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37)
성좌가 된 플레이어-237화(237/250)
제237화
성황 팔리스가 화형대에 올랐다.
“성황 팔리스다!”
“죽어라! 죽어라!”
모두가 그의 죽음을 갈구했다.
하지만 팔리스는 당당한 태도로 그들을 내려다봤다.
우매한 인간들 같으니!
나는 불사자다. 너희 같은 열등한 인간들에게 겁먹을 거 같으냐?!
죽음 앞에서도 나는 당당하다!
“화형을 집행하라!”
아론드 영주가 말한다.
그 옆에는 종말의 성좌와 그를 따르는 성녀의 탈을 쓴 마녀가 서 있다.
횃불이 던져진다.
성황 팔리스의 몸이 불타오른다.
하지만-.
“세, 세상에!”
“불타지 않잖아!?”
성황 팔리스는 멀쩡했다.
그는 양손을 펼쳤다.
“나는 불사자다. 그리고 성좌의 반열에 오른 절대자다!”
그가 미소 짓는다.
그때였다.
쾅-!
아론드 영지의 건물들이 폭발했다.
“성황 폐하를 구출하라!”
“성황 폐하!”
검은 심판자들이 밀어닥친다.
수많은 이단자들이 죽어나갔다.
“성황 폐하!”
“성황 폐하!”
검은 심판자들이 무기를 들며 그를 외친다.
종말의 성좌와 마녀가 겁을 먹으며 그를 우러러본다.
종말의 성좌가 입을 열었다.
“어이.”
순간, 배경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일어나라. 팔리스.”
조각조각 무너져 내리는 세상.
팔리스는 꿈에서 깨어났다.
“아… 아아…?”
팔리스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여긴 어디지? 조금 전까지 나는… 나는… 분명 살아서…?’
“달콤한 꿈을 꾼 모양이로군.”
존재감 있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각인되는 듯 흘러들어왔다.
그 말에 팔리스는 숨이 멎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천천히 시선이 돌아간다.
눈앞에 종말의 성좌가 서 있었다.
‘다시, 다시…! 꿈을… 꿈을 꾸게 해줘!’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그는 다시 한번 현실을 깨달았다.
크론의 황녀가 온갖 고문을 자행했다.
팔다리는 물론, 귀와 혀, 눈까지 도려냈다.
느리게 재생되기는 했지만, 감옥을 탈출하려는 의욕을 꺾기엔 충분했다.
팔리스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지르지 못했다.
시끄럽게 굴었다는 명목으로 크론 황녀가 또 자신을 고문할 테니까.
‘왜 나를 구하러 오지 않는 거냐?!’
팔리스는 절망에 빠져 천장만을 바라봤다.
‘개자식들, 감히 나를 배신 한 거냐?!’
이 빌어먹을 놈들!
“아…아아아아…!”
로키는 팔리스를 보다가 옆을 쳐다봤다.
옆에서 샤린이 멈칫 놀라며 움츠러들었다.
“…꼴이 말이 아니군.”
“그, 그게요… 놈이 빠져나가려고 해서요. 최대한 쬐금 괴롭히긴 했는데….”
샤린이 손을 들어 손가락질했다.
그 때문일까?
팔리스의 눈이 그녀를 향했고, 샤린을 보고는 경기를 일으켰다.
“으아악! 나, 난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 안 했다고!”
“…생각보다 더 심한 고문을 한 모양이로군.”
“…지, 진짜 심하게 하지 않았어요….”
“저런데도?”
팔리스가 입에 거품을 물고는 뒤로 물러서서 벽을 손가락으로 긁어댔다.
얼마나 긁어댔는지, 벽엔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로키는 그 모습에 샤린을 쳐다봤다.
“저게 조금 괴롭힌 건가?”
“하, 하하… 원래 성황이 제정신이 아니었잖아요.”
샤린이 로키의 시선을 회피했다.
“물러서도록.”
“네.”
샤린은 뒤로 물러서며 기척을 감추었다.
시야에서 샤린이 사라지자, 팔리스는 거친 숨을 내쉬며 입을 다물었다.
“팔리스.”
“…….”
로키는 인벤토리에서 음식들을 소환했다.
진귀한 음식들이 그의 손에 잡혀 나온다.
갓 구워진 큼지막한 고기. 따뜻한 수프와 달콤해 보이는 빵까지.
