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14)
성좌가 된 플레이어-214화(214/250)
제214화
“성좌님?”
심연의 어둠을 빛으로 밝히고, 또한 압도적인 힘으로 천사들을 이토록 쉽게 제압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명뿐이었다.
북방의 군주이자 지배자.
“성좌님이다!”
“성좌님이 귀환하셨다!”
종말을 불러들이고 타락한 성좌들을 심판할 단죄자.
“종말의 성좌께서 돌아오셨다!”
종말의 성좌, 로키.
그가 돌아왔다!
주변의 변종 천사들이 움찔 몸을 떤다.
한 변종 천사의 중얼거림은 파문을 일으키며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노드인들의 외침에 따라, 네르 영지의 건물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변종 천사들은 그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들의 눈빛은 단단히 돌아있었다.
그들도 타락한 성좌들이 사도를 임명할 때, 신앙심에 취한 신도들을 보아왔지만, 이토록 광적인 신앙심을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손을 휘두르기만 해도 터져 죽을 이들이 분명하건만.
그들의 심상찮은 눈빛에 변종 천사들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변종 천사들이 두려움에 뒷걸음질 칠 때-.
터벅-.
로키의 발이 지면을 짓밟았다.
변종 천사는 로키를 바라봤다.
자신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변종 천사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만! 그만!’
‘제발 그만! 차라리… 죽여!’
그들은 산 채로 잡혀 온갖 고문과 함께 실험을 당했었다.
죄악의 성좌, 자우스에게 몸이 갈리고, 기괴한 벌레들이 몸에 심어질 때마다 마력과 신성력이 충돌해 온몸이 폭발하고 녹고, 썩어들어갔다.
그 생생하고 끔찍한 지옥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변종 천사는 도망치기를 선택했다.
「모두-.」
그들은 무리를 이루는 성향이 아니었다.
오만하고 가치관이 다르며, 자신만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족속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지금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단결되어 있었다.
생존.
그리고 도망은 그들의 유일한 살길이었다.
「흩어져라!」
변종 천사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질주했다.
눈앞의 성좌는 자신들을 죽이는 것이 아닌 사로잡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뿔뿔이 흩어지면 살 가능성이 클 것이다.
‘빠져나갈 수 있다.’
변종 천사들은 희망을 품었다.
항구의 골목길.
건물의 지붕 위.
거리에 나와 있는 군중들 사이.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향해 뿔뿔이 흩어진다.
‘살 수 있어!’
하지만-.
쿵-!
골목길 위에서 하나의 인영이 떨어졌다.
건틀렛을 착용한 수인이 변종 천사의 등을 후려갈겨 버린다.
푸욱-!
건물 위를 뛰던 변종 천사의 다리에 화살이 꽂히며,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서걱-!
군중들 사이로 뛰어들던 변종 천사는 다리가 아예 대검에 잘렸다.
네르 영지를 수색하던 카렌, 샐럿, 헬가가 변종 천사들을 하나둘씩 제압해 산채로 포획한다.
“잡아라!”
“성좌님이 계신다! 그분을 실망시키지 마!”
아스가르드 군이 흩어지는 변종 천사들을 추격했다.
그들이 활을 쏘면, 거리마다 쇠 그물을 든 이들이 변종 천사들을 포획했다.
***
날이 밝아오고 네르 영지의 항구 쪽은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선착장에서는 아스가르드의 군함이 들어섰고, 포획된 천사들이 쇠창살에 갇혀 옮겨졌다.
“…젠장!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그 모습을 지켜본 건 네르 영지의 영지민만이 아니었다.
아스가르드에 가기 위해 이 영지에 머물고 있던 타국의 사절단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재 아스가르드와 타락한 성좌들이 지배하는 국가 간의 전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이다.
중립을 유지하고 있던 왕국들은 선택의 갈림길에 섰고, 어느 쪽을 선택해야 왕국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아야 했다.
타락한 성좌들 편에 서자니 그들이 요구하는 ‘인간 제물’을 감당하기 힘들고.
아스가르드 편에 서자니, 성좌가 사라져 그 힘과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성좌가 나타났다.
그것도 압도적인 힘으로 흉측한 천사들을 제압하기까지 했다.
“로키 님을 칭송하라!”
“아스가르드의 영광이 영원하리니!”
무엇보다, 이곳의 노드족들이 함성은 반나절이 지나서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영지민들의 환호성.
병사들의 사기 드높은 함성까지.
성좌가 사라짐에 따라 아스가르드가 멸망할 줄 알았건만.
성좌가 나타남으로써 아스가르드는 다시 그 영향력을 회복할 것이 분명했다.
“조국에 서신을-!”
사절단들은 급히 서신을 써내, 해상로로, 또는 무역로를 통해 자신들의 왕국에 서신을 보냈다.
종말의 성좌가 돌아왔다고.
이제 힘의 균형이 팽팽하게 작용하게 될 터였다.
