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26)
성좌가 된 플레이어-226화(226/250)
제226화
‘…괴물이다.’
가이안은 세계수의 뿌리 안에 있었다.
그녀는 세계수의 면피를 통해 종말의 성좌를 직시했다.
놈은 정말로 괴물이었다.
세계수와 하나가 되고, 수만에 이르는 이들을 제물 삼아 강화되었음에도 놈의 일격 하나하나가 섬뜩할 정도로 강력했다.
‘왜 성좌들이 당했는지 알겠어.’
종말의 성좌 따위는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들 모두 졌다.
그것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과 상황에서도 말이다.
바다의 성좌는 바다에서 수장당했고.
빛의 성좌는 자신의 종자들이 포진한 상태에서도 살해당했다.
죽음의 성좌는 자신의 영역인 명계에서 영원한 침묵을 당했다.
이것만 봐도 그는 괴물, 그 이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를 죽이기 위해선 겸손함을 가지고, 다른 성좌와의 협력이 필요했다.
‘그래, 메크리우스가 없었으면 난 지금쯤….’
만약 메크리우스와 함께 협공하지 않았다면 자신은 종말의 성좌에게 진즉 살해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위협할 존재를 없앨 수 있다.
‘종말의 성좌가 죽게 되면 본격적으로 성좌들의 전쟁이 일어나겠지.’
이 세계를 가지고자 하는 자들의 전쟁.
파멸이 일어날 것이다.
‘나와 메크리우스가 함께 하면 이길 수 있어!’
가이안은 미소 짓고, 마지막 일격을 종말의 성좌에게 날렸다.
이제 종말의 성좌는 지면에 파묻혀 그 형체가 없어질 것이다.
쾅-!
내려찍은 손.
손끝에 감각이 느껴진다.
물컹-!
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기괴한 느낌이었다.
「뭐?」
콰아아아아악-!
‘물?’
세계수의 주먹이 지면과 맞닿기 전 대량의 물이 솟구치며 충격을 완화한다.
‘아니, 이건…?’
가이안의 시야가 돌아간다.
사방으로 퍼진 물이 나무뿌리에 닿자, 가이안은 타들어 가는 고통을 느꼈다.
보통 물이 아니다.
짙은 염분으로 가득 찬 물.
바닷물?
가이안은 입을 틀어막았다.
구역질이 치밀었다.
이 기묘한 기운.
그 재수 없는 바다의 성좌, 칼리브의 힘이 분명했다.
가이안은 소름이 끼쳤다.
내려찍는 주먹에서 ‘놈의 최후’가 느껴지지 않았다.
‘좀 더 강하게.’
내려찍고 있는 주먹에 나무 덩굴들이 모여든다.
무게와 질량이 더욱 추가되며, 그 위력이 한층 더 강해진다.
「죽어!」
쾅-!
지면이 갈라진다.
카프릭 영지의 중심이 무너져 내리며 그 반동으로 주변의 지형이 솟구친다.
이 일격이면 놈은 죽을 터.
‘어?’
그때 세계수의 머리 뒤에서 기묘한 기척을 감지했다.
가이안은 세계수를 움직였다.
천천히 머리를 들자 시야에 포착된 존재가 보인다.
파란 건틀렛.
검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오는 망토.
빛 가루를 흩뿌리는 방패를 쥔 채, 빛의 날개를 뿜어내는 이.
‘종말의 성좌.’
그에게서 느껴지는 성좌들의 기운.
바다의 성좌.
빛의 성좌.
그리고 죽음의 성좌.
그 기운들이 뭉쳐지는 섬뜩한 느낌. 가이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놈은 혼자였지만.
성좌들의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게 가능하단 말인가!
가이안은 로키가 쥔 무구들을 바라봤다.
양손에 쥔 푸른 기운이 감도는 건틀렛.
등에 검은 아지랑이가 휘날리는 망토.
손에 쥔 방패와 등에 뻗어 있는 빛의 날개.
바다의 성좌 칼리브.
죽음의 성좌 나토스.
빛의 성좌 머큐리.
이들의 기운이 무구에 담겨 있었다.
‘…무구라고?’
그게 가능한가?
‘카누스의 짓인가!’
명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곳에서 나토스가 아닌, 종말의 성좌가 나타난 시점부터 알 수 있었다.
