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4)
성좌가 된 플레이어-24화(24/250)
제24화
양쪽 머리에는 나선으로 휘어진 뿔, 머리는 산양의 두개골이었으며, 칠흑의 갑주를 입고 있었다.
어깨에는 짐승의 모피를 두르고 긴 암갈색 망토를 걸친 그자는 인간이 낼 수 없는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옥좌에 앉아 있었다.
악마!
인간을 유혹해 수많은 죄악을 낳도록 만드는 타락의 화신!
그런 존재를 직면하니 그들은 두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악마뿐만이 아니다. 화려한 성 내부에는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병사들이 줄지어 있었다.
갑주와 투구를 쓰고 있어 몸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지만, 그 틈새로 보이는 새하얀 뼈는 그들이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언데드.
살아 있는 생명을 증오하는 망자!
그런 악령으로 이루어진 병사들이 악마의 곁을 호위하고 호화스러운 성을 지키고 있었다.
“소문이… 사실이었어!”
난민 중 하나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부질없는 희망이라도 찾아 헤매던 그들이다. 그런 그들은 대륙에 퍼진 소문이 허황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이곳까지 오면서 보아온 번영한 도시, 수많은 사람, 그리고 아름다운 공예품과 막강한 병사들!
단지 헛소문이라고 치부하고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건만, 이들이 보았던 것들은 환영이나 거짓이 아닌 모두 진실이었다.
다만, 악마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금시초문이었다.
대륙으로부터 도망쳐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이제는 진정으로 악마에게 홀려 영혼마저 검게 물들 위기에 몰린 것이다.
그 사실을 알았다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륙의 단일 신앙인 아젤란교에서는 악마를 이렇게 서술하였다.
-악마는 신을 거역한 자이다. 그들은 인간의 피를 마시고, 영혼을 찢으며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자들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따른다면 그자는 죽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헛소문이라고 치부했던 것조차 사실로 판명된 마당에, 눈앞의 존재에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난민들이었다.
분명 눈앞의 악마에게 피를 빨리고 영혼이 찢기며, 지옥에 떨어질 게 뻔했다. 그래서 난민들은 고개를 조아렸다.
머리를 바닥에 박고 귀를 가린 채 그와의 시선이 마주치지 않도록 하였다.
그 존재에게서 최대한 멀어지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그런 난민 사이에서 한 어린아이가 고개를 들어 악마를 바라봤다.
악마의 핏빛과 같은 안광이 아이의 순수한 눈빛과 마주쳤다.
아이는 겁보다는 호기심에 물들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배시시 웃어버린다.
그 모습을 본 악마의 안광이 가늘어졌다.
그때, 옆에 있던 부모가 아이의 이상함을 눈치챘다. 아이와 악마가 눈이 마주친 걸 깨닫고 급히 아이를 감싸며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제 아이가 무례를… 제발 용서해주십…!”
“고생 많았다.”
흠칫!
냉기가 흐르는 낮은 한 마디에 모두의 몸이 굳어졌다.
악마가 손을 들어 올리자 한 명의 중년인이 걸어 나왔다.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귀족이었다.
난민들은 낯익은 대륙인의 얼굴을 보며 조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잠시 후 불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악마와 같이 있다면 그 또한 악마를 모시는 자일 터였다.
“한스.”
“예, 말씀하시지요.”
한스라고 불린 사내는 한 손을 가슴에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군주 앞에 차리는 귀족의 예로서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행동이었다.
악마는 그런 사내의 행동에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말을 이어갔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한스는 난민들을 힐끔 쳐다보며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이방인들입니다. 허락 없이 국경을 넘어온 죄를 지었습니다.”
“그럼…?”
“처벌해야 합니다.”
한스라는 인간과 악마의 대화를 들은 난민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모습을 눈치챈 한스는 말을 이어갔다.
“다만, 이들은 타국의 군인이 아닙니다. 허락 없이 타국의 소속된 군인이 국경을 넘어온다면 큰 문제가 되오나, 보아하니 이들은 난민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하시고 그들에 대한 안전을 최대한 보호해주셨으면 합니다.”