결국 중립을 지키던 왕국들도 막다른 선택의 길에 서게 되었다.
타락한 성좌의 편에 설지, 혹은 아스가르드 편에 설지.
***
샤린과 에길은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다.
네르 영지의 선착장을 정리하고, 또한 변종 천사들을 옮기려던 상단을 조사하는 와중에도 그들은 로키의 무용을 떠올렸다.
“대, 대단했지? 그분. 여, 역시 성좌님은 달라.”
에길의 말에 샤린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네, 역시 저희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어요.”
공을 세울 수 있을 거라고 여겼건만. 그러지 못했다.
물론, 도망치던 변종 천사를 제압하긴 했지만, 로키와 그 동료들의 활약에 비해 그 존재감이 뒤처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역시… 부족해요….”
천사를 상대로 한 실전 경험.
샤린은 변종 천사를 힘겹게 제압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였다.
로키가 에인헤랴르를 베르세르크 전사대와 비견되는 군대로 키울 것이라 말했건만.
자신들은 베르세르크에 비해 전력이 너무 떨어졌다.
이대로라면 몇 년이 걸리더라도 따라잡기 힘들 터였다.
“에휴….”
한숨을 내쉬며, 로키가 머물고 있던 여관으로 향했다.
콜록! 콜록!
샤린은 옆에서 들리는 기침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기침하는 영지민이 보인다.
“…요즘 들어 많이 보이네요.”
“응?”
“기침을 하는 사람들이요.”
“아아, 그러게.”
에길 역시 시선을 돌렸다.
“요즘 감기가 유행인 모양이야. 특히 아스가르드 수도에 많이 발생하던 거 같던데? 그 이상한 연녹색 빛 가루가 문제라는 거 같아.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요즘 몸 상태가 좋지 않네.”
에길은 손등을 이마에 올렸다.
살짝 열감이 느껴진다.
코에서는 코막힘이 있어 숨쉬기가 힘들다.
“성직자가 감기라니. 한심하네요. 신성력은 둬서 뭐해요?”
“감기에 신성력이라니… 그건 좀… 게다가 걸린 지 한 달이 지났어. 이제 좀 나아질 시기겠지.”
“…이상하지 않나요? 감기가 너무 오래가는 거 같은데….”
“이 추운 북방에서 쉬지 않고 훈련해 봐. 나아지기보단 악화될걸?”
“그건 당신이 나약해서 그런 거고요.”
“…….”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밤낮의 기온 차가 극심해 유행하는 감기라 여긴 것이다.
샤린과 에길은 로키가 머무는 여관에 도착했다.
그곳 앞에서는 마차가 있었고, 로키가 출발을 준비 중이었다.
샤린이 로키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여 보고를 올렸다.
변종 천사들의 포획한 수. 그리고 그들을 숨긴 상단에 대한 보고였다.
이야기를 들은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고했다. 너희도 올라타도록.”
“네? 그, 그래도 되나요?”
샤린은 군과 함께 귀국할 예정이었다.
당연히 훈련생으로서, 행군할 예정이었지만.
로키의 권한으로 푹신한 마차 안에서 갈 수 있다면야 대환영이었다.
“그, 그럼, 실례 좀 할게요.”
샤린의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그녀는 표정을 숨기고자 옆에 있는 에길을 향해 말했다.
“당신도 빨리 감사 인사를….”
주르르륵-.
에길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눈가 코, 입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내렸다.
피부 곳곳이 자색으로 물들었다.
“어?”
에길의 눈이 뒤집히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어, 잠깐!”
샤린이 급히 그를 부축했다.
“뭐야?! 뭔데?! 에길! 괜찮아요?! 말해봐요. 에길!”
로키는 마차에 오르던 걸 멈추고 에길에게 다가갔다.
그의 얼굴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로키가 품에서 포션을 꺼내 그의 입가에 들이부었다.
포션을 마시자, 에길의 안색이 되돌아왔다.
그때-.
“여, 여보!”
“뭐야! 왜 그래!?”
주변 도심이 시끄러워졌다.
샤린은 멈칫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고, 눈을 부릅떴다.
영지민들이 하나둘씩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게 보였다.
“무슨… 쿨록!”
기침하던 샤린은 손으로 입을 막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몸이 열에 들끓기 시작했다.
설마… 이건 단순 감기가 아니라….
“여, 역병?”
샤린은 아스가르드이 수도를 떠올렸다.
그곳에서도 이러한 감기가 유행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지금쯤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역병이 퍼져 나갔다는 소리가 된다.
***
“까아악!”
“갑자기 사람이 쓰러졌어!”
아스가르드의 수도는 지금 비상이었다.
칸쿤은 길거리를 뛰어다녔다.
“의무병!”
그녀가 외침에 따라 의술을 배운 노드인들이 급히 뛰어다녔다.
“치료사분들도 도와주십시오!”
