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1)
성좌가 된 플레이어-31화(31/250)
제31화
용병이 자물쇠 따기를 포기한 채 락픽을 뽑는다. 그의 행동에 옆에 있던 용병들은 인상을 구기며 그를 마구 흔들어댔다.
“뭐야! 왜 그래? 빨리 따지 못해?!”
“…싫어.”
“뭐? 갑자기 왜 그래? 겁먹은 거냐?”
“그녀가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인제 와서 무슨 헛소…”
순간 용병 중 한 명이 얻어맞았다.
눈이 풀린 용병이 동료를 때려눕힌 것이다.
“……!”
“그녀가 하지 말라고 했어. 난 그저 따를 뿐이야.”
씨익 웃으며 말하는 용병의 눈은 완전히 풀려 있었다. 그 모습에 다른 용병들은 기겁하며 뒷걸음쳤다.
“뭐, 뭐야?! 이 녀석! 제정신이 아니야!”
“저, 저주받은 거 아니야?!”
“여, 역시 다크 엘프는 마족이였어!”
용병들은 샐럿을 쳐다봤고, 샐럿은 그들을 보며 얼굴빛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모두… 싸워.”
순간 그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 주먹질은 정신을 잃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녀의 냉기가 흐르는 듯한 한 마디에 인간들은 꼭두각시가 된 듯 그녀의 말을 충실히 이행했다.
샐럿은 무대 위에 움직이는 꼭두각시-인간-들을 보며 흥미가 없다는 듯 다시 얼굴을 다리 사이에 파묻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봐, 이프리트. 정말 너와 아빠는 이런 인간들 따위에게 진 거야? 이렇게 나약한 녀석들에게?”
-네 녀석은 진짜 강한 녀석을 보지 못해서 그래. 그놈들은 인간이 아닌 녀석들이었으니까.
이프리트는 샐럿과 달리 용병들의 싸움이 재미있던지, 양반다리로 바닥에 앉고 팔짱을 낀 채 거만한 자세로 구경했다.
치고받고 싸우며 피가 튀긴다.
어떤 이는 이가 부러졌는지 입에서 딱딱하고 흰 무언가가 튀어나왔고, 어떤 이는 얼굴 형태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으스러졌다.
어떤 이는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어떤 이는 주먹이 완전히 뭉개지고도 주먹질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강력한 최면에 걸린 이들을 이프리트는 통쾌하게 지켜보고 있을 때, 그들은 한 번의 주먹질에 나가떨어졌다.
‘퍽-!’하는 경탄한 소리에 샐럿은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
난생처음 보는 기이한 까마귀 탈을 쓴 이상한 사내가 있다.
로키는 달려드는 용병들을 단 한 방에 기절시켜버렸다. 주먹으로 목을 치거나, 북부를 가격한다. 인정사정없는 공격에 용병들은 인형처럼 나가떨어졌다.
“하아… 조용히 처리하려 했더니… 아니, 이러면 조용히 처리된 건가?”
그는 기절한 용병들을 한곳에 모은 다음, 품에서 술병을 꺼내 그들에게 뿌렸다. 빈 술병 또한 그 주변에 던져버린다.
“이러면 상처 소독 겸, 술 먹고 서로 패싸움한 거로 하면 되겠지. 이놈들도 노예를 건드렸다고 자기 입으로 말할 수도 없을 테니 말이야. 마족이니 어쩌니 헛소리를 해도 술 먹은 녀석의 말을 믿어줄 놈도 없을 테고.”
로키는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낸 다음 샐럿을 쳐다봤다.
“…장난이 심하군.”
샐럿은 수레를 고쳐 만든 감옥에 앉아 있었고, 로키는 서 있었기에 눈높이가 달랐다.
샐럿은 까마귀 탈 아래에 보이는 그의 붉은 눈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묘하게 자존심이 상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내려다보는 시선이다. 인간 주제에 말이다.
“뭐야. 인간 남자.”
“인간 남자?”
말투가 신기하군.
샐럿은 자존심이 강한 듯 고개를 추켜올렸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했다.
“인간 주제에 나를 내려다보지 마. 눈높이를 낮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샐럿은 재밌다는 듯 이프리트에게 말했다.
“이프리트. 잘 봐. 내가 저 인간을 어떻게 굴복시키는…?”
샐럿은 눈앞에 있는 이프리트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프리트는 지금, 불꽃의 정령임에도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정좌를 한 채 굳어 있었다.
