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1)
성좌가 된 플레이어-41화(41/250)
제41화
식사는 끝이 났다.
로키는 손수건으로 입을 닦아냈고, 옆에 있는 샐럿은 머리를 테이블에 박고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릇을 치우던 알렉스는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미소 지었다.
“맛이 별로였는지요?”
“…제가 워낙 편식을 많이 하는지라.”
차마 맛없다는 말은 꺼내지 못했다.
그렇다고 맛있다고 하면 내일 식사는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 같았다.
어느 정도 둘러대자 알렉스는 빙그레 웃었다.
“젊은 부인분은 어떠신지요?”
“…아니야.”
알렉스는 샐럿을 쳐다봤다.
샐럿은 테이블에 엎어진 그대로 얼굴만 돌려 알렉스를 쳐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부인이 아니야.”
“여동생분이십니까?”
“그것도 아니야.”
기분 나쁘다는 듯 내뱉는 음성에 알렉스는 의아해하며 로키를 쳐다봤다.
로키는 잠시 고민했다.
노예라고 하면 오해를 살 거 같고, 그렇다고 변명하자니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다.
“그저 만난 동행자입니다. 길가에 내버려 두자니 꺼림칙해서.”
“난민입니까? 허! 그렇군요. 요즘 전쟁이 워낙 잦으니… 그런데 상냥하시군요. 보통 책임지기 힘든 일은 외면하는 게 요즘 세상인데 말입니다.”
“당분간의 동행자일 뿐입니다.”
로키의 말에 샐럿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알렉스는 랜턴을 가져왔다.
밤이 되자 3개의 달이 떠 내부는 창가가 아닌 이상 앞을 보기 힘들 정도로 어둠에 침식되어 갔다.
“방을 준비하겠습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한 방으로 해드릴까요? 아니면 따로 해드립니까?”
알렉스는 샐럿을 배려해 한 말이었다. 샐럿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따로.”
“알겠습니다.”
방은 커다란 침대 하나와 작은 선반, 거울, 화분만 있어 초라했다.
주변을 둘러본 로키는 서재를 발견하곤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책이 있군요.”
“네, 제가 책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어떤 것들입니까?”
“좀 오래된 것들이지만, 대부분 신학서, 또는 약초에 관한 자료나 대륙의 역사적으로 전해지는 질병들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죠.”
“읽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마음껏 읽으십시오.”
웃으며 순순히 허락하는 알렉스였다.
***
마법이 발달한 대륙에서는 밤을 밝히는 라이트 마법이 담긴 무구가 존재했다. 다만 그런 것은 귀족들이나 왕궁 또는 대성당 같은 곳에서만 사용되었다.
이런 외진 곳의 수도원에서는 양초나 기름이 담긴 랜턴마저 감지덕지해야 했는데, 그마저 알렉스가 들고 가버려 방안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샐럿은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후드를 벗었다.
완전한 어둠에 잠긴 게 아닌 이상 늦은 새벽녘처럼 밝게 보이는 것이 다크 엘프들의 특성이었다.
방은 선명하게 보였지만,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저절로 위축되고 말았다.
방은 상당히 넓었으며 침대가 8개 정도가 놓여있다.
장식장 위에는 인형들이 널려 있고 방 구석구석에는 아이들의 장난감을 모아둔 상자들이 정성스레 정리되어 있다.
창가에 비치는 달빛이 인형을 비추었다. 입이 귀까지 찢어지도록 웃고 있는 인형은 귀엽다기보다는 오싹하기 그지없어 공포감을 자아내게 했다.
‘…벼, 별거 없네. 그, 그냥 혼자 쓰기에… 너무 넓은 것뿐이야.’
그때, 샐럿의 뒤로 검은 그림자가 흔들렸다.
똑, 똑 거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오자 샐럿은 소름이 돋았다.
“……?!”
급히 뒤를 돌아봤지만, 창가에 비친 나뭇잎이 흔들리며 창가를 때리고 있을 뿐이었다.
“뭐, 뭐야. 난 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을 쳤다.
그때 무언가가 등에 부딪힌 샐럿은 굳어진 채 뒤를 돌아봤다.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을 내려보고 있다.
“……!”
샐럿의 귀가 쫑긋 올라가고 몸이 떨려왔다.
