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48)
성좌가 된 플레이어-48화(48/250)
제48화
너무나도 간단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어 샐럿은 멍하니 있었다.
그러고 보니, 여태껏 그에게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역시 자신의 이름도 묻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
‘그는 정말로 나 같은 건 짐덩이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샐럿은 불안해졌다.
자존감이 점차 상실되는 걸 느끼며 뒤로 물러섰다.
“이봐, 질문에 대답을-.”
그리고 애쉬의 물음에 답 대신, 도망치기를 선택했다.
그녀는 이프리트가 가리켰던 숲속으로 뛰어갔다.
숨을 거칠게 쉬며, 그를 찾기 위해 눈을 굴렸다.
마침내 그의 목소리가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았다.
“그렇군.”
우거진 나무를 지나쳐 공터에 도착한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로키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그래, 직접 물어보자.
지금이라도 알면 돼!
잠깐의 동행이지만, 그래도…. 그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륙에 홀로 떠돌아다닐 때, 자신을 구해주고 친절을 베푼 이는 오직 그밖에 없었으니까.
그녀의 표정이 밝아지며 그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누…구…?”
로키의 곁에 누군가가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그 존재는 넝마와도 같은 가죽 후드를 쓰고 있었다.
낡고 허름하기보다는 의도적으로 구멍이 뚫고 찢은 듯 보였다.
그 존재는 로키를 떠받들 듯이 무릎을 꿇고 로키가 내미는 돌돌 말린 두루마리를 받아들고 있었다.
‘뭐지? 누구기에….’
저렇게까지 행동하는 거야?
마치 그녀가 궁에 있을 때 아버지를 대하던 신하들의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아움 리니아에게 전해라.”
그 존재는 고개를 숙이며 뒷걸음질 쳤다. 온몸이 투명하게 변하더니 검은 기류를 뿜으며 사라져버렸다.
‘사라졌어?!’
그것도 은신 특화 기술이 있는 언데드, 스켈레톤 어쌔신을 처음 보는 그녀로서는 매우 놀라운 광경이었다.
“…무슨 일이지?”
로키가 고개를 틀며 말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샐럿이 당황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러다 변명거리를 떠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아… 그, 어제 주어온 인간이 어딨느냐고 물어서…요.”
엘프는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륙의 소문일 뿐이다. 사실은 달랐다.
“그래? 금방 가마.”
로키가 샐럿에게 다가갔다.
“약초는 얼마나 있지?”
로키의 물음에 샐럿은 뒤에 짊어진 가죽 가방을 열어봤다.
그것 역시 로키가 준 거지만, 다른 것과는 달리 아무런 기능도 없는 평범한 가죽 가방이었다.
“그게… 조금… 아니, 넉넉하게 남아 있어요.”
알렉스가 준 것과 그녀가 시간 날 때면 모은 것들이었다.
“다리는 괜찮나?”
“으응? 아…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다준 것에 기쁜 샐럿이었다.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은 약초를 쓸 곳이 없다면 빌려줄 수 있겠나?”
“…상관없어요. 애초에 받은 물건이니까.”
“고맙다.”
“…….”
그의 말에 가슴 한구석이 뿌듯해지는 건 착각일까?
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필요한 물품도 있으니 가까운 영지로 가자. 그곳에서 약초꾼 행세 좀 해야겠다.”
“…약초꾼 행세?”
“가짜라도 이렇다 할 신분이 있는 편이 편할 테니.”
그래도 그저 한 명의 노드인이라고 착각하는 것보단 약초꾼이 더 좋을 터였다.
“아, 알았어요.”
로키가 걸어가려고 할 때, 샐럿이 그의 옷깃을 잡았다.
“……?”
“이름.”
샐럿이 마른침을 삼키며 용기를 내어 말했다.
“이름이 뭐예요?”
“…그래, 그걸 묻지 않았구나. 나의 이름은 로키다.”
로키….
샐럿은 그의 이름을 되새겼다.
“네 이름은 무엇이지?”
“나는 샐럿.”
로키는 샐럿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는 야영지로 향했다.
***
“…하르마 영지로 향한다고?”
애쉬는 로키를 쳐다봤다.
하르마 영지는 현재 영주가 없는, 한 마디로 주인 없는 땅이었다. 따라서 영지의 관리를 기사들이 대신하고 있다.
영주가 없는 이유는 단순했다. 전대 영주가 병사하고 다음 영주가 정해기 전에 내전이 발발했기 때문이었다.
영주가 없기에 표면적으론 중립 지역인 셈이지만, 일왕자 애쉬에게는 ‘위험지역’이 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있는 기사들을 믿을 수 있을까?’
기사들이야 공에 눈이 먼 자들이 많았다.
특히 하르마 영지는 위치적으로 왕국의 끝, 얼어붙은 대지와 인접해 있다.
