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6)
성좌가 된 플레이어-46화(46/250)
제46화
“멸망한 하네스 제국의 황녀에 대한 행방입니다.”
“…그것을 왜 나에게 묻나?”
“…황녀를 빼돌린 건 당신이지 않습니까. 알렉스 님.”
유마의 부하 둘이 놀란 기색을 엿보였다.
알렉스는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슨 소리지?”
“시치미 떼시는 겁니까?”
“나는 모르는 일일세.”
그가 한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50년 전, 다크 엘프 하나가 도망치는 걸 못 본 척한 것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유가 뭡니까?”
“만약 내가 그러한 행동을 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그저, 어린아이까지 죽일 필요가 있는가 싶어 내버려 뒀을 뿐이다.
그가 보기엔 신성 교단이 아이들을 학살하는 모습이 더욱 악마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의 죄책감 때문일까?
신성 교단을 나오고 수도원을 만들어 고아들을 거둔 것이….
“음, 그렇습니까? 혹 기억나는 것이라도 없는지요. 그 아인종을 잡는 게 저의 임무라서 말입니다.”
“황녀는 왜 찾는 거지?”
“요즘 신성 교단의 영향력이 떨어졌습니다.”
즉, 정치적 이유라는 거겠지.
“나는 기억나는 게 없-.”
순간 알렉스는 말문이 줄어들었다.
다크 엘프?
알렉스의 눈이 커졌다.
얼마 전 찾아온 여행자 사내, 그리고 황갈빛 피부에 은발과 선홍빛 눈을 가진 한 명의 소녀가 떠올랐다.
오래전, 무너진 왕궁 속에서 홀로 울부짖던 어린 다크 엘프.
그 소녀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
‘하지만 그 아가씨는 인간이…!’
…인간이었을까?
문득 이상함을 깨달았다.
그녀는 실내건 실외건 항상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게다가 약초를 조합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걸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다만, 알렉스의 흐릿한 기억의 파편 속 아이의 모습은, 얼마 전 소녀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했다.
만약 그 다크 엘프가 성장했다면 딱 여행자 소녀와 비슷했을 것이다.
‘…맙…소사!’
이럴 수가?! 설마 살아있었단 말인가!
그랬군. 어쩐지 낯이 익다 했어!
영락없이 죽었다고 생각했거늘!
‘허허! 이것도 아젤란 성좌님이 이어준 인연이란 말인가!’
알렉스는 미소를 지었다.
웃음이 절로 나오며 기쁨에 물들었다.
“…기억나는 게 없다네. 나는 그저 이 시골에서 평범하게 지내는 일개 수도사일 뿐이야.”
“…….”
유마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진실을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아니면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내가 거짓말이라도 말하고 있다는 겐가?”
“제 신기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물론 안다네. [심안] 아닌가? 상대방의 말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판별하는 능력이라 알고 있네.”
“그 능력이 틀린 적이 있다고 보십니까?”
알렉스는 고개를 저었다.
“물론, 없지.”
“…말하십시오. 다크 엘프, 알고 있습니까?”
“모른다고 했네.”
“거짓입니다.”
“그렇겠지.”
“…….”
유마는 알렉스를 노려봤다.
“정녕, 사교도의 길을 걸을 셈입니까?”
“…난 언제나 아젤란 성좌님을 모실 뿐이라네.”
유마는 문가로 다가갔다.
“…변질하셨군요.”
“변한 것이라네.”
“이것으로… 당신과의 인연이 끝입니다.”
유마는 부하들을 보며 말했다.
“사교도다. 죽여라. 그리고 근처 마을을 불태우고, 그곳 주민들까지 모두 죽여라.”
유마의 부하들은 검을 뽑았고 알렉스에게 다가갔다.
***
로키는 멀리 떨어져 보이지도 않는 수도원 방향을 바라봤다.
이미 해가 지고 달이 떠 야영을 하던 그는 알렉스가 준 주머니를 풀었다. 녹색으로 빛나는 피망이 담겨 있었다.
정성을 다해 기른 듯, 그 빛깔은 참으로 고왔다.
