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42)
성좌가 된 플레이어-242화(242/250)
성좌가 된 플레이어-242화
제242화
쿠단이 아움에게 물었다.
“…출전입니까?”
“일주일 후, 모든 군 정비가 끝나는 즉시 출전할 거야. 당연히 선봉장은 쿠단. 너다.”
“…그렇군요.”
일주일간 체력을 재정비해야겠다.
“페르, 너는 군대를 지휘해야 할 거고.”
“알겠습니다.”
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스가르드 군은 해상로를 이용해 카프릭 영지까지 이동 후, 드샤르 왕국을 지나 로키 님이 계신 아론드 영지로 향한다.”
드샤르 왕국 영토에 자리한 로니아의 진영에 아스가르드 군이 잠시 머물러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육상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드샤르 수도를 지나쳐 신성 교단의 아론드 영지에 도달할 예정이었다.
그렇게까지 지나온 길을 보급로로 삼고 그 너머의 타락한 성좌들이 있는 엘리시온으로 갈 예정이었다.
“우리가 엘리시온에 도착한다면 우리 우방국들은 타락한 성좌들에게 협력하는 왕국들을 공격할 거다.”
현 드샤르 왕국은 로니아에 의해 멸망을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타락한 성좌 진형의 나라가 위축되는 틈을 타 로니아와 크론 제국이 타락한 왕들을 칠 예정이었다.
그리고 성역, 엘리시온을 포위한다.
“그게 우리의 계획이야.”
아움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솔직히 실감이 되지 않습니다.”
페르가 긴장한 채 말했고 쿠단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쿠단은 아론드 영지 때 접했던 성좌들을 떠올렸다.
그 괴물들이 모여 있는 엘리시온. 그곳을 공격하게 될 줄이야.
“아, 그리고 쿠단.”
“……?”
아움이 쿠단을 불렀다.
“헬가 님이 찾으시더군.”
“헬가 님이요?”
“그대에게 전할 게 있다고 하셨다.”
나한테?
쿠단이 의아해할 때, 아움이 말했다.
“반인반수의 마법서.”
로키가 쿠단에게 예전 했던 말이 있었다.
마력을 키워보라고.
“그게 완성되었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걸 사용할 때였다.
***
「…기회라고?」
슈르트는 두려운 듯 로키를 쳐다봤다.
“그래.”
「…거짓말하지 마. 내가 모를 거 같아? 나를 속이고 방심한 틈에 나를 죽일 셈이잖아.」
“내가 너 하나 죽이지 못해 그리 비겁한 수를 쓸 거 같으냐?”
로키가 슈르트와 마주 봤다.
슈르트는 등골이 오싹해 뒤로 물러섰다.
오랜만에 마주한 그는 이전에 만났던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은 위압감을 풍기고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을 손쉽게 죽일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슈르트의 시선이 칸쿤에게로 향했다.
“으으윽….”
칸쿤이 땅에 꽂은 성검에 몸을 기대고 쉬고 있었다.
저 인간 나부랭이가 자신의 온 힘을 다한 일격을 막아냈다.
저 정도의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슈르트는 크나큰 위협이 되었다.
“선택해라. 나에게 충성을 맹세할지, 아니면 여기서 봉인 당하거나 죽을지.”
「…트림은 어찌할 생각이야.」
“너와 같다.”
로키는 슈르트를 바라보곤 말했다.
“나를 받아들인다면 자유를 줄 것이고, 아니면 죽일 것이다.”
트림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었다.
슈르트는 고민하며 고개를 숙였다.
락시엘을 쳐다봤다.
그녀는 미소 지으며 슈르트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상 선택권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로키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바깥세상에 나가 락시엘이 말한 세계를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거부하면 자신의 삶은 여기서 끝나거나 평생 이 동굴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리라.
그리고 그 시간의 굴레 속에서, 하나뿐인 벗인 락시엘은 사라지겠지.
그녀는 인간이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고 로키에게 찾아가 그토록 간절히 부탁한 것임을 알고 있다.
“자, 어떻게 할 거지?”
「…정확히 무엇을 하면 돼?」
슈르트의 말에 로키는 미소를 지었다.
***
신성 교단의 수도.