죽음의 성좌마저 영원한 침묵을 맞이했노라고.
카누스도 그때 명계에서 빼내 온 거겠지.
‘하지만 아무리 카누스라도 성좌의 권능을 넣지 못할 터인데!’
하지만 그녀는 모르고 있었다.
또 다른 존재, 우르가르트란 거인의 존재를.
가이안은 소름이 끼쳤다.
성좌의 기운이 담긴 무구라니.
자신들의 ‘대체품’을 만들어놓은 거 같지 않은가?
마치 세상에 자신들은 필요 없는 존재로 정의된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놈에게 더 있단 말인가!’
가이안은 이를 악물었다.
타락한 성좌들이 아스가르드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지만, 각개격파일 뿐.
하지만 지금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았다.
눈앞에 있는 자는 단순한 성좌가 아니다.
자신들을 죽일 아젤란이 마지막으로 남겨놓은 복수의 칼날이다.
예언대로, 놈은 세상을 멸망시키고, 새로이 세상을 다시 창조할 성좌가 분명했다.
자신들이 죽고 일어날 혼란 따윈 안중에도 없으리라.
「메크리우스!」
가이안의 외침에 하늘을 날며 멍하니 로키를 바라보던 메크리우스는 가이안을 쳐다봤다.
그 또한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 충격이었겠지. 죽은 성좌들이 모두 종말의 성좌의 장난감이 되었으니.
「놈은 위험하다!」
「……!」
「그를 가만히 두면 우린 단순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닌, 저자의 장난감이 될 것이다!」
그들의 눈엔 저 물건들이 성좌의 사체 그 자체로 보였다.
참으로 잔혹하기 그지없다.
「놈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
죽음.
그 단어가 메크리우스와 가이안의 가슴을 무겁게 내려앉게 했다.
‘성좌들의 무구들을 사용하는 데 마력이 너무 많이 들어.’
로키는 심호흡했다.
‘데미지를 너무 많이 입었다.’
로키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성좌들의 무구로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고, 가까스로 가이안의 공격을 피했건만.
‘입은 피해가 상당하다.’
로키는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던졌고, 갑옷에서 펜리르와 요르문간드가 나와 포션을 으깨 흡수했다.
현재 카프릭 영지 상태도 말이 아니다.
가이안의 일격에 카프릭 영지 중심으로 대부분 지면이 뭉개졌고, 그 주변의 거리는 초토화가 된 지 오래.
쿠단과 칸쿤, 샤린과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른다.
그리 쉽게 죽을 놈들이 아니니, 어떻게든 카프릭 영지를 떠나려고 할 터였다.
로키의 시선이 돌아간다.
항구 쪽에서 아스가르드의 군함이 움직이는 게 보인다.
뿌우우우우-!
뿔나팔 소리를 보아 카프릭 영지의 피난시킬 수 있는 자들을 이미 대피시킨 뒤겠지.
남은 이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운이 따라준다면 살아남을 것이고, 아니면 가이안이나 자신에 의해 죽을 것이다.
시선이 외벽 쪽으로 향한다.
키클롭스들이 멍하니 외벽에 걸쳐 앉아있다.
그런 키클롭스의 머리 위론 카렌이 다리를 흔들며 구경하고 있었다.
허, 관망하는 건가?
하긴, 저 정도 거리면 키클롭스들이 카렌을 제대로 보호해 주고도 남았다.
‘체력이 바닥나기 전에 끝을 내야 한다.’
로키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건틀렛을 쥔 손아귀를 들어 올린다.
그에 따라, 항구 쪽 바다가 넘실거린다.
“네놈.”
로키는 가이안을 보며 비웃었다.
“좀 씻어라. 구질구질한 냄새가 나니까.”
가이안은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 세계수의 면피를 일그러뜨렸다.
「죽어라!」
가이안의 손아귀가 펼쳐지며 다시 로키를 덮치려는 그때, 바다에 이변이 일어났다.
가이안은 멈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고, 거대한 해일이 덮쳐오는 걸 바라봤다.
「칼리브의 권능인가!」
「돕겠습니다! 누님!」
가이안은 로키에게 뻗었던 손아귀를 회수, 해일을 향해 휘둘렀다.
쾅-!
해일이 가이안의 손아귀에 좌우로 갈라진다.
