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7)
성좌가 된 플레이어-37화(37/250)
제37화
“…….”
폴은 멍하니 자신의 다리를 바라봤다.
‘내 다리가….’
있다? 그것도 멀쩡하다!
마치 허벅지까지 괴물에게 먹힌 것이 거짓인 양, 다리는 멀쩡히 존재했다.
사실은 이 모든 게 꿈이었던 걸까?
하지만 절대로 꿈일 리가 없었다. 허벅지까지 찢어진 바지가 이 모든 게 현실임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폴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는 파란색 물약을 쳐다봤다.
마나 포션.
마나를 모두 채울 정도로 회복시키고 그 회복 시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것이 만능 포션!’
세상에…, 마나를 채워주는 포션이라니?
연금술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물건이 자신의 손에 있었다.
지금은 그 회복 시간이 지나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마법사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큰 파문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아니, 대륙 전체가 뒤흔들릴 것이다!
마법사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며, 대륙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양상을 180도로 바꿀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은 마나 포션을 양산으로 생산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마법사들과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군대만 있어도 이 대륙을 지배할 수도 있을 터였다.
어쩌면 신성 교단과도 맞먹는 대제국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실존했었어! 만능 포션과 그것을 가진…!”
전설의 연금술사! 아니, 연금술사가 아닌 악마가 말이다.
폴은 훈을 떠올려 보았다.
정신을 잃어가는 와중에 보았던 그의 모습.
그건 정말로 악마의 모습이었다.
“…악마가 만들어 낸 포션인 걸까? 하지만… 정말로 대단한 위력이야. 신의 기적과도 같잖아?”
폴은 경악하면서도 의문이 들었다.
‘아니, 정말 악마인 걸까?’
악마라면 왜 나를 살려준 거지?
폴은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내’가 아니다. ‘우리’였다.
폴은 어두운 비밀통로 주변에 쓰러져 있던 라필타와 알베르를 바라봤다.
그들은 고통 속에 기절해 있는 게 아닌 평온하게 잠들어 있다. 얼마나 잠을 잘 자는지 코를 골며 배를 긁적거리기도 했다.
와이트에게 부상당한 육체는 거짓인 양 깨끗이 회복된 몸 상태였다.
***
비밀통로 끝은 영지의 반대편의 먼 숲속에 도달하게 되어 있었다.
어느새 까마귀 탈을 쓴 로키는 고개를 저었다.
“…괜히 치료해줬나?”
폴과 라필타와 알베르에게 회복 포션을 사용했다.
좋은 인연이었지만, 자신의 포션이 대륙에 알려질지 모른다.
게다가 지금쯤 아움이 보낸 추격자가 로키를 찾고 있을 터였다.
괜히 흔적을 남긴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최대한 빨리 윤시린을 찾아야겠어. 더는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기 전에….’
“그런데…”
로키는 숲을 걷다 뒤를 돌아봤다.
“……?!”
낯익은 소녀가 깜짝 놀라 나무 뒤로 숨었다. 그리고 빼꼼 고개를 살짝 내밀곤 로키를 힐끔 쳐다봤다.
자신 딴에는 멀리 떨어져 숨어 지켜본 듯했다.
다크 엘프, 샐럿을 보며 로키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왜인지는 몰라도 계속해서 따라오고 있다.
‘뭐, 나중에 알아서 떠나겠지.’
로키는 그녀를 무시한 채 목적지도 없이 걸어갔다.
***
어두운 지하실.
불을 밝힐 수 있는 건 오로지 뿌연 습기가 찬 랜턴뿐이었다.
80살로 보이는 수도사는 랜턴을 들고 로브를 뒤집어 쓴 채 커다란 가죽 가방을 짊어지고 있었다.
그는 계단을 밟으며 위태롭게 지하실로 내려갔다.
뚜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하실에 도착한 그는 장식장 위에 랜턴을 올리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지하에 깊게 파인 우물과 연결된 펌프를 움직여 물을 퍼내 올렸다.
