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21)
성좌가 된 플레이어-221화(221/250)
제221화
“쿠단 라그나란 사내를 아나?”
용병은 품에서 쿠단 라그나라는 노드 전사의 용모가 그려진 그림을 내밀었다.
노파는 당황해하며 부정했다.
“아, 아니요. 모릅니다….”
“확실해? 듣자하니 이 흉악한 노드족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던데?”
“네? 아, 그, 그건… 아닙니다. 그 흉악한 노드족이 갑자기 나타나 제 딸을… 해하려 했던 거뿐이에요. 네, 그러자 위대한 드샤르 왕국군 여러분이 저희를 구해준 거뿐입니다!”
“확인하게 안으로 좀 들어가도록 하지.”
“안에 아이가 있습니다!”
“뭔 상관이야?”
용병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 하자, 용병 옆에 한 사내가 우뚝 섰다.
용병은 멈칫 놀라며 옆을 쳐다봤다.
흑백발의 사내가 자신을 노려보고 보고 있다.
복장을 보아하니 드샤르 왕국군 소속의 사병이다.
“뭐, 뭐야?”
사내 뒤에는 또 드샤르 왕국 병사와 여용병이 서 있었다.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
“불만이라도 있나?”
“아니, 하하… 없어.”
사내, 로키의 기세에 눌린 건지, 용병은 손을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곤 혀를 차곤 다른 곳으로 향했다.
로키는 고개를 돌려 노파를 쳐다봤다.
노파가 긴장한 얼굴이다.
“쿠단 라그나란 사내, 정말로 모르나?”
이 노파가 쿠단에 대해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쿠단을 언급했고, 그가 저 노파의 손녀와 연관 있는 듯하니.
“아이고, 정말 모릅니다…. 저, 저희는 정말로… 그런 흉악한 노드족은 잘 모릅니다!”
노파의 말에 까마귀 탈로 남자로 변신해 있던 칸쿤은 눈살을 찌푸렸다.
“사례는 얼마든지 드릴게요.”
샤린이 나서서 돈주머니를 흔들었다.
“몰라요!”
그때, 건물 안에 있던 여인이 버럭 소리쳤다.
“할머니, 문 닫아요!”
여인이 다가왔다.
“모릅니다. 몰라요! 그러니 다른 곳에 찾아가 보세요!”
참으로 당찬 아가씨다.
겁도 없이 당당하게 말하다니.
드샤르 왕국군에 대한 경계심이 극도로 달한 거겠지.
로키와 칸쿤, 샤린은 서로 마주 봤다.
그때, 시장 거리에 드샤르 병사들이 항아리가 담긴 수레를 끌고왔다.
“배급이다. 모두 모이도록!”
드샤르 병사가 소리친다.
그에 문을 굳게 닫고 있던 집들이 천천히 문을 열기 시작했다.
영지민들이 하나둘씩 나온다.
“모두 위대한 세계수의 축복을 받아라!”
용병들은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시장 거리엔 달콤한 향기로 가득 메워진다.
로키는 그 모습을 쳐다봤다.
저 항아리에 담겨 있는 게 평범한 물이 아닌 모양이었다.
드샤르 용병들은 그릇으로 항아리에 담긴 걸쭉한 액체를 떠 영지민들에게 나눠주었다.
영지민들은 그것을 받으며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로키는 눈치를 보며 문을 닫는 노파에게 물었다.
“저건 뭐지?”
“네?”
노파는 당황했다.
저것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병사가 드샤르 병사이기 때문이었다.
“저것을 모르십니까?”
노파의 물음에 로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세계수의 수액입니다.”
“수액?”
“…역병을 호전시켜 주는 약과도 같으며, 또한 저희가 어느 정도 삶을 살 수 있도록 연장해 주는 식량입니다.”
“…….”
로키는 노파와 여인을 쳐다봤다.
그들의 얼굴에 열감이 돌고, 또한 피부가 살짝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역병에 걸린 증상이다.
그런데 왜 이 노파와 여인은 저걸 받지 않는 걸까?
“그대들은 받아 마시지 않는 거 같은데, 이유가 뭐지?”
로키의 물음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경계심이 심해, 더는 대답을 듣기 힘들 거 같았다.
로키는 한숨을 내쉬며 품에서 포션 2개를 꺼내 내밀었다.
노파는 얼떨결에 포션을 받아들였다.
“이건…?”
“역병 치료제다.”
“네?”
역병 치료제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있다면 그건 단 하나밖에 없었다.
북방의 아스가르드에서 나오는 희귀한 포션.
그 어떤 상처와 질병도 치료해 주는 만능 포션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 마음이 바뀌면 쿠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길 바라마.”