로키는 한입 베어 물었다.
“…쓰군.”
눈살이 찌푸릴 정도로 쓰다. 하지만… 묘하게 맛있었다.
***
로니아 왕국의 내전.
그 주역이라 할 수 있는 1왕자, 애쉬 로니아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봤다.
불타오른 막사 사이로 아침 해가 뜬 하늘은 먹구름이 덮여 어두웠다.
하늘 곳곳에는 까마귀 떼가 날아다니며 시체를 먹어 치우기 바빴고 각종 병장기가 묘비처럼 땅에 박혀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런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자신이 겪었던 일을 떠올렸다.
‘…전멸…인가?’
3,000명에 이르는 병사.
그 군대를 이끌고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는 ‘로덴 영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문제없었다. 보급은 빠듯했지만 끊김 없었으며, 자신은 자신을 지지하는 귀족들과 끊임없이 고민하며 자신들의 군대로 2왕자를 막을 생각밖에 없었다.
그때, 와이트의 습격이 있었다.
‘겨우 수십여 마리였다.’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역병의 무리가, 자신의 병사 3천여 명을 전멸시키며 고스란히 와이트로 만들기 시작했다.
애쉬는 그 광경을 생각하며 멍하니 있었다.
‘도대체…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애쉬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하늘을 볼 때, 와이트 한 마리가 다가왔다.
애쉬는 그 와이트를 보며 달아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미 양다리는 뜯겨졌고 배에는 주먹만 한 구멍이 뚫린 상태였다.
-크르르르릉!
와이트가 애쉬를 향해 머리를 바짝 내밀며 가래 끓는 소리를 냈다.
“…날 먹으려는 거냐? 이 빌어먹을 괴물 놈아.”
파르르 떨리는 입술에서 겨우겨우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상대가 그 언어를 이해할 리 없다.
자신의 병사였음을 알려주는 듯 파란 바탕의 갑옷을 입은 와이트는 애쉬를 바라보다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리고 미소 짓듯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쩍 하니 벌린다.
입속에 있던 검은 피와 함께 웜 페스트가 흘러나와 애쉬의 몸에 떨어졌다.
웜 페스트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끽하는 듯 빠르게 퍼져나갔다.
활기차게 꿈틀거리던 웜 페스트는 피부를 뚫고 신선한 피를 빨고 장기를 먹어 치웠다.
몸이 불타오르는 듯한 느낌에 애쉬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제 곧 자신도 저들과 같은 괴물이 된다.
느껴졌다.
자신의 몸에 퍼져나가는 타락한 기운이!
자신의 생명을 빨아먹으며 육체를 빼앗으려 하는 것이 말이다.
고귀한 왕족이 더러운 언데드 따위가 되다니…? 참으로 어이없지 않은가!
“빌어먹을…!”
그때였다.
터벅….
이상하리만치 크게 울리는 발소리였다.
와이트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으르렁거린다. 이윽고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다.
아가리를 쩍 벌리며 검은 피를 흘리던 와이트는 수십 갈래의 섬광과 함께 사지가 조각조각 분리되어 떨어졌다.
와이트는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애쉬의 눈이 커졌다.
이처럼 와이트를 단숨에 조각낼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죽인 즉시 재가 된다니?!
애쉬는 힘겹게 시선을 옮겼다.
희미해지는 감각 속에서 몽롱하게나마 그 모습이 보였다.
시체를 먹는 까마귀 떼를 등지며 커지는 존재.
이윽고 그 존재는 커다란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평범한 까마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거대한 탈을 쓴 까마귀 사내.
“…살아있군.”
그 단어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사신…인가?’
자신의 영혼을 데려온 죽음의 신인 걸까? 역시 이대로 죽는 걸까?
애쉬는 남은 힘을 다해 손을 뻗어 그 까마귀 사내의 다리를 움켜잡았다.
“살려…줘.”
사실 불가능하다는 걸 안다.
설령 눈앞에 있는 사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도 성수를 가지고 있지 않은 한 웜 페스트에 감염된 자를 살릴 수 없다.