신경 써서 만든 그릇에 물을 채워놓고, 그 물그릇을 불에 올려 끓였다.
바글거리며 뿌연 수증기가 올라왔다.
“…후우. 괜찮아. 이제 익숙해졌잖아.”
수도사는 숨을 들이키며 맨손을 끓는 물 속에 집어넣었다.
“악…윽….”
뜨거운 온도에 수도사의 손은 붉게 달아올랐지만, 그는 애써 참아내며 정성껏 손을 씻어냈다.
손을 빼낸 그는 가져온 약초를 잘게 다지고 그것을 어떤 가면 속에 집어넣었다.
그는 가면을 이리저리 꼼꼼하게 살폈다.
길쭉한 새 부리 모양의 가면.
눈 부위는 유리로 되어있고, 부리 끝에는 숨구멍이 있지만, 그마저 방금 넣은 약초로 숨쉬기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을 머리에 뒤집어 쓴 뒤 로브로 한층 더 여몄다.
가죽으로 된 장갑을 끼고 옷을 가죽끈으로 묶어 단단히 고정했다.
빈틈이 있는지 수차례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후우-!”
숨쉬기 불편한 가면 때문인지 그의 가슴이 크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래도 익숙한 모양새로 자연스레 랜턴을 잡고 걸어갔다.
지하의 길고 어두운 복도를 걷던 그는 하나의 문에 도달했다.
그는 랜턴을 바닥에 내리고 양손을 뻗어 강철 문을 억지로 열었다.
문틈이 살짝 벌어지자 약초를 사용했음에도 가면 속으로 진득한 썩은 내가 스며들어왔다.
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애들아. 미안하구나. 요즘 이 부근에 몬스터가 많아져서 그것들을 피하느라 시간이 좀 늦었단다.”
노인은 힘겹게 말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자상함이 담겨 있다.
노인은 가죽 가방에 손을 넣더니 그 안에 있는 사로잡은 토끼 두 마리를 꺼내 들었다.
“너희가 좋아하는 귀여운 토끼란다. 토끼는 외로우면 죽는 아주 가엾은 아이들이지. 너희들도 외로운 건 싫어했지 않니. 그러니 이 애들과 함께 놀렴.”
노인은 묶여있는 토기 다리를 풀어놓더니 어두운 방 안으로 던져 넣었다.
토끼는 그대로 어둠 속에 파묻혔다.
그리고…
-콰직!
…히익-!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토끼의 미약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문 앞으로 피가 흩뿌려졌다.
-크아아아악!
어둠 속에서 그 정체가 드러났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머리를 가진 작은 괴물들.
그것들이 수도사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목표에 닿기도 전, 목에 묶인 쇠사슬에 의해 다시 튕겨 나가듯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본 수도사는 씁쓸하게 웃었다.
“…괜찮단다. 내가 너희를 고쳐주마. 그러니 조금만 참으렴.”
노인은 그 말을 남긴 채 문을 닫았다.
수도사 알렉스의 여느 때와 같은 하루였다.
***
오래전, 샐럿은 너무나도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커다란 황궁, 상냥하고 다정한 하인과 하녀들. 딱딱하지만 뒤편에서 지켜주는 늠름한 병사들.
모두가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녀 또한 그들의 미소를 볼 때면 자신의 나라가 얼마나 강성한지 알게 되었다.
키가 작은 난쟁이부터, 귀가 길쭉한 요정, 귀가 짐승인 이들까지… 다양한 종족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여들었다.
바로 ‘집’.
안심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집’을 가지기 위해 그들이 모여든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들의 중심이 되어 그들을 다독이고 지켜왔다. 인간들의 침략에 맞서 싸웠다.
소중한 모든 이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가 왕이 되어 전장으로 나가 침략자들을 무찌르고 백성들을 보살폈다.
그 덕분일까, 대륙의 모든 국가가 그녀가 있던 나라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백성을 지키기 위해 평화조약을 맺고 그 약속으로 포로를 교환하기로 하면서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크아아아악!
-몬스터?!
