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22)
성좌가 된 플레이어-222화(222/250)
제222화
아름다운 외모에 미혹된 용병들은 여신을 바라보며 무언가 바라는 듯 자신들의 강함을 어필했다.
몸을 과시하거나 혹은 자신의 동료와 싸우는 등 거친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모두 환각 상태로 제정신이 아니라 취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도 가이안은 눈빛 하나 주지 않았다.
그저 좋은 물건을 고르는 듯한 모양새로 주변을 두리번거렸을 뿐이었다.
가이안은 몇몇 용병에게 손가락질하고 까딱거렸다.
“너, 그리고 너… 너… 너… 따라오도록.”
가이안은 그렇게 말하곤 세계수의 뿌리 밑으로 향했다.
거대한 세계수 밑, 뿌리의 틈은 마치 동굴처럼 보였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고 작은 동굴들로 가득했다.
“아싸!”
“됐어! 내가 걸렸다고!”
“하하! 낙원을 맛보겠구나!”
선택받은 용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헐레벌떡 가이안의 뒤를 쫓았다.
레닉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캬, 저놈들 선택 받았구만. 난 언제쯤 선택받으려나?”
“저건…, 뭔가요?”
“남녀가 밤에 으슥한 곳에 갈 이유는 하나뿐이잖냐?”
그 말에 수액을 마시던 칸쿤은 눈을 깜빡거렸다.
이윽고 레닉이 무엇을 말하는지 깨닫고 얼굴이 붉어졌다.
남자로 변신해 있는 그녀를 본 레닉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뭐냐, 순진한 신참 용병들이었잖아?”
반응이 재밌었던지 레닉은 키득키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듣기론 저기에 들어가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황홀감을 느낀다더군. 그래서 자신을 뽑아달라고 소리치는 거지. 우리는 뽑힌 사람을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불러.”
“선택?”
로키가 묻자 레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세계수의 몸 안에서 수액과 과일을 먹고 영생을 누리며 놀고 먹고 자는 삶을 영위한다더군. 아… 저기 봐.”
레닉이 손가락으로 하늘 높이 들어 세계수의 몸통 쪽을 가리켰다.
세계수의 구멍 사이로 인간 형태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가 양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기에 선택받은 놈들이 기뻐서 손을 흔들잖아. 젠장… 나도 빨리 선택받고 싶군.”
로키는 미간을 좁혔다.
저건…?
로키가 본 세계수에 있는 인간.
‘인간이 아니로군.’
그건 인간이 아니었다.
다른 이형의 괴물이었다.
***
밤이 되었음에도, 카프릭 영지는 세계수에서 휘날리는 꽃가루에 의해 사방이 밝았다.
이 때문에 카프릭 영지의 사람들은 드샤르 병사들의 감시에서 영지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밤마다 길거리를 순찰하는 드샤르 병사들.
그런 이들을 여인은 문의 구멍 사이에서 지켜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아스가르드 사람이었을까?’
몇 시간 전, 자신과 할머니에게 포션을 주었던 사내.
포션은 아스가르드에서만 유통되는 물건이었다.
‘듣자 하니 정말로 중요한 인물들에게만 지급된다고….’
여인은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그녀는 결국 들이닥친 드샤르 병사들에 의해 포로가 되었다.
집에 격리된 상태로 감시당해야 했는데, 그녀를 보고 욕망에 치우친 병사 하나가 그녀를 덮치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도와준 것이 쿠단 라그나였다.
“이걸 받으시오. 귀한 거요. 버티고 또 버티시오. 아스가르드가 이 영지를 구하러 올 테니!”
그리 말한 그가 그녀에게 포션을 내어주고 지하수로로 도망쳤는데, 그때 받은 포션을 한번 마셔봤기에, 그 특성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역병이 걸리긴 했지만, 쿠단 덕분에 드샤르 병사들이 유통하는 세계수의 수액을 마시지 않아도 되었다.
‘함정일지도 몰라.’
하지만 만약 그들이 아스가르드 사람이고, 드샤르 병사로 위장해 자신이나 혹은 쿠단 라그나를 구하러 온 것이라면…. 그들을 도와야 할 터였다.