한스의 말에 난민들은 깜짝 놀라 악마를 쳐다봤다. 하지만 악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급히 고개를 숙였다.
다만, 아까 전 꼬마는 로키를 쳐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렇군. 그대가 알아서 해라.”
“알겠습니다.”
한스는 고개를 숙이며 답하더니 난민에게 다가가 잠시 대화를 나눈 후 그들을 이끌고 대전을 나가버렸다.
악마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샤먼.”
“네.”
투박한 지팡이와 바닥이 끌리는 긴 로브를 입은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포근한 인상이었다.
다만 눈동자는 백색으로 탁하게 물든 것이 앞이 안 보이는 게 아닐까?…하고 의심이 갈 정도였다.
“난민들을 어떻게 처리할 예정이지?”
“한스가 그들의 신상 정보를 캐내면서 그중 문제가 될 만한 자들을 따로 분류해 놓을 생각입니다.”
“타국의 첩자일 가능성은?”
“그 점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입니다. 감시를 붙여 조금이라도 이상 행동을 보인다면 붙잡아 심문할 생각입니다.”
“그렇군. 잘 대해줘라.”
“물론이옵니다. 그들이 이곳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사옵니다.”
샤먼은 흐뭇한 미소로 답했다.
악마는 그런 샤먼을 보다 시선을 사라진 난민이 있던 곳으로 돌렸다.
조금 전까지 한 아이가 웃던 것을 떠올린 악마는 턱을 쓰다듬었다.
“…그보다 요즘 아이들은 단순히 순수한 건지 겁이 없군.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는 건가?.”
“네?”
“아니, 잠시 기분이 좋아 헛소리가 나왔다. 그나저나 피곤하다. 이만 들어가 쉬어야….”
“아직 멀었습니다!”
그때, 푸른 머리카락과 청색 눈동자를 가진 청년이 빠르게 걸어 나왔다.
북방의 얼어붙은 대지에 사는 노드족으로, 과거 로키와 ‘게임’을 치렀던 사내였다.
“…아움.”
악마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묻어나왔다.
그에 아움이라 불린 사내가 미소를 짓고 가슴에 손을 올리며 허리를 숙였다.
“아움 리니아, 주인이신 로키 님을 뵙나이다.”
예를 갖춘 그는 잠깐 그렇게 가만히 있다, 손가락을 튕겼다.
잠시 후, 대전의 문이 벌컥 열리며 두 명의 사내가 들어왔다.
두 사내는 나무판자를 이용해 무언가를 옮기고 있었다.
판자 위에는 수많은 서신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타 부족…이 아니라 저희 아스가르드의 백성들이 보내온 서신들이옵니다. 잘 읽고 검토해주십시오. 주인이시여….”
“…오전에 끝난 게 아니었나?”
“백성들의 목소리는 밤낮이 없사옵니다.”
“그렇군. 그럼 저녁에 검토….”
“물론 주인께서 피곤하시면 어쩔 수는 없겠사오나, 아직도 배고픔과 추위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갸륵히 여기시어 아주 잠깐, 아주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내주신다면 백성들은 배불리, 그리고 따듯하게 지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의 군주… 아니, 성좌이시여-!”
아움이 미소 짓고 말하자 악마는 머리뼈로 이루어진 투구에 손을 올렸다.
마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는 행동 같았다.
얼마 전까지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행동했던 사내가 어느 순간부터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그따위 성좌, 네놈이 해라.”
“그럴 수야 없지요. 무능한 인간이 어찌 위대한 성좌를 자처한단 말입니까?”
“너, 아직도 얼어붙은 호수에서 있었던 앙금이 남아 있는 거지?”
“오해이십니다.”
미소 짓는 아움을 보며 악마는 주먹을 내지르고 싶은 욕구를 꾹꾹 참아냈다.
“쿠단, 페르. 어서 주인님께 서신을 전달하라!”
