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29)
성좌가 된 플레이어-29화(29/250)
제29화
“모든 걸 치료할 수 있는 만능 포션. 죽지만 않는다면 그 어떤 자도 살려내고, 그 어떤 질병도 없애주는… 전설적인 포션 말이네.”
“…….”
“듣자 하니 북방 어딘가에 있다고 하더군.”
“…….”
“그래서 우리는 켈트 산맥을 뒤지고 있던 거라네.”
로키는 찔리는 구석이 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그 포션이라면 자신이 제작한 포션일 가능성이 높다.
사용한 사람들 하나같이 신의 기적과도 같다고 하니 말이다.
실제로 로키가 보기에도 잘린 팔과 다리뿐만 아니라 예전의 상처조차 완벽하게 치료가 가능했으니, 그것은 정말로 ‘만능’에 여겨진다고 해도 납득이 갔다.
하지만 이들이 왜 그 포션을 찾는단 말인가?
‘혹시?’
“역병을 치료하기 위해서입니까?”
“응? 아! 아니야. 우리는 그냥 정신 나간 노인네 하나를 고치려….”
“라필타!”
알베르의 꾸짖음에 라필타는 입을 다물었다.
‘정신 나간 노인네?’
방금 라필타의 부정과 달리, 폴은 어색한 미소로 말했다.
“네, 역병 때문이에요. 저희도 언제 역병에 걸릴지 몰라 무섭거든요.”
로키는 그 말이 거짓임을 알았지만 더는 파고들 생각이 없었다.
그들도 자신처럼 사정이 있는 모양이니까.
“…그런가? 치료 방법은 없나?”
“신성 교단에서는 자신들의 성수로 치료할 수 있다고 하지만….”
폴은 주변 눈치를 보다가, 살며시 로키에게 속삭였다.
“사실 성수는 대사제들이 만든 최상위 성수 외엔 그다지 효과가 없어요. 하급 성수들은 그저 사제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사기를 쳐 파는-”
“으흠…!”
알베르가 헛기침했다.
신성 교단의 사제를 욕하는 건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말을 아끼게. 폴.”
“…네.”
폴도 그렇게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그가 로키에게 신성 교단 사제를 욕한 이유는 그가 노드족이기 때문이었다.
사제들은 마법사들을 견제하는 입장이었고, 마법사들도 그런 사제들에게 거부감을 느꼈다.
노드족이 신성 교단에 핍박받는 만큼, 폴은 그동안 쌓인 신성 교단에 대한 불만을 토해내며 그와 좀 더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어, 진짜냐?”
“그렇다니까! 엘프야! 엘프! 그것도 다크 엘프!”
갑자기 용병들 무리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로키는 힐끔 옆을 쳐다봤다.
용병들이 조금 떨어진 수레를 가리켰다.
“다크 엘프가 있었어! 이야, 동화 속 존재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그런데 좀… 그렇지 않아? 그냥 엘프도 아니고 다크 엘프라니? 듣기로는 다크 엘프는 어둠을 숭배하는 악마의 후예라고 하던데? 그럼 마족인 거잖아. 혹, 그 마족에게 가까이 있으면 저주받는 게 아닐까?”
“그럼 뭐하냐? 지금은 노예인데. 가축 혹은 도구일 뿐인 노예에게 저주라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지.”
인간과도 흡사하게 생겼지만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악마의 후예인가?
‘비틀린 세계야.’
로키와 윤시린이 살아왔던 세계와는 비틀린 가치관을 가진, 잔혹한 세상이었다.
로키는 최대한 그녀를 빨리 찾겠다는 듯 손에 힘을 주었다.
***
힘겹게 움직이던 당나귀가 멈춘다.
세운 것은 다름 아닌 아자르. 그는 기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작은 영지를 바라봤다.
“왔군! 드디어 도착했다!”
영지는 작고 초라해 마을처럼 보였다.
밭으로 보이는 크고 작은 농지가 있고, 그 옆에는 농지의 주인이 지내는 듯한 집들이 들어서 있다.
그래봤자 모두 합해 30여 채밖에 되지 않아, 실제 거주민은 100명 안팎일 터였다.
멀리 보이는 언덕 위의 성 또한 성이라고 하기에는 아기자기할 만큼 작고 초라해 보인다.
몬스터 산맥과 인접해 있는 마을치고는 너무 경비가 허술한, 뜻밖에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었다.
다만, 묘하게 인적이 없고 분위기가 어두웠다.
진득한 안개가 주변에 피어오르며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해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 거 같다.
