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5)
성좌가 된 플레이어-35화(35/250)
제35화
“…이거 너무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슨 죄가 있다고! 단지 소문만 믿고 포션 원정을 떠난 건데 지금은 이렇게 괴물들과 함께 데이트라니!”
“라필타, 젊은 놈이 모험심을 가져라.”
“모험 한번 잘못하다가 큰일 나겠네요.”
라필타, 알베르, 폴은 농담을 내뱉었다. 그들은 와이트 기사를 노려봤다.
“이길 수 있나?”
알베르가 묻자, 라필타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무 방패라도 방패입니다. 제 주 무기죠. 방패만 있다면 오우거도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 그럼 네가 방어, 내가 공격, 폴이 서포터로 지원 사격을 하면…?”
폴이 고개를 끄덕였다.
“승산은 있어요. 다른 와이트들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예요.”
“그래? 그럼….”
라필타는 나무 방패를 움켜잡았다.
“가자.”
***
뒤늦게 도착한 로키는 처참하게 살해된, 아니 잡아 먹히고 있는 용병들과 노예들을 쳐다봤다.
용병과 노예의 내장을 파먹던 와이트들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올려 로키를 쳐다봤다.
-크르르르….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와이트의 입에서 검은 피가 거품처럼 보글거렸다.
로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와이트 하나가 입을 쩍 하니 벌리고 달려든다.
로키는 그 머리통을 잡아챘다.
검은 피와 웜 페스트가 미약하게 튀기는 것에 흠칫 놀라며 몸을 틀어 피했다.
안고 있던 샐럿을 힐끔 쳐다본 로키는 쥐고 있던 와이트를 달려드는 다른 와이트를 향해 던져버렸다.
‘귀찮군.’
다른 와이트가 달려든다. 그것을 발로 걷어차 버린다.
와이트가 수십 마리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휘두르거나 창을 찔러온다.
로키는 그것을 피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갔다.
‘앞뒤로 상당히 많다. 시골 마을이라고 하더니, 실제론 그 이상이었던 건가?’
마을 사람과 성채의 병사들 모두가 감염된 것처럼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었다.
로키는 최대한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 와이트들의 공격을 피해갔다.
그리고 비밀통로 끝, 넓은 공간에 도착했을 때는 낯익은 일행들을 볼 수 있었다.
“…하아…하아… 젠장! 씨브럴!”
거칠게 숨을 내쉬며 용병들이 버리고 간 나무 방패를 쥔 라필타.
그 옆에는 알베르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폴 또한 정신을 잃은 건지 손에 지팡이를 놓친 채 누워있었다.
아자르만이 멀쩡한 상태로 알베르와 폴을 방패 삼아 그들을 머리와 몸을 위로 깔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와이트 기사가 우뚝 서 있었다.
“…꽤 강한가 보군.”
로키의 한 마디가 끝남과 동시에 와이트 기사가 모닝스타를 라필타에게 휘둘렀다.
좌측에서 우측으로 때리는 단순한 동작임에도 그 속도는 매우 빨랐으며, 특히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라필타는 급히 방패를 좌측으로 틀었다.
그의 주특기.
신기, [철벽].
손에 닿은 물건. 혹은 육체의 내구성을 일시적으로 증폭시켜주는 힘이었다.
그가 신기를 사용하자, 나무 방패에 투명한 빛이 둘러싸였다.
아무리 썩고 곰팡이가 핀 나무 방패라도 웬만한 기사들의 일격쯤은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거라고, 라필타는 생각했다.
하지만….
콰직!
그 기술이 너무나도 쉽게 무너졌다.
모닝스타의 머리 부분에 박힌 뾰족한 가시가 방패와 부딪히며 날이 무뎌진다. 동시에 방패의 중심에 균열이 생기더니 파편이 되어 그대로 박살이 나버린다.
와이트 기사는 투구 사이로 미소를 보이며 모닝스타를 휘두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힘을 주며 라필타를 그대로 날려버리려 한다. 하지만 라필타는 급히 몸을 회전해 그것을 피하며 와이트 기사에게 돌진.
재빨리 주변에 떨어진 검을 쥐고 그대로 와이트 기사의 플레이터 메일에 박았다. 아니, 박았지만 꿰뚫지는 못했다.
“…하, 이거… 참.”
라필타는 와이트 기사를 찌른 채 그대로 굳어졌다.
그의 능력은 ‘방어력을 극대화’하는 것이지, 무딘 칼날을 날카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이가 다 빠진 칼날이니 기사의 갑주를 꿰뚫기는커녕, 갑옷이 없다고 할지라도 와이트의 가죽을 뚫지 못할 터였다.
“역시… 무리였….”
순간 그의 육체가 튕겨 나갔다.
