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3)
성좌가 된 플레이어-23화(23/250)
제23화
“왜! 왜 이렇게 된 거냐고! 다, 단지 세금을 안 냈다고? 아니면 빈민가에서 살았다고 이러는 거야?!”
청년의 외침에 웬 괴한이 걸어 나왔다.
신성 교단의 대표되는 이단 심문관이었다.
그는 창의 끝부분으로 청년의 복부를 찔렀다.
“허! 어디서 거짓말을 하느냐! 네놈은 역병을 퍼트린 마족이 아니더냐?”
“아, 아니야! 아니라고!”
“모두 잘 보아라! 이제 마족을 처형한다! 그리고 마족이 죽음으로서 이 도시에 퍼졌던 역병이 사라질 것이다!”
“오오오오!”
이단 심문관이 양손을 펼쳐 연설을 시작하자, 광장에 모인 이들이 환호했다.
청년은 그런 시민들을 보며 소름이 돋았다.
모두 즐거워 보였다. 하나같이 충혈된 눈으로 웃으면서 청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괴이한 표정은 악마에게 홀린 듯한 모습이었다.
절대적인 믿음이 쌓이다 못해 광기로 변질된 눈빛.
그들을 보던 청년은 얼마 전까지 이 광장에서 전혀 모르는 남이 ‘마족’으로 처형될 때 기뻐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또한 눈앞의 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
“아, 아니야! 이건…. 아니야! 아젤란 성좌시여! 제발! 제발…! 이 악몽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
청년은 절규했다.
끝까지 신에게 매달렸지만, 구원의 손길은 없었다.
“화형을 준비하라!”
통나무와 지푸라기에 기름이 부어졌다.
“난 마족이 아니야! 나, 난…!”
“그건 성좌님께서 판결을 내릴 것이다. 네 몸에 불이 붙지 않는다면 너는 마족이 아닌 게 되겠지!”
이단 심문관은 비릿하게 웃었다.
명백하게 비웃는 모습이었다.
청년을 능욕하며 그의 절규, 절망, 공포와 좌절. 그 모든 것들을 느끼며 웃어댔다.
이단 심문관은 이제 곧 화형당할 청년의 비명을 기대하며 입을 열었다.
“이제 화형을 집행….”
“이 악마-!”
“…….”
환호하던 군중들이 단숨에 입을 다물었다.
이단 심문관은 고개를 틀어 청년을 노려봤다.
가늘게 뜬 눈빛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이단 심문관은 청년에게 다가갔다.
“하! 감히 나를 모함하는 것인가? 성좌, 아젤란의 대리자인 이 나에게?”
“서, 성좌 따위는 없어! 이게 무슨 신이야! 평생을 믿어왔는데! 부모에게 버림받고 구걸하면서도 숭배해왔는데! 악한 짓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죽어야 하는 거냔 말이야!”
“그렇기에 창조의 신, 성좌들의 아버지인 아젤란 성좌님을 믿었어야 했다.”
“믿어서 이렇게 된 거다! 난 아젤란 성좌님을 믿었다고! 아젤란 성좌님께 매일 기도했어! 이 중에는 나를 아는 사람도 있다고!”
청년은 애처롭게 외쳐댔다.
“잘 알잖아! 내가 쓰레기처럼 살았어도 신앙심만큼은 깊다는 걸! 매일 교회 앞에서 기도를 올리는 걸 본 사람도 많다고!”
청년의 말에 군중들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청년이 한 말을 되새겼다.
광장에 모인 이들이 동요하는 모습을 보자, 이단 심문관은 자신이 든 창을 땅에 내리찍었다.
탁-!
“마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는 이단이다!”
“…….”
그 순간 다시 조용해졌다.
지금 이 자리의 절대자는 이단 심문관이었다.
성황의 명을 받은 신의 대리자!
그의 말을 거역할 자는 아무도 없었다. 만약 그에게 함부로 했다가는….
신성 모독.
대륙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일과도 같았다.
그만큼 신성 교단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이단 심문관은 자신의 말에 복종하는 나약한 인간들을 바라보며 만족감을 느꼈다.
“허! 성좌님은 존재한다. 그런데 성좌님을 부정하다니!”
“성좌가 있다면 난 살았겠지! 그런데…!”
청년의 눈가에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게 뭐야! 성좌는… 신은 없어! 이 개자식들!”
“…아니, 신은 있다.”
“없어!”
“아니, 있다. 넌 지금 신을 보고 있다.”
“…뭐?”
이단 심문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청년의 귓가에 아주 작게 속삭였다.
“성황 폐하가 신이자 성좌이시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나 또한 신이지!”
“……!”
청년은 멍한 표정으로 이단 심문관을 바라봤다.
미천한 인간 따위가 신을 자처했다. 눈앞의 상대야말로 신성 모독을 저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넌… 신에게 최후를 맞이하는 이단이자 악마다! 영광으로 알아라!”
“이런 악ㅁ…”
이단 심문관은 재빨리 횃불을 움켜잡고 입이 귀까지 닿을 정도로 찢어져라 웃어댔다.
