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36)
성좌가 된 플레이어-236화(236/250)
제236화
한때, 성국의 지배자였던 성황의 화형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상하게 죄인의 화형식답지 않게 그곳은 축제 분위기였다.
아니, 축제 그 자체였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로키가 자리함에 대한 성지 순례 겸, 타락한 성황의 최후를 보기 위해서기도 했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상인이 자연스럽게 모여들었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물품들이 취급되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은 토마토였는데, 죄인을 향해 토마토를 던지는 게 아론드 영지의 특색이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모형 과녁을 그려놓고, 그곳에 토마토를 던지는 여행자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사로군. 너희는 저런 걸 즐기는 건가?”
로키는 까마귀 탈로 모습을 변화시켜 시장 거리를 돌아다녔다.
이미 그의 인간 외형도 알음알음 알려졌기에, 조금만 닮은 사람이 있어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로키를 동경해 머리를 흑백발로 물들인 여행객들 주변으로 사람이 모여들기도 했다.
“아, 아닙니다. 저희는 달라요! 물론 예전엔 죄인과 결투하는 행사는 있었지만, 무방비한 상태로 죄인을 괴롭히는 건… 저희 노드족이 혐오하는 방법입니다.”
칸쿤은 당황해하며 로키의 옆을 걸어갔다.
그녀는 머리를 땋아 챙이 넓은 모자에 머리를 숨긴 상태였다.
얼굴에는 눈을 가리는 새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런가?”
“네!”
…하긴, 신성 교단이 이상한 거겠지.
왕국마다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가 극단적이다.
그렇기에 매번 타국에 갈 때마다 놀라게 되는 로키였다.
그렇기에 여행하는 맛도 있는 거지만.
‘재앙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대륙 여행이나 가볼까.’
아움의 잔소리를 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핑곗거리였다.
“그런데 저희… 지금 뭘 하는 겁니까?”
“순찰. 대대적으로 성황을 죽이겠다고 선포했으니, 검은 심판자 세력이 움직이겠지. …오! 저거 맛있어 보이는군. 처음 보는 음식이다.”
로키는 음식점 앞에 다가가 꼬치 하나를 구매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기묘한 과일이었다.
“하아… 제가 보기엔 놀러 다니는 거 같습니다.”
“일은 즐기면서 하는 거지.”
“그런데 괜찮을지 걱정입니다. 놈들이 이 많은 인파를 인질로 삼는다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군. 아론드 영주가 꽤 빈틈없는 놈인 거 같으니까.”
외벽 경비와 외문의 검문소 경비가 철저했다.
성기사와 성직자들이 일일이 상처를 내 피를 검사하고 있었다.
“검은 심판자 중에는 웜 페스트 감염자가 아닌, 일반인도 있습니다.”
로키는 과일을 씹었다.
“그래, 하지만 그놈들은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겠지.”
로키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생각보다 쓴맛 때문이었다.
그는 비어있는 꼬챙이로 거리를 가리켰다.
거리에는 다양한 복색의 성기사들이 순찰하고 있다.
“성기사들이 많이 있지 않나? 능력 없이 싸움만 잘하는 사교도 따위, 무더기로 덤벼도 성기사 하나를 이기지 못하지.”
“그건 맞습니다만….”
“결국 놈들이 성황을 구하려면 단 한 가지 방법뿐이다. 아론드 영지를 감싼 장벽을 뚫는 것.”
“…….”
“하지만 쉽지 않겠지. 공성 병기를 들고 오자니 아론드 영지가 풀어놓은 척후병에 의해 발견될 테니까. 이 아론드 영지는 그야말로 벌레를 유인하는 덫이다. 여왕개미 하나 살리겠다고 들어올 수밖에 없게 만든 덫.”
로키의 말에 칸쿤은 마음이 놓였다.
“그렇긴 합니다.”
“특이한 맛이지만 좋군. 자, 먹어봐라.”
로키가 사먹던 과일을 다시 사 내밀자 칸쿤이 과일을 받았다.
“달콤한 과일이다. 한입에 씹어먹으면 과즙이 입안에 확 퍼지지.”
그 말에 칸쿤은 과일을 씹었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쓴맛이 퍼져나갔다.
칸쿤이 씹지 못해 인상을 찡그리자, 로키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또 이런 장난을…!”
“하하!”
