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4)
성좌가 된 플레이어-34화(34/250)
제34화
찾고 보니 참으로 단순하기 그지없는 구조다.
‘아니, 이쪽 사람들로서는 이것도 찾기 힘든 건가?’
“무슨 일인 겐가!”
“무슨 일이죠?!”
책장이 부서지는 소리에 놀란 폴과 알베르가 달려왔다.
로키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통로를 가리켰다.
“찾긴 찾았습니다. 다만, 어둡군요.”
창도 없는 데다가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여서 그런지 껌껌하기 그지없다.
다만 로키만이 그 어둠 속에서도 시야가 뚜렷했다.
“뭐냐?! 찾은 거냐!”
아자르가 어느새 방으로 달려왔다.
그는 로키를 보며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잘했다! 노드인! 하, 만약 내가 무사히 나간다면 네놈에게 두둑이 챙겨주지!”
“…….”
마치 자신이 주인인 양 외쳐대는 아자르였다.
용병들도 비밀통로를 찾았다는 것에 기뻐하며 급히 짐을 챙겨 들었다.
그들을 보며 아자르가 외쳤다.
“어이! 노예들을 끌고 와! 빨리!”
용병들은 안하무인인 아자르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순순히 따랐다.
로키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명령에 잘 따르는 용병의 모습에 보기보다 신뢰가 가는 직업군이라고 속으로 감탄했다.
용병들은 노예가 실린 수레를 끌고 오면서도 노예가 있던 구석에 쓰러진 용병들을 보며 의아했다.
“…이놈들 왜 이래?”
용병의 말에 로키는 움찔거렸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그들을 기절시킨 것이다.
“술 먹고 뻗은 거냐?! 이 상황에…!”
“그냥 버리고 가버려?”
“어이, 거기 농담하지 말고 빨리 깨워!”
민감한 용병들은 그들을 깨우기 위해 얼굴을 치거나 발로 걷어찼지만,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술에 취해 기절했다기보단 급소를 얻어맞아 기절한 것이니 말이다.
“어이! 꾸물대지 마! 업고라도 가라고! 아니면 버리든가! 이 틈에 그놈들이 올 거라고!”
아자르는 자신의 안위와 노예 걱정에 성을 냈다.
“내가 들도록 하지.”
로키는 귀찮지만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자기가 뿌린 씨앗이니 책임을 질 생각이었다.
로키가 기절한 용병들을 들어 올리자 그 모습을 오해한 아자르가 기분이 좋은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래, 노드인. 네놈이 옮겨라! 그럼 네놈을 특별히 고용해주지! 이 노예상 아자르가 신경 써서 두둑이 챙겨주겠다!”
“…….”
로키는 아자르의 말을 무시했다.
“라필타는 어떻게 합니까?”
여태껏 존재감을 잃고 있던 인물에 대해 언급하자, 그제야 폴이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 라필타는…!”
폴이 알베르를 보자, 알베르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걱정보다는 신뢰가 담긴 여유 있는 행동이기도 했다.
“그는 한때 기사였던 녀석이야. 죽을 각오 정도는 했겠지.”
…다만 부정적인 쪽이었지만.
“…끙! 거참 미안하네요. 살아있어서.”
모두가 놀란 눈으로 창가를 바라봤다.
커튼으로 가려졌던 곳으로 육중한 몸이 겨우 들어서고 있었다.
라필타였다.
갑옷은 비좁은 창고에 맞지 않아 벗어던진 모양인지 가벼운 의복 차림새였다.
그는 겨우 창가에 빠져나와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냐? 살아있었나? 역시 젊은 게 좋구먼.”
알베르는 농담 같은 가벼운 어조로 물어왔지만, 속으론 적잖이 안심하고 있었다.
기사라고는 하나,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와도 같은 녀석이기 때문이다.
라필타는 땀을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 성문을 수비하던 그였다.
이제 성채 주변엔 마을 사람이었던 와이트가 활보하고 있었고, 그가 주로 사용하는 주 무기인 방패는 없으며, 제대로 된 무기는커녕 금이 간 검만 들고 있으니 그 혼자 와이트를 잡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젠장, 그 끔찍한 역병이 바로 눈앞에 우글거리다니! 무서워 죽겠구만…!”
“라필타!”
폴의 필사적인 외침에 라필타는 미소를 지었다. 걱정이 가득한 폴의 표정을 보며 마음속으로 감격했지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손을 흔들었다.
