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50)
성좌가 된 플레이어-50화(50/250)
제50화
샐럿은 놀란 눈을 했다.
하르마 영지에 들어오고 그녀는 로키에게 간단한 약학을 가르쳤다.
간단하게라고 했지만, 엘프의 약학은 인간들에겐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로키는 그것들을 듣고 별로 어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조법까지 단숨에 익혀버렸다.
로키는 샐럿에게 들은 것을 빈 공책에 기록했다.
로키가 작성을 완료한 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빛이 되어 로키에게 스며들었다.
그 신기한 광경에 멍하니 있을 때, 로키의 손이 샐럿이 들고 있는 약초로 향했다.
약초가 허공에 뜨더니 잘게 찢기고 다져지며 다른 약초와 혼합되어갔다.
“……!”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도구 없이 약이 제조되고 있는 광경이라니!
“훌륭하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샐럿.”
처음으로 이름을 읊어준 것에 샐럿은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하르마 영지는 난민들에게 있어 ‘피난처’와 다름없었다.
전쟁의 여파가 그나마 적게 미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하르마 영지는 난민들을 통제해보기 위해 강제 징병을 하고, 군자금 확보를 위한 세금을 배로 늘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 수는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기만 했다.
난민이 모여들면 모여들수록 하르마 영지는 피폐해져 갔다.
난민들은 끊임없이 밀어닥쳤으며, 전쟁에 찌든 피로로 민감해진 사람들은 서로 헐뜯으며 소란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자연스레 치안은 불안해져, 길거리에는 시체가 즐비하고, 전염병까지 생겨나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 영지에서….
“…….”
한 청년이 멍하니 자신의 오른팔을 살피고 있었다.
오른손에 피가 흘러내리고 누런 고름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손은 떨려왔지만, 감각이 없었다.
자신은 약사도, 약초꾼도, 치료사도 아니었지만, 이대로 둔다면 자신의 팔을 못 쓰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삶을 연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도.
그래서 약사에게 찾아갔다.
새 부리 가면을 쓴 약사는 그의 팔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곤 그를 밀쳤다.
“그러니까 없다니까!”
덕분에 밀쳐진 사내는 자신의 전재산인 돈주머니를 땅에 떨어뜨렸다.
그는 끝까지 약사에게 매달렸다.
“부탁이네! 어떻게든 약을…!”
“…지금 가지고 있는 약은 모두 팔았어. 게다가 그 정도로 심하게 곪은 상처는 잘라내야 해. 물론 약 효능이 좋다면 어떻게든 해보았겠지만….”
약사는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내 약으로는 무리야. 다른 약사나 약초꾼을 찾아가 봐. 찾는다고 해도 분명… 대부분 절단해야 한다고 할 거야.”
약사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그 돈으로는 귀한 약재를 살 수 없어. 기껏해야 처방해줄 수 있는 게 소독약이 전부 일거다. 물론, 자르고 소독해도 살 가능성이 희박하겠지만….”
“…….”
이건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팔을 잘라? 이런 세상에 자신을 써줄 사람도 없는 판국에 팔까지 자르면 어떻게 살아가란 말인가!
약사는 손가락질하며 경고했다.
“내 말 명심해. 그 팔 당장 자르지 않으면 당신은 죽어.”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사내는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젠장! 팔, 팔을 자르라고? 그런 소리를 어떻게 그리 쉽게 하는 거야?”
그는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런 일을 겪는 거야? 엉! 내가 뭘 잘못했다고! 세상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세상을 창조한 아젤란 성좌시여!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 상처를 치료해 주소서!”
그는 서럽게 울었다. 그런 그에게 한 사내가 다가왔다.
입과 코를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까마귀 탈을 쓴 사내였다.
그는 허리를 숙여 떨어진 돈주머니를 주웠다. 그 모습에 사내는 기겁했다.
“그, 그건 내 돈이야! 내 돈이라고!”
돈을 뺏으러 온 강도인가?!
그가 반사적으로 손을 뻗으려 했지만, 이제는 올라가지도 않았다.
“……!”
까마귀 사내, 로키는 그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뒤에 숨어있는 소녀, 샐럿에게 말했다.
“약학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환자를 보는 방법은 모른다. 그러니 대신 진찰해주겠나? 샐럿.”
그러자 샐럿은 사내의 팔을 쳐다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상처가 심해요. 하지만 팔을 잘라낼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다는군. 약을 사겠나?”
“……?!”
절단할 필요가 없다고?!
사내의 눈빛에 희망이 담겼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까 약사의 말로는 귀한 약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내가 가진 재산이란 눈앞의 돈주머니에 있는 동화 몇 닢이 전부였다.
“사, 살 수 없소. 도, 돈이 없소이다. 돈이…!”
“네가 판단하기에 어떻지?”
로키가 샐럿을 쳐다봤다.
“…심한 상처지만 전염병은 아니에요. 곪은 상처는 간단한 약초로도 만들 수 있어요.”
“정말인가?”
“네, 엘….”
샐럿은 ‘엘프’라는 말을 내뱉으려다 고개를 저었다.
“…어쨌든 제 고향에서 배운 기술로 만든 약이라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어요.”
“그렇군.”
두 사람의 말에 사내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수상해 보였기 때문이다.
치료사나 약사, 약초꾼들이 쓰는 새 부리 가면과 비슷하지만, 까마귀 탈이다. 게다가 사내가 아닌 웬 소녀가 직접 진찰했다.
딱 봐도 ‘사기꾼’으로 보였다.
“싸게 팔지. 살 텐가?”
로키의 말에 사내는 죽어가는 팔을 움켜잡았다.
“…사기를 칠 생각이야?”
“사기? 아, 그렇군. 하긴 사기꾼이 한바탕하고 갔다지? 그럼 이렇게 하지.”
