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5)
성좌가 된 플레이어-25화(25/250)
제25화
발할 궁전의 연무장.
“으아악!”
노드 전사가 동료의 가슴팍에 검을 쑤셔 넣었다.
콰직-!
검에서는 시커먼 기류가 흘러나오며, 노드 전사의 몸을 갈가리 찢어냈다.
“크아악-!”
가슴이 꿰뚫린 노드 전사가 침음했다.
“항복해!”
“누구 마음대로-!”
검이 박힌 노드 전사는 머리로 동료를 박아 떨쳐냈다.
비틀거렸지만, 이내 균형을 잡았다. 함성과 함께 노드 전사의 몸에서 붉은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몸을 움직여, 도끼를 휘두른다.
깡-!
“흐응~”
그런 전투가 난무하는 한가운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여인이 있었다.
칸쿤 라그나.
그녀는 콧노래로 흥얼거리다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서걱-!
팔이 잘린 노드 전사가 쓰러졌고, 이내 승리를 취한 또 다른 노드 전사가 검을 치켜들며 함성을 질렀다.
“발할라를 위하여-! 나, 노르안의 아들, 라잔이 디아나를 이겼다!”
“오오오오-!”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패배한 노드 전사는 가슴팍에서 피가 주르륵 흘리며 점차 시야가 흐릿해졌다.
죽기 직전, 칸쿤은 그에게 다가가 포션을 뿌렸다.
“크아아악-! 젠장! 죽는 줄 알았네!”
죽어가기 직전 살아난 전사는 숨을 헐떡거리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상처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하하! 발할에서 죽을 리 없잖아!”
칸쿤은 그 모습을 보며 매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스킬북이라는 가호, 역시 대단해!’
로키는 노드 전사 중, 최정예만을 뽑아 그들에게 ‘스킬북’이라는 걸 익히도록 명했다.
그리고 그들은 단지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신기가 성좌에게 선택받은 자만이 쓸 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게다가 포션 덕분일까?
노드 전사들은 죽기 직전까지 서로 치고받는 실전과 같은 훈련을 매일같이 할 수 있었다.
신기 사용자가 대폭 늘어남과 동시에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강했던 노드 전사들은 보다 더 강해질 수 있었다.
그때, 궁전 복도를 걸어가는 청년이 보였다.
“아! 아움 님!”
“응? 아, 칸쿤 님.”
아움이 칸쿤을 보며 고개를 숙여 존중의 예를 취했다.
그 모습에 칸쿤은 어색하게 똑같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아움으로선 칸쿤이 로키에게 선택받은 무녀로 보였기에 그에 따른 존중과 대우를 해주는 것이었고.
칸쿤으로선 대족장이었던 자에게 이토록 대우받는 것이 아직도 어색하고 부담스러웠다.
“어디 가세요?”
“로키 님께 갑니다.”
“아! 그럼 저도 갈게요.”
마침 아침 기도를 드리고 싶던 참이었다.
***
얼어붙은 대지에 흘러들어오는 난민만 해도 하루 평균 50여 명.
그들 모두 도망자이거나 혹은 갈 곳 없는 떠돌이들이었다.
난민 대부분은 얼어붙은 대지에 들어오기 전 절반가량이 몬스터, 아니면 같은 인간에게 사냥당하거나 굶주림에 아사하여 죽어 나갔다.
그것을 가엽게 여긴 로키는 그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이 몇 년째 계속되다 보니 어느새 일상 되어버렸다.
오늘 아침 또한 여느 때와 같이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대전에 모여든 30여 명의 난민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존재했다.
옥좌에 앉은 로키.
그리고 그 아래에 서 있는 샤먼과 아움, 페르와 쿠단, 칸쿤.
칸쿤은 로키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기묘한 소리에 대부분의 시선이 칸쿤에게 향했지만, 아움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남쪽 브리튼 대륙에서 올라온 난민들입니다. 성좌시여. 어찌하시겠습니까?”
“…….”
사실상 난민 담당은 한스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젯밤부터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발할 궁전에서 무슨 사고가 날 리 없고, 로키가 따로 찾지 않았으니 신하들은 ‘뭔가 임무를 맡겼겠지.’ 하고 그냥 넘어갔다.
아움은 눈을 깜빡거리며 로키를 쳐다봤다.
오늘따라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어색하다고 할까? 아무튼 부자연스러웠다.
“로키 님?”
“아… 음… 알아서…해라.”
