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5)
성좌가 된 플레이어-45화(45/250)
제45화
그 한 마디에 중얼거리던 알렉스의 말이 멈췄다. 말라 있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이슬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흘러내렸다.
“아니야! 가능해. 마법을 이용하면… 이런 역병 따위는…!”
“불가능합니다. 이미, 죽었어요. 이 아이들은.”
“……!!”
알렉스는 믿기 싫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감옥 안에 있는 아이들을 쳐다봤다.
-신부님! 신부님!
아직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 환청은 지금의 괴물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괴성에 묻혔다.
아이들의 속삭임이 아니다. 괴물의 환호성이다.
믿기 싫었던 사실이 그 한 마디에 현실로 이끌게 했다.
힘이 풀린 알렉스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심하게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외쳤다.
“가능…! 하다고 믿었…습니다. 가능하다고요. 만약, 이 아이들을 살려낸다면 다시 예전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요. 그 행복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저는… 무슨 짓이든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어떤 심정인지 모릅니다.”
“…….”
“왜 이렇게까지 집착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로키는 검을 들어 올렸다.
“당신의 집착 때문에 편히 잠들지 못하는 아이들을 해방시켜주십시오.”
알렉스는 입을 다물었다.
알렉스는 괴물이 된 아이들을 쳐다봤다.
그래, 알고 있다. 지금 자신이 하는 건 아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걸.
“하지만 안 됩니다. 아이들을 잊으면 안 된단 말입니다. 지금까지 끊임없이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잊으라곤 하지 않았습니다.”
“…….”
“하지만 집착하지도 마십시오.”
로키는 감옥에 들어갔다. 달려드는 아이들의 탈을 쓴 망자들을 하나씩 베어나갔다.
속박당한 와이트들이 죽어간다.
그 장면을 알렉스는 떨리는 눈동자로 쳐다봤다.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은 없다. 흉측한 괴물들의 말로만 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남은 삶을 사십시오.”
모든 와이트들을 죽어버렸다. 로키는 쌓인 와이트들의 사체 위로 정화 포션을 부었다.
“그것이 아이들이 바라는 길입니다.”
병 속에 있던 녹색의 액체가 주르륵 떨어지며 사체에 닿자,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지 않으면 허무만 남을 뿐입니다.”
허무함.
그 한 마디가 알렉스에게 너무나도 와닿는 단어였다.
수년을 노력했고 그 노력의 결과물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희망을 품고 억지로 연명하던 삶이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속 공허함에 응어리졌던 것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그와 동시에 ‘다행이야.’라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오는 것에 알렉스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성좌님을 모시며, 정신과 마음을 수련하는 것이 성직자의 의무이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간사한지 새삼스레 깨닫는 알렉스였다.
잠깐의 시간이 지났다.
“……,”
수도원의 응접실 한구석에서 허공만 바라보는 알렉스를 보며 로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멋대로 나서버렸다.
좀 더 신중히 움직여도 되었을 테지만, 와이트가 되어버린 아이들을 보는 순간 묘한 분노에 치우쳐 감정대로 움직이고 말았다.
“원망하십니까?”
로키가 다가와서 그렇게 묻자, 알렉스는 넋이 나간 채 로키를 쳐다봤다. 그러기를 몇 초, 그제야 단어의 뜻이 전달되었는지 알렉스가 힘없이 말했다.
“솔직히 말해 당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원망하셔도 됩니다.”
“…죄송합니다. 이 늙은이를 위해 악역을 자처해준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저 자신이 싫군요. 미움을 받을 걸 알면서도 그렇게 행하는 이는 아주 드문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알렉스의 직설적인 말에도 로키는 담담했다. 그 모습을 보니 원망스러웠던 마음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다정하시군요. 이 늙은이의 투정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알렉스의 말에 그는 침묵했다.
알렉스는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넘겼다.
“부탁합니다. 아주 잠시만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위로와는 거리가 먼 로키였기에 방을 나와버렸다.
***
다음 날 아침이었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준비할 것도 없었다.
웬만한 물건은 인벤토리에 있었고 필요한 것은 샐럿의 물품뿐이지만, 그녀도 챙길 것이 별로 없었다.
떠나기 전 알렉스에게 인사라도 할까 했지만, 어제 이후로 방을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을 터였다.
‘…이제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지.’
로키가 수도원을 떠나려고 할 때였다.
“잠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수도원의 문을 벌컥 열고 알렉스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그는 그동안 계속 울었는지 눈은 붉어졌을 뿐만 아니라 피곤함에 얼룩져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 후련한 듯한 모습으로 커다란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 이걸 가져가십시오.”
“……?”
“피망입니다. 방금 따온 것입니다. 다른 것에 비해 맛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전에 먹었던 것보다는 훨씬 좋을 겁니다!”