폐허가 된 그곳은 계절의 변화 없이 오직 싸늘한 겨울만이 차지하고 있었다.
눈 폭풍우가 사라지지 않는 그곳엔 거대한 거인이 무릎 꿇고 있었다.
온몸이 황금의 쇠사슬에 묶인 그 거인은 허망한 눈빛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온몸이 얼음으로 뒤덮인 거인.
거인들의 왕, 트림.
그는 무력하게 한 장소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
종말의 짐승들을 묶어두기 위해 만들어진 쇠사슬은 트림의 모든 힘을 빨아 마셨다.
「아아….」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자신이 발할 궁전의 지하에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독이 그의 정신을 좀먹었다.
그때는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였다.
조용히 세상을 책으로 바라보던 우르가르트.
심심하다고 봉인된 문을 치며 난동을 부리던 슈르트.
비록 그들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적어도 그들로 인해 자신이 존재한다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에 마음의 위안을 얻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 누구도 그와 대화할 수 없었다.
그 누구도 이 대지를 찾아오는 이가 없었다.
결국 자신은 오직 홀로 이 땅에 머물며 살아야 할 터였다.
‘나는… 살아 있는 건가?’
트림은 시선을 내려, 지면을 바라봤다.
눈보라에 의해 뿌연 시야가 앞을 가린다.
‘내가 바라던 라그나뢰크는 일어나지 않는 건가….’
그토록 바라던 신을 심판하는 일이 사라져 버리다니.
‘로키….’
그는 자신에게 이러한 형벌을 내린 자를 떠올렸다.
「로키!!」
증오와 함께 경외심이라는 모순된 감정이 떠올랐다.
그때, 뿌연 눈 폭풍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보인다.
터벅… 터벅…
거인에 비해 정말로 하찮다고 볼 수 있는 작은 몸집.
칠흑의 갑옷을 두르고 산양의 머리뼈를 가진 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트림은 눈 폭풍 속에서 등장한 그 존재를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 이제 환영까지 보이는 건가?
내가 정말로 나약해졌긴 했구나….
“트림.”
게다가 환청까지?
“네게 자유를 주지.”
「…….」
“대신 나에게 너의 모든 걸 바쳐라.”
그것은 트림이 바라던 환영이자 환청.
“네 도움이 필요하다. 트림.”
정말로, 저 말을 듣고 싶었다.
자신의 주인이자, 자신의 창조주에게 말이다.
그때면 트림은 늘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로키.」
환영이라도 좋았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년이 지나도 좋았다.
그때, 만약 로키가 자신을 찾아온다면 이렇게 목소리를 내어 말하고 싶었다.
「내가 오래전 말했지. 그대는 라그나뢰크를 바랄 것이라고. 그리고 나를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라그나뢰크… 그렇군.”
그는 고독했다. 그리고 그 고독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환영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말을 걸고 있었다.
로키의 형벌은 지독했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이 그저 단순한 거대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릴 것 같았다.
「이 세계의 신들을 죽여,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자! 우리가 바라던 소망, 라그나뢰크를 이 세상에 불러들이자!」
라그나뢰크.
세상을 파멸시켜, 새로이 시작되는 그 성스러운 위업을, 눈앞에 있는 환영에게 말하고 있었다.
“라그나뢰크… 그렇군. 그럼, 네놈은.”
로키가 트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고개를 치켜들어 트림을 올려다본다.
거인에 비해 참으로 하찮아 보이는 작은 몸뚱이.
하지만 그 작은 몸뚱이로 그는 거인의 왕인 트림을, 슈르트를 쓰러트렸다.
“나를 섬길 것이냐?”
그를 섬기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얼음의 거인들을 이끄는 얼음 거인의 왕. 트림이 말하겠다.」
트림이 무릎 꿇었다.
그는 매번 이렇게 꿈꿨다.
「그대가 라그나뢰크를 원하면 전장에 나가, 이 목숨이 다하는 일이 있더라도 신들을 얼려 죽이겠노라고.」
고개 숙여 악의 화신을 칭송했다.
그의 창조자는 그렇게 설정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트림, 그 자신의 의지이기도 했다.
“좋다. 트림. 네게 자유를 주마.”
로키가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트림을 구속하고 있던 황금의 쇠사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마력이 폭주하고 이윽고 폭발해 산산조각이 난다.
