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0)
성좌가 된 플레이어-40화(40/250)
제40화
까마귀 탈을 쓰는 게 이 나라에서는 친숙한 것일까?
로키는 얼어붙은 대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면 노드인은 사냥할 때 자신의 모습과 체취를 감추기 위해 짐승의 탈을 쓰며 사냥에 나서는 관습이 있다.
그걸 보면 대륙에서도 꼭 없으리란 법은 없다.
유안은 로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기 위한 답을 내놓았다.
“제가 아는 수도사님이 그것과 비슷한 걸 즐겨 쓰십니다. 탈이 아니라 가면이기는 한데… 듣기로는 치료를 위해 쓰이는 도구라고 하더군요. 잘 모르겠습니다만, 왕국 수도에서는 그런 가면을 쓴 치료사나 약초꾼들이 흔하다고 하더군요. 요즘 퍼지는 역병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라나 뭐라나?”
“…….”
“그나저나 여행은 재밌으신지요? 저는 이 주변만을 반복해 오가는 터라, 바깥 세상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혹시 재미난 모험기라도 있으신지요?”
“…글쎄요. 저도 여행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다만 모험이라기보다는 좀비에게 둘러싸인 호러 영화 같은 일은 있었죠.”
“……?”
“농담입니다.”
솔직히 말하는 로키를 보며 유안은 씁쓸하게 웃었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이야기를 하며 재미를 느끼던 유안이었다. 하지만 까마귀 탈이 로키의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유안은 시선을 돌려 후드를 쓴 소녀, 샐럿에게 말을 걸었다.
“젊은 아내분은 즐거우시겠습니다. 남편분과 같이 여행하신다니.”
“…남편이 아니야.”
“어? 아! 오빠분이십니까? 가족 여행?”
소녀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무뚝뚝하게 앉아 있는 샐럿을 본 유안은 식은땀을 흘렸다.
‘참으로 대화하기 힘든 가족일세?’
유안이 한숨을 내쉴 때였다.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하나의 수도원이 보였다.
“아, 저기 보이는군요. 저곳입니다!”
유안의 말에 로키는 고개를 틀었고 샐럿은 눈을 힐끔거리며 앞을 쳐다봤다.
주변에 보이는 넓은 농장.
그 가운데에 수도원이 보였다. 다만, 관리를 안 한 것인지, 상당히 낙후되어 보였다.
초록빛으로 가득했어야 할 밭은 갈색빛으로 말라비틀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보이는 피망은 썩거나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마치 폐가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음침한 곳이군요.”
“하하! 보기엔 저래도 아젤란 성좌님을 모시는 신성한 곳입니다. 유령 같은 것들도 무서워서 도망가겠죠.”
유령이라는 말에 샐럿은 움찔거렸지만, 그 반응을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안에서 사시는 분은 매우 좋으신 수도사님입니다. 저도 신세를 졌지요. 예전에는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데려다 키워주기까지 했습니다만, 그 일이 있고 난 후 그분은….”
“그 일?”
“…수도원에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그 후 아이들이 모두 죽었지요.”
유안의 말꼬리가 늘어지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괴로운 표정을 짓던 그는 수도원에 도착해서야 미소를 지은 채 로키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도착했군요! 저는 짐을 풀고 있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수도사님 좀 불러주시겠습니까?”
유안은 로키보다도 샐럿에게 말을 걸었다.
샐럿은 눈을 깜박이며 옆에 있는 로키를 힐끔 보자, 로키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어떻게 반응할지 호기심이 담긴 듯한 모습이다.
그녀는 그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유안의 말을 못 들은 척 묵묵히 팔짱을 끼고 있을 때, 유안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그 수도사님을 위해서라도 문 좀 열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왜 그래야 하는데?”
“그… 예전 수도사님과 함께 지내던 엠마라는 아이와 닮아서요.”
“…….”
“그 아이가 컸다면 딱 아가씨 나이대가 되었을 겁니다. 그분께 큰 힘이 될 겁니다.”
짐을 풀던 것조차 멈추고 두 손을 모아 부탁을 하는 유안이었다.
그 모습에 부담감을 느낀 샐럿은 로키를 힐끔 쳐다보다 발을 움직여 수도원의 입구로 걸어갔다.
자신이 왜 인간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녀가 주먹으로 방문을 두들겼다.
똑! 똑!
반응이 없다.
샐럿이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릴 때, 그녀의 기다란 귀가 쫑긋거렸다.