샐럿은 피망이라는 소리에 살짝 입이 움찔거렸다.
로키는 주머니를 받아들였다.
알렉스는 다음으로 샐럿에게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숙녀분. 이걸….”
“……?”
샐럿은 그것을 받아들며 코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아봤다. 쓰라린 냄새가 그녀의 코를 찡하게 만들었다.
‘약?’
그것도 자신이 조합해 만든 약초였다.
“다리를 다치신 거 같은데 가져가십시오.”
샐럿은 깜짝 놀라며 자신의 다리를 쳐다봤다.
무릎까지 닿는 부츠를 신고 있어 잘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 자세히 보지 않는 한 절뚝거리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기에 다리가 아프다는 걸 간파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알렉스가 알고 있다는 건 그만큼 샐럿에게 관심을 가지고 관찰했다는 말이 된다.
“아주 뛰어난 조합기술이었습니다.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
알렉스는 샐럿이 아닌, 로키를 보며 말했다.
샐럿이 약초를 만든 걸 보지 못했을뿐더러, 정화 포션을 들고 있던 그의 모습에 그가 약초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니요. 그건 이 녀석이 만든 겁니다.”
로키가 샐럿의 머리를 짓누르자 샐럿은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
“아, 그, 그렇습니까?”
알렉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실상 믿지 않았다.
“괜찮으십니까?”
“네, 온종일 방에서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하더군요!”
하지만 목소리에 미약한 떨림이 있으니, 아직도 심적 고통이 남아 있다는 것을 방증해주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정리해야죠.”
‘그 모든 걸.’이라며 중얼거리는 알렉스였다.
알렉스는 로키를 보며 품속에서 작은 증표를 내밀었다.
나무를 깎아 만든 증표엔 [木] 모양이 새겨진 문양이 있었다.
아젤란 성좌를 상징하는 심볼이었다.
그 옆에는 알렉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건…?”
“노드인이시죠? 짐승의 탈을 쓴 사람은 노드인이 대부분이니까요. 게다가 대륙에 나오신 지 얼마 되지 않으신 분 같아서 말입니다…. 이건 개종의 의미입니다.”
“개종?”
로키의 의아한 음성에 알렉스는 오해하지 말라는 듯 말했다.
“가져가십시오. 사실상 성서를 외우고 성수를 뿌리는 과정 등이 있지만, 그건 형식상 하는 것이니 넘어가겠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젤란 성좌님을 모시는 사제지만, 그렇다고 신앙을 강요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젤란 성좌님의 말씀 중에는 ‘모든 존재를 존중하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드인들에게는 그들만이 모시는 성좌님이 따로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시하는 행동을 할 수 없지요. 가져가십시오. 그 증표만 있다면 성직자들과의 마찰은 없을 겁니다.”
“…….”
마침 로키로서도 개종의 증표가 필요했다.
“감사합니다.”
“네, 이 늙은이의… 추태를 용서하십시오.”
알렉스는 로키와 샐럿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여행,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아젤란 성좌님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
알렉스는 이미 사라져 버린 로키와 샐럿의 자리를 쳐다봤다. 아직 여운이 남은 듯 아쉬울 뿐이었다.
“수도사님~!”
알렉스는 수도원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당나귀 한 마리와 수레, 그 위에 올라탄 잡화상 유안과 그의 아내로 보이는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매우 아름다웠으며 아이를 가진 듯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유안! 여기에 웬일인가?”
알렉스가 깜짝 놀란 채 물었고, 유안은 머리를 끈적거렸다.
“그 여행자분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떠났다네.”
“아, 그렇습니까? 으음… 아쉽네요.”
“왜 그러지?”
알렉스로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왜 유안이 그들이 떠난 것에 아쉬워할까?
“사실 저희도 여행을 떠날까 합니다.”
“여행?”
갑작스러운 이야기다. 게다가 아이를 가진 아내까지 함께 여행이라니? 너무나도 위험한 것 아닌가?!
“말은 좀 거창하지만, 사실 요 앞 가장 가까운 도시에 갈 생각입니다. 목적지만 같으면 같이 갈 생각이었죠.”
“하지만… 좀 위험하지 않겠나?”
요즘 시기가 좋지 않다.
내전이 일어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마을이나 도시 밖은 몬스터를 만날 가능성도 있었다. 촌구석이라 아직 그런 징조는 없지만, 조금씩이나마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괜찮을 겁니다. 마침 물건이 떨어진 터라 그것을 사 올 겸, 아내도 도시 구경 좀 시켜줄 생각입니다.”