와이트 기사가 이번에 360도로 돌며 모닝스타를 그에게 휘두른 것이다.
라필타는 튕겨 나가 천장에 부딪히더니 다시 튕겨 바닥에 내쳐졌다.
커다란 고깃덩이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뼈가 부스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젠장! 쓰벌…! 역…시 이래…서, 웜 페스트가…역겹다는… 거야.”
감염되면 평범한 사람도 몬스터에 필적한, 아니 그보다 더 강한 육체를 선사한다. 그러니 훈련받은 일반 병사나 그보다 더 강한, 극도의 훈련을 받은 기사라면 말할 것도 없다.
눈앞에 있는 와이트 기사는 숲의 제왕이라는 오우거 3마리 정도는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
로키는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주변에는 와이트 기사를 중심으로 다른 괴물들이 둘러싸 포위하고 있는 상태.
완전히 막다른 길.
궁지에 몰린 아자르는 벌벌 떨며 로키를 발견하곤 그의 바짓자락을 움켜잡았다.
“어이! 노드인! 어, 어떻게든 해봐! 나를 살려주면 모든 걸 주겠다! 내 전 재산을 주지! 가진 모든 걸 줄 테니 제발 이놈들한테서….”
로키는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고는 잡힌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아자르를 걷어차 버린다.
“으아악?!”
아자르는 그대로 튕겨 나가 와이트들 앞에 던져졌다.
“무, 무슨 짓이야?! 이게 무슨…!”
아자르가 눈을 붉히며 로키를 향해 목청껏 외치려 할 때, 그의 입이 붉은 손길에 막혀버렸다.
와이트들은 그의 머리, 몸, 팔과 다리를 하나씩 잡았다.
“으으읍?!”
아자르가 고개를 내저으며 발버둥을 치려 했지만, 와이트의 악력에 미동조차 하지 못했다. 오히려 와이트들이 각자 자신의 먹잇감인 양 잡은 부위를 사방으로 끌어당겼다.
“으으으아아아아아악!”
팔과 다리, 목, 몸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더니, 점차 피부가 찢기고 근육이 끊기며 뼈가 부서진다.
아자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지가 분리되며 사방으로 훑어졌다.
와이트들이 흘러내린 장기를 핥고자 바닥에 엎어져 혀로 훑어댔다.
고기 한 조각, 피 한 방울조차 남김없이 깨끗이 먹어 치운다.
로키는 그런 사라져버린 아자르를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명령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다 죽은 마당에 저놈을 살려줄 이유 따윈 없었다.
“…아까부터 조잘조잘 말이 너무 많아.”
로키는 아직 떨고 있는 샐럿을 라필타 일행이 있는 곳에 내려놓았다.
“…괜찮으십니까?”
로키는 라필타에게 물었다.
현재 그의 몸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입고 있는 옷은 걸레 조각처럼 찢어져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방패를 들었던 팔은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꺾여있다.
얼굴은 이와 코가 부러지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괘…찮…지…않아!”
그런데도 정신은 있는지 겨우 말하고 있다.
“다른 분들은?”
로키가 폴과 알베르를 보았다.
“…이 늙은이는 아직 살아있다네. 다만, 나이가 들어 몸을 못 움직일 뿐.”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알베르는 눈을 다친 것인지 눈가에 피를 흘리며 감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발 부분에 착용한 강철 부츠도 완전히 찌그러져 있다.
발 자체를 쓰지 못하는 것이다.
폴은 로키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손을 허우적거리며 겨우 지팡이를 잡아챘다.
그나마 다행으로 상처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저는… 아직 괜찮아요. 하지만….”
‘이미 틀렸어요.’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는 폴이었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와이트 한 마리조차 일반 병사가 때로 달려든다 해도 이기지 못한다.
그런 와이트가 100마리. 그리고 그런 와이트를 뛰어넘는 기사 한 마리가 떡 하니 있으니…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젠…장! 제대로 된 강철 방패라도 있었으면…!”
라필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웃고 말았다. 어찌 보면 변명이고 미련일지도 모른다.
제대로 된 무기를 들고 있어도 이들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무엇보다 와이트를 하나하나 죽여도 웜 페스트가 터져 나온다. 한 마리라도 피부에 닿는다면 그 즉시 죽는 것과 다름없었다.
로키는 폴을 바라봤다.
“마법 사용할 수 있습니까?”
폴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마나가 없어요. 그리고… 마법을 쓸 수 있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 리가….”
폴은 지팡이로 힘겹게 일어서며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라필타는 방패가 되고, 알베르가 검이 되며, 그 뒤를 받쳐주는 것이 폴의 역할이었다. 이 환상적인 파티로도 단 몇 분 만에 이렇게 돼버렸으니 지금 멀쩡한 훈이라도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폴이었다.