안쪽에서는 노인의 중얼거리는 혼잣말과 더불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게 발걸음에 힘이 들어가 있고 빠르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노인이 나왔다.
바닥에 끌리는 황갈색 로브를 입은 노인이었다.
“오랜만이구먼! 유안! 오늘은 같이 식사 좀…!”
그 기대에 부픈 발걸음과 기운이 넘치는 목소리에 샐럿은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의아해할 때, 노인은 말을 이어가지 못한 채 멍하니 샐럿을 쳐다봤다.
“…엠…마?”
노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움과 애절함이 담긴 눈동자가 희미하게 떨려왔다.
그 모습에 호기심을 느낀 것도 잠시, 그다음 노인의 행동에 샐럿은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
노인은 굳어진 얼굴로 샐럿에게 손을 뻗고 있었다.
***
짝-!
샐럿은 반사적으로 그 손을 쳐버렸다. 그러면서도 겁에 질려 움츠러들었다.
손을 쳐내는 순간, 노인의 표정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은 듯, 눈이 커지며 입술이 떨리는 게 보였다. 노인은 거절당한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 다시 샐럿에게 손을 뻗었다.
노인의 반응에 샐럿은 저도 모르게 기가 죽어버렸다.
사고가 마비되고 말았다. 신기를 사용할 생각도, 피할 행동도 못 한 채 뻗어오는 손길에 두 눈을 꼭 감을 뿐이다.
잠시 후, 샐럿은 어떠한 감각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에게 뻗어온 손길은 느껴지지 않고 들려오는 건 노인의 신음뿐이었다.
“……?”
샐럿은 살며시 눈을 떴다.
그녀를 보호하듯 옆에서 끼어든 로키가 보였다.
“…무슨 짓이지?”
로키가 거칠 게 노인의 손을 잡아챈 것이다.
살기가 띤 그의 손길에 노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노인은 손을 둥글게 회전시켜 로키의 손길에서 빠져나와 역으로 로키의 팔을 잡아챘다. 그리고 다른 손을 뻗어 로키의 머리로 향했다.
평범한 사람이, 그것도 노인이 내기에는 너무나도 빠른 속도였지만, 로키의 손에 다시 한번 막혀버렸다.
“…무슨!”
노인은 경악한 표정을 지을 때쯤 유안의 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뭣들 하시는 겁니까?!”
로키와 노인은 잡화상 유안을 쳐다봤다.
***
수도원에 들어선 로키와 샐럿은 응접실로 초대되었다. 로키는 의자에 앉아 있었고 샐럿은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한 듯한 시선을 보냈다.
“…죄송합니다! 수도사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그런 거였는데… 폐를 끼치고 말았군요.”
그런 그들에게 잡화상 유안이 고개를 숙이며 진심이 담긴 사과를 건넸다.
로키는 옆에서 넋을 잃고 있는 샐럿을 가리켰다.
“사과할 거면 제가 아닌 저 녀석에게 하는 게 맞습니다.”
“…아! 그, 그렇군요. 미, 미안합니다! 아가씨. 수도사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했던 일인데 이렇게 돼버려서.”
그때야 정신이 든 샐럿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었다.
“…미안합니다.”
그때, 노인이 차를 가지고 오고 있었다.
“제가 아는 아이와 너무 닮아서 실수했군요. 분명 제가 제 손으로 무덤까지 만들었건만. 저 아가씨도 얼마나 놀랬을지….”
노인의 시선을 느낀 샐럿은 깜짝 놀라며 로키의 뒤로 숨어 버렸다.
겁많은 토끼와도 같은 모습에 로키는 묘한 시선을 보냈고, 그녀는 흠칫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아, 저기… 그게….”
샐럿 또한 자신이 행한 무의식적인 행동에 놀라고 있는 눈치였다. 그녀는 혼이 날까 봐 겁을 먹은 듯한 눈빛으로 로키를 보았다.
로키는 샐럿의 머리를 짓눌렀다.
“너도 사과해야지.”
“……?”
“네가 저분의 손을 때리지 않았나?”
“난… 잘못 없어요.”
“오해였지. 사과하도록. 저분도 너에게 사과를 했으니까.”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지만 그 속에는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
샐럿은 사과할 생각이 없었지만, 로키의 말에 사과해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수도사의 시선을 피하며 작게 중얼거렸다.
“…미안.”
“아닙니다. 제가 오히려 미안하지요. 아가씨.”
수도사, 알렉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샐럿의 행동을 보면 상당히 미움받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저 소녀가 익숙했다.