“아젤란 성좌님의 영광이 있기를…!”
횃불을 청년의 아래 깔린 장작더미에 던져 넣었다.
화르르륵-!
청년이 불타올랐고 그것을 본 이들은 환호했다. 자기들을 못살게 굴던 역병을 퍼트린 마족이 죽었다며 기뻐했다.
그들은 악마 못지않게 변해가고 있었다.
멀리서 그런 광경을 지켜보던 한 노예상은 웃어댔다.
“하하! 이거 재밌군! 마족 하나가 또 죽었어! 이걸로 이곳에 있는 쓰레기들은 다 처리된 건가?”
노예상의 말에 옆의 동료가 물었다.
“하지만 정말 마족이였을까?”
“뭐 어때? 누가 죽던 좋은 구경거리인데! 돈만 잘 바치면 우리는 죽을 일 없어. 아니, 눈앞에서 마족 숭배를 해도 황금 덩이만 있으면 눈을 감아버릴걸!”
배불뚝이 노예상이 술을 퍼마시며 말했다.
“게다가 우리는 아인종도 아니고 말이야!”
그는 수레를 개조해 만든 감옥을 쳐다보며 실실 웃어댔다.
그곳에는 인간들이 있었다.
온몸이 걸레 짝처럼 피를 흘리며 흐느끼는 자가 있는가 하면, 몸은 멀쩡하지만, 정신이 망가져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자 또한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희망이 없었다.
모두 이단으로 찍혀 고문을 받아 노예로 팔린 이들이었다.
사내는 불쾌한 얼굴로 실실 웃으며 노예 중 가장 인상적인 노예 소녀를 쳐다봤다.
호리호리한 몸에 구릿빛 피부를 가진 소녀였다. 소녀치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외모에 머리카락은 새하얀 은발, 눈은 선홍빛에 가까웠다.
모든 것이 특출났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상은 바로 귀다. 얇고 길쭉하게 뻗은 귀.
인간이 아닌, 아인종이라는 걸 나타내는 증거였다.
다크 엘프.
어둠을 숭배하고 마족의 피를 이은 후예!
노예상은 얼마 전 숲속에서 빈사 상태에 빠진 다크 엘프를 주워 횡재한 상태였다.
“하하! 이단 심문관은 이 녀석을 보면 뭐라고 할까? 마족이라고 죽일까?”
“아니, 아마 하루만 빌려달라고 할걸?”
“하하! 그럴 수야 없지. 이 귀한 상품을 줄 수야 없잖아?”
사내들은 웃어대며 악질적인 농담을 해댔다.
갇혀 있던 다크 엘프, 샐럿은 노예상들을 바라보다 화형당하고 있는 청년에게 시선을 돌렸다.
청년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샐럿은 그런 청년을 얼음장처럼 무표정하고 무감정적으로 쳐다봤다.
작게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돌려 힐끔 군중들을 쳐다봤다.
“마족이 죽었다!”
“역병이 사라진다!”
“아젤란교! 아젤란 성좌님의 축복이 있기를!”
환호하는 군중을 보며 이단 심문관은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이건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다! 신성 교단의 성황 팔리스 폐하께서 직접 만드신 물건이다! 그분의 은혜가 임하시리라!”
“오오오오오!”
“한 병당 1골드다! 성스러운 성수이자 너희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생명줄이다! 설마 돈 따위가 아깝다고 악마가 내린 저주에 죽을 생각인가? 돈이 중요한가? 아니면 믿음이 중한가?”
“믿음입니다!”
“오오! 성황이시여!”
“사겠습니다!”
군중들은 이단 심문관에게 모여들었고 병사들은 방패를 세우며 그들을 막아 세웠다.
“돈을 받으면 한 병씩 나눠주거라!”
이단 심문관은 자기가 성자인 양 외쳤고 군중들은 환호했다.
사람들은 분위기에 취해 모두 이단 심문관이 내민 병을 사기 위해 아낌없이 돈을 내밀었다.
그들을 쳐다보던 샐럿은 무릎을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작은 증오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멍청이들.”
멍청이.
그 말이 딱 어울렸다. 아니, 오히려 그 표현이 관대할 정도였다.
샐럿은 그렇게 생각했다.
50년 전, 한때 대륙을 공포로 휩쓸었던 마왕 칼리브 하네스의 딸, 샐럿 하네스가 내린 인간에 대한 평가였다.
***
시대가 혼란스러울수록 인간은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그 이야기가 퍼지고 퍼지면 ‘소문’이 된다.
그것이 절망에 빠진 그들에게 있어 희망의 빛이요, 삶의 끈이요, 재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부풀어지며 소리에 소리를 타고 대륙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역병의 시대에서 현재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4가지였다.
첫 번째, 로니아 왕가의 쇠락.
로니아 왕국의 국왕, 엘론 폰 로니아가 ‘치매’에 걸린 사건이다. 원인으로는 10년 전 얼어붙은 대지를 정벌하고자 했던 10만 대군을 잃고 돌아온 충격에 미쳤다는 것과 혹은 그 책임을 물리고자 미친 척한다는 설이 있었다.
