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38)
성좌가 된 플레이어-238화(238/250)
제238화
성황 팔리스는 처형자의 신분이었지만, 로키의 거래에 응한 이후부터 대우가 달라졌다.
하루에 세 끼씩 진귀한 음식들이 나오고, 또한 씻을 수 있는 따뜻한 물이 제공되었다.
밤에는 기분 전환을 할 수 있게 향기로운 꽃가루와 크론 제국산 향신료 버섯을 갉아 향으로 피워주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쯧.”
자신을 고문하는 데 머뭇거림이 없던 크론의 황녀가 혀를 차며 자신에게 손을 대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달라진 대우에, 팔리스는 로키를 떠올렸다.
“네놈은 미끼다. 그러니 얌전히 기다리도록.”
“놈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도록, 철저히 연기를 해다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아직 정신이 혼몽할 때가 많지만, 달라진 대우는 지니고 있는 불안을 잊게 만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를 믿게 되었다.
“아아! 살만하구나.”
‘내가 이겼다!’
삶에 대한 집착이 자신을 살렸다.
교황 자우스와 종말의 성좌조차 자신의 집념을 인정한 것이다.
팔리스는 눈을 부릅뜨며 천장을 쳐다봤다.
숨을 들이켜자, 감옥 안에 피워진 향이 그의 코와 입으로 빨려 들어간다.
온몸이 나른해짐과 동시에 그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성황 폐하!
-성황 폐하!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칭송한다.
-드디어 성황 폐하께서!
-성좌의 반열에 오르셨다!
그리고 몸이 둥둥 뜨는 느낌을 받았다.
“…크론 황녀, 저거 괜찮은 거냐?”
팔리스를 감시하고 있던 에인헤랴르들.
그중 성직자 에길이 샤린에게 속닥거렸다.
“약, 너무 취한 거 같은데? 광란 버섯이 이렇게 효과가 좋았어?”
“광란 버섯만이 아니에요. 세계수 꽃가루랑 조합해 봤는데… 상당히 괜찮네요. 성황이 저 정도라면 다른 일반인들은 아예 헤어 나오지 못하겠어요.”
샤린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 지금껏 쌓인 스트레스를 저놈에게 풀고 있는 거지?”
“로키 님이 말씀하셨어요. 잘 대우해라. 자신의 처지를 잊을 수 있게.”
샤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기분 좋게 만들어 주잖아요.”
에길은 눈앞의 이가 누군지 깨달았다.
크론 제국은 노예나 죄수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가축 그 이하로 취급하는 가치관을 따르고 있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너, 악마 같아.”
“칭찬 고마워요.”
시간이 흘렀다.
팔리스가 식사를 끝마칠 때였다.
샤린이 그를 보며 말했다.
“팔리스 성하.”
달라진 말투에 팔리스는 미소가 번진다.
이제야 좀 고분고분해졌군.
팔리스가 만족해하며 그녀를 보자, 그녀의 싸늘한 시선이 보였다.
그 눈빛과 마주하자 팔리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금일 화형식이 이루어집니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찾아왔다.
***
아론드 영지에는 끊임없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밤의 어둠에 의해 대륙의 여행자들은 급격히 그 수가 줄어들었지만.
성황 팔리스의 화형식만큼은 놓칠수 없다는 듯, 목숨을 걸고 아론드 영지로 찾아오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당연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지배자의 최후.
그의 최후는 신학과 역사서에 기록될 것이 분명했다.
그 자리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곳에서 종말의 성좌를 마주하는 것만큼 그 상징적 의미는 남달랐다.
독실한 아젤란의 신도들.
혹은 타국의 권력자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을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아론드 영지에 떨어진 산속에서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괴한들.
검은 심판자.
그들이 모두 긴장한 채 장비를 재정비했다.
아론드 영지를 망원경으로 살피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아론드 영지의 수비가 너무 단단해. 습격하기엔 밤은 더 이상 어둡지 않고…. 화형이 언제였지?”
“금일 밤이다.”
검은 심판자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동료를 쳐다봤다.
“우리 얼마나 모였지?”
