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43)
성좌가 된 플레이어-243화(243/250)
제243화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성좌들의 시선이 테리오스에게 향했다.
「그 이유는 형제, 자매들이 그에게 쉽게…, 그리고 많이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테리오스가 타락한 성좌들을 노려봤다.
「놈을 더 이상 막을 방법이 없군.」
「무, 무슨…!」
「테리오스! 이곳은 수천의 천사와 우리가 모인 성역이다. 제아무리 종말의 성좌라고 해도…!」
「아직도 그를 무시하고 있군.」
「…….」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다.」
테리오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몸에서 성스러운 기운과 함께 휘황찬란한 빛이 뿌려진다.
먹구름이 사라지고 태양빛이 내려왔다.
「우리가 하나로 뭉쳐 그를 죽이던가 아니면 우리가 죽던가.」
「…….」
「어떻게 할 텐가? 형제, 자매들이여.」
살기 위해선, 합심하여 종말의 성좌를 죽여야 했다.
***
뚝… 뚜뚝….
촤아아아아!
빗줄기가 내린다.
하지만 그러한 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싸늘한 기운에 눈이 되어 내리거나, 뜨거운 열기에 의해 증발해 소멸했다.
엘리시온으로 향하는 최단 거리의 길목이라 할 수 있는 에스리탄 왕국.
그곳의 타락한 성좌를 섬기던 왕은 목이 잘려 성벽에 걸리게 되었고, 그런 왕을 사도로 임명했던 비의 성좌 역시 목이 잘린 채 한 사내의 손아귀에 쥐어지게 되었다.
“…마, 말도 안 돼.”
에스리탄의 병사들은 두려움에 몸을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들은 궁전 위에 우뚝 선 한 사내.
‘종말의 성좌’라 불리는 사내와….
그의 좌우로 서 있는 거대한 거인들을 바라봤다.
불꽃을 뿜어내는 거인.
얼음으로 한기를 뿜어내는 거인.
그들에게 군대는 필요 없었다.
단 셋이서 에스리탄 왕국을 침략했고, 단 반나절도 되지 않아 수도는 함락당했다.
믿었던 왕은 허무하게 쓰러졌으며, 최강이라 여기던 비의 성좌는 단 한 번의 일격조차 날리지 못한 채 저 세 괴물의 손에 의해 참살당했다.
종말의 성좌, 로키는 고개를 치켜들며 미소 지었다.
“쉽군.”
과연, 사냥은 파티 플레이가 최고인 법이다.
***
“진군하라! 진군하라!”
성황 팔리스가 죽은 아론드 영지에 수많은 군대가 밀집되었다.
노드 전사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걸음을 옮긴다.
크론 제국에서의 보급 마차들이 그 뒤를 줄지어 갔다.
“총지휘관을 맡은 아움 리니아라고 합니다.”
“오오! 이거 영광입니다! 이 아론드 영지의 영주, 마르코 아론드입니다.”
아움과 아론드 영주는 서로 손을 마주 잡았다.
“그나저나… 대단하군요! 과연, 신의 국가, 아스가르드답습니다! 병사들의 위용이 범상치 않습니다!”
빈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아론드 영주가 보기엔 노드 전사 하나하나가 기사급에 달하는 위압감을 풍겨내고 있었다.
노드 전사 4만 명, 교황 자우스를 필두로 신성 교단의 성기사와 성직자 2천여 명이 현재 아론드 영지에 모였고, 에스리탄 왕국으로 갈 예정이었다.
아론드 영주는 노드 전사들을 지켜보다 그 뒤에 있는 거대한 요새를 바라봤다.
“어…?”
그는 눈앞의 장면에 현실감을 잃었다.
거대한 요새가 움직인다.
그 모습에 아론드 영주는 입을 떡하니 벌렸다.
‘그, 그렇군. 저게…!’
움직이는 요새.
신성 교단의 수도를 몰락시켰던 그 요새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이제 막 선봉대가 도착한 터라, 준비가 미흡합니다.”
“…저, 저게 선봉대란 말입니까?”
아론드 영주는 경악했다.
저게… 선봉대?
“네, 해상으로 움직이는 병력이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영지를 통해서도 움직이고 있지요.”
바다에서는 토르센이 해군 함대를 이끌고. 헬가가 망령의 군세를 나글파르에 태워 이동하고 있었다.
육상으로는 샐럿이 세계수를 타고 이동 중. 그 뒤를 카렌이 키클롭스와 함께 뒤따르고 있었다.
또한 카누스와 우르가르트 역시 참전.
