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6)
성좌가 된 플레이어-36화(36/250)
제36화
샐럿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왜,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웜 페스트, 망자를 만들어내는 역병!
그것을 보자 샐럿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저것을 보자니 자연스레 옛일이 떠올랐다.
수많은 이의 절규 어린 비명. 불타는 도시와 도망가는 이들.
괴로워하면서도 지키기 위해 싸웠다. 버텨 내기 위해 끊임없이 저항하며 노력했다.
하지만… 그 저항이 무의미할 정도로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왜… 왜…! 하네스를 무너뜨린 역병이 여기에 있는 거냐고!’
바로 50년 전, 대륙을 뒤흔들었던 아인종이 건설한 대제국, 마왕 칼리브가 다스렸던 하네스 제국이 무너져 내렸다.
바로 역병인 웜 페스트로 인해서였다.
망자인 그들은 살아있는 생물을 무참히 죽이고 학살하고 먹어 치웠다. 그리고 끝없는 진격 끝에 하네스라는 나라는 결국 대륙의 역사 속에 이름만 남긴 채 멸망하고 말았다.
다만 역사 속 기록에서는 ‘12인의 영웅’에 의해 멸망한 것으로 기록되었을 뿐이었지만.
와이트를 보자, 그때의 일이 고스란히 떠올랐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우던 수많은 병사가 저항조차 못 한 채 잡아먹히는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했다.
그들의 비명이 귓가에 울려대는 거 같다.
인간 따위는 두렵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무서웠다.
오로지 식욕만 왕성한 와이트들이 샐럿은 두려웠다.
‘싫어….’
떠올려지는 옛 트라우마에 온몸에 힘이 빠졌다.
‘제발….’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며 몸이 떨려왔다.
분명 몸이 차가움에도 식은땀이 흐르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저것들을 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해줘!’
그때, 방어 마법으로 투명한 반원형의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와이트가 달려들었다. 샐럿은 깜짝 놀라 앞을 바라봤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샐럿을 주시하고 있다.
입이 벌려지며 걸쭉한 검은 피와 구더기들이 쏟아져 내렸다.
“……!”
와이트들은 투명한 막이 보이지 않는지 계속해서 손을 휘두르거나 머리를 박으며 입을 쩍 하니 벌리고 닫기를 반복했다.
먹이를 먹고 싶어 미친 듯이 날뛰는 짐승 같은 모습이다.
샐럿은 머리를 감싸며 두려움에 떨었다.
그런 그녀의 기도를 하늘에 닿은 걸까?
달려들던 와이트들은 갑자기 날아온 모닝스타의 머리통에 모두 날아가 버렸다.
“……?!”
샐럿은 깜짝 놀란 채 앞을 바라봤다.
어느새 로키가 방어 마법이 쳐진 곳 근처에서 와이트 기사의 공격을 피하는 모습이 보였다.
***
“…아슬아슬했군.”
운 좋게 모닝스타가 방어 마법을 빗겨나갔다. 만약 와이트가 아닌, 방어 마법에 그대로 직격타를 때렸다면 방어 마법은 허물어지고 말았을 터였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어서 저쪽을 신경 쓰지 못했어.’
로키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3년 만에 해보는 전투에 ‘재미’를 느끼고 만다.
그래, 단순한 재미.
격렬한 싸움에 대한 전율이 흐른다거나 흥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건 어디까지나 대등한 상대를 만났을 때일 뿐.
하지만 지금은 단순히 ‘열등한 벌레’가 날뛰는 꼴이 너무나도 우스워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 너무 우습지.’
저 거대한 덩치가 뒤뚱거리며 모닝스타를 휘두르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서든 먹잇감을 잡겠다는 듯 발버둥 치는 꼴이 얼마나 같잖게 보이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와이트 기사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수많은 와이트들이 달려든다.
한때 인간이었던 자들. 하지만 지금은 망자로 변한 이들이었다.
로키에게 있어 그 사실은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그에게 있어 망자건, 인간이건, 자신에게 이빨을 들이민 자는 무조건….
“불태워주마.”
…불태워 버릴 뿐이다.
로키는 양손을 가볍게 휘둘러 와이트들을 상대했다. 발을 놀리며 춤추듯 매끄럽게 움직였다.
단지 그의 손에 있는 불꽃에 닿기만 해도 닿은 부위가 재조차 남기지 않은 채 모두 ‘소멸’해버린다.