옆으로 켈트 산맥이 자리 잡고 있고 위로는 얼어붙은 대지가 있어 몬스터의 침입이 많고 날씨가 추운 곳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명예를 꿈꾸는 기사들로서는 썩 좋은 곳이 아니었다. 대부분 어떻게든 공을 세워 그 구석진 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가장 좋은 출세 방법은 공을 세우는 것. 때문에 ‘반역자’의 세력, 특히 그 중심인 ‘왕자’를 잡아 공을 세울 가능성이 컸다.
애쉬도 그걸 알기에 다른 지역에 함부로 들어가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
“다른 곳으로 가지 않겠나?”
최대한 우회하여 로덴 영지로 향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 하르마 영지를 통해야 빠르게 로덴 영지에 도착할 수 있다만?”
가장 빠른 길은 이 하르마 영지로 향하는 길목뿐이었다.
“…….”
애쉬도 그 누구보다도 빨리 로덴 영지로 향하고 싶었다.
게다가 신분을 밝힐 수 없는 그로서는 로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정체만 들키지 않는다면…. 괜찮을 거다.’
“알, 았다.”
“그럼, 하르마 영지로 가도록 하지.”
그는 로키의 의견에 따르기로 했다.
***
북방의 얼어붙은 대지.
신생 국가 아스가르드는 건립한 지 3년이 넘어가고 있었다. 부족 생활을 하는 그들이 하나로 통합되며 많은 것들이 변했다.
우선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노드인을 제어, 통제, 관리해야 했다.
기본적으로는 제어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고, 통제할 수 있는 관리자를 배속했으며, 지역마다 도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그뿐이랴? 새롭게 나라가 탄생했으니 계급 체계 또한 새롭게 만들었다.
아스가르드의 계급 체계는 대륙에서 통용되는 계급 체계와는 달랐다.
최상위로 죄악의 성좌, 로키가 존재했고. 그다음이 치료사 훈, 노드인의 대리자 샤먼, 아움 리니아, 그리고 한스가 자리했으며, 그다음이 쿠단 라그나와 페르 리니아, 그리고 부족의 족장이었던 자들이 ‘원로’로 위아래 없이 평등하게 자리했다.
다만, 비공식적으로 칸쿤 또한 최상위 권력층에 속해있다.
이런 독특한 권력 체계를 이룰 수 있는 이유는 로키의 절대적인 무력과 얼어붙은 대지에 있는 노드인의 수가 적다는 것, 그리고 로키에 대한 노드인의 충성심이 높았기에 가능했다.
보통 신생 국가의 지방 영주들은 권력을 쥐게 되는 순간 부패하기 일쑤였다.
새롭게 얻은 권력에 매료되어 주체하지 못하고 자신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약자들을 짓밟는 짓을 마다치 않았다.
초창기엔 아스가르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원래부터 다혈질적이고 성질이 급한 그들로서는 국가가 세워지고 권력을 쥐게 되니 탐욕으로 일그러지는 경우도 심심찮았다.
특히 이 독특한 권력 체계에 힘을 과시하던 부족의 성향이 합쳐져 비공식적인 싸움도 종종 일어났다.
다만, 그 결과로 ‘성좌’의 말 한마디에 그것이 설령 ‘원로’라 불리는 족장들이라도 즉각 목이 베여 어딘가에 걸리게 되거나, 혹은 한 달 이상을 얼어붙은 대지에 노출되며 물만 마셔야 하는 높은 형벌에 직면해야 했다.
잔혹한 처벌과 신의 권력 앞에 그들은 제대로 통제되어왔고 큰 마찰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부패가 적고 마찰이 없는 나라는 평화롭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할지라도….
나라를 이끄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음 업무가 들어온 건가?”
샤먼은 양피지를 펼쳤다.
그곳에는 빽빽하게 담긴 업무 내용이 있었고, 옥좌에 앉아 ‘대리’ 역할을 하던 아움의 눈 근육이 꿈틀거렸다.
그의 눈 밑에는 그늘이 짙게 껴있었고 머리는 푸석푸석하게 마른 지 오래였다.
“…얼마나 남아 있습니까?”
아움의 왼손에는 깃털로 만든 펜이 쥐어져 있고, 오른손에는 드워프 르란이 특수 제작한 인장이 들려 있었다.
그는 현재 비어있는 로키를 대신해 업무를 보며 최상위 권력층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20시간째 쉬지 않고 업무, 4시간 수면, 다시 20시간 업무를 보는 지옥 같은 생활 때문에 그 어떤 누구보다도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다.
로키의 경우 잠도 자지 않아도 피로가 쌓이지 않지만, 아움은 인간이었고, 노드인임에도 불구하고 쿠단과 같은 괴물 같은 체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에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
샤먼은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대전의 입구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산더미만 한 서류들이 쌓여 있었다.