쿠단과 페르라고 불리는 사내들은 서신을 옥좌의 바로 앞에 가져다주고는 물러섰다.
“…너무 많군.”
“원래 나라가 세워지면 번거로운 일이 많아지는 법이옵니다.”
“대충 훑어보면 끝날 일이다. 잠깐 휴식 후….”
“힘드시면 저도 도와드릴게요!”
가느다란 목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한 명의 여성이 걸어 나왔다.
긴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눈은 맑은 바다를 보는 듯한 군청색이었으며, 허리춤에는 단조롭지만 아름다운 황금빛 검을 차고 있었다.
그녀가 대전에 들어서자 모든 이들이 흠칫 굳으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칸쿤.”
“명령하신 몬스터 토벌을 끝내고 복귀하였습니다. 로키 님.”
그녀는 환한 미소를 띠며 그의 옆에 우뚝 섰다.
그리고 로키가 검토할 서류들을 훑어봤다.
“이거 오늘 안에 다 해결하셔야 하는 건가요?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지금도 도와주지 않으면 곤란해하는 사람들 또한 있으니까요.”
그녀는 방긋 미소 짓고 서신을 읊기 시작했다.
얼마 후 악마와 칸쿤과의 대화가 끝이 났다. 악마가 포기한 것인지 손을 서신 쪽으로 뻗어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업무가 끝이 났다.
칸쿤은 속이 후련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식사를, 공물을 바치겠습니다. 그전에….”
어느새 여인은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마치 신에게 정성스레 기도를 올리는 수녀와도 같은 모습이다.
“…….”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매우 만족하는 표정으로 일어섰다.
어느새 저녁이 된 알현실에는 그 둘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공물을 가져오겠습니다!”
상큼하게 미소 짓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버리는 칸쿤.
활기찬 그녀의 성격에 그는 웃음을 흘렸다.
악마.
브리튼 대륙의 끝, 얼어붙은 대지를 정복하였으며, 인간 중 가장 강인한 일족이라고 알려진 노드족을 통합.
신생 ‘아스가르드’를 세운 지배자, ‘죄악의 성좌’라고 불리는 ‘로키’였다.
“내일도 서류 더미와 씨름하게 되겠지. 참으로 골치 아프군.”
음침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푸념하는 그에게, 검은 로브와 복면을 쓴 스켈레톤이 다가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로키는 그 모습을 보며 무심하게 손을 뻗자, 스켈레톤이 품에서 하나의 끈으로 묶인 양피지를 양손으로 공손히 올려 내밀었다.
로키는 그것을 풀어내고 글의 내용을 읽었다.
대륙에서 정보활동을 하고 있는 노드 전사들이 보낸 보고서였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눈이 커지며 벌떡 일어섰다.
“…찾았다?”
끄덕.
“어디지?”
스켈레톤이 가느다란 뼈만 남은 손가락으로 이마를 툭툭, 그리고 양손으로 무언가를 표현했다.
암호화된 수화법.
성대가 없는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습득시킨 것이었다.
“로니아… 왕국? 그곳에?”
끄덕.
로키는 보고 있던 서신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이 세상에 소환되고 300년간 잠들었다. 그리고 깨어나고 노드족을 통합한 지 3년.
무려 3년이라는 세월 동안 로키는 후배, ‘윤시린’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 얼어붙은 대지를 통합시키고 세력을 일구어냈으며, 제 나름의 정보망을 갖추었다.
그 어떤 세력보다 더 단단하고 견고하며 넘볼 수 없도록 힘을 길렀다.
그리고 그 힘을, 지금 사용할 때였다.
“지금 당장 그녀를 찾는다! 드워프의 수장 르란, 원로인 한스를 데려와라. 최대한 아무도 모르게 …!”
스켈레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릎을 꿇으며 인사를 올린 뒤 소리 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점차 그림자만 남긴 채 희미해지며 사라져버렸다.
얼마 후, 한 명의 드워프와 중년 귀족이 알현실에 들어왔다.
“너희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