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2)
성좌가 된 플레이어-42화(42/250)
제42화
“안녕히 주무셨는지요…라고 하기엔 많이 피곤해 보이시는군요.”
모닝 차를 끓여온 알렉스가 의아한 얼굴로 후드를 뒤집어쓴 샐럿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 밑은 시커멨고 눈은 충혈되어 있다.
새벽부터 로키의 방에 있으면서도 잠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여유롭게 차를 마시는 로키는 피로한 기색이 없다. 지금조차도 약초 도감에 흥미를 보이며 읽고 있을 뿐이다.
그 모습에 알렉스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죄송하지만, 약초에 관해 관심이 많으신 거 같은데… 혹, 치료사나 약초꾼이신지?”
알렉스는 로키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한눈에 로키가 노드인이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사냥한 사냥감의 탈을 쓰고 다니지만, 그중에는 늑대와 곰 같은 것은 있어도 까마귀 탈은 처음 봤다.
알렉스는 까마귀 탈이 요즘 치료사들과 약초꾼들이 사용하는 새 부리 가면과 흡사했기에 그가 치료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로키가 책을 덮고는 알렉스를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 약초에 흥미를 느끼는 건 그가 사용하는 조합 스킬, 포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킬을 약초를 이용해 만들어낸다면 어떤 효과가 나올지 궁금해서였을 뿐이었다.
“약간 흥미가 생겨서입니다.”
“아, 그렇군요.”
로키의 말에 알렉스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쉽군요. 약초꾼이라면 요즘 발생하고 있는 역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텐데.”
“…웜 페스트를 말하는군요.”
로키의 말에 알렉스는 그의 맞은편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깍지를 끼며 진지한 표정으로 로키를 바라봤다.
“네, 요즘 그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상 오래전부터이지만요.’
알렉스는 마지막 속마음만큼은 말하지 않았다.
알렉스의 말에 이번에 흥미가 동한 건 로키였다.
그로서는 이색적인 ‘질병’에 호기심을 느끼고 있었다.
“수도사라는 분께서 그런 질병에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알렉스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않습니까? 저희는 아젤란 성좌님을 숭배하고 따르며,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들을 없애는 일을 합니다. 싸움을 중재시키고, 악을 배제하는 일을 하지요. 그 속에는 역병도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사들은 치료에 대해 많은 것을 공부하고 연구하지요. 그렇기에 수도사들은 치료사이기도 합니다.”
‘이 세계는 그렇게 되어 있는 건가?’
옛 중세시대가 그랬듯, 이 대륙에도 수도사와 같은 성직자들이 치료사로서 치료를 병행하는 듯했다.
알렉스 또한 그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요즘에는 웜 페스트에 관해 연구 중입니다.”
“연구?”
로키의 말에 알렉스는 뭔가 걸리는 게 있는 듯 흠칫하더니 씁쓸하게 웃었다.
‘이거, 말동무가 생기니 말하면 안 되는 거까지 말해버리는군. 뭐, 상관없겠지. 수도사가 웜 페스트를 연구하는 건 흔한 일이니까.’
하지만 귀찮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알렉스는 변명거리를 생각해 내뱉었다.
“네, 그것이… 수도원 근처의 작은 마을에 그 역병이 퍼질지 모르니까요. 그것들을 치료하기 위해 해결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알렉스의 말에 로키는 팔짱을 끼고 손가락으로 팔을 툭툭 쳤다.
“듣자 하니 성수라는 것도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만?”
얼마 전 만났던 폴이라는 마법사가 준 성수를 기억해낸 로키였다.
“일반적인 성수로는 어림도 없으니까요. 신성 교단의 왕도에 있는 대주교님들이 만드시는 성수만이 효과가 있으니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신성 교단이라는 말에 로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듣기로는 대륙에 존재하는 수도사 대부분이 신성 교단에 속해 있는 신자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눈앞에 있는 수도사의 경우, 아젤란교에 속한다는 이야기였다.