메크리우스가 쌍검을 휘두른다.
바람의 칼날이 해일을 강타하듯 잘게 쪼개며 위력을 분산시킨다.
해일은 가이안과 충돌했지만, 이미 무너져 내렸기에 큰 타격은 주지 못했다.
하지만-.
「까아아악!」
이미 들어온 바닷물은 카프릭 영지 곳곳에 퍼져나갔고, 영지를 침수시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가이안은 뿌리가 쪼그라들며 바스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누님!」
메크리우스가 가이안을 쳐다볼 때였다.
등 뒤에서 섬뜩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번뜩이는 안광.
칠흑의 갑옷을 입은 로키가 궁니르를 휘둘렀다.
「……!」
메크리우스가 급히 뒤를 돌아 쌍검으로 창을 막아냈다.
날개를 펼쳐 바람을 응용해 빠르게 날아 로키에게서 벗어난다.
로키가 빛의 날개를 펼쳤다.
순간, 대기가 갈라지며 로키의 신형이 메크리우스 바로 코앞에 도달했다.
「뭐냐… 네놈….」
나보다… 빨라?
메크리우스에게 있어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머큐리는 너보다도 빨랐지.”
궁니르가 메크리우스의 하복부를 관통했다.
「컥-!」
로키의 신형이 사라진다. 번쩍이며 메크리우스의 등 뒤가 베인다.
신형이 사라지고 나타나며, 메크리우스의 팔과 다리를 잘라냈다.
“그에 비해 너는 그 녀석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로키가 날아오른다.
몸을 회전하며 메크리우스에게 낙하했고, 궁니르를 그의 정수리에 꽂아 넣었다.
푸욱-!
「메, 메크리우스!」
동생이 꼬치가 된 모습에 가이안은 비명을 질렀다.
로키는 궁니르를 휘둘렀고, 정수리가 꿰뚫렸던 메크리우스는 하늘에서 추락했다.
그 주변으로 바람이 몰아치며, 하늘에는 강력한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대륙 곳곳에 일어나는 혼란.
바람의 성좌가 죽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이, 이 괴물.」
가이안은 뒤로 물러섰고,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쾅-!
카프릭 영지가 그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박살난다.
「……!」
염분으로 가득한 바닷물로 침수된 카프릭 영지다.
먹성이 뛰어나 닥치는 데 닿는 걸 흡수하는 세계수의 뿌리가 그런 바닷물을 빨아들였고, 뿌리는 빠르게 말라비틀어져 죽어 나갔다.
결국 세계수의 뿌리들이 거대한 몸집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그런 가이안을 내려다본 로키.
로키가 궁니르를 휘두른다.
칠흑의 불꽃이 세계수의 머리를 강타했다.
세계수의 면피가 갈라진다.
그 사이로 불꽃이 퍼져나간다.
「까아아아악!」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불타고, 꽃가루가 연소하며, 불씨를 여기저기 흩뿌린다.
거대한 인간형 거목은 그대로 불타올랐다.
***
콰지지직-!
세계수의 뿌리 부근이 갈라진다.
「커억-!」
그곳에서 웬 주름진 노파가 떨어졌다.
첨벙!
침수된 바닷물에 몸이 젖어 들었다.
‘아아….’
그녀는 비틀거리며 힘겹게 일어섰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쭈글쭈글해진 손.
‘내, 아름다운 모습이…!’
노파, 가이안은 이를 악물었다.
모든 힘을, 양분을 세계수로부터 연동하여 공급해 생긴 부작용이다.
하지만 문제없었다.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인간들을 양분 삼아 다시 힘을 가르면 젊음을 되찾을 뿐만 아니라, 세계수마저 다시 키울 수 있다.
가이안은 세계수의 뿌리에 양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길에 따라 나무 덩굴들이 그녀에게 나무줄기와 뿌리들을 내밀었다.
세계수의 묘목.
이것만 있다면 세상 대지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다.
가이안이 그 묘목을 받을 때였다.
서걱-!
그녀의 목이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
목 없는 몸이 비틀거리다 앞으로 고꾸라져 침수된 바닷물 위에 떠올랐다.
로키는 그런 가이안을 내려다보다 시선을 돌렸다.
세계수의 뿌리가 내민 묘목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이건?”
로키는 묘목을 잡았다.
그에 따라, 대지가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