시선을 돌렸다.
창고의 바깥으로 황혼이 지고 있다.
이제 수색을 종료할 때가 다가왔다.
“저기… 죄송합니다. 위대한 아스가르드의 전사님들.”
그때, 상단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통통한 볼살에 푸짐한 몸집을 가진 사내였다.
고급스러운 붉은색 의복에 황금과 보석을 치렁치렁 장식한 그는 양손을 비비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 저희는 합법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이 이상 시간을 끌면 약속 시간에 못 맞출 수도 있어서….”
“아니요. 문제 될 게 많아요.”
샤린은 손에 들린 리스트를 바라봤다.
“기재된 목록 외 물품들이 많네요.”
“네?”
“저희가 훑어본 상자 속 물품들. 모두 품목에 제외되어 있던데, 어떻게 된 거죠?”
“아… 그건… 그….”
“교역품 개수도 맞지 않고요. 이러면 아스가르드에 내야 할 세금과는 차이가 있을 텐데요?”
샤린은 상인을 노려보며 따지듯 리스트로 상인의 가슴을 꾹꾹 눌렀다.
“어떻게 된 거죠?”
“죄, 죄송합니다! 잠깐 돈에 눈이 멀었습니다! 제대로, 제대로 작성해 다시 올리겠습니다!”
벌벌 떨며 고개 숙인 상단주.
그 모습에 샤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겁에 질린 모습.
보아하니 이 상인은 배짱이 두둑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자가 천사들을 빼돌리는 간 큰 짓을 할 리가 없다.
천사를 돕는 건 곧 참수형을 의미하니까.
‘그래도 속인 건 맞으니.’
상단을 돌아다녔지만, 모두 세금을 빼돌릴 목적으로 리스트를 다르게 작성한 경우가 많았다.
부패한 상단이 점차 아스가르드에 유입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점에 있어 상단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결국 찾지 못했네.’
샤린은 아쉬움에 로키에게 말했다.
“…이쪽도 이상이 없는 듯해요…. 로키 님?”
로키는 기묘한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노역하는 수인 노예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들 중 노예 둘이 멍하니 로키를 쳐다보고 있다.
하나는 아름다운 여인, 또 다른 하나는 어린 소년이다.
모자로 보이는 노예들이었다.
그중 어머니로 보이는 자가 뻐끔거렸다.
-제 아들을 제발 구해주세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저 꺽꺽거리는 음성만이 들릴 뿐이다.
한낱 노예의 일이다. 그들을 일일이 구해줄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로키는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입을 뻐끔거리던 수인의 입안.
“혀가 없군.”
모든 수인의 혀와 성대가 잘리고 망가져 있었다.
로키의 말에 상단주는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노예들이지 않습니까? 특히 상단에서 일하는 노예들은 대부분 혀를 자릅니다.”
상단에 불만을 토해낼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본보기…라는 명분이지만.
사실상 수인들이 앙금을 품고 도망쳐 상단의 약점을 다른 곳에 알리지 못하게 하는 용도였다.
부패한 상단일수록, 입뿐만 아니라 눈이나 귀를 멀게 할 때도 많다.
“저 노예, 사도록 하지.”
“네?”
상단주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저희 노예들은 팔지 않습니다.”
상단의 기밀과 관련된 일이다.
노역 노예들은 반드시 사수해야 할 물건이다.
무엇보다 저 수인 여인은 상단주가 마음에 들어 했던 노예였다.
“돈을 내지.”
“아니, 얼마를 주신다고 해도….”
“황금은 어때요?”
눈치가 빠른 샤린이 품에서 황금이 담긴 주머니를 내밀었다.
상단주는 눈을 껌뻑거렸다.
‘…괜찮겠지.’
안 그래도 교역 리스트를 다시 작성해야 해서 막대한 벌금을 물게 생겼다.
그걸 메꿀 만한 황금이 눈앞에 있으니, 상단주로선 뿌리칠 수 없는 유혹처럼 느껴졌다.
어차피 혀가 잘린 노예다. 글도 모를 테고….
저 노예를 심문하기는 어려울뿐더러, 웬만한 건 벌금을 물면 해결될 사소한 문제들….
“그럼…. 팔도록 하죠.”
로키 일행이 두 노예를 데리고 사라지자, 상단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도대체 무슨 일이 있다는 건지…. 젠장, 세금과 벌금을 물게 생겼군!”
상단주는 급히 수인 노예들에게 소리쳤다.
“빨리 일해! 왜 이리 느릿느릿해!”
상단주의 말에 수인들이 바삐 움직인다.
“요즘 저놈들, 뭘 잘못 먹었나?”
수인들은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요새 움직임이 왜 저리 둔해진 건지….”
“상단주님.”
“오, 게릭!”
상단주에게 한 호리호리한 중년인이 다가왔다.
부상단주 게릭이었다.
“바빠 죽겠는데 어딜 싸돌아다니는 겐가!”
“죄송합니다. 하하… 서신을 보내고 오는 길었는데…, 아스가르드 군이 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웬 햇병아리 같은 대륙인 셋이 찾아와 이곳 창고를 헤집고 갔어.”
“그렇습니까? 혹… 문제가 될 만한 게 발견된 건지…?”
“그래!”
“…….”
“그들이 우리 물품 리스트를 확인하더군. 빌어먹을, 덕분에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할 판이야. 설마 이렇게 기습적으로 검문을 할 줄이야… 근데 이상하군.”
상단주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노예 수도 꽤 속였는데 말이야. 7, 8마리 정도가 누락 되었을 텐데, 숫자가 딱 맞아떨어졌어. 젠장, 설마 노예 놈들이 어느새 도망친 건가!? 게릭, 빨리 알아보게. 놈들이 도망친 것이라면 네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죄, 죄송합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로군. 노예는 딱 맞아떨어져서. 게다가 아스가르드에 지급해야 할 벌금을 물 돈도 잘 해결되었고.”
그 말에 게릭은 안도했다.
“그렇군요. 그거-.”
게릭의 시선이 돌아갔고, 노역하던 노예 수인들은 그의 시선에 몸을 떨었다.
“무척이나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