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30)
성좌가 된 플레이어-230화(230/250)
제230화
샐럿은 넓은 공터에 서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유골들이 있었고, 그 뒤에는 헬가가 함께였다.
숲속 넘어 풀숲에서는 마왕 칼리브와 유라가 몰래 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시작하세요.”
헬가의 말에 샐럿이 손을 뻗었다.
그녀가 주문을 외우자, 마력이 손에서 흘러나왔다.
유골이 들썩거리며 일어선다.
뼈가 끼워져 맞춰지며, 검붉은 기운을 흘려냈다.
일반 스켈레톤이 아닌 데스 나이트.
상위 언데드들이 하나둘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헬가는 그 모습에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해요.”
“후우….”
샐럿은 손을 거두었다.
데스 나이트들이 그녀를 보며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인다.
“이거… 몇 시간 유지될까요?”
“그건 하기 나름이죠.”
샐럿의 질문에 헬가가 그리 말했다.
그녀의 밑에서 사령술을 배운 샐럿은 나날이 성장해 갔다.
활을 다루는 것에는 뛰어나지만, 접근전에는 약하다.
최근에는 유라와 마왕 칼리브에게 단검 사용법을 익히곤 했지만, 역시 방어엔 취약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을 방어할 존재들을 세우기로 했다.
데스 나이트들이라면, 자신을 무사히 방어할 수 있을 테니, 마음놓고 후방에서 공격하면 되리라.
‘성좌들을 상대로 몇 분이라도 버틸 수 있겠지.’
그럼 조금이라도 이 아스가르드에, 그리고 로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금 힘든데요?”
몇 분이 지나자, 샐럿은 땀을 흘렸다.
고개를 틀어 헬가에게 말한다.
헬가가 옅은 미소를 보였다.
“참으세요.”
“…….”
샐럿이 신음을 흘릴 때였다.
수풀이 흔들렸다.
샐럿의 귀가 쫑긋 세워진다.
익숙한 발소리.
로키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고, 로키가 다가오는 걸 볼 수 있었다.
헬가가 그를 맞이했다.
“무슨 일이세요? 선배.”
“전해줄 선물이 있다.”
“선물이요?”
헬가는 놀란 듯 로키를 쳐다봤다.
선물이라… 그녀는 그가 무엇을 줄지 나름 기대하기 시작했다.
로키가 내민 건 책이었다.
“이건…?”
“마법서.”
“…그래 보이네요.”
헬가는 실망한 투로 말하곤 책을 받았다. 그리곤 펼쳐 안을 훑어봤다.
“저주네요?”
“그래, 켈펠에서 얻은 반인반수의 마법서다. 네가 보기엔 어떻지?”
“…조잡해요.”
“조잡해?”
“네, 이런 걸 누가 만든 거예요? 이토록 허술하면 사용자는 생기가 빨려 죽게 될 거예요. 아니면 타인의 생기를 빨아야 그나마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겠죠.”
그 말에 로키는 미소 지었다.
과연, 단숨에 그 저주를 꿰뚫어 볼 수 있군.
“부작용을 없앨 수 있나?”
“으음… 가능해요.”
“군에 도입 가능한가?”
헬가는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색다른 걸 추구하시네.’
“이걸 도입하게요?”
“베르세르크 전사대에 도입할 예정이다. 가능한가?”
“…그럼 그들이 마력 사용법을 알아야 해요. 그 전에 마력을 모아야 하고요.”
“그렇군. 마법부터인가?”
“아니요. 마력을 심장에 모는 방법만 알면 돼요. 마력이 그리 크게 필요한 저주는 아닌지라… 다만….”
“다만?”
“아주 잠깐 강력한 힘을 얻는 대신, 체력을 엄청나게 갉아먹겠죠.”
그 말에 로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거 좋군.”
“…….”
아, 괜히 말했다.
헬가는 거리낌이 없이 말한 자신을 후회했다.
“부탁 좀 하지.”
“들어주면 뭘 할 건데요?”
“다음 여행 때 데려가 주마. 아! 전쟁이 아닌 여행 때 말이다.”
“…좋아요.”
헬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서를 품에 안았다.
