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38)
성좌가 된 플레이어-38화(38/250)
제38화
샐럿은 시선을 돌려 숲속 주변을 바라봤지만, 까마귀 탈을 쓴 사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갔어?!”
어디 간 거지? 놓친 거야?!
그녀는 당혹감에 안절부절못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프리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걱정 하지 마. 그분이 가신 방향은 내가 알고 있다.
이프리트의 말에 샐럿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의아함에 사로잡혔다.
“그분? 네가 왜 그를 ‘그분’이라고 칭하는 거야?”
샐럿의 말에 오히려 당황해하는 건 이프리트였다. 그도 ‘왜 그런 걸까?’하고 중얼거리며 고심하고 있었다.
―…나도 몰라.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분을 두려워하고 있어.
“…누가 누구를?”
―…내가 그분을.
“…….”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듣기로는 정령은 전설 속에 나오는 드래곤조차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정령이 인간 따위를 두려워한다고?
“…너, 인간이 무서워?”
그녀의 반응에 이프리트는 변명이라도 하고 싶은지 입을 열었다.
―착각하지 마. 그분은 인간 따위가 아니야.
“…역시 인간이 아닌 거야?”
그녀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래, 이질적인 무언가다. 다만, 그 무언가가 뭔지는 나도 몰라. 그저 느낌일 뿐이니까. 너도 봤을 거 아니야? 그분의… 본 모습을.
“…….”
샐럿은 얼마 전 지하 비밀통로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분명 그는 인간이 아닌, ‘악마’였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그 끔찍한 와이트들을 단숨에 소멸시킨 존재였다.
‘…역시 평범한 존재가 아니였어.’
“…….”
뻔히 쳐다보는 샐럿의 시선에 이프리트는 부담감을 느끼며 화제를 바꿨다.
―계속 쫓아갈 건가? 그럴 거면 방향을 가르쳐주지. 지금이라도 따라가면 늦지 않아.
“…고마워.”
―착각 하지 마. 네가 죽으면 내가 곤란해. 난 네 아비인 칼리브와의 계약을 지킬 뿐이야.
냉정하게 말하는 이프리트였지만, 샐럿은 그가 진심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언제든 그녀를 챙겨줬다.
마치 또 하나의 아버지처럼 말이다.
***
로키는 자리에 앉아 묵묵히 눈을 감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 밤이 된 하늘은 먹구름이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빛을 띤 3개의 달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는 벌레 울음소리, 빗줄기에 젖은 풀잎 냄새, 고요한 분위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로키였다.
감고 있던 눈을 뜨며 나무들을 바라봤다.
하늘 높게 뻗어있는 초록빛으로 가득한 나무.
비에 의해 습도가 올라가 안개가 뿌옇게 끼었지만, 어둠 속 달빛을 반사시켜 신비한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로키는 자신이 있던 세계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몽환적인 광경을 보며 묘한 느낌을 받았다.
얼어붙은 대지는 한없이 새하얬다면 대륙은 알록달록한 다양한 빛을 자아내는 대지였다.
켈트 산맥만 해도 붉은 나무로 온통 붉었고, 이곳 숲속은 나무의 몸통까지 모두 초록빛이다.
파직-!
나뭇가지 부서지는 소리에 이끼가 낀 바위에 앉아있던 로키는 고개를 살짝 틀었다.
실수로 나뭇가지를 밟은 한 소녀가 로키와 시선이 마주치자 깜짝 놀라 나무 뒤로 숨어버렸다.
“…언제까지 따라올 거지?”
“…….”
반응이 없다.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른다.
몇 번이나 말을 걸어봤지만 계속 무시한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가지도 않고 계속해서 로키를 따라오고 있었다.
소녀의 목적이 무엇이며, 왜 이렇게 자신을 집착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악의는 없는 거 같은데 말이지.’
혹, 첫 만남 때 정수리를 때린 것에 대해 복수를 하고 싶었던 걸까?…라는 어이없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 역시 아닐 거 같았다.
‘그럼 왜 이렇게까지 따라오는 거지? 단순한 호기심?’
로키의 본모습을 본 이들 대부분들은 그를 두려워해 오히려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이 소녀는 오히려 호기심이 생긴 모양이다.