로키는 고장이 난 인형처럼 삐걱거리며 손을 저었다.
“…알겠습니다.”
아움이 눈을 깜박이며 페르에게 시선을 주자, 페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난민을 데리고 사라졌다.
난민들이 물러나고 다음으로 각지에서 보내온 서찰을 검토하는 과정으로 넘어갔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찰들이 로키의 앞에 놓였다.
“각 지역에서 내려온 서찰들이옵니다. 읽어보시고 판단해주시길….”
로키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뻗었다.
그 모습 또한 이상하리만치 부자연스러웠다.
“…몸이 좋지 않으십니까?”
아움이 다가와서 묻자, 로키는 움찔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목소리도 좀 이상하신 거 같습니다. 역시 안 좋으신가 보군요.”
“그, 그래! 감기 기운이 조금 있었다! 오늘은 몸이 별로 좋지 못하군….”
감기?
아움은 방긋 미소를 지었다.
‘또 업무를 내팽개치기 위한 변명이겠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칸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기….”
모두의 시선이 칸쿤에게 향했다.
“한스 님, 뭐하세요?”
칸쿤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가며 로키에게로 향했다.
“…무슨 소리를…?”
“아니, 로키 님을 본뜬 갑옷을 입고 계시는 게….”
칸쿤의 말에 로키가 헛기침을 했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로키가 황급히 서찰을 잡으려는 그때였다.
아움은 그런 로키에게 빠르게 다가가 손을 움켜잡았다.
“……!”
그에 멈칫하는 로키.
그는 조심스레 아움을 쳐다봤다.
분명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이마의 혈관만큼은 튀어나와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금… 성좌께서 있을 옥좌에 앉아 뭐 하시는 겁니까? 한스 님.”
“…무슨 소리지? 아움. 한스라니? 내가 한스일 리가…?”
“되지도 않는 연기는 그만하시죠.”
아움이 웃음을 지우고 인상을 와락 꾸겨대자, 로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죄, 죄송합니다. 아움 님.”
로키, 아니 드워프 르란에게 부탁받아 만들어진 가짜 갑옷을 입은 한스는 고개를 떨구었다.
“저희의 주인, 로키 님은 지금 어디 계신지,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만…?”
한스는 무겁기 짝이 없는 갑옷을 억지로 움직이며 겨우 품속에서 하나의 쪽지를 건넸다.
그것을 받아든 아움은 소리 내 읽어갔다.
“내 동료의 행방을 찾았다. 나 또한 직접 발 벗고 나설 터이니… 너희 또한 그녀를 속히 찾도록 해라… 그리고… 아스가르드를 잘 부탁…한다?”
그 소리를 들은 이들은 동시에 똑같이 생각했다.
‘가출했다-?!’
그에 아움은 이를 뿌득 갈며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의 눈에는 예전, 얼어붙은 대지에 있었던 트라우마가 도졌는지 살의가 넘쳐났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같은 방법으로 나를 곤란하게 하시다니 참으로 장하신 성좌님이십니다!”
로키, 북유럽신화에서는 꾀를 부리기 좋아하는 신이었다.
* * *
“…에취!”
북방의 얼어붙은 대지와 남쪽의 브리튼 대륙을 이어주는 다리, 얼어붙은 호수 위를 걷던 로키는 콧등을 만지작거렸다.
“감기…인가? 하, 그럴 리가! 그나저나… 얼마나 가야 하지?”
로키는 넓게 펼쳐진 벌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나도 광활하다.
듣기로는 이 빙판길을 걷다 보면 이틀 후에나 겨우 육지가 보인다고 하니, 이 길은 너무나도 멀고도 험했다.
“‘슬레이프니르’라도 소환할까?”
북유럽 신화의 신들의 왕, 오딘이 타던 명마.
8개의 다리를 가진 괴물 말로 그 속도와 힘은 중간 보스몹급이었다.
로키가 가진 궁니르라는 창의 소환 옵션 스킬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니지, 그러다 괜히 눈에 띌 수도 있어.’
한스를 대역으로 내놓긴 했지만. 곧 발각당할 것이고 아움은 추격자를 보내올 것이다.
한 나라의 지배자가 자리를 비웠으니 가만있지 않을 터.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에는 중요한 안건들이 많아 그것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 로키의 결정이 제일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사실상 내가 할 필요도 없는 것들이지만.’
원래라면 아움 리니아와 한스만으로도 처리가 가능했다.
‘돌아가면 분명 몇 시간 이상을 잔소리해대겠지.’