쨍그랑!
유리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파편들.
「……?」
트림은 자신의 몸을 두리번거렸다.
팔을 들어 올린다.
자신을 옭아매던 사슬이 사라졌다.
온몸에서 마력이 요동치며, 주변의 얼음 폭풍이 더욱 강렬해졌다.
‘힘이 되돌아왔어?!’
환, 환영이 아니었단 말인가!?
트림은 충격을 받은 듯 시선을 로키에게 향했다.
로키가 등을 보이며 걷고 있다.
그리고 그가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말한다.
“뭘 하는 거지?”
「아, 아니, 그게….」
“따라와라. 네가 바라던 라그나뢰크가 눈앞에 있다.”
그 말에 트림은 입을 다물었다. 홀린 듯, 로키의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
「성황 팔리스가 죽었다 합니다.」
타락한 성좌들의 성역, 엘리시온.
그 신들의 탑 꼭대기 회의장에서 테리오스는 천사의 보고를 듣고 굳어졌다.
다른 성좌들은 천사의 보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제각기 흥미 있는 주제로 대화하며 회의의 분위기를 흩트렸다.
「성황 팔리스가 죽었다고?」
「그, 그렇습니다.」
「언제… 언제적 일이냐!」
테리오스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찍었다.
그 소리가 워낙 커,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성좌들이 테리오스를 쳐다봤다.
천사가 식은땀을 흘렸다.
「하, 한 달 전의 일입니다.」
「그런데 왜 보고가 늦었지?」
테리오스가 살기를 뿜어냈다.
그 모습에 성좌들은 헛웃음을 토해냈다.
「테리오스, 너 태양신 주제에 너무 저기압인 거 아니야?」
누군가의 조롱 섞인 말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열등한 벌레가 죽은 것 따위에 왜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
테리오스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리고 자신을 비웃는 성좌를 노려봤다.
성좌들이 멈칫했다.
「그래, 우리에겐 성황이란 존재는 분명 단순 벌레, 그뿐이었지.」
하지만 그의 죽음이 종말의 성좌때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놈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 대륙에 영향력이 있는 성황 팔리스를 죽였다. 그 뜻을 모르겠나!?」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종말, 그놈이 본격적으로 움직일 거라는 소리다.」
「…….」
성좌들이 침묵했다.
몇몇은 긴장했고, 몇몇은 테리오스를 무시했다.
그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뭐야, 설마 그놈이 이곳으로 온다는 말이야?」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었지만.
「그래.」
돌아오는 테리오스의 답변은 단호했다.
「뭐?」
「성황의 죽음은 단순히 생각할 것이 아니야. 그 영향력은 우리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사도들에게도 미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이 상징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이제, 우리가 그의 다음 목표다.」
그때, 천사 하나가 날갯짓하며 날아왔다.
「위대한 엘리시온의 성좌님들을 뵙나이다!」
천사가 황급히 무릎 꿇고 고개 숙인다.
그러면서도 조급한 듯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조, 종말이 움직였습니다.」
「…….」
엘리시온의 회의장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 그가 비의 성좌께서 다스리는 에스리탄 왕국을 침략하였습니다.」
에스리탄이라면 엘리시온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한 왕국이었다.
그곳의 왕이 상당한 무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있어, 성좌들이 부러워하며 탐을 냈던 곳이기도 했다.
그 말에 엘리시온에 있던 성좌들은 긴장했다.
정말로 종말의 성좌가 자신들을 찾아오고 있단 말인가!
그때였다.
뚝… 뚜뚝…!
태양신이자 천공의 신인 테리오스가 지배하고 있는 엘리시온이었다.
그곳엔 밤이 없으며, 오직 맑은 날씨에 태양만이 내리쬐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성좌들이 고개를 올려다봤다.
지붕 없는 회의실 너머로 하늘에는 시커먼 먹구름과 함께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성좌들은 천사가 올린 보고를 떠올렸다.
「그, 그가 비의 성좌께서 다스리는 에스리탄 왕국을 침략하였습니다.」
절대로 비가 내릴 리 없는 이 엘리시온의 성역에서, 비가 내린다는 의미는 단 하나였다.
‘…비의 성좌가 죽었다.’
타락한 성좌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