그들은 또 다른 육상 길을 통해 엘리시온 성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타락한 성좌들을 섬기는 국가들을 무너뜨릴 예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크론 제국과 로니아 왕국의 연합군은 다른 국가들을 점령할 예정입니다.”
타락한 성좌들을 섬기던 왕들로선 초조할 것이다.
아무리 그들이 성좌들에게 힘을 받았다지만, 그래봤자 한낱 인간이었다.
그런 그들이 강대국으로 우뚝 선 로니아와 크론 제국의 연합 공격을 막아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로선 성좌의 도움을 청하며 그 희망을 기다리겠지만.
‘무리겠지.’
아움은 교황 자우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걱정할 필요 없소. 종말의 성좌가 선두로 나서서 타락한 성좌들을 죽이면, 다른 성좌들은 겁을 먹고 엘리시온에 틀어박혀 있을 테니.」
오만한 성좌들.
하지만 그 실상은 겁쟁이들의 포장에 불과했다.
자신이 성좌라는 자각이 있는 만큼, 그 누구보다도 죽음을 두려워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 혼자 고립되는 일 따윈 하지 않을 터였다.
엘리시온은 그들이 현재 대륙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인 만큼 그곳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빠져나올 수 없는 감옥이 되겠지.’
“대단하군요! 이 정도 병력이면 엘리시온도 순식간에 함락될 겁니다!”
아론드 영주의 말에 아움은 고개를 저었다.
성좌들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아론드 영주는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겁먹은 성좌들이 본격적으로 병력을 모으고 있다.’
열등한 인간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위기에 처하니, 그런 인간들의 도움을 받고자 마구잡이로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니.
‘검은 심판자들이 있었다면 상당히 까다로웠겠지만.’
웜 페스트를 상대하려면 상당한 출혈과 귀찮음이 따른다.
하지만 로키가 그들을 일망타진해, 그 병력 대부분이 붕괴하였으니 한결 수월할 터였다.
***
엘리시온 궁전에서 타락한 성좌들은 자신이 섬기는 각 국가에 명령을 내렸다.
「명령이다. 군대를 보내라.」
「너희가 가진 모든 전력을 보내!」
「나의 종자여, 나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라!」
벌레 같은 열등한 인간 따위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아니꼽긴 했지만, 그래도 종말의 성좌가 부리는 벌레들을 상대하는 데는 무리가 없으리라.
그렇게 병력이 집결했다.
엘리시온의 거대한 성역 앞 초원에 수십만에 이르는 병력이 엘리시온으로 입성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질서정연하게 행진하는 군대를 보며 엘리시온에 있는 시민들이 환호한다.
모두 하얀 의복에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다.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엔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그들 중 일부가 힐끗 하늘을 쳐다봤다.
천사들이 날아다니며 그런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다.
그 모습을 발견한 이들이 더욱 소리 높혀 환호했다.
이곳에 모인 시민들 수백만 명은 모두 성좌들의 양식이 될 ‘식량’이었다.
각 타락한 왕국에서 선출한 질 좋은 인간들을 보내 선별한 것이다.
그들은 천사의 감시하에 성좌를 위한 찬양과 칭송을 아낌없이 표현해야 했다.
엘리시온에 집결한 군대는 20만이 훌쩍 넘어섰다.
그리고 그 군대는 각각 명망 있는 장군들이나 혹은 왕이 직접 나서 군대를 이끌고 오기도 했다.
타락한 성좌들을 따르는 엘리시온 연합군.
그 총지휘관을 맡은 자는 기사의 제국이라 불리는 로토스의 황제, 밀라니젤이라는 자였다.
신성 교단이 없었다면 대륙은 진작 그의 손에 통일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진 자였다.
밀라니젤은 엘리시온의 신의 궁전에 들어섰고, 드넓고 티끌의 오염도 없는 순백의 대전에서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위대한 성좌님의 부름에 받들어, 이 밀라니젤 로토스. 성좌님들을 뵙나이다!”
그가 이번 엘리시온 성역의 총사령관이었다.
***
성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밀라니젤 뒤에 있는 자신의 사도들을 바라봤다.
각 왕국의 왕들과 이름난 기사들, 마법사 혹은 그에 필적한 영웅이라 칭송받은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성좌들은 혀를 찼다.
자신의 사도들이 밀라니젤의 뒤에 있었으니까.
결국 이 중 가장 뛰어난 무력과 권력을 가진 자는 밀라니젤이었고, 그는 태양신이자 천공의 성좌, 테리오스의 사도였다.
테리오스는 밀라니젤을 바라봤다.