여인은 랜턴을 들고 집의 뒤쪽 창고로 향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을 들어내자, 지하수로와 연결된 배수로가 보였다.
배수로를 열자, 악취가 풍겨왔다.
‘할아버지가 몰래 불법 시공한 게 도움이 될 줄이야.’
허락받지 않고 몰래 창고를 늘린 덕택에, 하수로와 연결된 배수로가 창고 안에 있었다.
덕분에 악취가 진동해 창고도 제대로 쓸 수 없었지만… 이럴 땐 도움이 된다.
조심스레 발을 내려, 사다리를 타고 지하수로로 내려왔다.
그러자 보이는 건 짙은 어둠.
“……!”
여인은 기가 눌러졌다. 이런 곳에서 쿠단 라그나를 찾을 수 있을까?
‘하, 하지만 매번 찾아오는 듯했어.’
매번 이 근처에 빵을 두면 어느 순간 사라졌기에, 그가 가져간 게 아닐까 하고 희망을 품었다.
물론, 들쥐가 먹었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빵에 쪽지를 남겨두었다.
그가 이걸 읽을 수 있기를…
여인은 그렇게 기도하곤 다시 지하수로 위로 올라갔다.
첨벙-.
그때, 지하수로에서 곰 같은 사내가 다가와 빵을 집어 들고 그곳에 있는 쪽지를 바라봤다.
***
로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무 멀어 다른 이들의 시야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로키와 칸쿤, 샤린만은 저 인간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인간의 형태이지만, 미라처럼 말라 비틀어 있고, 온몸 곳곳이 나무 덩굴로 감싸여 있다.
몸 곳곳에 피어 있는 꽃에서 꽃가루가 흘러 나온다.
활짝 핀 꽃과 그 사이로 보이는 미소 지어진 얼굴이 참으로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저건 더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군.’
나무 덩굴이 인간의 시체를 움직이듯 보이는 게 식물 좀비라 불러야 할지도 모를 몰골이었다.
샤린은 멍하니 그 좀비를 보며 굳어진 채 억지로 입을 열었다.
“가이안 성좌님은 여신이잖아요. 그런데… 너무 문란한 거 아닌가요?”
“뭐, 성좌님이시잖아. 우리와 달리 욕망이 강한 거겠지. 저들도 저들인데, 왜 포로 따위와 즐기시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포로?”
로키는 시선을 돌려 레닉을 쳐다봤다.
“듣기론 붙잡은 포로 대부분을 저 세계수의 뿌리 밑으로 데려간다고 하더군. 남녀 할 거 없이 모두. 정확히는 나도 모르지. 그놈들과 진짜로 뭘 하고 있는지는….”
레닉은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샤린을 쳐다봤다.
“자, 마시고 먹자고.”
레닉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권했고, 그녀는 반강제적으로 수액과 과일을 먹었다.
처음엔 거부감이 깃든 모습이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녀가 계속해서 오크잔에 든 세계수의 수액과 주변에 있는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
“다, 달콤하네요. 맛있어요!”
샤린은 과일을 로키에게 내밀었다.
“이거 맛보세요!”
로키는 샤린의 눈을 바라봤다.
눈이 풀리고 초점이 없다.
“…레이나, 따라오도록.”
로키는 그녀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어이! 어디가!?”
레닉이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오려 하자, 칸쿤이 막아섰다.
“저희끼리 휴식을 좀 취하겠습니다.”
레닉은 아니꼬운 얼굴을 하곤 멀어지는 로키 일행을 바라봤다.
로키는 샤린을 끌고 천막 뒤, 인기척이 없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로키 님?”
“신성력을 응용해라.”
샤린의 심장엔 웜 페스트가 심겨 있다.
신성력을 응용한다면 웬만한 해로운 효과는 정화될 터였다.
샤린은 눈을 깜빡거리다 신성력을 응용했다.
심장에서 신성력이 퍼져나가며, 기묘한 기운을 밀어냈다.
뿌연 안개처럼 몽롱했던 머릿속이 점차 맑아졌다.
샤린은 두 눈을 깜빡거렸다.