‘신성 교단 소속이면 내가 원하는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로키는 알렉스를 바라봤다.
그의 얼굴을 관찰하는 듯 분위기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죽음의 천사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놀란 눈을 한 알렉스였다.
그 반응에 로키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신성 교단은 ‘죽음의 천사’를 쫓고 있었다.
그라면 죽음의 천사에 관해서 알고 있을 터.
알렉스의 반응에 따라서 로키는 선택할 것이다.
최악에는 그를 제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흔적’들 역시 남김없이 없애야 한다.
바로 얼마 전 만났던 잡화점 유안이라는 사내를 포함해 근처 ‘마을’까지도 말이다.
얼어붙은 대지에 있던 경비병들이 한 말이 진실이라면 뒤처리는 깔끔한 게 좋다. 괜히 흔적을 남겼다간 신성 교단의 표적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잔인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어.’
3년간 얼어붙은 대지에서 분쟁 없이 살아온 로키였다.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해치는 일이 없었고 조용한 나날을 보냈던 턱에 그의 성격은 점차 온순해지며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그에게 있는 아바타의 본성은 ‘파괴’와 ‘놀이’를 즐기는 마신 로키였다.
작은 마을 하나쯤 없애버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알렉스가 잠시 침묵을 유지하다 입을 열었다.
“죽음의 천사가….”
“…….”
“…아직도 있습니까?”
뜻밖의 질문에 로키는 기운이 빠지고 말았다.
“그렇군요. 아직도… 존재했군요. 요즘 바깥세상과는 거의 단절된 상태라 잘 모르겠지만, 아직도 죽음의 천사가 있다니… 하긴 궁금할 만큼도 하겠군요. 죽음의 천사는 역병을 일으킨다는 말이 있었으니까요. 아, 물론 그와 상반되는 역병을 몰아준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알고 있습니까?”
그녀에 대해서…?
알렉스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은 모릅니다. 제가 들은 건 약 50년 전, 즉. 하네스가 멸망할 때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네스란 말에 샐럿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그녀로서는 그녀의 고향에 관한 이야기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신경 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때 죽음의 천사가 나타났다는 것 외에는 저도 잘… 하지만 죽음의 천사는 그 당시 퍼진 역병으로 인해 일어난 헛소문일 겁니다. 그래서 한 가닥의 희망을 찾고자 수많은 치료사와 약초꾼들이 죽음의 천사를 찾아다녔다고 하던데… 아직 목격했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군요.”
로키의 손에서 점차 힘이 풀렸다.
상대방의 말로는 50년 전 이후로는 듣도 보도 못한 듯했다. 그뿐만 아니라 로키가 죽음의 천사를 찾는 이유 또한 단순한 웜 페스트라는 역병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군요.”
“혹시 죽음의 천사를 찾는 거라면 헛고생일 겁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라고 전해지지만, 사실상 허상에 불과하겠죠. 죽음의 천사는 아마 웜 페스트를 가리키는 거고, 치료해준다는 건 누군가가 희망이 담긴 결과물로 만들어진 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알렉스의 말에 로키는 탈 속에 손을 집어넣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허탕이야.’
수도사라면 뭔가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그럼 더는 이곳에 볼일이 없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에 알렉스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벌써 말입니까?”
그의 목소리에는 허무함이 담겨 있었다.
이제 겨우 대화 상대가 나타났는데…!
“이렇게 떠나시다니! 조금만 더 있다 가십시오. 하다못해 하루만, 아니 이틀, 아니 삼일만이라도… 일주일이나 한 달은 어떠신지?”
“계속 늘어납니다만?”
“…죄송합니다. 워낙 외진 곳에 혼자 살다 보니 종종 이렇습니다.”
알렉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수도원에 살면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떨 때는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 말조차 잊을 뻔했고, 어떨 때는 정신적으로 분열될 뻔한 적도 있었다.