타국민들이라면 웃어넘길 이야기지만 로니아 왕국의 백성들은 아녔다.
절대 권력자가 두문불출로, 그다음의 권력을 가진 자들이 서로의 힘을 과시하며 정세를 어지럽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왕좌를 얻기 위한 로니아 왕가의 분열이 시작된 것이다.
서열 2위 왕자, 에론 로니아가 서열 1위인 애쉬 로니아에게 검을 겨누며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되었다.
왕국은 순식간에 서부 로니아, 동부 로니아로 분열되었고 수많은 희생을 낳았다.
또한 동부 로니아를 지배하에 두고 있던 일왕자 애쉬가 마족을 소환해 로니아 국왕이 미치게 하였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서부 로니아는 대륙의 지배자라 불리는 신성 교단으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럼으로써 동부 로니아는 점차 서부 로니아에 침식당해 궁지에 몰리게 되고, 일왕자 애쉬는 마지막 발버둥으로 다시금 마족을 소환해 역병을 퍼트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렇기에 일왕자만 죽는다면 이 역병의 시대가 끝난다는 소문이 대륙 곳곳에 퍼져나갔다.
두 번째, 죽음의 천사.
마왕이 인간들을 비탄하며 죽어 그 그림자에서 태어난 사신이 대륙 곳곳에 역병을 퍼트렸다는 소문이다.
그 사신은 매우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손짓 한 번이면 작은 마을이던, 대도시든 순식간에 역병으로 물들어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것과 상반되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죽음의 천사가 역병을 물러나게 해준다는 괴이한 소문이었다.
진실이 어찌 되었든 신성 교단에서는 죽음의 천사를 마왕의 그림자로 명명하며 토벌하려 했지만, 지금껏 죽음의 천사를 잡는 데 성공한 이는 아무도 없다고 알려졌다.
세 번째, 만능의 포션.
얼마 전부터 떠돌게 된 희망 어린 소문 중 하나였다. 그 포션은 전설에서 나오는 위대한 대현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포션으로 죽지만 않았다면 그 어떠한 질병도, 상처도 치료할 수 있으며, 지금 퍼지는 역병마저 치료할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네 번째, 신생 제국의 탄생.
브리튼 대륙의 북부의 끝, 얼어붙은 대지라 불리는 작은 외딴 섬에서 하나의 제국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다.
그 제국은 막대한 ‘부’와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성좌에게 선택받아야만 가질 수 있다는 ‘신기’라 불리는 이능을 가진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기사단이 무려 백여 명에 육박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문명은 고도로 발달했으며 거리에는 드워프가 만든 공예품이 널려 있고 추운 기후에도 따듯한 동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마법의 집까지 존재한다고 한다.
또한 신분에 차별이 없으며 노예 또한 해방되어 자유인으로 살 수 있다고 알려졌다.
무엇보다 그들을 지배하는 군주는 인간이 아닌, 절대적인 존재, ‘성좌’라고 일컬어졌다.
하지만 대륙에 떠도는 소문 중 가장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얼어붙은 대지라고 함은 생명이 살기 힘든 극악의 냉기가 흐르는 지역이다.
그곳에 사는 건 오로지 두꺼운 피부를 가진 포악한 몬스터나 혹은 노드족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소문을 들은 사람은 모두 코웃음 쳤다.
얼어붙은 대지에 제국? 게다가 부와 군사력? 백여 명에 이르는 신기 사용자? 고도의 문명? 성좌?
모두 헛소리였다.
그곳에 나라가 있을 리 없으며 교류가 전혀 없는 버려진 땅에 부가 축적될 리 없었다. 특히 백여 명에 이르는 신기 사용자라는 것도 말이 안 되었다.
대륙에 알려진 신기 사용자는 대략 일만 명, 비공식적으로는 약 5만 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륙의 지배자라고 불리는 신성 교단조차 300명이 조금 넘는 수준.
백여 명이나 되는 신기 사용자들이 쓸모도 없는 얼어붙은 대지에 모여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고도의 문명이나 성좌 또한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겼다.
모두 비웃으며 헛소리라고 치부했다.
첫 번째는 단순한 시간 보내기의 이야깃거리로, 두 번째는 술의 안줏거리로 삼은 이야깃거리로, 세 번째, 네 번째는 농담으로 주고받는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
…‥
..
…하지만 그 이야기 중 네 번째 이야기에 혹한 인간들이 점차 불어나기 시작했다.
대륙에서 쫓기는 자 또는 버려진 자, 노예가 된 자 또는 이단이라고 불리는 갈 곳 잃은 자들이 희망을 찾아 북방의 끝, 얼어붙은 대지로 모여들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헛소문으로 치부했기에, 비참한 최후를 예감하고 단꿈이나마 꾸어보고자 몰려든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죽지 않았다.
얼어붙은 대지에 들어서자마자 정체불명의 집단에 의해 끌려갔고 누군가의 앞에 무릎이 꿇려졌다.
그리고 그들은 보게 되었다.
“…악…마?”
대륙에서 도망친 인간들이 처음 본 ‘성좌’의 첫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