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3)
성좌가 된 플레이어-33화(33/250)
제33화
“…….”
뭔가 착각한 것 같다.
로키는 시선을 용병들에게 돌렸다.
모두의 눈에는 공포와 함께 노골적인 적의가 담겨있었다.
특히 잠들기 전까지 로키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알베르는 그때와는 정반대로 굳은 의지가 담긴 듯한 눈빛으로 검을 겨누고 있었다.
‘이거 귀찮아졌어.’
마음 같아서는 이들을 그대로 두고 싶었지만… 감히 검을 겨누고도 가만히 있을 로키가 아니었다.
얼어붙은 대지에만 해도 자신을 공격해오는 어리석은 노드인을 전부 매장했던 로키가 아니던가.
“자, 잠깐만요.”
그때 폴이 로키와 용병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알베르를 향해 외쳤다.
“감염됐지만, 아직, 아직 희망이 있어요!”
“……?”
“잠시만… 잠시만 가만히 있어 주세요.”
폴의 말에 용병들은 눈치를 살폈다. 그들로서는 눈앞에 있는 로키를 빨리 죽이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지만, 자칫 잘못하면 역병에 걸리기 때문에 손을 쓰기를 꺼렸다.
그러기를 몇 분이 흐르고, 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봐요. 죽지 않잖아요. 감염되면 죽어야 하는데 ‘와이트’로 변하지 않고, 정신도 멀쩡해 보여요. 들은 적이 있어요. 내성이 강한 사람은 역병에도 감염 속도가 느리다고.”
그에 용병들은 깜짝 놀라며 소란스러워졌다.
“면역?”
“처음 들어보는데?”
“당연해요. 매우 드물기도 하고, 감염을 완벽히 막는 것도 아니니까요.”
로키는 폴을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부터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이런 괴물이 튀어나왔으며, 또 왜 용병들이 자신을 경계하는지 말이다.
‘게다가 감염? 설마 피부에 닿기만 해도 감염되는 거냐?’
하지만 감염되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
로키가 몸을 점검할 무렵, 문밖에서 무언가가 우글거리며 다가왔다.
역병으로 죽어버린 언데드, ‘와이트’라고 불린 것들이었다.
로키는 그것을 보고 뒤로 물러섰다.
“이거 곤란하군.”
‘…정말로 곤란해. 난 저놈들을 상대하기 싫으니.’
아까 한 놈을 죽인 것으로도 상당히 지저분해졌다.
역한 냄새가 몸에 뱄다.
다른 놈들까지 죽인다면 얼마나 더러워질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에 꿈틀거리는 벌레가 묻어나니 더욱 그랬다.
‘물론 검 같은 거로 죽인다면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죽이면 역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는 것이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겠는가?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로키는 눈앞에 있는 괴물들을 죽이기 꺼려졌다.
이유는 단순히 ‘더러워서’였지만, 그것을 알 리 없는 용병들과 알베르, 폴은 괴물들의 위협에 로키가 위축된 거처럼 보였다.
그렇다고 로키에게 다가갈 생각조차 하지도 않았다.
그의 몸에 묻은 검은 피와 함께 죽은 벌레들의 살점이 덕지덕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알베르 님. 부탁이 있어요. 와이트가 들어오는 걸 막아주실 수 있나요?”
알베르는 폴을 힐끔 쳐다봤다.
폴이 품속에서 하얀 물병을 꺼내는 걸 보며 놀란 눈을 했다.
“자네, 그거….”
“성수예요. 웜 페스트의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대사제님들이 만든 물건이죠.”
폴의 한 마디에 용병들은 홀린 듯 성수를 쳐다봤다.
“성수?!”
“역병을 고칠 수 있다는 그…!”
신성 교단에서만 주어지는 역병을 막아 낼 수 있는 축복의 물약! 고위 사제들만이 만들 수 있다는 성수가 눈앞에 있자, 용병들은 눈이 뒤집힐 듯 폴에게 다가갔지만, 위험을 감지한 알베르는 검을 뽑아 바닥에 꽂았다.
돌로 된 바닥이 두부 마냥 ‘녹아’ 박혀 들었다.
“…이 늙은이는 말이지. 늙기는 해도….”
알베르는 용병 하나하나를 훑어보며 인자한 표정을 지었다.
“이곳에 있는 전원을 상대할 힘은 있다네. 폴을 건드는 자는 가차 없이 그 손을 잘라주지.”
미소와 달리 냉정한 말에 용병들은 멀어졌다.