로키가 웃음을 터트리자, 칸쿤은 혀를 내밀며 쓴맛을 달랬다.
그러면서도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전쟁 말고도 이토록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는 게 재밌었다.
타락한 성좌를 모두 죽인다면… 이와 같은 일상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칸쿤은 그런 기대에 로키를 쳐다봤다.
“응? 왜 그러지?”
“아닙니다.”
나중에 전쟁이 끝나면 로키 님과 함께 여행하자.
칸쿤은 그리 생각하며 미소 지었다.
***
검은 심판자 중에서는 웜 페스트 감염자가 아닌 이들도 있었다.
납치당해 온갖 고문을 받으며 세뇌당한 이들이거나 혹은, 너무나도 가혹한 환경 속에서 검은 심판자들에게 도움을 받아, 그들이 섬기는 성황이 이 세상을 구원할 메시아라고 착각하는 경우였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광신도들이 외문의 검문소 앞에 섰다.
웜 페스트에 걸리지 않은 일반인들이었다.
광신도들은 긴장했다.
‘새, 생각보다 많잖아?’
외문에 진을 친 성기사만 해도 수백은 되어 보인다.
입구만 해도 이 정도 경비라니!
‘맙소사…! 신성 교단의 성기사단을 모두 끌어모은 거야? 뭐 이리 많은 거야?!’
여행객들 사이에 숨어 있던 광신도들은 기가 죽어 주춤거렸다.
하지만 뒤로 물러설 순 없다.
검은 심판자들은 도망자를 살려주지 않으니까.
그들에게 붙잡히면 단순 재교육-고문 및 세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자신들을 와이트로 만들어 버리겠지.
실수는 있어서는 안 되었다.
‘너희가 할 일은 하나다. 화형이 있기 전 내부에서 혼란을 일으켜라!’
‘광장에 모인 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기만 하면 된다!’
‘그때, 우리와 와이트가 진군하여 외문과 외벽을 파괴해 뚫고 들어갈 것이다.’
‘너희 중 하나라도 잠입하여 웜 페스트를 퍼트리면 우리의 승리다!’
‘새 시대가 열릴 것이며, 너희는 영웅으로 칭송받으리라!’
검은 심판자들의 말에 광신도들은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나약하게 살아왔던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역사 속 영웅이 될 기회라고 말해주었다.
‘…메시아를 구한다.’
그들이 말했다.
성황 폐하는 성좌의 반열에 오른 존재라고.
그를 구하면 자신들 또한 불사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잠입하는 광신도들은 위장한 직업 분야가 다양했다.
예술가로 위장하기도 하고, 서커스단이나 상인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그들이 외문 검문소 앞에 섰다.
“무슨 목적으로 오셨습니까?”
“하하! 사람이 많이 모인 듯하여, 물건을 팔고자 왔습니다.”
“물건이요?”
성기사가 상인으로 위장한 광신도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 광신도가 끌고 온 수레를 쳐다봤다.
사병들이 수레를 훑어봤다.
상자를 열어보자, 짚으로 감싼 도자기가 보인다.
천을 걷어내자 새장이 갇힌 비둘기 또한 있었다.
“물품이 다양하군요.”
“잡상인인지라….”
“음…. 손을 내밀어 보시겠습니까?”
광신도가 긴장한 채 손을 내밀었다.
손가락에 작은 상처를 낸다. 피를 그 옆에 떨어뜨려 검사를 한다.
“이상 없습니다.”
광신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 성직자가 다가와 긴 스태프를 내밀었다.
“어?”
“체내 검사를 하겠습니다.”
…그런 것도 하는 거야?
지팡이가 빛을 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사한다.
아마, 예전 웜 페스트를 병째로 삼켜 테러를 일으킨 사건 때문에 검사 또한 철저해진 모양이었다.
신성 교단이 웜 페스트와 검은 심판자의 침략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단순한 무력만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이상 없음.”
광신도는 마른침을 삼켰다.
병에 깃든 웜 페스트를 삼켰으면 이 자리에서 걸려 죽었을 것이다.
“지나가도 좋습니다. 아젤란 성좌님의 가호가 그대와 함께하기를.”
성기사들이 광신도들을 통과시켰다.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황혼이 찾아오고, 밤이 된다.
심연의 어둠에 익숙해진 여행자들이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들이 두려워하던 심연의 어둠은 찾아오지 않았다.
