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52)
성좌가 된 플레이어-52화(52/250)
제52화
희망을 품고 새로운 터로 가려고 했던 이들은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방황하던 망자들에게 잡혀 피와 살을 뜯어 먹히고 말았다.
그 수만 해도 100여 명.
하지만 그것마저 부족한지 와이트들은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심지어는 서로 먹겠다며 다투기도 한다.
그런 그들이 고개를 틀었다.
하나가 틀자, 다른 와이트들도 똑같은 방향을 주시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커다란 성벽이 보인다. 그리고 아주 멀리 있었지만, 그곳에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싱싱한 피와 고기를 가진 아주 맛있는 생명체들이 말이다.
와이트들은 먹다 남은 뼈다귀를 던져버렸다.
이제 이곳에는 ‘음식’이 없었다. 저곳에 간다면 분명 더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와이트는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가 움직이자, 둘이 움직였고, 둘이 움직이자 넷이, 여덟이…. 서른이…. 백이…. 오백이….
그렇게 일천 구가 넘는 와이트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
15m에 이르는 하르마 영지의 성벽은 오랫동안 이어진 몬스터 침략으로 허술한 상태였다.
몬스터가 잦은 곳은 꼼꼼히 점검하며 부서진 곳은 반드시 보수를 해야한다.
하지만 하르마 영지는 제대로 된 보급이 되지 않아 성벽 보수를 포함해, 심지어는 수성전에 쓸 활과 화살, 공성 병기 등 여러 부분에서 취약했다.
“으악! 이런 미친!”
성벽 위에서 경비를 맡던 병사가 욕을 내뱉었다.
그가 조금 전 밟았던 바닥이 부서져 하마터면 성벽 아래로 떨어져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성벽의 높이가 높이라 그곳에 떨어진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며,운이 좋아 살아남는다고 해도 반신불수가 될 게 뻔했다.
“젠장, 이곳 보초를 설 때면 불안해 죽겠다고!”
병사의 말에 성벽 바닥에 앉아 장비란 장비는 모두 내팽개치고 카드놀이를 하던 다른 동료들이 실실 웃었다.
“어쩌겠어? 현실이 그런걸?”
“그래, 우리 먹고살 돈도 없는데 어떻게 성벽을 수리하겠어?”
“게다가 난민이 늘었잖아? 덕분에 성벽 수리는커녕 우리 식량까지 줄어들었으니 오죽하겠어.”
“아아, 왜 이리 받아들이는 건지.”
“어쩌겠냐? 기사 나리들의 결정인데. 그분들 말로는 ‘난민이라고 해도 로니아의 백성이다!’라고 지껄이기는 하는데….”
“자기들이 호화로운 식사를 하는 동안 우리는 땅을 파 나무뿌리나 뜯고 있는 건 아는 건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지. 서부나 동부에서 병사를 보내라 하면 난민 중에 뽑아서 보내면 되잖아?”
병사들은 웃었다.
그 말대로 자신들은 안전이 보장될 가능성이 컸다.
“아우, 젠장! 이래서는 은퇴하고 제대로 먹고살지도 못하겠네.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나면 시골에서 지내려고 했더니… 그럴 돈도 없으니! 꽤 좋은 마을 하나 찾았는데.”
“어디?”
“저기, 하르마 영지에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을 말이야. 수도원이 있는데, 걸어서 5일 정도 걸리나?”
“아, 거기… 불탔어.”
병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산적의 습격이라도 받은 모양이야.”
“…안전한 곳이 없구먼! 기껏 찾은 인심 좋은 마을이었는데.”
다른 병사들은 호기심을 느꼈는지 물었다.
“어디 말하는 거야?”
“저기 산자락에 있던 곳.”
아까 발을 잘못 디딘 병사는 투덜거리며 손가락으로 산 쪽을 가리킬 때였다.
“어, 어…?”
웬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보통 난민의 무리는 열 명 정도에서 많아야 백여 명 정도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건 족히 천 명이 넘는 수였다.
“난민…?”
모두가 의아해할 때 병사 하나가 외쳤다.
“아니! 저건 군대야! 갑옷을 입고 있잖아! 파란 바탕의 갑옷이라면… 로니아 동부군! 그런데 왜 이곳에?! 이곳은 중립지잖아!”