로키는 시선을 돌려 샐럿을 쳐다봤다.
그녀는 지쳤는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데스 나이트들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수련 중인가?”
“네….”
“힘들어 보이는군.”
“엄청요.”
샐럿은 말하면서도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데스 나이트 일부가 와르르 무너졌다.
“오호, 꽤 실력을 쌓았나 보군.”
“…네.”
샐럿은 말하면서도 눈을 감았다.
집중. 집중.
“훌륭하군. 꽤나….”
…말 걸지 마세요.
샐럿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말을 거니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현기증이 날 만큼 힘들어 죽을 지경이건만.
‘조금만 더 참으면 신기록이야.’
지금껏 이 많은 데스 나이트를 이토록 오랫동안 유지한 적이 없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자신이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리라.
“샐럿.”
“…왜요?”
샐럿이 눈을 떴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 톤이 올라가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 그녀의 시야에 보이는 게 있었다.
아주 작고 아기자기한 화분에 심어진 묘목이었다.
“선물이다.”
그 말에, 데스 나이트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
다음으로 로키가 향한 곳은 쿠단이 있는 곳이었다.
아스가르드의 수도 뒤편의 산맥의 끝자락.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앞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냉기였다.
그곳에서 함성을 지르는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있다.
웃통을 벗고, 온몸에 철근 같은 쇠사슬을 묶었다.
그 뒤로는 거대한 철구를 단 채 뛰어다니거나 서로 부딪쳐 치고받고 싸운다.
퍽!
주먹질에 베르세르크의 턱뼈가 부서진다.
턱이 으스러졌음에도 눈을 번뜩인 베르세르크 전사는 턱뼈를 날린 이의 뒤를 빠르게 잡고는 목을 쪼였다.
콰직-!
우드드득!
뼈에 균열음이 들린다.
그럼에도 항복이라는 말은 없다.
오히려 목을 조르던 팔꿈치를 주먹을 치며, 팔을 부러뜨리려 한다.
팔뼈가 어긋나고 틈이 벌어지자, 그 틈을 타 목을 조르던 팔을 물어뜯었다.
찌직-!
무식하고 잔혹한 육탄전.
마치 인간의 격투보다는 맹수들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 같다.
로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뭐, 저런 무식한….
로키의 시선이 돌아가며, 쿠단을 바라봤다.
수십의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쿠단에게 다가갔고, 쿠단은 손아귀로 베르세르크 전사대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쾅-!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폭발하듯 튕겨 나가 바닥을 굴렀다.
로키의 옆에 쓰러진 베르세르크 전사는 눈이 뒤집혀 있다.
‘즉사하지 않는 게 용하군.’
싸움에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설까?
쿠단은 무식한 힘을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부하들을 죽지 않을 정도로 상대해 주고 있었다.
“오오! 로키 님!”
쿠단의 말에 훈련하던 베르세르크 전사대들은 훈련을 멈추고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로키는 그런 이들을 둘러보다가 쿠단을 쳐다봤다.
“훈련 중에 미안하군.”
“아닙니다. 오히려 로키 님이 오신 만큼, 더 흥분해 훈련에 임하겠죠.”
“…….”
“그런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임무입니까?”
쿠단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요즘 대륙이 혼란스러운 만큼 쿠단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로키는 쿠단을 보며 말했다.
“마법, 배워볼 생각이 없나?”
“네?”
그 말에 베르세르크 전사대들은 멈칫했다.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배시시 웃는다.
“쿠단 대장이 마법?”
“이야, 그게 가능한가?”
“한 100년쯤 익히면 견습 마법사 수준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들은 농담조로 속삭인다.
쿠단은 그들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저는 머리 쓰는 건 젬병이라서 말입니다.”
싸움이나 전쟁에 있어서는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지만, 공부라는 것에는 거리가 먼 쿠단이었다.
“스킬북을 주지.”
“…예전에 성좌님의 스킬북으로 실험 삼아 익혀봤습니다. 그런데 좀처럼 위력이 나지 않더군요.”
쿠단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저희는 그저 육체로 싸우는 것이….”
“그럼 되겠군.”
“네?”
“육신으로 싸우는 마법을 주마.”