아움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하! 이거, 한번 해보자는 거냐?!
“천하의 아움 리니아가 서류 따위로 쓰러질 거 같으냐? 엉?”
그가 광소를 내뱉으며 미쳐갈 때, 대전의 문이 열리며 쿠단과 페르가 다음 서류가 담긴 판자를 들고 왔다.
“…그리고 각 부족에서 보내온 서신들이라네. 확인하길 바라네.”
순간 아움이 들고 있던 깃털 펜이 부서졌다.
“…한스 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잊었나? 어제 과로로 쓰러졌다네. 마법으로 치료는 했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 아마 조금만 휴식을 취한다면 금방 깨어나겠지.”
“업무가 많은데 샤먼께서 도와주시지요.”
“…난 보이지 않네.”
거짓말이다. 확실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저 서류 더미에 정확히 손가락으로 가리킬 수 없을뿐더러 시선을 피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움이 쿠단과 페르를 바라보자 그들 역시 시선을 피했다.
“나는 그렇게 똑똑한 편이 아니라서 말이오. 특히 정치 쪽이나 경제는….”
쿠단이 한 말이었고.
“…형님, 아시지 않습니까? 저도 이제 막 글을 배웠습니다.”
페르의 말이었다.
아움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이래서 노드인이 문제야!’
이 얼어붙은 대지, 새롭게 태어난 신생 아스가르드에는 뛰어난 전사, 그리고 대륙의 그 어떤 기술자들보다 뛰어난 장인이 있으며, 막대한 자원과 부도 있었다.
그 어떤 나라들도 부러워할 것들이지만, 단점은 지식인이 매우 부족한 것이었다.
아무리 국력이 강하고 뛰어난 대장장이가 있으며, 부가 있으면 뭐 하는가?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안 하리만 못한 것을!
노드인 대부분이 약탈과 굶주린 삶을 살았기에 교육이 부족했다. 그렇다 보니 나라를 관리할 지식인도 부족한 것이다.
그나마 대륙에서 찾아온 난민들을 활용하여 원로원들에게 글을 가르쳤지만, 역시 나라를 관리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렇게 되다 보니 관리를 맡길 사람이 매우 부족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대륙의 이방인들에게 맡길 수도 없지 않은가? 이거… 나중에 로키 님께 요청해 난민 중 지식인들을 뽑아달라고 해야겠어. 불안하긴 하지만, 이 많은 업무를 버려두다가는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올 거야!’
아움이 고개를 저을 때였다.
그의 바로 옆에 검은 기류가 흘러나오더니 후드를 뒤집어쓴 언데드가 나타났다.
“……?”
로키의 종자였다. 로키의 가출과 동시에 발할 궁전에서 찾을 수 없는 스켈레톤이기도 했다.
그런 스켈레톤이 갑자기 나타나자 아움은 의아해했다.
스켈레톤은 로키에게 취했던 예와는 달리, 아움에게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주인 앞이 아니니 인간에게 예를 바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스켈레톤은 품에서 양피지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스켈레톤은 수화를 이용해 그 뜻을 전했다.
“로키 님이 보냈다고?”
스켈레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라져버렸다.
로키의 행방을 찾던 아움으로서는 기쁜 일이었다.
설마 돌아오시는 건가?!
아움은 기쁜 마음으로 안에 있던 내용을 읽었다. 환한 그의 표정은 서서히 굳어지더니 서신을 와락 꾸겼다.
‘…아직도 대륙을 돌아다니고 계시군. 그래도 어느 정도 단서를 찾으신 건가? 암흑가라… 그들에 대해 들은 적이 있지. 확실히 그들이라면 우리보다 더 좋은 정보가 많을 터… 그런데 최종 목적지를 로덴 영지로 정했고 지금은 하르마 영지로 향하고 있다?’
아움은 글을 읽어내려갔다.
마지막에는 ‘역병에 대해 알아낸 정보가 있다면 보내다오.’라는 문구가 나와 있다.
“…허, 이거 참.”
결국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알아낸 것을 보내달라니… 알아낸 정보가 없는데 말이지.”
아움 리니아가 팔짱을 끼고 있을 때였다.
대전의 문이 열리며 노드인 병사 하나가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노드인의 대리자 샤먼과 아움 리니아를 뵙나이다!”
“무슨 일이냐?”
“대륙에서 온 서신이옵니다.”
이번에는 로키가 정보를 캐기 위해 대륙에 파견한 노드인에게서 온 서신이었다.
아움은 그 서신을 받아 읽어내렸다.
별다른 내용은 없어 보였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웜 페스트 감염자, 추정 1,500여 구가 현재 하르마 영지로 향하고 있는 중.]…이라는 문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