어떠한 반응도 하지 못한 채 3초간을 그렇게 정지된 상태로 있었다. 그러다 문득 바라본 것이 옷걸이에 걸려 있는 로브라는 걸 깨닫고는 애써 침착한 척 코웃음을 쳤다.
“흐, 흥! 아무것도 아니잖아! 하긴! 유령 같은 게 있을 리가…?”
-…뭐하냐?
“……?!”
어느새 소환된 이프리트가 팔짱을 낀 채 침대 위에 앉아 묻자, 샐럿은 머리를 감싸 매며 주저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샐럿이 눈물이 맺힌 얼굴로 이프리트를 노려봤다.
“뭐, 뭐야! 왜 그렇게 나타나는 거야?!”
-…매번 이렇게 나타난다만?
샐럿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 이프리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는 겁에 질려 있고, 누구는 여유롭게 있으니 샐럿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이프리트를 노려봤다.
“무슨 일이야?”
-심심해서 와봤다.
“심심? 정령이 중간계에 마음대로 들락날락해도 되는 거야?”
불만 어린 샐럿의 반응에 이프리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를 뭐로 보는 거야? 다른 하급 정령들과는 급이 달라. 나에게 있어서 중간계는 그저 놀이터다.
샐럿은 이프리트를 보며 팔짱을 꼈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이프리트를 보며 닮아가는 건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 잘난 정령님께서는 나를 놀래주려고 일부러 오셨어?”
-그럴 의도는 없었다만… 재밌으니 몇 번이나 해주지.
“…….”
‘제발 그러지 마!’라고 소리치고 싶은 것을 애써 참은 샐럿이었다.
이프리트는 주변을 둘러보고 힐끔 샐럿을 쳐다봤다.
-…딱히 그분께서 너를 위협하지는 않는 모양이네. 그 늙은 인간도 위협을 가할 거 같지도 않고… 뭐, 그분의 반응을 보면 너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계속 함께 다니면 지켜주실지도 모르겠군.
“…….”
-그렇다고 너무 접근하지 마. 그런 존재일수록 변덕이 심하니까. 너를 언제 버릴지 몰라.
“…잠깐 같이 있을 뿐이야.”
―그래, 그분과 함께 있다면 인간들 따위는 위협이 되지 않겠지.
“애초에 인간들은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
-허, 그렇게 말한 거 치곤 그 노인에게 겁먹지 않았나?
“…….”
샐럿과 알렉스가 처음 대면했을 때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샐럿은 입을 굳게 다물고 말았다.
확실히, 그녀는 알렉스를 보며 겁을 먹고 말았다. 지금껏 인간이라고 해봤자 가까이 대한 적이 없을뿐더러, 있다고 해도 대부분 신기인 [매혹]을 사용해 대처해왔다.
하지만, 알렉스의 앞에서는 왜인지 모르게 기가 죽어 넋 놓고 말았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자신이 얼마나 꼴불견이었을지 깨달은 샐럿이었다.
‘이래서 무슨….’
-그래서 무슨 복수를 하겠다는 거야?
“…….”
제 생각 그대로 읽은 듯 말하는 이프리트를 보며 샐럿은 할 말을 잃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이프리트는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손바닥만 한 크기 때문인지 위엄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프리트는 자신보다 훨씬 큰 샐럿을 보며 설교하듯 손가락질을 했다.
-잘 들어. 너에게 복수를 할 힘 따위는 없어. 증오? 원한? 그것들은 그냥 묻어둬. 잊어버려. 과거에 매몰되지 마! 네 복수심은 너를 오히려 파멸로 이끌 뿐이다.
“웃기지 마. 난 계속할 거야.”
-웃기는 건 너다. 솔직히 그분께서 너를 구해주지 않으셨다면 이미 와이트들의 먹잇감이 되고 말았을 거다. 아니, 그들에게서 벗어난다고 해도 결말은 더 참담할 거다. 네 계획은 인간들을 유혹해 네 것으로 만든다는 거였지? 그게 성공할 거 같아? 인간들은 약하지 않아. 그들은 지독하고 얍삽하지. 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사로잡아 노리개로 만들고 말 거다.
“…….”
-너에겐 복수할 기회조차 없다. 이걸 알아둬.
경고하며 이프리트는 사라져버렸다.
샐럿이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움켜쥔 손으로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따끔한 고통을 느끼면서 분한 듯 눈물을 흘렸다.