그리고 까마귀 사내와 눈이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마치, 아득히 높은 직장 상사를 마주한 모습이다.
“너 왜 그래?”
-…….
이프리트가 아무 말 없자, 샐럿은 코웃음을 쳤다.
“흥, 상관없어. 잘 봐둬. 어떤 인간이든 나에게 굴복하는 걸 보여줄게!”
자신만만하게 외친 그녀는 로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을 바닥에 가리켰다.
“꿇어.”
“…….”
로키는 샐럿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숙인다.
샐럿은 자신의 마음대로 되자 얼음과도 같은 그녀의 표정에 미세한 반응이 보였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다만, 다음으로 느껴지는 강렬한 고통에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쿵!
로키가 고개를 숙이며 손을 감옥 안으로 집어넣어 샐럿의 정수리를 후려친 것이다.
샐럿은 정수리에 느껴지는 강렬한 충격에 머리를 감쌌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엔 마치 혼난 아이처럼 깜짝 놀란 얼굴로 로키를 바라봤다.
“뭐…야? 인간 남자가 왜…?! 나, 난 때리란 말은 하지 않았….”
쿵!
“아아앗?!”
깜짝 놀란 샐럿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아파져 오는 정수리에 눈물을 찔끔 흘렸다.
“…어린 녀석이 말버릇이 없군.”
“…어떻게…? 꾸, 꿇어!”
쿵!
“으아앗!”
“어른에게 존댓말을 써라.”
“어, 어째서…?! 왜 꿇지 않는 거….”
로키가 조용히 주먹을 올리는 것을 보며 샐럿은 움츠러들며 저도 모르게 존대를 하고 말았다.
“…예요….”
샐럿은 당황하다 못해 황당했다.
자신의 신기인 [매혹]이 통하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샐럿의 질문에 대답 대신 완전히 무시한 로키는 쓰러진 용병들을 들어 올렸다. 한 손으로 사내 둘을, 어깨에 둘을 올리는 것이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내지 못할 근력이었다.
“미안하게 댔군. 생판 남이지만 이 녀석들이 신세를 졌다.”
“…….”
“너도 자둬. 내일부터 다시 떠나게 될 거 같으니 말이다. 자지 않으면 피곤할 거다.”
로키는 그 말을 남긴 채 방을 떠났다.
샐럿은 정수리를 문지르고 얼빠진 표정으로 이프리트를 바라봤다.
“…저 인간, 뭐야? 왜 내 신기가 통하지 않는 거야?”
낮으면서도 무감정적인 목소리. 하지만 그 속에는 당혹감이 깃들어 있었다.
이프리트는 몸을 떨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입을 꾹꾹 닫은 채 고개를 휘휘 흔들었다. 그리고 도망치는 듯 역소환으로 사라져버렸다.
“……?”
자존심 강한 정령이, 겁먹은 강아지처럼 도망쳐버리자, 샐럿은 멍하니 로키가 사라진 자리를 쳐다봤다.
***
“정말 마을 사람을 목격한 게 맞습니까?”
마을의 순찰조를 맡은 용병대장은 조사를 위해 마을로 내려왔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또한 폴이 손을 흔든 농부를 봤기에 마을에 사람이 남아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바람은 거세다.
무거운 장비를 걸친 채 지친 몸을 억지로 움직여 내려왔지만, 헛수고였다.
“…마지막으로 이 집만 들리자.”
용병 대장의 말에 용병 둘은 고개를 끄덕이며 집 앞에 섰다.
벽은 나무로 만들어지고 천장은 얇은 짚으로 둘러싸여 있다.
약탈자들이 습격해 불을 붙이기만 하면 잘 타오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집이라도 이런 시골 마을에서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집이었다.
“늦은 밤에 죄송합니다! 계십니까?”
관리가 잘되지 않은 썩어빠진 문 앞에 선 용병은 문을 두들기며 노크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인기척이 없는데요?”
용병 둘은 서로를 마주 보며 더 세게 문을 두들겼다.
쿵! 쿵! 거리는 소리가 빗소리를 뚫을 정도로 울렸지만, 역시 반응이 없다.
“…확실하군요. 이 마을은 버려진 듯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시골치고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집들도 정상이고 농사도 제대로 지어진 거 같은데… 몬스터 습격이라도 있었던 건…?”