유안의 경우 도시를 자주 반복해서 오가고 있었다. 거의 10년이 넘었고 그때까지 위험한 일은 없었다. 그나마 재수 없었던 일이 그저께 도적을 만나 홀라당 털린 일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 다시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터였다.
“마침 다른 상단 분들도 같이 가기에 호위를 맡은 용병들도 있습니다. 안전할 겁니다.”
“…그렇군. 언제 오나?”
“한 달 정도만 거기에 있을 생각입니다.”
“그런가? 그래, 조심하게나… 아 참!”
알렉스는 품에서 편지를 꺼내 유안에게 내밀었다.
“가는 길에 이걸 보내주겠나? 돈은 내가 주겠네.”
“네? 어디… 신성 교단의 대성전으로 향하는 곳이네요. 네, 알겠습니다.”
유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편지를 받아들였다.
“조심히 다녀오게나.”
“네, 물론입니다.”
유안마저 떠나버렸다.
알렉스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다시 한번 새 부리 가면을 쓰고 가죽 장갑을 꼈다.
지하로 내려가 지금껏 해왔던 모든 것을 정리했다.
‘모두 떠나는군. 뭐, 유안은 돌아오겠지만… 그래도 아쉬워. 이참에 나도 이 수도원을 나가 교단으로 돌아갈까?’
아직도 그것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꼭 싫은 것만은 아니였다.
아젤란 교단은 특이하게도 성황의 ‘흑의 세력’과 교황의 ‘백의 세력’으로 나뉘어 성좌를 모시고 있었다.
‘…교황님께 찾아가 볼까? 그분이라면 더욱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거야.’
알렉스는 모든 짐을 들고 랜턴을 쥔 채 실험실로 올라올 때였다.
“……!”
누군가가 있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다.
남자 둘, 여자 하나.
모두 체인 메일을 입고 있었으며, 그 위에 가슴에 검은색 문양, [木]가 새겨진 서코트를 입고 있었다.
면면이 낯선 이들이 웜 페스트의 실험실 오두막에 있었다.
낯익은 사람은 오직 하나.
50년 전, 제국 하네스를 멸망시키기 위해 모여들었던 ‘검은 심판자’라 불리는 선봉 부대의 부하였던 이였다.
나이는 이제 70대 초중반으로 보인다.
그는 흥미로운 듯 의자에 앉고 다리를 탁자 위에 올린 채 천천히 책을 읽고 있었다.
“…놀랍군요. 알렉스 님.”
“…유마.”
알렉스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유마는 책을 살짝 접고는 알렉스의 모습을 관찰했다.
등에는 가죽으로 된 가방이 담겨있었고, 새 부리 가면을 쓴 그의 모습에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전직 성기사였던 분께서 이 정도로 연구하다니 정말로 놀랍습니다. 애초에 전문지식도 없었을 텐데.”
“…….”
알렉스는 서 있는 두 명의 남녀를 쳐다봤다.
모두 30대 중반이지만 부동자세로 알렉스를 노려보고 있다. 게다가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도록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알렉스는 새 부리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인자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여기는 무슨 일로 왔는가? 유마! 정말로 오랜만이구먼!”
최대한 밝게,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대했지만, 두 남녀에 대한 경계심을 지우진 않았다.
그런 알렉스를 본 유마는 방긋 웃으며 책을 덮었다. 그는 고개를 틀어 뒤에 있는 부하에게 넘기며 작게 중얼거렸다.
“…모두 모아.”
그 한 마디에 부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렉스의 연구실에 있던 책들과 표본용 웜 페스트를 모두 한데 모으기 시작했다.
“하, 하하! 무슨 짓인가? 이러면 청소하기 힘들지 않은가?”
“청소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청소라면 간단히 해드리겠습니다.”
유마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부하가 오두막에 있는 초를 꺼내 모은 자료들에 던져 불을 붙였다.
화르륵 불타며 불길이 오두막에 옮겨붙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알렉스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성이 툭 끊어질 듯한 느낌을 애써 참아냈다.
“…쓸데없는 짓을 하시는군요. 웜 페스트는 교단 소속의 성직자만이 연구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성황님의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불가합니다.”
“대륙에서는 모든 치료사와 약초꾼이 연구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대륙법이 바뀐 지 꽤 지났습니다.”
“성황이 보낸 것이냐?”
“성황님이 보낸 것이지요.”
유마는 ‘님’을 강조했다.
“허, 힘없는 늙은이를 필요로 할꼬?”
“필요 없습니다. 그저 알고자 하는 겁니다.”
알렉스는 의아한 듯 물었다.
“알고자 하는 것? 웜 페스트에 대해서인가?”
“아니요. 그건 교단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유마는 깍지를 끼며 거만한 시선으로 알렉스를 쳐다봤다.
“멸망한 하네스 제국의 황녀에 대한 행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