팔리스는 그것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아… 아아….”
음식이다.
평소 음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육체를 지녔을뿐더러, 온갖 감미로운 음식들을 맛봐왔던 그로선 거들떠보지 않았을 음식들이었다.
하지만 아스가르드에 연행된 후 그는 식사 한 끼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 대신 교황 자우스의 약물을 마시며 혀가 타들어 가거나 녹아내리는 경험만 겪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눈앞의 음식들을 보게 되자 동요하기 시작했다.
“네놈, 검은 심판자들을 유인할 미끼 역할을 해야겠다. 그럼 이 음식을 주지. 어떤가?”
“…….”
팔리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사실상 로키의 요구를 거부한 셈이다.
삶에 대한 집착이, 그 온갖 고문들을 견뎌내게 했다.
그들을 저버린다면 지금껏 치욕을 겪으며 버텨 온 세월을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너에겐 아쉽겠지만 너의 추종자들은 너를 저버릴 셈인 것 같더군.”
“……!”
“그러지 않고선 이토록 조용할 리 없지 않은가?”
감옥 안이다.
바깥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심지어는 오랜 시간 동안 고독과 고통에 정신이 붕괴한 그는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한몫했다.
무엇보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자신의 최후에, 온갖 부정한 생각들로 가득찼다.
“단순히 한마디만 하면 돼. 딱 말 한마디.”
“…….”
도대체 어떤 요구를 하려는 걸까?
그 무엇이든 간에 넘어가선 안 될거 같은 느낌이다.
그는 아직도 유일한 희망인 검은 심판자들을 믿고 있었다.
그들이 자신의 말 한마디에 함정에 빠진다면 끝이다.
로키는 잠자코 팔리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 한마디만 하면 널 살려줄 수도 있다만.”
“뭐, 뭐?”
팔리스가 로키를 쳐다봤다.
“말 그대로다.”
로키의 붉은 눈이 눈웃음을 짓는다.
“나는 너를 죽이지 않겠다. 자유로이 풀어주지.”
그것은 악마의 웃음.
“그 대가로 너희 신도들을 바쳐라.”
악마의 유혹이었다.
***
로키는 감옥에서 나왔다.
그의 손엔 양피지 하나가 쥐어져 있다.
팔리스가 로키를 따르겠다는 계약서였다.
사실 아무런 효력이 없는 종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걸음을 옮기자, 그 뒤를 샤린이 따랐다.
로키는 샤린에게 계약서를 넘겼다.
“잘 보관하도록. 나중에 유용하게 쓰일 테니.”
“네? 아, 네….”
“아스가르드에 연락해라. 군대를 모아 이 아론드로 집결하라고.”
샤린은 그 말을 들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
“용케 팔리스가 넘어왔네요.”
“그 녀석도 궁지에 몰렸으니까. 이제 죽음만이 남았으니, 살려면 발버둥 쳐야지.”
“그렇긴 한데…. 로키 님.”
“왜 그러지?”
“정말 팔리스를 살려줄 생각인가요?”
팔리스와의 거래.
팔리스의 죽음으로 사교도 집단이 붕괴할 것은 자명한 사실.
하지만 그 자리를 다른 사교도가 대체하게 되겠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간에 현실성 높은 이야기였다.
그러니, 로키가 말한 ‘살려줌’으로 인해 사교도를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팔리스와의 거래는 남는 장사였다.
물론, 팔리스를 살리는 방법은 다양했다.
예를 들면, 탑을 짓고 사지를 묶어 그 위에서 평생을 살도록 하거나, 반대로 땅에 아예 묻어버린 채 봉인해 버리거나.
이미 정신은 붕괴할 대로 붕괴하였으니, 그의 웜 페스트만 조심한다면 그는 더는 위험한 존재가 아닐 것이다.
샤린은 자신이 생각한 것을 로키에게 말했다.
“그것도 괜찮군. 평생을 감금시킨다라.”
“아니었나요?”
“그래. 나는 자유까지 보장했으니까.”
“그럼….”
로키는 안타깝다는 말투로 말했다.
“약속은 지켜야겠지. 아! 아쉽군. 뭐 별수 있나? 약속대로 풀어줘야지.”
로키는 정말로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하, 하지만…!”
팔리스를 그냥 풀어주다니?!