로키는 뒤로 물러섰고, 눈치를 보던 노파는 문을 닫았다.
로키는 고개를 돌렸다.
“좋아! 배급은 끝이다. 이제 가자.”
드샤르 병사들이 항아리에 담긴 모든 걸 비우자,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저희는 받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들자, 드샤르 병사들은 창대로 그들을 밀어냈다.
“더 받고 싶다면 우리 군에 들어오도록!”
보아하니 병사 징집을 점령지에서 하는 모양이었다.
드샤르 용병들은 세계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리도 따라가지.”
“네?”
칸쿤과 샤린은 당황했다.
저들이 가는 곳은 카프릭 영지의 중앙, 세계수가 있는 곳이다.
드샤르 왕국군의 중심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경비가 가장 삼엄한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니만큼, 아무리 위장했다고 해도 검문을 받으면 들킬 가능성이 있었다.
“이곳 병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거다.”
무턱대고 움직이는 것보단, 놈들의 전력을 확인하는 게 좋을 터였다.
***
“갔구나.”
노파가 눈구멍으로 바깥을 쳐다봤다.
로키 일행이 멀어지는 것에 노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손녀가 포션 두 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게 보인다.
“뭐하니? 그 부정 타는 건 버리렴! 무슨 약인지도 모를-.”
그때, 여인은 포션 뚜껑을 열고 마셨다.
“얘!”
두 눈을 꾹 감고 마신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열감이 사라진다. 몸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점차 줄어들며, 피부색도 제 색깔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노파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 할머니.”
“어, 어떻게 된 거냐? 그게…!”
“아까 그 사람들….”
여인은 노파를 보며 말했다.
“아스가르드 사람들일지도 몰라요.”
***
로키와 샤린은 세계수가 있는 근처에 도달했다.
세계수 주변의 경비는 의외로 허술했다.
아니, 거의 없는 수준이다.
“하하하하!”
밤임에도 오랜만에 빛을 볼 수 있어서일까?
아니면 거대한 세계수가 뿌려대는 꽃가루에서 발산하는 환각 증상 때문일까?
세계수의 주변에서 자리 잡은 드샤르 왕국군은 연회에 여념이 없었다.
식량 창고를 열고, 장작 주변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꽤 격한 유흥을 즐겼는지 여기저기에 과녁에 꿰인 노인이 있고, 채찍질에 맞아 죽은 듯한 남녀가 널브러져 있기도 했다.
생명을 다한 인형처럼 축 늘어진 그들을 바라본 로키는 혀를 찼다.
‘…이 카프릭 영지가 함락된 지 며칠이 지난 걸로 아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승리의 축제를 멈추지 않았단 말인가?
“…이 꽃가루, 광란 버섯과 같은 효과가 있나 봐요.”
샤린의 말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환각 증상으로 해이해진 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징집병과 용병단체로 이루어진 결속력이 없는 왕국군이라지만. 도가 지나치다.
로키는 하늘 높이, 구름마저 꿰뚫을 기세로 뻗어 있는 나무를 올려다봤다.
그곳에서 천사들이 날갯짓하며 날아다녔다.
그러면서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과일들을 따다가 하늘에서 떨어뜨린다.
“오오! 천사님들이 축복받은 과일을 내려주신다!”
병사들은 과일을 바구니에 받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나무 사이에서는 벌어진 틈이 있고, 그곳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새하얗고 걸쭉한 수액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려 세계수 주변을 흐르는 계곡처럼 만들어진다.
드샤르 병사들은 그런 강에 오크잔을 담갔다가 꺼내 마시며 웃음을 터트렸다.
“쿠단은 이런 놈들에게 당했다는 건가?”
기강이 없고, 투지가 없으며, 싸울 의욕과 긴장감마저 없다.
이런 오합지졸의 군대로 로니아와 아스가르드 군대가 진을 치고 있는 이 카프릭 영지를 함락시키다니….
‘…쿠단 녀석, 자존심이 상당히 구겨졌겠군.’
로키가 주변 광경을 두리번거릴 때였다.
“어이! 뭘 그리 멍청히 서 있어!?”
드샤르 병사 중 하나가 막사의 화톳불 앞에 앉아 로키와 샤린을 향해 손짓했다.
“멍하니 있지 말고 여기 와서 술 좀 따라봐. 신참들!”
로키 일행이 다른 이들과 달리 넋 놓고 있기만 하자, 신참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긴, 카프릭 영지를 함락하고, 보급로가 생김에 따라 새로 징집되거나 고용된 용병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드샤르 왕국군의 규모가 상당히 커지고 있었다.
로키와 칸쿤, 샤린은 자신들을 부른 이에게 다가갔다.