수도에 머물던 신성 교단의 성직자들이 길거리에 쓰러진 이들을 돌봤다.
칸쿤은 성검을 움켜잡았다.
그녀의 몸에서 신성력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에 있는 이들의 몸 상태를 회복시켰다.
하지만-.
환자들은 끊임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단순히 유행 중인 감기라 생각했다.
기껏해야 열이 있고 코가 막히며, 기침하는 수준이다.
하늘에서 날리는 꽃가루에 의한 가벼운 알레르기 반응이 아니겠냐는 생각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일반적인 독감보다도 증상이 가벼우며,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도 아니었다.
다만, 그 증상이 꽤 오래갔기에, 칸쿤은 이상하다 싶어 조사를 시작했건만.
성직자들이나 치료사, 약사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이 병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전문가들의 ‘위협적이지 않다’라 말에 방심하고 말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가 지난 시점.
갑자기 환자들이 피를 토해내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동시다발적이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환자들에 대응은 점차 꼬여가고 있었다.
급하게 발할 궁전에 보관된 포션을 풀어 환자 치료에 나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혼란만이 찾아왔다.
“카, 칸쿤 님!”
포장된 길로 깃발을 든 기병이 급히 달려왔다.
전령이었다.
그는 다급히 말에서 내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카프릭 영지에서 서신이 왔습니다.”
“카프릭 영지요?”
“현 카프릭 영지에 정체불명의 역병이 발생.”
“……!”
카프릭 영지는 북서쪽, 로니아를 수호하는 국경 요새였다.
또한, 얼마 전 쿠단이 파병 나간 곳이기도 했다.
그곳에서도 역병이 발생했다고?
심지어는 전령을 보낼 정도라니…?
칸쿤은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카프릭 요새가 타락한 성좌들이 이끄는 군대의 침공으로 인해 함락되었습니다.”
“……!”
“그리고….”
전령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곳의 수호를 맡은 베르세르크의 대장, 쿠단 라그나가 행방불명이 되었습니다.”
***
로키는 샤린과 에길을 쳐다봤다.
그는 며칠간 네르 영지에 머물렀고, 로키는 직접 제조한 포션을 배포하면서 환자들을 치료해 주었다.
무역이 활발하며, 아스가르드에 입국하기 전 주로 들리는 곳이 네르 영지였다.
신성 교단의 성직자들도 자주 오가는 곳인지라 그나마 환자들의 상태를 호전시키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다만-.
“또 걸렸다고?”
역병을 치료했던 샤린과 에길.
포션으로 치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둘은 다시 열감이 돌고 기침하는 증세를 보였다.
“네….”
“죄, 죄송합니다.”
샤린과 에길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계속해서 폐를 끼치고 있다.
헬가와 샐럿이 샤린과 에길의 상태를 점검했다.
“…저주는 아니에요.”
“…저도 이런 병은 처음이라….”
흑마법에 대한 전문가인 헬가다. 그녀가 저주가 아니라면 아닌 거겠지.
또한 샐럿은 약초 등을 잘 아는 전문가다.
당연히 질병에 대해서도 빠삭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 역시 이런 병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 둘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로키는 고개를 돌렸다.
“쿨룩! 쿨룩! …으으윽.”
카렌이 기침하며 콧물을 흘리고 있다.
“…….”
있는 병도 피해갈 카렌마저 걸릴 정도라면, 그 병은 보통이 아니라는 말.
로키는 여관 창가를 내려다봤다.
길거리에 기침하는 자들이 상당히 많다.
그 중엔 병을 이기지 못해 죽어, 들것에 실려 가는 이들도 간혹 보인다.
피해가 막심하다.
“…곤란하군.”
포션으로 그들을 치료할 수 있지만, 문제는 치료한 후에도 역병에 다시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내성이 생기지 않는 질병이라는 것.
‘세상에 그런 게 존재할 수 있는 건가?’
그러면서도 아스가르드 쪽만 퍼졌다는 건 결코 자연적인 질병은 아닐 터.
‘성좌들의 짓인가?’
병을 퍼트리는 성좌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으리라.
‘포션을 대량으로 생산해도 한계가 있으니.’
포션에 대해서는 로키만이 제작할 수 있었다.
아스가르드에서도 포션 제조 스킬북을 만들어 배포하긴 했지만, 로키가 직접 제작한 완전 회복 수준은 아니었기에, 이와 같은 역병은 그리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터였다.
그렇지만 아무리 로키라도 수천, 수만이 넘는 환자가 마실 포션을 제작하는 데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역병에 효력이 있는 약이라도 제조할 수 있으면 그 약제조법을 만들어서 배포하면 되겠지만.’
샐럿이 못한 시점에서 그마저 막혔다.
로키가 고민할 때였다.
뎅-!
성스러운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얀 성복을 입은 성직자 대열이 행진한다.
“성좌님.”
여관 입구로 노드 전사 하나가 다가와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교황 자우스께서 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