“가자! 노숙하기도 이제 질렸어! 이곳 영지에 상품을 빨리 납품하고 가야지!”
아자르는 그렇게 외쳐대며 당나귀에게 채찍을 휘둘렀다.
당나귀는 괴성을 지르며 다시 움직였고, 용병들도 그 뒤를 따랐다.
마을에 들어서자, 로키는 묘한 이질감에 사로잡혔다.
‘…생기가 없다.’
아니, 생명이 감지되기는 하지만…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묘한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주변을 보니 길거리에는 벼를 정리하다 떨어뜨린 찌꺼기와 누군가가 토한 듯한 토사물, 게다가 죽은 들고양이의 사체까지 방치되어 있다.
용병들과 아자르는 묵묵히 행진했기에 이 광경이 그들에게 흔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로키는 옆에 나란히 걷고 있던 폴에게 물었다.
“원래… 대륙의 마을은 이렇게 지저분한 겁니까?”
“네? 아, 아니요. 그건 아니에요.”
폴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작은 영지라면 모를까… 도시 같은 경우는 모두 그곳을 다스리는 귀족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기에 관리가 철저해요. 영주들이 직접 영지 관리자와 청소부를 고용해 깔끔하게 만들죠. 다만, 이런 작은 마을 같은 경우는 특별한 행사가 없는 한 관리를 하지 않아요.”
“그렇군요.”
하지만 무언가 이상한지 옆에 있던 라필타가 말했다.
“하지만 이상하지 않아? 마을이 왜 이래? 사람이 없는데? 그렇다고 집에 양초를 켠 거 같지도 않고. 잠을 자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아닌가?”
“그렇군. 조금 이른 시간에 잔다고 해도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니.”
“그러게요. 어? 저기 한 명 있는데요?”
폴은 농지를 가리켰다.
성인 남자 크기로 자란 벼 사이로 한 명의 남성이 있었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폴이 손을 크게 흔들며 인사했지만, 벼에 파묻힌 사람은 어깨가 축 늘어진 채 폴 쪽을 바라봤다.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힘없이 손을 들어 허우적거린다.
“와! 인사했어요!”
“…인사… 인가요?”
로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벼로 가려져 있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농부로 보이는 자가 비틀거리는 게 왠지 힘이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상단이 있는 곳을 보며 걷다가 넘어져 버렸다. 허우적거리며 일어섰다가 다시 넘어져 버리기를 반복했다. 숨이 거칠게 쉬며 갈래 끓는 소리가 로키의 귀를 어지럽혔다.
‘어디 아픈 건가?’
아니, 그전에….
‘무언가 어긋난 느낌이다.’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뭔가 뒤틀린 듯한 감각.
참으로 생소한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뭐지?’
로키는 폴에게 다시 물으려 할 때였다.
“어이! 너희! 뭐 하는 거냐? 호위면 호위답게 빨리 오라고!”
아자르의 외침에 라필타 일행은 투덜대며 걸어갔다.
“젠장, 우리가 언제 호위를 한다고 했어? 돈을 주고 호위를 해주나? 세상 참 좋구먼!”
“뭐, 실제로 도움을 받았으니 불평하지 말게나. 라필타.”
“그런데 저희 어떻게 하죠? 더는 돈이 없잖아요? 다른 의뢰를 구해야 할까요?”
“…….”
라필타 일행의 대화를 들으며, 로키는 질문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 그의 코에 썩은 악취가 스쳐 지나갔다.
상단이 그곳에 벗어날 때쯤, 조금 전 벼 속에 묻혀 있던 농부는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뒤틀린 얼굴.
입고 있던 옷은 모두 찢어져 있었고, 그렇게 드러난 피부는 무언가에 파먹힌 듯 움푹 파여있다.
썩은 피부 사이로는 피처럼 붉은 지렁이들이 꿈틀거리며 대신 그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그것’은 멀어져 가는 상단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뭐야! 왜 사람이 없어!”
아자르는 영주가 머무는 성문 앞에 도착했다.
그는 피로함에 성질을 부리며 성문을 발로 걷어찼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없었다.
아무리 작더라도 영주성인데, 이상하게도 성문 앞에 경비를 쓰는 병사가 보이지 않았다.
로키는 폴에게 시선을 옮기자, 폴 또한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변을 훑어봤다.
“이상하네요. 아무리 작아도 명색이 영주라면 영지를 지켜야 할 병사들이 있을 텐데…,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아요.”
적은 수준도 아니고 아예 없는 수준이라니…!