알베르는 기세만으로 용병들을 제압한 뒤, 폴을 쳐다봤다.
“쓸 셈인가?”
“저희도 도움을 받았어요. 은혜 정도는 갚아야죠.”
“허, 자네는 너무 착해서 탈이야. 사실상 그때 오우거쯤은….”
“그래도 모른 척할 수 없어요.”
폴이 거리낌 없이 훈에게 다가갔다.
“저… 이, 이거요.”
폴은 조심스레 성수를 내밀었다.
얼굴빛에는 역병에 걸릴까 두려움이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애써 용기를 내어 내밀고 있었다.
“……”
“어서요! 아니면 죽을 거예요!”
“…고맙습니다.”
로키가 손을 내밀자, 폴은 움찔 움츠러들었지만, 겨우 성수를 건넸다.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에 얼떨결에 성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눈앞에 있는 심각한 표정의 무리와 로키의 심정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이거… 너무 찝찝하잖아.’
첫 만남의 인연이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한 인간이라는 점에 로키는 더욱 부담감을 느꼈다.
만약 냉정하며 배신을 하는 족속이라면 로키 역시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줄 잘 알았다. 다만, 소중한 생명줄이 될 것이 뻔한 성수마저 나눠주려고 하다니….
‘재밌는 인간들이야.’
이 잔혹한 세상에 몇 없을 다정한 이들이었다.
폴은 로키의 미소를 보며 오해했는지 씁쓸하게 웃었다.
“그렇게 감동할 필요 없어요. 서로 돕고 사는 거죠. 가만히 있으세요. 몸에 묻은 ‘저주’를 풀어줄게요.”
폴은 지팡이를 들고 로키에게 겨누며 작게 알 수 없는 문장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물줄기가 생겨나더니 로키에게 묻어 있던 검은 피와 벌레들을 깨끗이 씻겨 내렸다.
“저주?”
“그 벌레들, 연구해본 적이 있어요. 흑마술로 이루어진 ‘저주’로 인해 만들어진 거죠.”
‘…그래서 마력이 느껴진 거였나?’
“자! 빨리 마셔요. 그래야지. 치료되니까!”
로키는 성수를 보며 마셨다.
목구멍 사이로 들어가는 느낌이 싸늘하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따끔거리기도 했다.
마치 탄산음료를 마신 듯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로키가 불과 어둠 계열의 속성이었지? 성수라면 빛 속성인가?’
그 때문인지 느낌이 남달랐다.
“어때요? 괜찮아지는 느낌인가요?”
“시원한 탄산수를 마신 느낌이군요.”
폴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크아아아아악!
괴물, 와이트라고 불린 그것이 문 쪽으로 뛰어들려고 하자, 알베르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그리고 검을 아래에서 위로 있는 힘껏 휘둘렀다.
단단하고 질긴 와이트의 몸이 한 줄기 섬광에 반으로 갈라지는가 싶더니, 와이트가 죽으며 검은 피와 지렁이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알베르는 그것을 침착하게 거리를 벌리며 피했다. 다만, 얼굴에는 긴장감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검에 달라붙은 벌레들은 스파크가 튀기며 불타올랐다.
알베르의 신기 [뇌전].
검에 뇌기를 흘려보내는 능력이었다.
‘…공격은 내 주특기지만, 방어는 방패를 주무기로 쓰는 라필타가 최적인데 말이지. 이 늙은이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허… 기사라는 놈이 위기에 처한 사람을 두고 어디에 있는 건지. 아, 성문 수비를 맡고 있었군.”
알베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망가는 건 잘하는 녀석이니…,아마도 무사하겠지.’
알베르는 뒤를 힐끔 쳐다봤다.
용병들은 겁에 질려 구석에 박혀 있거나 넋 놓고 비어버린 성수 병을 쳐다보거나, 혹은 알베르를 보며 경악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뭘 그리 멍하니 있는 겐가! 젊은것들이 머리 회전이 느리구먼! 빨리 입구를 막을만한 것들을 들고 오게나!”
“네? 아! 네!”
“옮겨-!”
용병들은 묵직한 가구들을 옮겨 입구를 막아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부족한 것인지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가구들이 들썩였다.
한번 들썩일 때마다 먼지와 함께 파편이 튀는 것이 평범한 인간이 낼 수 있는 괴력이 아니었다.