“…마나가 필요합니까?”
로키는 품속에서 파란 물약을 꺼내 폴에게 내밀었다.
“이건…?”
“…켈트 산맥에서 우연히 주운 겁니다. 마시세요.”
“포션? 파란 포션은 처음…인데…?”
말꼬리를 흐리며 폴은 힘겹게 포션 뚜껑을 열었다.
냄새는 무향, 그렇다고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파란색 물로 보인다.
이런 게 포션일 리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설마 독?’
어쩌면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오히려 죽지 못한다면 웜 페스트에 감염되어 와이트가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최고의 방법은 오로지 하나, 스스로 죽는 것이었다.
“마시세요.”
“…….”
폴은 각오가 되지 않았는지 손을 떨었다.
-크아아아악!
그들의 행동을 기다려 줄 리 없는 와이트들이 달려든다.
로키는 손으로 달려드는 머리통을 잡고 그대로 던져버린다.
와이트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폴의 망설임이 사라졌다. 그는 두 눈을 꼭 감고 마나 포션을 입에 담고 꿀꺽 삼켰다.
그 순간… 폴의 눈이 번뜩 뜨며 경악에 담긴 눈빛으로 마나 포션을 바라봤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푸른 기운이 소용돌이쳤다.
“마나가….”
…회복됐다? 그것도 체내에 가질 수 있는 모든 양의 마나를 단 몇 초 만에?!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다.
딱 한 입 마셨을 뿐이다. 그런데 최고의 컨디션을 가진 채, 그것도 집중해서 시간을 들여야 겨우 회복될 만큼의 양이 모두 채워졌다.
“…훈! 이게 어떻게 된…?”
“설명할 시간 없다. 방어 마법이라도 써.”
어느새 말투가 바뀌었다.
등지고 있던 로키가 고개를 틀었다.
까마귀 탈에 그림자 진 붉은 안광으로 폴을 노려봤다.
그 눈빛에 폴은 묘한 소름이 돋았지만, 망설이고 있을 틈이 없었다.
그는 지팡이를 바닥에 꽂으며 눈을 감고 방어 마법을 실행했다.
투명한 막이 폴과 알베르, 그리고 라필타와 샐럿을 감쌌다.
폴은 마법을 실천하면서도 놀라고 있었다. 마법을 실행했는데도 마나는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원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치 마나 회복이 아직도 진행되는 거처럼.
‘…설마, 만능 포션?!’
폴은 경악한 눈빛으로 아직도 70%는 파란 물약이 담긴 포션을 쳐다봤다.
자신들이 찾던 포션이 눈앞에 있었다.
로키는 폴의 방어 마법에 입맛을 다셨다.
방어 마법이 생각보다 약해 보였다.
‘…광범위 스킬 한 방이면 깨지겠군.’
“그럼….”
로키는 석궁을 와이트 기사에게 겨누고 쐈다.
창과도 맞먹는 크기의 볼트가 회전하며 와이트 기사의 플레이트 아머에 박혔다. 하지만 미처 관통하지 못하고 박힌 것으로 끝났다.
와이트 기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닝스타를 들어 올려 내리친다.
전혀 아픈 기색이 없었다.
로키는 가볍게 모닝스타를 피하며 폴 일행을 바라봤다.
방어 마법을 발현하는 폴은 집중하느라 두 눈을 꼭 감고 계속해서 마법을 외우고 있었다.
라필타와 알베르는 정신은 있었지만, 몸을 꼼짝도 못 한 채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최대한 조용히 여행하며 후배를 찾고자 했지만.’
로키는 손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조금은 힘을 사용해도 되겠지.’
그의 손끝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며 불길로 바뀌었다.
로키 아바타 스킬 중 하나로 불길이 붙으면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 마법 데미지를 주는 스킬이었다.
로키는 몸을 회전하며 주먹을 와이트 기사에게 휘둘렀고, 와이트 기사는 육중한 팔을 들어 올려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관통’ 당하고 말았다.
로키의 손에서 일어난 불꽃이 그대로 와이트 기사의 팔에 착용하고 있는 갑옷을 녹이고 가죽과 근육, 그리고 피와 웜 페스트까지 모두 불태워버렸다.
로키는 재빨리 손을 빼고 뒤로 물러섰다.
와이트 기사는 자신의 팔을 바라봤다.
검은 불꽃이 묻어나며 점차 퍼져나간다.
두꺼웠던 팔은 녹고 재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팔의 연결 부분을 잃은 손목과 팔 일부분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움찔거렸다.
그 모습에 와이트 기사의 고개가 갸웃거렸다. 이내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렸다.
고통보다는 분노한 것인지 들고 있던 모닝스타를 인정사정없이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