“…와… 와아….”
모두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과 달빛이 아론드 영지를 밝게 비추어 준다.
횃불이 은은하게 주변을 밝혀주며, 밤의 어둠을 몰아내 준다.
“빛이다!”
“빛이 돌아왔어!”
“종말의 성좌께서 재앙을 몰아내 줬다는 소문이 사실이었어!”
여행자들이 환호한다.
광신도들은 눈을 부릅뜬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 맙소사…!”
“밤의 빛이 되돌아왔어….”
“…마, 말이 틀리잖아? 검은 심판자님들은 종말의 성좌가 세상을 멸망시킬 존재라며? 성좌들을 죽이면 그 재앙이 닥치고,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던 광신도 중 하나가 멈칫 놀라며 급히 입을 손으로 가렸다.
다행히 모두가 환호함에 따라, 그들의 말을 들은 자는 없었다.
광신도들은 안도했다.
그러면서도 걸음을 옮겼다.
우선 여관을 찾아 성황 팔리스의 화형식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화형식이 실행될 때쯤, 수많은 인파가 모일 것이다.
그때, 거사가 시작된다.
광신도들은 각자 흩어졌고, 여관을 잡았다.
그리고 창문을 열고, 비둘기 다리에 서신을 달아 날아 올렸다.
얼마 후, 비둘기가 다시 되돌아왔다.
상인은 날아온 비둘기의 배를 단검으로 찔러 갈랐다.
비둘기의 몸속에 웜 페스트가 든 작은 병이 있었다.
“좋아! 이것만 있으면…!”
그 모습을 지켜본 이가 있었다.
“…벌레에 감염되지 않은 놈들이 들어왔군.”
높다란 시계 탑 위, 로키는 시계탑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소란 속에서 그들의 말을 들었다.
분명 검은 심판자를 언급한 무리였다.
“와! 로키 님! 하늘을 보고 모두가 좋아합니다!”
그 뒤로 칸쿤이 손에 펜과 종이를 든 채 눈을 반짝거리며 주변 거리를 살폈다.
“칸쿤.”
“네!”
“놈들의 위치를 파악했겠지?”
“물론입니다! 사교도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들을 알아냈습니다!”
칸쿤이 손에 쥔 종이를 흔들었다.
“에인헤랴르 분들에게 전달하겠습니다. 감시 후, 수상하게 움직이는 즉시 제압하도록 하죠!”
“그래.”
“그런데 지금 제압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칸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제압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지금 잡으면 벌레 놈들을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하지 않나?”
잠입한 세작들이 무사하다는 걸 알아야 놈들도 방심하며 총공격을 준비할 터였다.
로키는 미소 지었다.
미끼의 성능이 확실하다.
몰려드는 벌레들을 한꺼번에 잡는 건 신성 교단의 역할이리라.
“화형식이 기대되는군.”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빌어먹을! 검은 심판자들은 도대체 뭘 하는 게냐?! 왜 나를 구하러 오지 않는 거야!”
감옥에 있던 팔리스가 쇠창살에 머리를 박으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몇 날 며칠이 흘렀는지도 몰랐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에서 웜 페스트에 걸렸다는 이유로 먹을 것조차 제공하지 않았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시간 감각이 무뎌진 만큼, 그는 점차 미쳐가고 있었다.
“이따위 쇠창살…!”
팔리스가 쇠창살을 신기를 이용해 절단했다.
그리고 지하 감옥 입구로 향하자, 은백색 갑옷을 입은 성기사들 에인헤랴르들이 서 있었다.
팔리스는 멈칫했다.
“하아… 도대체 이게 몇 번째인지….”
샤린은 한숨을 내쉬며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뽑아냈다.
그 모습에 팔리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우선… 느릿하더라도 재생은 되니. 어디 하나 잘라야지 도망을 가지 않겠네요.”
“무, 무엄하다! 나는 성황이다! 가, 감히… 나를…!”
“저는 제국 황녀인데요? 몰락한 죄인과는 격이 다르다고요. 그리고….”
샤린의 표정이 차가워졌다.
“저희 제국엔 탈옥수는 처음엔 팔과 다리 중 하나를. 두 번째 시도에서는 눈과 귀를 도려내요. 그런데 그쪽은 몇 번이죠?”
그 말에 팔리스는 입을 다물었다.
샤린은 웃음기를 머금고는 팔리스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