‘그나저나 저 아이, 괜찮은 건가?’
로키는 쉬지도, 먹지도 않은 채 걸었다.
그러니 따라오는 소녀 역시 제대로 먹지도 그렇다고 자지도 못한 채 계속 따라오고 있다는 말이었다.
놓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는 박수 쳐줄만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무모한 짓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몇 번이나 쓰러질 법한 행군을 소녀는 용케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겠지.’
로키는 할 수 없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이대로 가다간 소녀는 쓰러질 테고, 그렇게 되면 분명 몬스터나 산짐승이 밥이 될 것이 뻔했다. 자신 때문에 저 소녀가 죽게 되면 그 또한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샐럿은 로키가 휴식을 취하는 걸 보자 속으로 안도했다.
티를 내기 싫었지만 이미 몸은 한계를 외치고 있었다.
샐럿은 고개를 내려 자신의 발을 쳐다봤다.
숲의 요정이라고 칭해지는 엘프였지만, 맨발로 끊임없이 걷다 보니 상처투성이다.
욱신거림과 따끔한 감각은커녕, 오히려 발의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아무런 느낌조차 없었다.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걸 샐럿은 잘 알고 있었다.
“…치료해야겠군.”
흠칫?!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샐럿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어느새 까마귀 탈을 쓴 로키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샐럿은 반사적으로 발을 뒤로 빼며 도망치려 했지만, 발이 뒤엉키며 넘어지고 말았다.
“……!”
‘…어떻게?!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소리에 민감한 엘프다.
숲속에서 풀을 밟고 다니는 소리마저 감지해낼 수 있음에도 하나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에 놀라다 못해 아예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넋 놓고 로키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키는 그런 샐럿의 반응을 무시한 채 손을 뻗어 발바닥을 잡고 상태를 살폈다.
“으윽….”
“곪았군.”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질 거 같은 가녀린 발이다. 이런 발로 용케 숲을 걸었다는 것에 로키는 감탄했다.
며칠의 강행군과 방금 전 비로 인해 발에선 벌써 누런 고름이 나오고 있었다.
“…상관 마요.”
샐럿은 발버둥 치며 발을 내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의 차가운 태도에 로키가 말했다.
“몇 시간만 이곳에 머물도록 하지. 휴식을 취해라.”
“…….”
로키의 말에 샐럿은 입을 꼭 다문 채 뒤로 물러섰다.
야생동물이 경계하듯 거리를 두는 것이다.
로키는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힐끔, 샐럿을 쳐다봤지만, 로키를 계속해서 쳐다만 볼 뿐 쉴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로키는 말없이 인벤토리에 있던 야영 도구들을 꺼내 들었다.
과장된 움직임으로 텐트를 치고 장작을 모아 부싯돌로 불을 붙인다.
사실상 필요 없는 행동이었지만, 일부러 샐럿이 안심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까지 움직이는 로키의 모습에 그제야 안심한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처 풀잎을 찾아 선별하고 채집한다. 그리고 입속에 넣고 우물우물 씹더니 뱉어내고는 발바닥에 난 고름을 짜내고 그 위에 씹었던 풀잎을 덮었다.
“…아파.”
엘프가 예부터 사용한 치료법이다.
효과는 좋지만 아픈 건 아픈 건지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서도 억지로 참고 있다.
끈으로 상처 부위에 약초를 고정한 샐럿은 민첩한 움직임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
나무 위에 있던 과일을 따 자리를 잡고 앉아 한 입 베어 먹고 로키를 관찰하는 듯 앉아있었다.
‘…특이한 녀석이군.’
그래도 혼자 여행하는 것보단 동행자가 있는 것이 더 즐거울 것이다.
로키는 화톳불을 보며 휴식을 취했다.
***
어느새 해가 뜨며 샐럿은 잠에서 깨어났다.
오랜만에 푹 잔 느낌이라 몸이 가볍고 피로가 풀린 느낌이다. 다리 또한 조금 나아진 건지 감각이 돌아오고 있었다.
“……?”