그를 잡기 위해 아스가르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샤린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
“남이 죽이려는 것까진 막을 생각이 없다.”
샤린은 굳어졌다.
‘또 뭔가 생각하신 거구나.’
로키는 음흉한 웃음을 흘리곤 걸어갔고, 샤린은 그런 로키를 묵묵히 따라갈 뿐이었다.
***
아스가르드의 수도에 있는 병영.
합동 훈련으로 인한 소음이 가득했다.
전위에 노드 전사들이, 후위에 신성 교단의 성직자들이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병장기를 부딪친다.
기도문으로 치료를 받은 노드 전사들이 서로를 공격한다.
그런 소란 속에서 군의 보급 상태를 정비하던 아움은 하늘을 쳐다봤다.
한 마리의 매가 보인다.
전서구였다.
“어이, 뭐 먹을 거 없어?”
아움의 말에 노드 전사 하나가 갓 잡은 토끼 한 마리를 가지고 왔다.
그제야 매가 내려왔고, 아움은 팔을 뻗어 매를 받아냈다.
매의 다리에 묶인 서신을 빼내자, 매가 날아오른다.
토끼를 던져주니 낚아채 사라졌다.
“그건 뭡니까?”
아움과 동행하고 있던 페르가 물어왔다.
“…성좌님. 또 이상한 걸 생각한 모양이야.”
“또 거창한 일을 계획했다는 거군요.”
“그래, 맞아.”
아움은 페르를 보며 미소 짓고 서신을 흔들었다.
“군 소집이다. 벌레들을 일망타진한다.”
“오호!”
“페르, 토벌대를 구성해라. 쿠단도 데려가도록.”
“네, 알겠습니다.”
“노드 전사와 성직자 부대도 이용해야지. 그들이라면 충분한 전력이 될 테니.”
무엇보다 아스가르드에는 육체는 물론 신성력 마저 즉시 회복시키는 성해의 물이 있다.
거기다 명계에서 구해온 원석으로 만든 무구들이라면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검은 심판자에게 타격이 가능할 것이다.
“남은 사형 집행일은 2주. 그때까지 최대한 토벌대를 움직여 아론드 영지에 도착한다.”
***
크론 제국의 카르마는 넋이 나가 있었다.
로키가 대륙에 덮친 대재앙을 없앨 수 있다는 소린 듣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로키만 가능하다고 여겼던 카르마였다.
하지만 그것은 오판이었다.
눈앞에 있는 여인 역시 로키와 마찬가지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다.
“대, 대단하군.”
헬가가 두른 검은 아지랑이가 뿜어내는 망토.
그 망토에서 뿜어내는 마력이 사방으로 퍼진다.
사막을 배회하던 망령들이 그 마력에 이끌려, 현세와 명계의 이어진 경계로 들어갔다.
황금이 묻혀 있지만, 망령들로 인해 폐쇄된 대지.
그 갈라진 차원의 구멍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르마는 감탄했다.
과연, 성좌급의 괴물.
아니, 이 정도면 그냥 성좌라고 볼 수 있겠지.
죽음을 다루는 권능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한데….’
카르마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악하며 살며시 입을 벌렸다.
“샐럿….”
장난삼아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던 카르마였다.
하지만, 그러한 장난도 이제 그만 쳐야 할지도 몰랐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
황무지의 모래바람만이 불던 대지.
그 땅에 녹색의 뿌리들이 자라나 있었다.
푸릇한 색이 피어오르고, 싱그러운 바람이 꽃가루를 날린다.
수십 미터의 거대한 나무를 중심으로 초원이 펼쳐졌다.
카르마는 단 몇 주 만에 수십 미터로 자란 나무를 올려다봤고, 그 위에 올라탄 다크 엘프를 쳐다봤다.
‘…이 사막에 초원을 만들다니.’
황량한 죽음의 땅을, 풍부한 생명의 대지로 만드는 능력.
“새, 샐럿. 그대는 대단하군! 이런 힘이 있다니!”
카르마의 말에 샐럿은 넋이 나간 채 카르마를 내려다봤다.
“…내 능력이 아니야.”
그녀의 시선이 돌아가며, 자신이 올라타 있는 싱그러운 나무를 쳐다봤다.
“이 나무의 능력이야.”
성해의 물을 마시며 뿌리 내린 세계수가, 세상에 생명의 기운을 흩뿌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