그가 좌에서 우로 손을 휘두르기만 해도 와이트의 상체와 하체가 갈라지고 소멸한다.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니 몸체가 좌우로 갈리며 사라졌다.
위세에 비해 너무나도 가련히 사라지는 와이트들.
마치 영화 속 뱀파이어가 햇빛에 노출되어 사라지는 모습 같았다.
로키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며 감상에 빠졌다.
자신의 발놀림 소리, 손에서 타오르는 불꽃 소리, 망자들의 울부짖음, 그 모든 것이 음악처럼 느껴졌다.
전혀 다른, 소음과도 같고 리듬조차 없는 음악을 음미하며 즐기는 로키였다.
그리고 그 음악은….
…쿵!
“…….”
끊기고 말았다.
방어 마법을 발현하고 있는 폴 근처 바닥에서 손이 뻗어 나온다. 그 손길은 가차 없이 폴의 다리를 낚아챘고, 그다음 바닥을 뚫고 와이트의 얼굴이 튀어나오며 폴의 다리를 물어뜯었다.
“으아아악!”
폴의 비명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다리가 움푹 파이며 피가 뿜어져 나왔다.
“…….”
순간… 로키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그는 감상이 깨졌다는 당혹감에 눈살을 찌푸리며 와이트에게 사로잡힌 폴을 바라봤다.
그 순간, 로키가 서 있는 바닥에서도 손이 튀어나와 그의 다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다른 와이트들이 지옥에서 기어 나오듯 바닥에서 올라와 몸을 뜯어먹으려 했다.
하찮은 벌레들이 감히 자신을 먹기 위해 달려든다.
그 악취 나는 토사물과 역겨운 벌레들로 로키의 몸을 더럽혔다.
로키는 진심으로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 벌레 놈들이-!”
로키는 발을 들어 올려 바닥에 기어 올라오는 와이트의 머리를 짓밟았다.
사방으로 피와 구더기 같은 웜 페스트가 튀기며, 로키의 옷에도 묻어났지만, 더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로키였다.
그의 몸이 한순간 바뀐다.
머리에 나선 모양으로 휘어진 뿔을 가진 산양의 투구로 감싸여 지고, 온몸은 어둠으로 덮인 듯한 칠흑의 광택이 도는 갑주로 변한다.
불타오르는 두 손은 갈고리와 같은 손가락을 가진 건틀렛이 착용 되었으며, 어깨너머로 암갈색 망토가 휘날렸다.
로키는 붉은 안광을 불태웠다.
까마귀 탈을 쓴 인간의 모습 따위가 아니다. 이 세계에는 없을 이질적인 위화감을 가진 존재가 있을 뿐이었다.
와이트들은 그런 위용에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식욕과 번식이라는 두 가지 본능밖에 없던 그들에게 ‘공포’가 밀려들었다.
와이트들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모른 채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오직 하나, 겁 많은 육식 동물들이 으레 그렇듯 ‘공격’하는 것이었다.
수십 마리의 와이트들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요르문간드, 펜리르!”
그의 외침에 칠흑의 갑주에 검은 아지랑이가 흘러나왔다.
그 그림자는 점차 칠흑의 불꽃을 만들어내며 거대한 늑대의 머리, 뱀의 머리로 바꿔버렸다.
갑옷이 몸체인 양 연결된 그 짐승의 머리들은 으르렁거리고 혀를 날름 핥으며 자신의 ‘주인’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리고….
“먹어 치워라.”
그의 짧은 한마디에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늑대와 뱀의 목이 어김없이 늘어난다.
거대한 아가리가 벌어지며 그 입에 닿는 것만으로도 육체가 무너져 내리며 빨려 들어갔다.
남김없이 와이트를 먹어 치운다.
맛의 음미도 없다. 뱀과 늑대는 그저 ‘먹을’ 뿐이다. 자신의 주인이 시켰으니 그대로 따른다.
북유럽 신화 속 세계를 멸망시켰던 괴수들.
뱀과 늑대를 창조했던 주인은 그저 팔짱을 끼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눈 깜짝할 사이에 어둠이 지나간 자리는 모두 깨끗해졌다.
와이트 기사가 요르문간드와 펜리르를 향해 모닝스타를 휘둘렀지만, 모닝스타는 그것들의 몸체에 닿자마자 검은 불꽃이 일어나며 그대로 증발해버리고 만다.