헬가에게 건네줬던 마법은 반인반수가 되는 마법이다.
헬가의 말에 의하면 약간의 마력. 그리고 타고난 체력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
“너희 마력 좀 쌓아라.”
마력만 쌓으면 된다.
***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하면 되겠지.’
타락한 성좌들을 차례차례 격퇴했다.
하지만 놈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엔 그들의 종자들에게 시켜 짓게 한 거대한 성역에서 회의까지 열었다고 한다.
‘엘리시온이라…’
엘리시온.
타락한 성좌들이 만든 연합 이름이다.
그들이 이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곤란하군.’
여태껏 성좌들을 하나씩 상대하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둘 이상을 한꺼번에 상대할 때는 정말로 힘들었으니, 만약 셋 이상이라면 위험할지도 몰랐다.
“성좌님, 로니아를 침공했던 드샤르 왕국의 전황입니다.”
발할 궁전에 돌아온 로키는 아움을 통해 로니아의 일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카프릭 영지를 점령하기 위해 소집되었던 2만의 로니아 군이 재정비하여 드샤르 왕국을 침략했다.
하지만 의외로 드샤르 왕국은 저항이 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성문을 열고 로니아 군을 환영하는 영주들이 있었고.
기회를 틈타 드샤르 왕가에게 반기를 드는 이들도 있었다.
대지의 성좌만을 믿고 군 병력을 상실한 드샤르 왕가의 책임 때문이었다.
그로 인해 로니아의 진군은 종횡무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긴, 한때 강대국 반열에 있던 로니아 군이니까.’
미친 왕들에 의해 국력이 약해졌을 뿐이지, 내부 기반은 튼튼한 그들이었다.
에론 왕에 의해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 그들은 다시 강대국 서열에 올라설 터.
보고를 듣던 로키와 보고를 올리던 아움은 꺼림칙함을 느꼈다.
아움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본다.
“…해가 질 시간인데… 아직 지지 않는군요.”
“원래 늦게 지나?”
“…겨울이 다가오는 만큼, 빨리 져야 하죠.”
황혼이 져야 할 시간.
하지만 황혼은커녕, 파란 하늘이 자리 잡고 있다.
로키는 힐긋 창문을 쳐다봤다.
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 나갔다 오지.”
“네?”
로키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아움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키가 자리를 옮겨 발할 궁전을 나갔다.
나무가 무성한 숲속으로 향하자, 새하얀 로브를 뒤집어쓴 천사들이 보인다.
‘천사?’
이놈들, 날 수 있다고 함부로 남의 땅에 침범하는군.
로키가 궁니르를 소환할지 고민했다. 천사들은 적의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로키를 향해 고개 숙여 말했다.
「위대한 종말의 성좌님을 뵙나이다.」
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저자세다.
의아함이 깃들 때 로키는 천사 뒤편에서 하나의 기척을 느꼈다.
그것은 거대한 존재감.
‘성좌?’
아니, 그렇다고 하기엔 이질적인 느낌이다.
“…타락한 성좌가 감히 내 땅을 침범한 건가?”
로키의 말에 천사들이 좌우로 길을 비킨다.
그런 천사들 사이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그것은 기괴하고 섬뜩한 모습이었다.
눈이 뒤집혀 있고, 얼굴 곳곳에 혈관이 튀어나와 있다.
머리와 몸은 불탄 것처럼 휘황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로마 시대에서나 입을 법한 토가를 입고 있다.
‘성좌는 아니군.’
그저 성좌가 조종하는 꼭두각시 같다.
‘겁쟁이로군.’
천사를 꼭두각시처럼 강제로 몸을 움직이는 모습이다.
빙의와 가까웠다.
하지만 육체적 부담이 커 그 육신이 조금씩 불타며 무너지는 것 같았다.
「만나서 반갑다. 형제여.」
로키가 궁니르를 소환해 손에 쥔다.
그 모습에 말을 건 빙의된 천사는 손을 들어 올렸다.
「나는 싸울 생각이 없다. 그저 타협을 위해 온 것이지.」
“타협?”
로키의 말에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의 이름은 테리오스. 태양신이자 천공을 다스리는 성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