밀라니젤은 그의 가호를 받아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되었으며, 또한 태양의 불꽃처럼 꺼지지 않는 불사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예전 카누스가 만든 마검을 허리춤에 차고 있었으며, 등에는 태양이 그려진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의 늠름한 모습에 테리오스가 흡족해하며 말했다.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
“위대한 성좌님의 부름에 응하는 건 사도로서 당연한 일이 옵니다.”
“감히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고 지배하는 우리에게 도전한 이들이 있다.”
밀라니젤이 고개를 들었다.
테리오스가 휘황찬란한 빛을 발한다.
그의 등 뒤로 이글거리는 태양이 보이는 듯하다.
“그들의 처단을 그대에게 맡기고자 한다.”
“성좌님의 뜻을 받들어, 사악한 무리들을 토벌하겠나이다!”
“좋다.”
테리오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살며시 눈을 감는다.
* * *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이 엘리시온의 초원으로 들어서는 군대가 보였다.
철컥… 철컥… 철컥….
머리부터 발끝까지 묵빛 갑주를 뒤집어쓰고, 거대한 무기들로 무장한 북방의 야만인들.
그리고 그런 이들의 뒤로 뒤따르는 인간이 아닌 존재들.
마력을 가진 괴물 키클롭스.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인.
온몸이 불타오르는 거인.
몸이 풀과 바위로 된 거인.
드넓은 초원 위에 그러한 괴물들이 몰려오고 있다.
해안가에서는 군함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야만 전사가 탄 그 군함의 뒤론, 섬뜩한 기운을 내뿜는 거대한 망령의 배가 뒤따르고 있다.
한편 초원에는 거목 한 그루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칠흑의 존재가 있었다.
8개의 다리를 가진 괴물마를 타고, 황금의 창을 움켜쥐고 있다.
산양의 머리뼈를 가진 그 존재.
종말의 화신.
로키.
그가 이 엘리시온 성역에 당도하였다.
***
로키는 오딘의 말, 슬레이프니르를 탄 채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거대한 궁전이 보인다.
그곳은 성경에서나 등장하는 바벨탑의 모습과 흡사했다.
“로키 님!”
칸쿤이 하늘에서 빛의 날개를 펼친 채 내려왔다.
“궁전이 상당히 견고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수성에는 취약해 보였습니다.”
하늘을 뚫을 듯한 층층이 쌓아 올려진 화려함과 웅장함을 뽐내는 성좌들의 도시.
말 그대로 신들을 찬양하기 위한 곳이다.
전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요새라고 보기 힘들었다.
사실상 성문이라 할 수 있는 것도 구색만 맞추어져 있을 뿐 효율성에서 보자면 상당히 떨어졌다.
성문 너머로는 층층이 올라가는 계단과 그런 계단의 좌우로 난 길에는 신도들이 사는 건물들이 있을 뿐이었다.
“타락한 성좌들의 오만함이 드러나는 장소였습니다.”
성좌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침범당할 거라는 걸 예상치 못했겠지.
그저 자신들의 양식 보관과 위명을 위해 지어진 성역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방어가 가능할 리 없다.
“다만, 상당한 군대가 포진해 있습니다. 압도적인 수였습니다. 적어도 20만 정도는 되어 보입니다. 비무장 시민들은 수백만 정도는 되어 보이고요.”
“…상당히 많은 인군데, 식량은 어떻게 조달하는 거지?”
성좌들이 권능을 사용했나?
“그게… 농장과 과수원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만, 말라 있었습니다.”
로키의 예상대로였다.
단순 농장과 과수원이라고 해도 수백만 명의 인간을 먹여 살리는 건 힘들 것이다.
그럼 성좌의 권능이 필요했을 것이고, 칸쿤의 말대로 농장과 과수원이 있었다면.
“대지의 성좌, 가이안이 식량 공급을 해줬겠군.”
세계수의 수액과 과일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가이안이 죽었으니 저 수많은 인구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
한 달이라도 버티면 용한 거겠지.
“성좌님.”
로키에게 아움과 샤먼이 다가왔다.
“적의 총지휘관을 알아냈습니다. 서쪽의 거대 제국, 로토스의 황제가 나선 모양입니다.”
로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현재 타락 성좌들의 편에 선 국가들은 아스가르드의 연합군에 의해 점령당하고 있었다.
아스가르드 연합군을 막는 데도 급급할 터인데, 병력을 쥐어짜고 심지어는 영웅들을 조국이 아닌 이 엘리시온을 방어하고자 보내다니.
‘아예 자신들의 나라를 포기한 건가?’
단순 신앙심인가? 아니면 자포자기인가?
어쩌면 그 둘일지도 모른다.
“성좌님, 엘리시온에 온 병사들이 휴식을 취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로키는 보고를 듣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은 전쟁을 위한 휴식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