‘…그건, 알고 있어.’
솔직히 말해서 무리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살 의미가 없잖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 비명과 절망이 가득했던 그 날을.
그녀가 지금 악착같이 사는 이유는 오직 하나, ‘복수’ 뿐이었다.
***
탱-! 탱-! 탱-!
울다 지친 샐럿이 눈을 떴다.
퉁퉁 부어있는 눈을 손등으로 문지른 그녀는 상체를 일으켜 창밖을 바라봤다.
빛이 없다.
그나마 밤을 비추던 달빛은 다시 내리는 비에 가려졌다.
미세한 빛마저 잃으니 아무리 다크 엘프의 시야라도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탱-!
“……?”
고개를 갸웃거리자, 은색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탱-!
맑은 종소리가 바깥에서 울렸다.
그때, 천둥소리 또한 울려 퍼졌다.
웅장한 소리와 함께 빛이 번쩍이자 샐럿은 움찔 놀라며 덮고 있던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썼다. 겁을 질겁 먹었음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울려대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무슨 소리지?’
무서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선 그녀였다.
샐럿은 바짝 긴장한 얼굴로 방문을 살며시 열었다.
길게 뻗은 수도원의 복도가 보인다.
벽돌을 쌓아 올린 복도의 끝은 어둠에 먹혀 보이지 않았다.
바람에 휘말린 나무가 창가 유리를 때려댔고, 그 소리가 마치 노크 소리처럼 들려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탱-!
복도 끝에서 소리가 울린다. 그리고 붉은 노을빛이 점차 복도 끝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 종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샐럿은 그대로 굳어졌다.
긴 로브를 입은 존재가 있었다.
커다란 새 부리 모양의 가면을 쓰고, 한 손에는 랜턴을, 다른 한 손에는 종을 든 채 긴 로브 자락을 바닥에 쓸며 걸어가고 있다.
탱-!
걸음마다 소리가 울리며, 샐럿은 쭈뼛 놀라고 말았다.
새 부리의 가면이 고개를 틀며 샐럿에게 향했다.
후욱-! 후욱-!
가면의 눈 부위를 감싼 유리막 속 눈동자가 샐럿을 쳐다보고 있고 숨은 거칠게 내쉬고 있다.
그 소름 돋는 모습에… 샐럿은 비명 지를 생각조차 못 하고, 로키가 있는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
새 부리 가면을 쓴 수도사, 알렉스만이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
‘…너 뭐하냐?’라는 듯 고개를 틀어 바라보는 로키의 시선에도 샐럿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문밖을 가리켰다.
“유, 유령이….”
“…유령?”
그 말에 로키는 흥미를 느꼈다.
이 대륙에는 마법뿐만 아니라 그 마법에서 파생된 언데드 역시 존재했다.
로키의 언데드 군단의 경우, 존재 자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지고 자아를 가진 하나의 ‘생명체’와도 같아, 기존 언데드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므로 로키로서는 이곳의 다른 언데드들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언데드는 와이트밖에 보질 못했군.’
로키가 처음 대륙에 오고 만난 존재가 와이트라는 존재. 좀비와도 같으면서도 그보다 강력하고 치사율이 높은 감염성을 가진 괴물이었다.
다만, 와이트는 묘하게 이상한 점이 많았다.
‘죽은 생명체라기보단 살아 움직이는 거 같았단 말이지.’
죽은 육체를 억지로 움직이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지. 방금 유령이라고 했지?’
“그 유령은 어디 있지?”
“보, 복도에…!”
로키는 읽고 있던 약초 도감을 덮고 문을 열어 밖을 쳐다봤다.
복도 끝에는 새 부리 가면을 쓴 존재가 서 있었다.
그 존재는 로키를 발견하고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그 행동에 로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수도사잖아? 그럼 유령은…?’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없다.
로키는 문을 닫으며 샐럿을 쳐다봤다.
“…악몽을 꾼 건가?”
“아, 아니에…요. 분, 분명… 있어요….”
샐럿은 저도 모르게 울상이 되었다.
로키가 못 봤다는 듯한 행동에 오히려 확신이 선 것이다.
‘분명 있었어!’
그녀는 자신이 본 게 수도사 알렉스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럼….”
“……?”
“여기서 자고 가라.”
“……!”
성의 없이 말하는 로키를 보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샐럿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