“브리튼 대륙이라… 어떤 곳일까?”
묘한 호기심이 그를 자극해왔다.
사실상 목표는 ‘윤시린’이라는 옛 후배를 찾는 것이지만, 미지의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에 묘한 설렘 또한 느꼈다.
만약, 자신이 찾는 ‘죽음의 천사’가 윤시린이라면… 그녀는 로키보다 300년가량을 대륙 여행하고 다녔다는 말이 된다.
‘네가 본 세상은 어떤 세상인 거냐? 시린.’
“…거기 멈춰라!”
그때,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말발굽 소리까지 들려왔다.
로키는 발걸음을 멈추며 뒤를 돌아봤다.
멀리서 웬 병사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노드 일족의 전사들이었다.
아니, 이제는 아스가르드라는 나라에 소속된 정예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말을 능숙하게 다루며 로키를 포위했다.
“누구냐! 누구기에 이 얼어붙은 대지에 들어오는 길목에 있는 것… 얼라?”
선두로 선 병사가 로키의 모습을 살폈다.
지금 로키의 모습은 까마귀 탈과 몸에는 여행용 가죽옷에 모피가 장식된 로브를 착용하고 있었다.
노드인이라면 짐승의 탈을 쓴 시점에서 그가 ‘사냥꾼’으로 보였겠지만, 그 탈이 ‘까마귀’라는 시점에서 그들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까마귀 탈을 쓴 인물은 얼어붙은 대지에서 딱 한 명뿐이었으니.
“치, 치료사님?!”
“훈 님이잖아!?”
병사들은 깜짝 놀라 급히 말에서 내렸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아스가르드 서열 2위가 눈앞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 이곳 경비를 맡은 병사들인가?”
희망을 품고 얼어붙은 대지를 찾아오는 난민들이 많았기에, 그들을 보호하고자 얼어붙은 호수에 병사들을 배치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로키였다.
“그, 그렇습니다. 조금 전 무례를 용서하시길…!”
“아니, 훌륭하다. 경계를 소홀히 하는 것보단 낫지. 하지만 이런 식이면 이곳에 넘어오는 자들이 겁을 먹을 테니 부드럽게 대해주도록.”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로키는 손을 저으며 빠른 걸음을 옮겼다.
병사들이 달려오는 것이 혹시나 아움이 보낸 자들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때, 무릎을 꿇고 있던 병사가 당황해하며 외쳤다.
“저… 훈 님!”
로키가 부자연스럽게 멈칫거렸다.
“어, 어디를 가시는 겁니까? 그곳은 아스가르드를 나가는 곳입니다.”
“으응? 아, 그게… 잠시 할 일이 있어서 대륙에 갈 생각이다.”
“대륙에… 말입니까?”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얼마 안 가 들킬 게 뻔하다. 정확한 목적지만 말하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로 생각한 로키였다.
“거기에는 무슨 일로…?”
로키는 병사의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오히려 질문을 했다.
“혹시 너희 중 대륙에 가본 사람이 있는가?”
그에 병사들은 서로 마주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다 로키를 쳐다봤다.
“저희 모두입니다만…”.
“너희 모두?”
“그렇습니다. 아스가르드가 건국되고 나서 대륙에 있던 노드족 대부분이 이곳에 귀환한 터라….”
노드족에게 ‘부족’은 있었어도 ‘나라’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고향에 나라가 만들어졌다는 소문에 너도나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이 속한 나라가 어떤 곳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 그럼 한 가지만 묻지.”
“……?”
“솔직히 말해 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대륙에 갈 생각이다. 그에 따른 주의할 점이 있나?”
“…훈 님이시라면 웬만한 마찰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힘에서는 얼어붙은 대지의 그 누구보다도 강하신 분이니까요. 다만….”
“다만?”
“귀찮은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귀족을 피해야 합니다.”
“귀족?”
병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잘난 줄 알고 자신 이외의 낮은 계급층을 모두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놈들이지요. 그들은 지위가 높은 자부터 낮은 자들도 있지만… 어쨌든 한 번 건드리면 귀찮아질 것입니다. 무엇을 목적으로 가시는지 모르겠지만… 그들과 엮여서 좋을 게 없습니다.”
“그렇군. 도움이 되었다.”
로키는 그대로 걸어가려 할 때였다.
“아, 그리고 하나 더!”
고개를 틀어 병사를 쳐다보자, 병사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교단…. 신성 교단에 속한 이들만은 절대로 건들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