-……?
와이트 기사는 자신의 자루뿐인 모닝스타를 바라볼 때, 요르문간드와 펜리르는 감히 자신을 공격한 대상으로 목표를 바꿨다.
뱀과 늑대가 와이트 기사의 팔과 다리를 가볍게 물며 지나간다.
한쪽 팔과 다리를 잃은 와이트 기사의 육중한 육체가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리자, 두 짐승은 서로 번갈아 가며 살점을 뜯어 먹었다.
허공에 떠서 단 몇 초 만에 뼛조각, 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사라져버린다.
그곳에 있던 와이트들이 모두 사라졌다.
남은 건 오로지 폴을 향해 달려들던 와이트 하나뿐.
그 와이트는 계속해서 폴의 다리를 먹어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신의 동족이 죽는 꼴을 보지 못한 양 계속해서 폴의 다리 한 짝을 먹고 있는데 정신이 팔려있다.
라필타와 알베르는 이미 정신을 잃은 지 오래였다. 샐럿은 멍하니 넋이 나간 채 로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키는 그런 와이트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와이트의 머리통을 발로 내려찍어 으깨버렸다.
“……?!”
폴 또한 샐럿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발이 먹히는 고통과 출혈에도, 심지어는 웜 페스트의 감염에조차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오로지 눈앞에 있는 신과 대척점에 서 있는 ‘악마’를 바라볼 뿐이다.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낼 힘도 없다. 그저 두려움에 떨며 그를 바라볼 뿐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군.”
그 차가운 목소리에 폴은 움찔 놀라면서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순간 다리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온몸에 퍼져나가는 웜 페스트에 의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그의 너덜너덜해진 허벅지밖에 안 남은 다리에서 피가 울컥울컥 쏟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허벅지의 상처 사이로 꿈틀거리는 벌레들이 빠른 속도로 폴의 피부를 뚫고 올라간다.
폴의 얼굴까지 기어 올라온 듯 핏줄 같은 이질적인 피부가 꿈틀거린다.
곧이어 피부색이 창백해지고 눈과 코, 귀 등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아…아아아아…!”
목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비명은 점차 줄어들었다.
“사, 살려줘…! 죽기 싫…어!”
폴은 외쳐댔다.
그것이 자신이 믿는 신에게 향한 것인지, 아니면 눈앞에 있는 악마에게 향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죽기 싫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죽기는 싫다.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았다.
수많은 마법을 배우고 싶고, 수많은 일을 경험하고 싶다. 임무 때문이라지만 라필타와 알베르와 좀 더 함께 여행하고 싶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끝이 났다.
아무리 면역이 강하더라도 신기 사용자가 아닌 이상 웜 페스트의 감염은 막기 힘들다.
게다가 육체가 단련된 것도 아닌, 마법사가 이와 같은 역병을 견딜 수 있을 리 없다.
마법조차 무용지물인 이 역병을 치료할 방법은 오로지 두 가지뿐.
하나는 신성 교단의 대사제의 성수, 또 하나는 헛소문으로 퍼진 신빙성이 없는 만능 포션뿐이었다.
이미 성수는 사용한 지 오래였다. 그러니… 죽음뿐이다. 아니, 죽지도 못한 채 망자가 되겠지!
“살려…줘…제…발…!”
폴은 그 말을 뒤로 한 채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점차 그의 몸에 조금씩 경련이 일어났다. 웜 페스트가 그를 망자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키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걱정보다는 흥미가 가득한 안광이 빛이 났다.
“…이것도 작은 인연이겠지.”
첫 여행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로키는 그들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짧지만 나름 재밌었다.
로키는 품에서 회복 포션과 해독 포션을 꺼내 들었다.
“그 인연이 이곳에서 끊어지면 나로서는 아쉬울 따름이다.”
로키는 손가락을 움직여 두 포션의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폴의 입가에 흘러 넣었다.
“이게 효과가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역병에 대해서는 테스트를 해보지 않았으니. 그러니 네가 실험체가 돼라. 살면 행운이고 운이 안 좋아 망자가 된다면….”
산양의 붉은 안광이 빛났다.
포션이 폴의 입가에 떨어져 스며들었다.
“내가 안식을 선사해주마.”
잠시 후… 폴의 육체가 점차 재생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