이주에 한 번씩 찾아오는 유안 덕분에 겨우겨우 버티며 살고 있다.
“그, 그럼 식사만이라도….”
“…죄송합니다. 워낙 바쁜지라.”
오히려 그 한 마디에 빨리 수도원을 빠져나가고 싶은 로키였다.
알렉스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충동적으로 그의 손을 잡았다.
“웜, 웜 페스트에 관심 있다고 했지요! 지금 당장 제가 연구한 것들을 보여드리겠….”
알렉스는 말을 하다 입을 다물었다.
지독한 외로움에 휩싸여 이성을 잃고 말았다.
“…연구한 것들이요?”
로키가 흥미의 기색을 보이자, 알렉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괜찮을까? 보여줘도?’
생각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전혀 달랐다.
“네,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연구한 것들을…!”
말을 내뱉은 알렉스는 참담한 듯 눈을 감았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그러니….
‘…괜찮아. 연구한 자료들만 보여주면 돼. 그곳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그는 ‘그것’을 보지 못할 거야.’
그렇게 자신을 납득한 알렉스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따라오시죠. 연구 상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
알렉스가 안내한 곳은 수도원 뒤편의 묘지에 있는 작은 통나무집이었다.
엉성하지만 손수 만든 그 집은 약재용 그릇, 약초와 수많은 책, 작업용 탁자가 있었으며, 유리막으로 전시한 붉은색 식물들이 있었다.
“…정말 안 쓰셔도 되겠습니까?”
알렉스는 로키에게 새 부리 가면을 권했다.
웜 페스트는 공기 중으로 오염되지는 않지만,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로키가 거절 의사를 밝히자 알렉스는 샐럿을 쳐다봤다.
“…아가씨는 안 쓰셔도 되겠습니까?”
샐럿은 알렉스가 내민 새 부리 가면을 보며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어젯밤 보았던 유령의 얼굴과 닮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착각한 것을 깨달았는지 자존심이 상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싫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붕붕 흔들어 댔다.
“그렇습니까? 예비용 성수가 있고 위험한 건 없지만… 그래도 조금 찝찝하군요.”
로키는 그 말을 무시한 채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약재를 달인 약물과 유리관에 전시된 식물밖에 없었다.
다만 식물의 기묘한 점은 화분에 흙이 전혀 없음에도 스스로가 고정한 듯 뻣뻣하게 하늘로 뻗어있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웜 페스트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걸까?
로키는 식물들을 유심히 살폈다.
나무뿌리들이 화분 위로 쏟아오라 나선 모양으로 돌돌 말려 송곳처럼 날카롭게 뻗어있다.
흡사 꽃이 피기 전 꽃봉오리 모습과도 같았다.
로키가 붉은 식물을 관찰하자, 옆에 알렉스가 걸어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알렉스는 송곳으로 자신의 검지를 찔렀다.
피부가 찢어지며 작은 핏방울이 흘러나온다. 그것을 유리막 위로 한 방울 떨어뜨렸다.
순간….
탱!
“…….”
식물의 꽃봉오리 같은 것이 활짝 펴진다. 하지만 꽃이 피기보다는 하나의 창처럼 엄청난 속도로 뻗어 올라 유리막을 깨기 위해 아우성친다.
핏물을 먹겠다는 듯 몸체를 흔들며 유리를 흔들어 댔지만, 유리는 단단하게 고정되어 그것을 막고 있었다.
로키는 그것을 놀란 눈으로 바라볼 때, 알렉스가 유리 위에 떨어진 핏방울을 천으로 닦아냈다. 그제야 식물은 원상태로 돌아갔다.
식물이라기에 너무나도 빠른 속도의 움직임에 로키는 놀라고 있었다.
“이건…?”
“웜 페스트입니다.”
“……?”
“그게 바로 이 식물입니다.”
알렉스의 말에 로키가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