“제, 젠장! 병력이 떨어지니까 이곳이라도 침략해 징집하겠다는….”
“아니야.”
병사 하나가 굳어진 채 손가락으로 하르마 영지로 다가오는 무리를 가리켰다.
“……?”
“자세히 봐. 저건 로니아 동부군이 아니라….”
병사들은 손가락을 가리킨 방향을 바라봤다.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이가 있다.
그도 파란 바탕의 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얼굴은 흉측하게 썩어들어가 있었다.
“저건… 전부 와이트들이야.”
***
해가 석양이 지며 산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날이 어두워지자 모두 조용히 잠을 자기 위해 촛불을 끄고 집 문을 걸어 잠글 때였다.
“모두 일어나!”
“비상이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은 무기를 들어!”
“무기로 쓸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모아!”
병사들이 횃불을 들고 급히 뛰어다녔다. 집마다 사람들을 깨우고 길거리에 있던 난민들을 일으켜 세워 끌고 갔다.
갑자기 일어난 소란에 영지민들이 어리둥절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로키가 대륙 지도를 살펴보며 쉬고 있던 여관에도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
“네 녀석, 약사였지?”
“…약초꾼이오만?”
“어쨌든 상처를 입은 환자나 질병에 걸린 환자의 상태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거 아닌가?”
매우 무례하게 소리를 지른 병사의 모습에 로키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병사의 등 뒤, 여관의 입구 사이로 수많은 병사가 급히 뛰어가는 모습을 본 로키는 호기심에 병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오?”
“…역병의 무리가 이곳에 오고 있다. 너희도 준비해.”
“역병의 무리?”
역적의 무리라는 말은 들었어도 역병의 무리는 무슨 뜻일까?
로키가 어리둥절한 듯 가만히 있자 병사는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웜 페스트다. 웜 페스트로 감염된 와이트들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 지금 한 사람이라도 동원해야 해.”
***
성벽 위로 800명이 안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기나 갑옷이 제대로 갖추지 않은 형식상 이루어진 병사들이었다. 성벽 위에 있는 무기라고는 뜨거운 물과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활과 화살이 전부였다.
심지어 징집된 사람 중에는 나이 든 노인이나 어린 소년들이 끼어있었다.
장비 면이나 병사의 질로 보나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
“이거… 도망쳐야 하는 거 아니야? 상대는 역병이라고! 평범한 사람이 상대할 수 없어!”
“뒤, 뒷문으로 나가면 안 될까?”
“무리야. 저 속도를 봐! 아무리 열심히 달리더라도 얼마 못 가 따라잡힐 거야.”
난민들의 절망 어린 목소리에 지휘관이 외쳤다.
“괜찮다! 상대가 무시무시한 역병이라고 해도 전투 경험이 없는 녀석들이다! 지능이 있는 몬스터보다 못한 존재다! 게다가 우리 수는 녀석들과 차이 나지 않아! 공성전에서 성을 함락하기 위해서는 그 배가 되는 수가 필요하다! 절대로 함락되는 일은 없다!”
성벽에 몇 없는 기사 중 하나가 사기를 올리기 위해 한 말이었지만,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
경험이 없는 건 오히려 난민 쪽이 더했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무기가 없을뿐더러, 상대방은 몸 자체가 검으로도 벨 수 없고 방패로도 막지 못하는 괴물들이다.
게다가 한 번 물리면 동족을 늘릴 수 있는 치명적인 감염병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만약 성벽이 없었다면 승리는커녕 저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녀석들의 먹이가 될 것이다.
로키는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성벽 위로 올라왔다. 그가 올라가자 샐럿과 애쉬 역시 따라왔다.
로키는 지휘관의 말에 비웃기라도 한 듯 중얼거렸다.
“…성벽이 있다고 해도 이길 수 없겠지만 말이야.”
샐럿은 멀리서 달려오는 검은 무리에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로키의 뒤로 숨었고, 애쉬도 샐럿과 반응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애쉬가 어떻게든 살고자 로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할 거지? 이대로 있을 텐가!”
“그렇군. 괜히 귀찮은 일에 휘말려서는 안 되지. 이곳을 나간다.”
로키의 말에 애쉬는 겁에 질려 손가락으로 달려오는 천여 구의 와이트를 가리켰다.