건들거리는 중년인이 오크잔에 담긴 녹색 액체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러면서 난데없이 샤린의 팔을 잡고 끌어당겨 어깨에 팔을 둘렀다.
“오! 신참, 특이한 피부색이로군. 어느 나라 사람?”
“…하하, 남쪽 먼 나라예요.”
로키와 칸쿤이 나서려 하자, 샤린이 손을 들어 어색하게 웃었다.
말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오히려 옆에 있는 사내를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말했다.
-‘정보, 얻을게요.’
로키와 칸쿤은 샤린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그러자 다른 용병이 로키와 칸쿤 사이에 앉았다.
여자 용병이었다.
“너희 동료? 하하! 반갑다! 그런데 3인 소규모 용병단인가? 규모가 작네? 내 이름은 샤샤야. 저기 여자 밝히는 대장은 레닉.”
샤샤라 밝힌 여용병의 말에 로키와 칸쿤이 말했다.
“한스.”
“진입니다.”
가명이었다.
“아가씨 이름은?”
레닉이란 사내는 샤린을 끈적거리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샤린은 입꼬리를 실룩거리며 눈을 피했다.
“레이나예요.”
이 역시 가명.
하지만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레닉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름도 외모처럼 아름답군!”
“저, 항상 이런가요?”
레닉은 오크잔에 담긴 녹색 액체를 마시려다 샤린을 쳐다봤다.
“뭐?”
“여기는 항상 이리 축제 분위기인가요?”
“하하! 당연하지. 우린 늘 이렇게 놀고 있다고. 전쟁? 그게 뭐냐? 요즘 누가 힘들게 무기를 휘둘러서 승리해?”
“그럼요?”
“우린 싸울 필요 없어. 그저 우리가 하는 건 잡일일 뿐이야.”
“잡일이요?”
“저거….”
레닉은 거목, 세계수를 가리켰다.
“저 나무를 지키는 게 우리의 임무지.”
“그럼 여기에 계속 있으면 된다는 건가요?”
샤린의 질문에 레닉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움직여.”
“그러니까 어떤 일을-.”
“아니, 우리 말고 저 나무.”
“네?”
샤린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 레닉은 키득키득 웃었다.
“놀랍게도 저 거목, 움직인다고.”
“…….!”
“나무뿌리들이 땅을 뚫고 몸체를 움직이더군. 그때마다 지형이 일그러지고, 주변 일대는 초토화시키지. 그리고….”
레닉은 뭔가 떠올렸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요?”
샤린의 재촉에 레닉은 살며시 공포에 질린 눈빛을 내비쳤다.
“…주변의 모든 생명체를 말려 죽여.”
“…….”
“나무, 풀잎은 물론 숲과 초원, 강까지 모두 말라버리고 그 근처에 살던 벌레나 짐승, 모든 생명체도 생기가 빨린 듯 말라비틀어져 죽어 버리지.”
마치 그 모든 생명을 양분 삼은 듯 빨아들이며 세계수는 이동하고 있었다.
꽃가루의 환각 증세 때문일까?
입이 참으로 가벼웠다.
레닉의 말에 샤린은 저 나무가 단순한 역병을 뿌리는 나무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저 나무는 뭐죠?”
“글쎄, 우리도 모르지.”
레닉은 자연스레 오크잔을 샤린에게 내밀었다.
“그것보다, 자! 마셔봐! 이 달콤한 꿀은 세계수에서만 나오는 수액이라고. 원래는 성좌님들만이 마시는 아주 귀한 꿀주라고 하더군.”
“저는 술은 좀….”
“어이, 거절하는 거냐? 맛있다고.”
“아니, 그….”
레닉이 뚫어져라 쳐다보자, 샤린은 오크잔을 받아 마셨다.
“달콤…하네요.”
달콤하다. 그러면서도 머리가 몽롱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마셨다.
“그치? 대지의 성좌, 가이안께서 내려주신 축복이다. 그러니 즐겨. 그쪽도 마시라고!”
로키와 칸쿤도 마시라는 듯 레닉이 손짓했다.
샤샤가 그들에게 수액주를 나눠주었다.
“게다가 여신님과 밤에 한탕 치려면 쉬어야지.”
“밤에 한탕 치다니요?”
칸쿤과 샤린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로키와 샤린이 고개를 돌렸다.
그때, 연녹빛 오라를 사방으로 퍼트리는 존재가 걸어 다니는 게 보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천사들의 호위를 받는 여인.
연녹색 머리와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달콤한 향기조차 흘러나와 모두가 그녀에게 흠뻑 빠져있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안.
치유와 생명의 여신이라고도 불리며, 또한 역병을 퍼트린 여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