“붉은 달의 교단 불사자 30명과 그 신자 300명. 와이트 50마리. 그리고 우리를 후원하는 라세르라 후작 가문 기사단 30명과 징집 사병 1천. 다른 외벽 쪽은 망령교 불사자 25명과 그 신자 150명 그리고 와이트는….”
성황을 구하고자 추종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정작 성황이 없으니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힘들었다.
“…찝찝하군.”
“역시 그렇지?”
검은 심판자의 말에 동료가 동의했다.
“우리가 습격할 것을 알 텐데….”
검은 심판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화형일인데, 아론드 영지 주변 일대에 척후병은 보내지 않고 있어.”
오늘이 화형식이다.
검은 심판자 세력이 모여들 것이 뻔한 일이건만, 그에 따른 방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마치 ‘올 테면 와봐라.’라는 듯한 느낌이다.
“…함정이야.”
“알아.”
검은 심판자들이 투구를 쓴다.
“하지만 성황 폐하다. 그분이야말로 신성 교단의 태양이다.”
검을 들어 올린다.
“새 시대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그분을 구해야만 해.”
***
황혼이 지기 시작한 시기.
한 기수가 시간을 확인한다.
이윽고 뿔나팔을 불었다.
부우우우우웅-!
나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아론드 영지에 모인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황의 최후를 보기 위해 광장에 모여든다.
지나친 인구 밀집으로 인해 자리를 빼앗긴 구경꾼들은 멀리서라도 보겠다고 건물의 옥상이나 발코니 등 높은 곳을 찾아다녔다.
오직 한 곳.
죄인이 걸어갈 길만이 비어있었다.
그 장면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중간중간 설치된 마법 수정구들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마법 수정구에서는 광장의 광경을 비추고 있었다.
쿵! 쿵! 쿵!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광장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위의 거대한 저택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차 한 대가 나오고 있었다.
흰색 바탕의 황금 장식이 가미된 고급 마차였다.
마차가 이동함에 따라 주변에서 성직자들의 성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
“뭐야?”
“오늘 화형식 아니었어?”
화형식이라기보단, 성스러운 추기경이나 대사제 같은, 숭고한 자들의 추대 같은 분위기다.
마차가 자리를 이동할수록, 군중들은 의문은 깊어져만 갔다.
성황이라는 존재에게 토마토를 던질 생각을 하고 있던 군중 중 몇몇은 아쉬워하며 던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후우….”
마차에는 팔리스가 타고 있었다.
그는 긴장한 채 발을 떨었다.
혹시, 살려준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을까? 이게 함정이 아닐까?
그제서야 그런 의심이 들었다.
‘진정이 되지 않아.’
팔리스는 마차의 문고리에 걸린 향초를 바라봤다.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향초이건만, 지금은 그리 큰 효력이 없는 듯했다.
‘젠장! 크론 황녀! 제대로 준비해달라고 했건만, 향이 약하잖아!’
그때, 그런 향초에 향 가루를 뿌려주는 이가 있다.
그로 인해 마차는 뿌연 연기로 가득해졌다.
그에 따라 팔리스의 마음도 안정을 되찾았다.
“걱정되나?”
팔리스는 눈앞에 있는 칠흑의 갑옷을 입은 자를 쳐다봤다.
종말의 성좌.
그가 자신이 탄 마차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곁에 있지 않으냐?”
“…….”
“내가 잘 말해두었으니, 너의 대우는 확실할 것이다.”
“저, 정말입니까?”
“네놈에게 이렇게 대우해 주고 있지 않으냐?”
그 말에 팔리스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이자가 자신을 해칠 리 없어.
아니면 이토록 잘해줄 리 없지 않잖아?
그것은 자기합리화였다.
극단적인 삶을 영위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뇌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요 며칠간 맡은 샤린이 배합한 향 덕분에 그의 판단 능력은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로키는 팔리스의 손가락과 눈을 쳐다봤다.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저마다 움직이고 있었고, 눈 밑은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눈치채지 못하는 모양이다.
로키는 문고리에 있는 향초를 쳐다봤다.
‘대단하군.’