이윽고 식은땀을 흘리며 로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죄, 죄송해요! 또 폐를…!”
“아니, 고맙다. 덕분에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
“몸은 괜찮습니까?”
칸쿤이 샤린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눈꺼풀을 올리고 안구를 확인한다.
“…아직 환각 상태가 남아 있습니다. 신성력을 계속 응용하시길.”
“네….”
샤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환각제에 내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크론 제국의 광란 버섯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중독성이었다.
아무런 내성도 없는 일반인이라면, 한 번 맛본 즉시 주체하기 힘들 터였다.
로키와 칸쿤은 세계수 주변을 둘러봤다.
“로키 님. 저기.”
칸쿤이 세계수의 나무뿌리 부근을 가리켰다.
세계수의 뿌리 밑이다.
워낙 굵고 커다랗고 촘촘하지만, 간혹 커다란 동굴처럼 구멍이 나 있는 곳이 많았다.
그 크고 작은 구멍이 수천, 수만 개나 되니, 그걸 일일이 지키지 못할 터였다.
로키가 그곳으로 향하자, 칸쿤과 샤린 또한 뒤를 따랐다.
로키는 걸음을 옮기면서도 레닌이 했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 같았다.
로키는 푸석거리는 감각에 발밑을 쳐다봤다.
질긴 잔디가 있어야 할 곳엔 생기가 빨린 듯 말라비틀어져 바스락거리는 풀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로키 일행은 기척을 죽이며 몸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수준의 작은 구멍에 들어갔다.
깊숙이 들어가자, 점차 공간이 넓어지며 넓은 홀에 도달했다.
“하하하하하!”
“오오오! 여신님!”
쾌락에 찌든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로키와 칸쿤, 샤린은 서로 마주 봤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들려오는 쾌락의 목소리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이건…!”
샤린은 공포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렇군. 여긴-.”
눈 앞에 펼쳐진 광경.
세계수의 뿌리 밑으로 푹 꺼진 절벽과 같은 공간.
그 아래에는 질퍽한 늪지대였다.
부패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늪지대 위엔 둥둥 떠 있는 것이 있었다.
조금 전 가이안이 데려갔던 용병들.
그들이 식물 줄기에 몸이 꿰뚫려 신음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이 괴물 나무를 키우는 거름을 만드는 곳이로군.”
샤린은 동요한 듯 눈동자가 흔들렸다.
‘시체…?’
수많은 시체.
대륙의 다양한 인종과 종족들의 시체들이 늪지대에 가득했다.
츠츠측-.
그런 늪지대에서 나무줄기들이 마치 자아가 있는 듯, 촉수처럼 움직였다.
나무줄기들이 둥둥 떠 있는 시체를 꿰뚫는다.
꿀꺽! 꿀꺽! 꿀꺽!
나무줄기들이 사체의 양분을 빨아 마실 때마다 사체는 점차 말라비틀어지더니, 뼈마저 바스러져 가루가 되어 떨어진다.
콰르르르륵-!
그에 따라 세계수에 뚫린 곳곳의 구멍에서 연녹색 수액이 폭포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칸쿤과 샤린은 그 모습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셔봐! 이 달콤한 꿀은 세계수에서만 나오는 수액이라고. 원래는 성좌님들만이 마시는 아주 귀한 꿀주라고 하더군.”
그 말이 떠오른 둘은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럼 자신들이 마신 건 인간들을 양분 삼아 만들어 낸 술이란 말인가!
두 사람은 이 괴물 나무가 인간을 잡아먹고 토해낸 배설물을 마셨다는 역겨움에 먹을 것을 토해냈다.
“…미쳤어.”
칸쿤은 충격에 동공이 흔들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붙잡힌 사람들이 산 채로 생기를 빼앗기는 장면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모두가 낙원에 갈 것이라며 축제를 즐겼고, 수액을 미끼로 인간을 붙잡아 놓은 이 괴물 나무를 칭송하며 스스로 영양분이 되었다는 말이 아닌가!
그때, 칸쿤과 샤린의 등 뒤로 나무줄기가 떠올랐다.
뾰족한 가시가 창날만큼 예리하다.
그것이 순식간에 두 사람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