어디서 만난 적이 있는 소녀일까?
아주 오래전에 인연이 있는 듯한….
‘그럴 리가 없지.’
그는 차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유안을 쳐다봤다.
“아, 생필품들은 어떻게 했는가? 유안.”
“그것들이라면 창고에 옮겨났지요. 혹 부족한 게 있다면 다시 마을로 찾아오십시오. 물건을 잔뜩 들고 오겠습니다.”
순박한 미소를 짓는 유안의 모습에 알렉스는 마음에 들었는지 손뼉을 쳤다.
“마침 저녁을 먹으려던 참이라네.”
그러자 유안이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 반응이 너무나도 눈에 띄어 로키와 샐럿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먹고 가게나.”
“…저, 저는 아까 저녁을 먹고 왔지 뭡니까! 게다가 여기 손님도 오셨으니 저녁 식사는 이분들과…!”
“그래도 조금만 먹고 가게나.”
“아! 마침 옆집 토마스 녀석이 새로운 물건을 주문했습니다. 그것을 전해줘야 해서…!”
거짓말이 뻔해 보였지만, 알렉스는 눈치채지 못한 듯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가? 그럼… 손님분들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알렉스의 말에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야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되지만 샐럿은 무언가를 먹어야 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식사를 준비하죠!”
로키의 승낙에 기뻐하는 알렉스였다.
유안은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 모습이 도망가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보였다.
“유안.”
흠칫 놀란 유안이 식은땀을 흘렸다.
“다음에는 꼭 같이 먹으세.”
“…아, 물론이죠! 그 맛없… 맛있는 피망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어렸을 때도 수도사님과 함께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군요!”
“그런가?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수확한 게 있는데 말이지.”
알렉스는 피망이 담긴 바구니를 내밀었다. 안에는 쭈글쭈글하고 색감이 없는 피망들이 담겨 있었다.
싱싱해 보이지는 않았다.
“별로 좋은 녀석들은 아니지만 받아 가게나. 부인분께서 아이를 가져댔지? 부인분과 함께 먹겠나.”
“…무척이나… 고맙습니다.”
피망을 받은 유안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유안이 사라지고 로키와 샐럿은 알렉스로부터 식사를 대접받았다.
여럿이서 앉을 수 있을 법한 길게 늘어진 테이블에 소박한 음식들이 놓였다.
도움을 받고 대접받는 상황에서 불평불만을 내뱉는 건 염치 없는 일이지만….
“…심하군.”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은 로키였다.
눈앞에는 녹색으로 물든 음식들이 놓여있다.
피망 샐러드부터… 피망구이, 피망 절임에 피망 수프, 후식으로는 피망 샌드위치까지… 어쨌든 모두 피망으로 이루어졌다.
로키의 경우 편식하는 편이 아니지만 징그러울 정도로 널린 피망요리에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고, 옆에 있던 샐럿도 당황했는지 입을 떡하니 벌렸다.
“하하! 이거 너무 많이 준비해버렸습니다. 손님이 오는 게 너무 오랜만인지라… 오늘은 별로 싱싱하지 못한 것들이지만 내일은 제대로 된 것들로 준비하겠습니다!”
로키는 알렉스를 쳐다봤다.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영락없이 친할아버지가 손자와 손녀를 만나 기뻐하는 모습과 흡사했다.
저런 모습을 보면 거절하기가 힘들다.
로키는 포크를 들어 피망 조각을 찍어 입속에 넣었다.
혀끝으로 쓴맛과 함께 비린내가 코끝을 자극했다.
눈치를 보던 샐럿도 피망 조각을 한 입 먹었다.
순간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며 머리가 고슴도치처럼 잠깐 쭈뼛 서버린다. 그녀는 기침하며 물을 찾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맛없어.”
그 한 마디에 알렉스는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피망을 싫어하는지요? 그 모습도 제가 아는 엠마와 너무 닮았군요.”
아니, 피망을 싫어하기보단 이 피망의 맛이 이상하다만?
로키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 잡화상이 왜 도망친 줄 알겠어.’
알렉스는 뭔가 그리 좋은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포크로 피망 조각을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솔직히 말해 맛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예전의 그라면 피망요리는 자신 있었지만 요즘 들어 그 실력이 형편없어졌다.
지금도 씹고 있는 음식이 너무나도 맛이 없었다.
하지만….
‘맛있어.’
로키와 샐럿을 본 알렉스는 포근한 마음에 사로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