로키는 샐럿이 가진 약 가방을 가리켰다.
“약을 먼저 주지. 사용해봐라.”
“머, 먼저 써보라고?”
“그래. 그 뒤에 값을 지불해도 늦지 않아.”
“…아, 아무리 약 효능이 좋다고 해도 즉시 효과가 있을 리가….”
그때 샐럿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내가 만든 약으로는 순식간에 낫지는 않겠지만, 그 정도 상처면 붓기를 가라앉혀 주고 고름을 제거할 수 있어.”
“그렇다는군.”
사내는 망설였다.
하지만 팔은 썩어가고 있고 더 늦다간 어떻게 될지 몰랐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내는 신음하며 자신의 전 재산, 로키가 들고 있는 돈주머니를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정말로… 정말로 치료가 되는 거겠지?”
“믿든 안 믿든 네 마음이다.”
“…치료를 받지.”
어차피 치료하지 못하면 죽는 건 자신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겠어! 값이 얼마지?”
로키는 동화를 들어 사내 눈앞에 두었다.
“여기 있는 동화 그리고….”
그다음 사내를 가리켰다.
“너를 고용하지.”
“뭐, 뭐?”
로키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약효가 좋다는 입소문을 좀 내다오.”
***
애쉬는 어이없다는 듯 로키와 샐럿을 쳐다봤다.
그 둘은 지금 야영할 때 썼던 텐트를 치고 그 앞에 약초들을 놓고 장사하고 있었다.
샐럿은 일어서서 찾아오는 이들의 상태를 살피고 로키는 샐럿의 말대로 약초를 건네며 팔고 있다.
‘약초꾼이라는 말이… 진짜였나?’
게다가 어느 순간 입소문이 났는지 어느새 로키의 앞에 긴 행렬이 생겨났다.
모두 약초를 사고 싶어 하는 난민들이었다.
“이곳이 그렇게 효과가 좋다지?”
“약값도 싸다고 하더군.”
“한 사람에게 하나만 판다더군. 그런데 약이 얼마 없는 모양이야. 빨리 사지 않으면 다 떨어질 거야.”
난민들의 이야기를 듣던 애쉬는 넋이 나갔다.
역시 엘프의 약은 묘약인 모양이었다.
“…아저씨.”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애쉬는 밑을 내려다봤다.
웬 코흘리개가 양손에 동화를 든 채 그에게 내밀고 있었다.
“약… 주세요.”
“…….”
애쉬는 어이가 없었다. 그들이 약초꾼으로서 약초를 파는 것 때문이 아닌, 한 나라의 왕자인 자신이 약초꾼 행세나 해야 한다는 것 자체 때문이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되었을까….”
왕족이 약초꾼의 잡일을 한다고?
분명 반군 귀족들이 들으면 자신을 보며 손가락질하며 비웃을 것이다.
애쉬는 쥐고 있던 약초를 뭉개버렸지만, 다음 들려오는 로키의 말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나?”
“…….”
“싫으면 떠나던가.”
“…알았다. 나도 그렇게 양심 없지는 않아.”
애쉬는 한숨을 내쉬며 코흘리개 아이를 보았다.
“…사갈 거냐?”
“응! 엄마를 치료해 줄 거야!”
애쉬는 약초를 내밀었고 아이는 그것을 덥석 잡았다. 애쉬의 손까지 잡으며 해맑게 웃었다.
“고마워! 아저씨.”
“…….”
아이는 약초를 가지고 사라졌고, 애쉬는 아이가 잡은 손을 보다 로키에게 말했다.
“이 약… 더 비싸게 팔 수 있음에도 왜 이런 푼돈에 파는 거지?”
“큰돈 따윈 필요 없다. 그저 하루 숙박비용으론 적당하지 않겠나?”
“…….”
결국, 휴식을 취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는 뜻이었다.
애쉬는 아이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말했다.
“불쌍하군. 불쌍해. 하지만….”
애쉬는 아이가 잡았던 손을 바라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
애쉬 혼자만의 속삭임이고, 그 소리는 누구도 듣기 힘들 정도로 작았지만.
“……?”
샐럿은 그 중얼거림에 깜짝 놀라 애쉬를 쳐다봤고.
“…….”
로키는 애쉬를 힐끔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방금 뭐라고…?’
잘못 들은 거겠지?
샐럿이 애쉬를 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할 때쯤, 자신의 가방이 허전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기….”
로키는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샐럿이 우물쭈물하며 약 가방을 열어주었다.
“약이 다 떨어졌어요.”
“…그렇군.”
로키는 앞을 바라봤다.
난민들은 약을 사기 위해 아직도 줄을 서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물러나도록 하지.”
로키는 샐럿과 애쉬를 보며 말했다.
“여관으로 간다.”
“…다른 사람은 어떡해요?”
샐럿은 난민들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며 로키에게 물었지만, 로키는 무관심한 투로 말했다.
“약도 없을뿐더러 타인을 도울 정도로 한가롭지도 않아.”
로키의 말에 샐럿은 기가 죽은 듯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곤 걱정스러운 듯 난민들을 쳐다봤다.
“가여우냐?”
“…가여워?”
내가? 인간을?
샐럿은 로키의 말에 있는 힘껏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별로!”
내가 인간들 따위를 걱정할 리 없잖아!
샐럿은 속으로 그렇게 외쳤다.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로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애쉬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자신만 소외된 느낌이다.
애쉬는 멍하니 샐럿을 쳐다봤다.
샐럿이 로키의 뒤를 총총 걸어가는 모습이 묘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키가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서려 할 때였다.
“…어? 여행자님!”
귀에 익은 목소리에 로키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길의 골목길.
그곳에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