“아아, 그렇게 기쁜 거냐? 걱정마쇼. 난 이 정도로 죽지는 않….”
“아니, 그게 아니라 왜 그곳으로 들어온 거예요! 와이트는 생명을 감지한 곳으로 들어온다고요! 만약 라필타가 창가로 들어오는 걸 목격했다면…!”
“…어?”
라필타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그의 바로 위 창가에는 긴 손톱을 가진 손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서히 검은 피부를 가진 얼굴이 보였다.
와이트의 손이 올라오고 흉측한 얼굴이 입을 떡하니 벌린다.
와이트는 성내에 있는 맛있는 먹잇감에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얼굴과 몸을 쭉 내밀고 창을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고 있었다.
입가 사이로는 걸쭉한 액체와 함께 웜 페스트가 흘러내렸다.
“으아아악! 뭐야?!”
라필타뿐만 아니라 용병들까지 기겁하며 뒷걸음쳤고, 로키는 모두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쏠리자 재빨리 품에서 대형 석궁을 꺼내 겨누었다.
‘퉁-!’하는 소리와 함께 미세한 반동으로 볼트가 날아갔다.
동시에 와이트의 머리통은 그대로 터져버렸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힘을 잃은 와이트의 몸체가 앞으로 고꾸라져 라필타 바로 코앞에 떨어졌다.
질퍽한 검은 피와 함께 꿈틀거리는 웜 페스트가 퍼지자 라필타는 기겁하며 외쳤다.
“으악?! 훈 씨! 제발 봐달라고! 나 저것들과 같은 꼴 되기 싫어!”
“…그럼 빨리 이쪽으로 오시는 게 좋을 겁니다.”
어느새 다른 와이트가 창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로키는 석궁을 장전하며 다시 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성내 입구 쪽의 바리케이드가 부서져 버렸다.
복장을 보니 대부분 농부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중에 눈에 띄는 자도 있었다.
바로 아자르 노예 상단을 호위했던 용병 대장의 갑옷을 입은 와이트.
얼굴 형태는 심하게 변하지 않았지만, 창백한 얼굴에 입이 쩍 벌어진 것이 더는 평범한 사람 같지는 않았다.
“대, 대장?”
“대장도 당한 거야?!”
용병들은 절망에 빠진 듯 뒷걸음질 쳤다.
대륙을 악몽으로 물들인 웜 페스트라는 역병 탓에 안 그래도 패닉이 온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믿고 따르던 용병 대장마저 망자가 되어버렸으니 그들로서는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모두 도망가세요!”
폴의 외침에 용병들은 허겁지겁 비밀통로가 있는 귀족의 방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곳에서 불만 어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뭐야! 왜 입구를 막은 거야!”
바로 노예가 갇힌 수레에 의해 입구가 막힌 것이다.
“빨리 수레를 꺼내!”
“미, 미쳤어?! 노예는…! 내 노예들은 어쩌고! 이놈들을 팔아야 너희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있어! 수레를 밀어! 빨리 밀라고!”
용병들이 막힌 수레를 꺼내려 하자 발버둥 치며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나가떨어진 건 아자르였다.
용병도 아니었고 평소에도 운동 없이 술만 마신 그가 용병들의 힘을 이겨낼 리 없었다.
아자르는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어차피 노예잖아! 죽더라도 우리가 살아야지!”
“으아아악! 내 돈 줄이라고! 이놈들이 없으면 난 망해!”
“우리 목숨이 더 중요해! 설마 저따위 노예 때문에 우리가 죽으라고? 차라리 잘됐어. 노예들이 있다면 미끼가 되어 시간을 벌어주겠지. 그 틈에 우리는 도망치면 돼!”
‘…인간의 가치가 뭔지.’
로키는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수레에 다가가 자물쇠를 석궁으로 내려쳐 부숴버렸다.
그 모습에 깜짝 놀란 아지르가 로키를 노려보며 뭐라고 하려고 하는 순간, 까마귀 탈 아래에 보이는 시선에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핏빛처럼 붉은 눈이 아자르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뭔가 명령을 내리려고 하지 마라. 어차피 이곳에 있으면 노예든, 너든 모두 죽는다.”
“…아, 아, 알았다고! 알았어!”
로키의 위협적인 말에 아자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수레에 갇혀 있던 노예들이 나오며 한결 가벼워진 수레는 용병들의 생존이 달린 힘에 겨우 움직여 통로가 열렸다.
“모두 뛰어!”