웜 페스트가 무서운 이유는 감염성과 치사율이 높다는 거지만, 그보다도 더 무서운 건 ‘와이트’라는 망자로 부활하게 되면 신체적으로 말도 안 되는 힘과 스피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평범한 검과 창으로는 그 가죽마저 뚫지 못해 죽이기 힘들다는 것.
로키는 폴에게 진찰을 받으며 입구를 쳐다봤다.
와이트가 계속 몰려오는 건지 입구의 문이 더욱 거세게 흔들렸다.
아마 몇 분 버티는 게 한계일 터.
“창문 같은 곳은 괜찮은 겁니까?”
“…의외로 와이트는 창문 같은 걸 인지하지 못해요. 창문은 가리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예방은 할 수 있겠지만, 완전히 안전한 건 아니에요.”
“잘 아시는군요.”
로키가 말하자, 폴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희 나라에서 발병한 역병이니까요. 마법사나 연금술사, 치료사나 약사 등… 수많은 사람이 어떻게든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연구했어요. 저도 그렇고요. 물론, 모두 실패하고 감염될 위험에 포기하고 말았지만….”
폴은 분한 것인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
“가만히 있어 보세요. 몸 상태를 확인할게요.”
폴은 로키의 손을 잡고 알 수 없는 문장을 중얼거렸다. 그에 따라 로키의 몸에 빛이 스며들며 폴이 신체를 검사하는 마법을 발현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마법이 멈추고 말았다.
폴은 놀란 얼굴로 로키의 손을 바라봤다.
“…왜 검사 마법이 발현되지 않는 거지?”
“…….”
로키는 어색하게 웃었다.
로키 아바타를 만들 때 있던 설정 중에는 마법에 대한 내성이 포함되어 있다. 하급 마법을 포함해 웬만한 마법은 모두 튕겨낸다.
회복마법이나 신체 능력을 높이는 보조 마법 같은 경우는 허용되지만, 무언가가 몸속에 침입하려 든다면 그에 반발하는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마법으로 로키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하자 폴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느낌은 어때요?”
꽤 걱정하는 건지 로키의 상태를 일일이 점검하려는 폴이었다.
로키는 별거 아니라는 듯 손을 저었다.
“걱정하지 마시길. 제 몸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웜 페스트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폴이 준 성수 덕분에 문제없을 듯합니다.”
“하아-, 다행이에요. 정말로….”
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는 모습이었기에 로키는 그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텐가? 입구란 입구는 모두 막혀버렸지 않았나?”
알베르가 다가와 묻자, 폴은 신중히 생각하며 성내 주변을 둘러봤다.
“일단… 비밀통로를 찾죠.”
비밀통로?
로키, 알베르뿐만 아니라 용병들이 폴을 쳐다봤다.
“아무리 시골이라고 해도 이곳은 영주가 사는 성채예요. 위급할 시 도망치는 비밀통로 정도는 있을 거라고요.”
“그렇군! 그럼 난 살 수 있다는 건가?!”
어느새 아자르가 다가왔다.
그는 아까까지 웜 페스트란 말에 질겁 겁을 먹고는 벌벌 떨고 있었던 것도 잠시, 폴의 말에 희망을 얻은 듯 벌떡 일어난 것이다.
아자르는 용병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어이! 빨리 입구를 찾아! 비밀통로가 있을 거야!”
그렇게 각자 흩어져 비밀통로를 찾기 시작했다.
로키는 아자르가 머물렀던 귀족의 방으로 들어갔다.
로키는 주변을 훑어봤다.
‘일반적으로 영주의 방에 비밀통로가 있던데 말이야.’
“과연 어디에 있을까.”
로키는 탐정이라도 된 기분으로 주변 벽면을 훑어보고 천장과 바닥, 그리고 침대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 이곳에 노예 외에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한 손으로 침대를 들어 올려 밑바닥도 확인했다.
“없군.”
로키는 입맛을 다셨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렇다 할 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비밀통로이니 어딘가 꼭꼭 숨겨놓았을 것이다.
‘RPG 게임 같은 것에서는 책장 같은 곳에서 책을 뽑으면 숨겨놨던 문이 발견되곤 하는데 말이지.’
그런 생각에 책장의 책들을 모두 뽑아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로키는 아쉬움을 느끼며 뒤를 돌려고 할 때, 묘하게 책장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그렇군. 비밀 문이기보다는 그냥 뒤를 가린 거군.”
로키는 발로 인정사정없이 책장을 걷어찼다.
책장이 그대로 풀썩 무너져 내리며 그 뒤로는 돌벽으로 이루어진 비밀통로가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