두 용병의 말에 용병 대장 또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농사가 제대로 지어지고 관리가 된 것을 보면 최소 며칠 전까지는 이곳에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몬스터 습격은 아닐 거다. 약탈은 더더욱 아니야. 습격의 흔적이 전혀 없어. 만약 습격이 있었다면 마을에 불탄 흔적이 있거나 하다못해 시체라도 널려 있었겠지. 하지만 핏자국도 없는 걸 보면….”
그저 버린 건가? 이 멀쩡한 마을을…? 하지만 왜?
용병 대장이 턱을 짚으며 고민하고 있을 때, 용병이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일단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더는 조사해봐야 나올 게 없는 거 같고요.”
“뭐… 집을 아무리 두들겨도 반응이 없으니.”
용병 하나가 다시 확인차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응이 있었다.
다만, 문을 여는 게 아닌, 썩은 문짝이 그대로 부서지며 용병의 머리통을 ‘무엇’인가 거세게 붙잡았다.
손이다. 붉은 피부에 근육질로 꿈틀거린다. 쏟아지는 비 사이로도 풍겨오는 썩은 내와 함께 뻥뻥 뚫린 피부 사이로 붉은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손가락은 길었으며, 손톱은 인간이 아닌 듯 뾰족했다. 그 커다란 손은 용병의 얼굴을 움켜잡은 채 점점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웁?!”
위험을 감지한 용병은 빠른 속도로 그 손을 향해 검을 움직였다.
검으로 손을 내려찍는다. 하지만 피부에 작은 상처만 낼 뿐, 박히거나 잘라내지 못했다.
숨이 턱하니 막혀왔다. 입과 코를 완전히 봉했으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하지만 그보다 위험한 건 얼굴이 으스러질 정도로 손에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우으으읍!”
용병은 다급히 검을 계속 휘둘렀지만, 손이 잘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목표를 바꿔 검을 문짝에 찔러넣자, 그에 반응하듯 문을 완전히 부수고 무언가가 걸어 나왔다.
인간이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다.
썩은 피부와 흉측하게 녹아내려 일그러진 얼굴.
눈이 있었을 그곳엔 그저 움푹 파인 채 지렁이 같은 것이 꿈틀거리고 있다. 몸에는 평범한 시골 농부들이 입는 평범한 의복을 걸치고 있었다.
“……?!”
그 모습을 확인한 용병은 기겁하며 눈이 휘둥그레질 때, 용병의 두개골이 뭉개져 버렸다.
목만 남은 용병의 몸이 무너져 내리고, 그것을 인간의 형성을 한 ‘괴물’이 집어 들어 집 안으로 던져버린다.
순간, 집안이 시끄러워졌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 뼈가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무언가를 빨아먹고 씹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 속에는 ‘그것’과 같은 것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농부 차림의 괴물은 길쭉한 혀로 손에 묻는 피를 빨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비로 인해 씻겨내려 가는 피조차 아까운지 그 자리에 엎드려 혀로 바닥을 핥아댔다.
“…….”
용병 대장과 다른 용병은 그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채,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존재를 넋 놓고 쳐다봤다. 그리고 그들이 그것을 인식할 무렵… 용병이 외쳤다.
“좀비?!”
좀비라면 언데드 중 최하급 몬스터였다. 하지만 그런 부하의 외침에 용병 대장은 얼굴이 굳은 채 겁을 먹고 뒷걸음쳤다.
믿기 힘들다는 듯 손으로 입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공포심에 이성을 지배하고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
몸은 경련이 일어날 것처럼 거칠게 떨었다.
경험이 많은 그였다.
전쟁은 물론, 몬스터 중 숲의 제왕인 오우거 앞에서도 그는 이처럼 공포심에 떤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존재 앞에서는 그는 모든 걸 버리고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의 본능은 도망치라 발악했으나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만이 뻐끔거리며 자신이 알고 있는 눈앞의 ‘괴물’의 정체를 말했다.
“아니, 아니야…. 차라리 좀비라면…,”
오히려 낫다.
좀비라면 죽이거나 혹은 좀비를 소환한 술사를 죽이면 끝이니까.
용병 대장은 떠올렸다. 그는 목격한 적이 있다.
“저건….”
수많은 ‘죽음’을 불러들이는 존재. 대륙을 공포에 몰아넣은 재앙.
눈앞에 있는 ‘그것’은 바로….
“웜 페스트… 역병으로 만들어진 망자다.”
그렇게 중얼거린 용병 대장의 바로 뒤에, 또 다른 괴물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