-아니, 아니야! 언데드다! 모두 막아!
그 존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수천 명에 이르는 인간 포로를 수용하고 있던 감옥에 망자들이 들끓었고, 그것들은 밖으로 나와 활보해 모든 것을 파괴했다.
인간보다 월등히 강한 아인종들이다. 하지만 그들도 검과 창으로 죽일 수 없는 존재 앞에서는 무력했다.
순식간에 나라는 혼돈에 빠졌다.
그녀의 아버지, 아인종의 왕은 망자들을 어렵게 막아내고 나라를 안정시키는 데 힘썼지만,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와이트’라는 괴물을 죽이는 과정에서 인간 포로가 한 명도 빠짐없이 죽었고, 또한 평화조약을 위해 파견된 인류 대표격인 ‘신성 교단’의 대신들 역시 죽고 말았다.
결국 인간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성황의 이름 아래 대륙의 모든 이들이 연합하여 모여들어 그녀의 왕국으로 진격해왔다.
행복했던 나라는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거리에는 아인종들의 비명과 통곡,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잔혹한 상황 속에서 오직 인간들만이 ‘미소’를 지었다.
-아젤란 성좌님의 이름 아래, 이단을 배제하라!
-아젤란교의 영광이 있기를!
-이단에게 철퇴를!
-악마에게 심판을!
악마? 악마는 너희들이야!
샐럿은 그 장면을 고스란히 보게 되었다.
길거리의 모든 백성이 장난감으로, 사냥감으로 전락한 광경.
유린하고, 시체를 매달고, 산채로 불태운다.
성좌의 은총이라는 변명 아래 잔혹한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인간들.
샐럿은 도망치듯 아버지를 찾았다.
아빠? 아빠는…!
샐럿은 달렸다. 자신의 아빠라면 이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재앙을 물리고 다시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보기에는 아빠는 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위대해 보였으니까!
최강의 정령, 이프리트도 함께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빠?
그녀가 발견한 건 처참하게 찢겨 죽은 아버지의 시신뿐이었다.
그녀의 멍한 중얼거림에 인간들이 그녀를 보며 한 마디 내뱉었다.
-…잡아.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어떻게든 왕궁을 나오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달렸던 기억만 남을 정도로.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자신의 집, 하네스라는 나라가 불타버린 잿더미가 되어 멸망해버렸다.
그러니 자신은….
ㅡ…이…봐.
샐럿은 살며시 눈을 떴다.
ㅡ이봐!
“……?!”
샐럿은 눈앞에 있는 희미하게 불타는 불꽃의 정령을 쳐다봤다.
온몸이 불꽃으로 덮여 있는 몸이 나뭇가지에 닿아 있는데도 나무는 타지 않고 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줄기에도 불꽃의 정령은 그저 묵묵히 비를 증발시키며 샐럿을 바라보고 있었다.
ㅡ언제까지 잘 셈이야?
불편한 기색이 느껴지는 음성에 샐럿은 손등으로 눈가를 비벼댔다. 아직도 피로감에 잠이 몰려왔지만, 이프리트가 자신을 깨웠다면 이유가 있을 터였다.
“…얼마나… 잤어?”
ㅡ10분 정도.
“그…래?”
샐럿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무거워진 눈꺼풀에 힘을 주고 고개를 흔들었다.
몬스터나 산짐승의 습격을 대비해 나무 위에서 잠시 눈을 붙였던 그녀는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 밤이다. 달은 먹구름에 의해 가려졌고,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넝마나 다를 바 없는 노예가 입는 옷이 비로 인해 축축하게 젖으며, 체온을 앗아가 버린다.
몸이 벌벌 떨려오며 육체적 피로를 한계까지 느끼게 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자고 싶다.
사실 편하게 잘 수도 있었다.
엘프의 기동성과 시야, 청각이라면 근처에 있는 동굴 하나쯤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샐럿은 진심으로 고민했다.
제대로 자고 싶었기 때문이다.
ㅡ그분은 떠났다.
하지만 이프리트의 한 마디에 그녀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