세계수의 꽃가루가 이 정도 위력을 가질 줄이야.
마차가 천천히 지나간다.
군중들의 눈에 마차 안의 인물이 보일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로키와 팔리스.
마지막까지 토마토 던지기에 미련을 가지던 군중들이 수군거리다가 이윽고 잠잠해진다.
그들은 로키를 향해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조용히 기도한다.
성직자들의 성가 소리와 신도들의 기도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팔리스는 동공이 확대된 상태로 신도들을 쳐다봤다.
마치 자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듯한 모습에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이다! 이 성좌는 자신을 인정해 주고, 또한 자유를 주려는 것이 분명했다!
마차가 멈추고, 문이 열린다.
“당당하게 걸어라.”
“물론입니다!”
팔리스는 열린 문에서 당당하게 걸어갔다.
에인헤랴르들이 팔리스의 앞뒤를 둘러쌌다.
그에 따라 광장에 모인 이들이 경악에 물들었다.
모두 놀란 듯 팔리스를 쳐다본다.
팔리스는 그들의 시선에 심취해 있었다.
‘그래, 나의 당당한 발걸음에 놀란 거겠지. 하, 하하! 하하하!’
로키는 마차에서 내리며 팔리스를 쳐다봤다.
몸을 휘청거리며 가누질 못한다.
눈은 뒤집혀 있고, 입가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그는 빈민가 노인보다도 더욱 초라하고 끔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저게… 성황?!”
“꼴이 말이 아닌데…?”
광장에 모인 이들의 동정 어린 속닥거림.
하지만 팔리스에겐 다르게 들렸다.
이미 뇌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다.
모든 게 자신을 찬양하는 것처럼 들렸다.
로키는 광장의 모인 사람들을 쳐다봤다.
숙덕거리는 수만 명의 사람을 뚫고 들려오는 희미한 목소리.
“서, 성황 폐하… 어쩌다가 저런….”
“…구, 구해야 할까? 저분을 우리가?”
아론드 영지에 잠입한 광신도들이다.
“로키 님. 모시겠습니다.”
칸쿤이 로키 곁을 호위하기 위해 다가왔다.
허리를 숙여 손을 우아하게 펼쳐 특별히 마련된 좌석을 안내해 준다.
로키는 칸쿤을 따라가며 조용히 말했다.
“광신도들 다수가 있더군. 확인했나?”
“네. 감시 중입니다.”
칸쿤이 화형대에서 조금 떨어진 특등석에 안내했다.
칸쿤의 말에 로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자, 이제 쇼를 즐겨 볼까?”
***
팔리스의 걷기가 멈췄다.
그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크군!”
거대한 철제로 된 처형대 위, 그 위에는 화형을 위한 장작들이 모여 있었다.
‘그래, 내가 여기서…. 어?’
팔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에서 갑자기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끔찍한 고통에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손가락이 두피를 파고들었지만, 그마저 느끼지 못했다.
“무엇을 하려고 했더라…?”
“성황 폐하.”
팔리스는 고개를 돌렸다.
투구를 벗고 있는 샤린 크론이 보인다.
“…크론 황녀.”
“맡은 바 임무를 다하세요. 그래야지 성좌님께서 인정해 줄 테니까요.”
“…임무?”
“네, 화형대에 올라가시는 거잖아요. 그리고 저희, 에인헤랴르들에게 ‘명령’을 내려주시면 돼요.”
“아! 그랬지.”
팔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랬었다.
팔리스는 걸음을 옮겼다.
순순히 단상 위로 올라간다.
화형대 앞에 서자, 에인헤랴르들이 팔리스를 통나무에 묶었다.
로키는 그런 장면을 잠자코 지켜보았다.
그의 옆에는 아론드 영주가 자리했고.
칸쿤은 부동자세로 서서 주변을 훑어봤다.
그리고 어느 지점을 지긋이 바라보기 시작했다.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에인헤랴르들이 광신도들 뒤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성가의 끝이 다가왔다.
그에 따라 로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치켜들며 말했다.
“성황 팔리스의 화형을 시작한다.”
그 말과 함께 광장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