몽롱한 느낌에 머릿결을 쓸어내린 그녀는 옆에 놓인 물건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붉은 바탕과 검은색이 어우러진 가죽옷. 머리를 가릴 수 있도록 후드까지 달린 간편한 여행용 복장이다.
다만 고급스러운 재질을 사용한 듯 매끄럽고 디자인 또한 뛰어나다. 그 옆에는 샐럿의 발 상태를 생각했는지 검은색 부츠가 놓여있었다.
“이건…?”
나무 위에 있던 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여행용 의복과 신발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 옆에서 소환된 이프리트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그분이 두고 간 거다.
“…그 인간이?”
샐럿은 고개를 틀어 밑을 바라봤다.
잡초 위에 앉아있던 까마귀 탈의 사내는 책을 꺼내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을 텐데도 그녀를 신경을 쓰는지 몇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샐럿은 그런 로키를 쳐다보며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자신을 이토록 챙겨주는 걸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떨쳐낼 수 있을 텐데도….
그런 샐럿의 생각을 아는지 이프리트는 고개를 저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지?
“뭐가?
-저분을 따라가는 거 말이다.
샐럿은 고개를 틀며 이프리트의 시선을 피했다.
“…나도 몰라.”
-이유가 뭐지? 단순한 호기심? 아니면 그분을 이용하려는 건가?
샐럿은 이프리트를 보며 눈을 깜박였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왜 저 수수께끼의 남자를 쫓아가는 걸까? 이유가 뭐지?
스스로 질문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프리트가 말한 대로 호기심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인간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그 모습에 궁금증이 들어서 일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면 이용?
이건 아니다. 그녀는 그를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처음 그녀가 스스로 노예가 된 이유는 인간들의 장난감이 될 걸 각오하고 그들의 사이로 깊게 침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어떤 왕이나 귀족을 [매혹]으로 홀리게 하여 군세를 일으켜 인류를 혼란에 빠트리기 위함이었다.
샐럿은 눈앞에 있는 까마귀 사내에게도 신기인 [매혹]을 사용했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방법은 자신이 직접 유혹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여색을 밝히는 거 같지도 않아.”
여자로서 유혹해도 받아줄 거 같지는 않았다.
무방비한 자신을 오히려 배려해주는 걸 보니 그 생각은 확고해졌다.
그 점에 있어서 이프리트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과연 그럴까? 어쩌면 네가 취향이 아닐지도 모르지.
“…내가 매력이 없다는 거야?”
샐럿이 눈꼬리를 치켜세우자, 이프리트는 고개를 저었다.
-글쎄?
샐럿은 그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려졌다.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상관없어. 저 인간의 취향 따위는.”
“…….”
로키는 입맛을 다시며 얼어붙은 대지에서 가져온 [대륙의 국가별 지도]라는 책을 덮었다.
다음으로 갈 마을이나 도시를 찾기 위해서였지만, 위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꽤 심심한가 보군.’
샐럿은 노예들이 입는 넝마를 벗어던지고 로키가 가져다준 옷을 갈아입었다.
깔끔하면서도 부드럽다.
밤이라 쌀쌀한 추위조차 따뜻하고 포근하게끔 만들어졌다.
너무나도 편안해 저도 모르게 늘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다.
게다가 후드가 있어 뒤집어쓴다면 길쭉한 귀를 가릴 수도 있을 터였다.
부츠도 탄탄하고 질기며 신었다는 걸 모를 정도로 너무나도 가벼웠다.
“…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은 샐럿은 옷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재질로 만든 거지?’
-그 옷, 대단하군.
이프리트는 샐럿과 달리 다른 의미에서 감탄했다.
“…이 옷에 대해 알아?”
이프리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몰라. 다만… 옛 사라졌던 용족의 가죽과 흡사한 느낌이다. 웬만한 무기나 마법 따위는 흠집조차 내지 못할 만큼 강한 내구성을 지녔다. 놀랍군. 이런 걸 함부로 빌려주다니.
이프리트가 이렇게 과하게 칭찬하는 걸 처음 보는 샐럿으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움직인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로키가 자리에서 일어나 짐 정리를 한 다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걷자, 그녀는 따라갔다.
이유?
그런 건 모른다. 그러니, 알 때까지 쫓아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