용병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통로를 향해 뛰어갔다.
“훈! 빨리 가요!”
폴과 알베르 라필타 역시 안으로 뛰어갔고 로키는 마지막 남은 수레를 힐끔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크 엘프가 있던 수레다.
분명 자물쇠를 제거했음에도 다크 엘프는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가지 않는 건가?”
다크 엘프, 샐럿은 입을 꼭 다물고 몸을 떨고 있었다.
그녀는 와이트를 목격한 순간 굳어진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귀찮은 녀석일세.’
로키는 한숨을 내쉬며 샐럿의 손을 움켜잡았다.
그제야 움찔거리며 반응이 왔다.
샐럿은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거 같은 눈망울로 로키를 올려다봤다.
선홍빛 눈동자가 떨리며 와이트와 로키를 번갈아 보고 있다.
‘이 녀석 왜 이래?’
“빨리 나와. 저놈들의 먹이가 되기 싫으면.”
“아, 그…저기….”
우물 쭈물거리자 와이트 두 마리가 입을 떡하니 벌리며 로키에게 달려들었다.
로키는 달려드는 와이트의 몸을 향해 석궁을 쐈고, 다른 한 놈은 머리통이 부서지지 않게 다리로 힘 조절을 하며 걷어차 튕겨내 버렸다.
“귀찮아!”
‘더러워질까 봐 제대로 상대하지 못 하겠군.’
로키는 석궁을 등에 메고 샐럿을 강제로 품에 안은 채 그대로 비밀통로로 뛰었다.
로키는 품에 안긴 샐럿을 힐끔 쳐다봤다.
처음 만났을 때 거만하고 자만에 빠진 태도는 온데간데없었다.
오히려 무서운 이야기를 들은 어린아이처럼 두려움에 떨며 로키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떨고 있을 뿐이었다.
‘무슨 사정이 있는 건가?’
길고 어두운 통로를 지나가던 로키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통로 끝에서 코끝을 자극하는 악취에 저도 모르게 남은 한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역한 냄새와 함께, 통로의 끝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
“…어, 어째서…! 어째서 여기에도 놈들이 있는 거야-?!”
절망에 빠진 용병의 외침과 동시에 온몸이 날카롭고 굵직한 쇳덩이에 다진 고기가 되어버렸다.
흡사 거대한 바위가 떨어져 찍은 듯 육체가 허물어지며 사방에 피가 튄다.
“…….”
남은 용병들은 겁에 질려 허겁지겁 물러섰지만,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그림자들이 더 빨랐다.
본능인지 도망치려고 하는 이들을 먼저 잡아채고 찌르고 물어뜯고 핥기며 ‘잡아먹는다’.
조금 전까지의 와이트들의 복장이 농부들이라면 이번에는 달랐다.
하나같이 가죽 갑옷 위에 서코트를 걸치고 있다.
손에는 검과 창 같은 것을 들고 있는 모습은 훈련받은 정규군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은 형식 없이 이리저리 병기를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무기에 맞아 죽은 이들은 물어뜯어 잡아먹었다.
그런 원시적인 모습에 더욱 공포감을 밀려오게 만들었다.
특히, 그런 그들보다 더 두드러지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가 있었다.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와이트.
2m가 훌쩍 넘는 덩치에 거대한 모닝스타를 들고 있는 게 기사였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 와이트 기사는 모닝스타를 들어 올려 그대로 용병을 향해 내려찍었다.
단 한 번의 일격에 용병은 막지도 못한 채 다져지고 만다. 덕분에 용병이 들고 있던 방패는 튕겨 나가 라필타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꽤 쓸만하겠네.”
라필타는 바로 방패를 주웠다.
라필타는 눈앞에 있는 와이트 기사를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시골이라고 얕봤는데 꽤 강한 기사 나리가 있던 영지였나 보네.”
어느새 포위된 라필타 일행은 폴을 등지고 감싸며 진을 쳤다.
“어이! 마법사. 멋지게 마법 한방 좀 보내줘.”
“지금 집중하고 있으니까 조용히 하세요! 최대한 빨리할 테니…!”
“그런데… 이놈들에게 마법은 통하기는 하는가?”
“아아! 신이시여! 제발 살려주소서!”
아자르는 라필타 곁에서 몸을 떨며 머리를 감싸고 웅크리고 있었다.
용병 대부분은 물론, 겁에 질려 도망친 노예들까지 모두 와이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라필타, 그리고 폴과 알베르, 아자르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