게다가 몬스터의 천국이라는 켈트 산맥과 약탈자인 노드인이 사는 얼어붙은 대지의 근처였기에 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 근처가 몬스터나 노드인의 약탈 빈도가 적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무방비했기 때문이다.
로키는 성안의 소리를 감지하기 위해 귀를 기울였지만, 그 무엇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거 같습니다만?”
기척은 마을 쪽에서 느껴졌지, 이곳에서는 아예 느껴지지 않았다. 완전히 버려진 성채였다.
“그럴 리가요! 아무도 없는 게 이상해요.”
폴의 당혹감이 담긴 부정에 로키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작은 규모에 속한 영주의 인원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졌다.
“보통 이런 성채에 몇 명이나 있습니까?”
가볍게 물은 것이었지만, 폴은 친절하게 세세한 것까지 말해주었다.
“이 정도로 작은 영지라면 준남작에서 남작 정도 되는 귀족분이 다스릴 거예요. 아마 보유한 사병도 10명 정도? 많아야 20명일 거고… 하인이나 하녀는 왕실이 아니면 모두 평민들로 이루어져 있으니 아마 마을 사람 몇몇이 고용됐을 거예요. 기사도 한두 명밖에 없겠죠.”
“자세히 알고 계시는군요.”
폴은 미소를 지었다.
“저야 뭐… 이것저것 배우는 처지니까요.”
뚝…. 뚜뚝.
어느새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졌고, 이내 폭우로 바뀌었다.
용병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늘을 쳐다봤다.
이런 작은 마을에서는 용병들이 지낼 수 있는 여관이 있을 리 없다.
보통이라면 영주의 허락을 받고 영주성에서 천막을 치고 지내지만, 지금은 영주가 없었다. 아니, 성 자체에 사람조차 없다.
그렇다는 말은 눈앞에 휴식처가 있는데 밖에서 지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아자르는 비가 내리는 것에 화들짝 놀라며 성문을 두들겼다.
“이봐! 문을 열라니까! 아무도 없어?! 영주님은 안 계신 거냐? 노예상 아자르가 왔다고! 빨리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상품이 다 상해버려!”
아자르는 수레 안에 있는 노예들이 걱정되었는지 급히 성문을 온 힘을 다해 밀었다. 그러자 성문은 놀랍게도 쉽게 열렸다.
“으응?”
아자르 본인도 당황했는지 성문 안을 들여다보고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곳에는 돌로 된 길이 세 갈래로 나뉘어 쭉 뻗어 있다.
오른쪽에는 교회가 세워져 있고, 중앙에는 아담한 성이, 왼쪽에는 10m 크기의 연무장과 그 위에는 창고, 그리고 지하로 내려가는 작은 계단이 보였다.
그렇게 넓지도, 그렇다고 화려하지도 않다.
로키가 봐온 게임이나 영화 속 판타지 건축물들과 확연히 달랐다.
‘어쩌면 이게 더 현실적일지도 모르지.’
라필타는 성 주변을 둘러보며 혀를 찼다.
“뭐 이렇게 작은 성이 있어? 웬만한 귀족 저택보다 작겠다. 정말 영주가 사는 곳이기는 한 거야?”
“시골 귀족들에게는 이 정도도 과분한 거네. 자네도 작위를 얻고 영지를 하사받았다면 이런 곳에서 시작했겠지.”
알베르의 말에 라필타는 혀를 내둘렀다.
“으아아악! 영주님은 어디 계신 거야? 지금 물건을 못 넘긴다면 저놈들 먹잇값이 더 나간단 말이다!”
상한 빵조각조차 아까운지 아자르는 울부짖으며 용병들에게 손가락질해댔다.
“어이! 빨리 찾아봐! 돈을 받았으면 일을 하라고!”
아자르의 성난 외침에 용병들은 불만을 작게 표출했다.
“젠장, 우리가 무슨 노예인 줄 아나?”
“그러게, 우리도 엄연히 사람이라고. 노예와는 달라.”
‘아니, 노예도 사람이라고 본다만.’
만약 윤시린이 노예가 되었다면, 저런 취급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알려졌다면, 그 취급은 더욱 끔찍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인간이 아니기에, 그녀가 살아 있는 걸지도 모른다.’
300년간, 이 끔찍한 대륙을 여행한 만큼, 별의별 사건과 상처도 받았으리라.
로키는 창가를 쳐다봤다.
그녀가 이곳 로니아에 있다면, 지금의 자신처럼 비를 쳐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