그래도 역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애쉬였다.
“…왜지? 귀찮은 일은 사양이다.”
“부…탁…이다.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내가 찾는 걸 네놈이 찾을 수 있을까?”
까마귀 사내는 가차 없이 발을 뺐다.
힘이 없던 애쉬의 손이 빠져나가고 말았다.
“…저 인간, 죽일 거예요?”
웬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의 와이트들을 경계하는 듯 후드를 쓴 한 명의 소녀가 움츠러들며 까마귀 사내의 다리를 움켜잡고 애쉬를 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아쉽군. 혹시나 했지만…. 역시 죽음의 천사와는 관련 없어 보여.”
애쉬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주…죽음의…천사…?”
“……?”
“그, 걸 찾고…있나?”
“알고 있나?”
“사… 살려…”
애쉬는 그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의 얼굴 피부가 창백해지며 웜 페스트가 뚫고 나와 꿈틀거렸다.
까마귀 사내, 로키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
풀벌레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눈을 뜬 애쉬는 희미하게 보이는 하늘을 넋 놓고 바라봤다.
검게 물든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빛이 떠 있었고, 색색의 다양한 달들은 주변을 밝히고 있다.
시원한 바람에 풀잎이 흔들리며 애쉬의 피부를 부드럽게 스쳐 지나갔다. 온몸은 따뜻했으며 포근했다.
느껴지는 안온함에 애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결국, 나는 죽은 건가?”
“죽고 싶은가?”
자신의 죽음을 고찰하던 애쉬는 갑자기 들려오는 낮은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그를 덮고 있던 침낭이 흘러내렸다. 그제야 애쉬는 포근한 감각의 이유를 알게 되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말을 건 상대는 까마귀 탈을 깊게 눌러 쓰고 검은 가죽옷과 깃털로 이루어진 망토를 전신을 두르고 있었다.
애쉬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며 한 마디 내뱉었다.
“…사신?”
그런 이미지와 딱 맞는 상대가 눈앞에 있었다.
까마귀 사내는 애쉬를 보며 비웃었다.
“사신? 내가 그렇게 음침해 보이나?”
“아닌… 건가?”
“글쎄.”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의미심장한 말에 애쉬는 당황했다.
“이곳이 천국이든 지옥이든, 내가 사신이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지? 아니면 그러기를 바라는 건가?”
‘나 죽은 게 아니었어…?’
그 의문이 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애쉬는 실감할 수 있었다.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몸에는 온기뿐만이 아니라,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까지. 모든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숨을 마시고 뱉을 때마다 느껴지는 달콤한 공기에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애쉬였다.
‘살아있어! 심지어 몸이 개운하기까지 해!’
예전의 몸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생기가 느껴진다.
애쉬는 눈앞의 존재가 자신을 구해줬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상대가 무슨 의도로 자신을 살려줬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무엇 때문에 날 살린 걸까? 비싼 성수까지 써가면서!’
죽기 전 자신은 웜 페스트에 감염되었으니, 지금 살아있다는 건 까마귀 사내가 성수를 사용해 자신을 치료했다는 것이 된다.
그 귀한 성수를 사용했으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네는 누구지?”
자연스레 하대하는 그의 모습에 까마귀 사내, 로키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흥미로운 듯 애쉬를 바라봤다.
“그전에 자기소개 먼저가 아닌가? 처음 보자마자 하대라…. 꽤 높은 신분인가 보군.”
“당연하다. 나는…!”
로니아 왕국의 제1왕위 계승권자, 애쉬 로니아다!
…라고 하려다가 목구멍에서 막혔다.
최대한 신분을 숨겨야 한다. 특히 자신은 로니아의 왕, 자신의 아버지를 치매에 걸리게 하고, 역병을 뿌리고 다녔다는 모함을 받는 몸이었다.
신성 교단에서마저 그 헛소문을 믿고 ‘사교도’로 낙인이 찍혀버린 이상 더더욱 몸을 사려야 했다.
애쉬는 손을 들어 올려 얼굴을 쓸어내렸다.
“나는… 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