“이곳을 나가? 저걸 보고 한 말인가! 그대나 나나 나가는 즉시 저놈들의 먹이가 될 거다!”
“나는 안되지. 너는 몰라도.”
농담조가 담긴 로키의 말에 애쉬는 입을 뻐끔거렸다. 그리고 다시 와이트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뒷걸음쳤다.
“이곳…에 있어야 한다. 그러는 게 더 안전해! 녀석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몬스터처럼 지능이 있는 것도 아니야. 녀석들이라면 이곳에 올라오지 못 할 거다!”
맞는 말이었다.
와이트는 웜 페스트라는 ‘식물’이 기생해 만들어진 존재였다. 그들이 공성전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만, 그들은 ‘무기’를 사용할 줄 알았다.
로키가 샐럿과 만난 마을에 있었을 때, 와이트들은 검과 창을 휘둘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사다리를 못 쓸 것도 없지. 다만 녀석들에게는 그런 건 보이지 않아.’
대부분 맨손이다.
보통 적이 맨손이라면 공성전에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 그것이 아무리 강력한 몬스터라도 말이다.
로키는 그런 와이트를 관찰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녀석들에게는 무시무시한 신체 능력이 있어.’
로키는 예감했다.
이 수성전은… 인간의 패배였다.
와이트들이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을 보며 눈을 붉히며 입을 쩍 벌렸다.
턱이 나갈 정도로 피부가 찢어졌다. 그 사이로는 검은 피와 웜 페스트가 흘러나왔다.
-크에에에에엑!
그 입에서 끔찍한 괴성이 흘러나오며 한 마리가 전력을 다해 달려 하르마 영지로 향했다.
두 다리로 뛰던 와이트가 사족보행으로 맹수처럼 뛰어온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갑옷까지 입고 있었지만, 그들은 인간이 낼 수 없는 스피드로 빠르게 달려들었다.
하나가 선두에 서자 남은 이들도 빠르게 달려갔다.
“어이! 투석기를 쏴!”
기사의 지휘에 병사들이 돌을 실어날랐다.
투석기라고 해도 하르마 영지에 있는 건 소형으로 기껏해야 성인 어른의 머리통만 한 돌들을 한곳에 모아 던지는 형식이었다.
보통 이와 같은 병기라면 대군을 상대하는 데 효과적이겠지만….
“발사!”
기사가 검을 뽑아 외치자 투석기의 머리가 앞으로 거세게 올라가며 튕겨 나간다. 그러자 담겨 있던 돌들이 퍼져나가며 수많은 돌덩이가 운석처럼 와이트들에게 떨어졌다.
대부분의 돌이 와이트 사이로 떨어졌지만, 명중한 돌들은 육중한 소리와 함께 와이트들을 떨쳐냈다.
“효과가 있다!”
기사들이 환한 표정을 지었지만, 로키는 입맛을 다셨다.
“…효과가 없어.”
돌에 맞고 떨어진 와이트들은 잠시 후 움찔거리며 일어섰다. 머리를 돌에 박은 녀석들은 머리가 깨져 있었지만, 움직이는 데 불편함이 없는지 빠른 속도로 돌격해 온다.
온몸이 갑옷이자 검인 괴물들이었다. 무엇보다 언데드와 같이 질긴 놈들이기도 했다.
“……?!”
“안 죽었어?”
“계속 던져!”
계속해서 돌들이 던져진다.
하지만 와이트들은 돌덩이를 피하거나 맞아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돌진해왔다.
그 속도는 훈련받은 기병들과 비견될 정도의 속도였다.
인간의 형상을 했지만, 사족보행으로 입에서 검은 피와 구더기를 흘리며 달려오는 모습은 지옥의 악마들을 연상케 했다.
“오, 온다?!”
병사들은 겁에 질렸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와이트에 겁이 질린 것이다. 하지만 잠시 후 들려오는 육중한 소리에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쿵! 쿵! 쿵!
와이트들이 성벽에 다다르며 먹잇감을 향해 뛰어올랐지만, 성벽의 높이는 15m.
아무리 괴물이라도 뛰어넘을 수 없는 높이였다.
와이트들은 무식하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온몸을 성벽에 들이박았지만,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튕겨 나갔다.
“…하, 하하… 뭐야?! 이놈들 멍청하잖아!”
한 명의 외침에 겁에 질렸던 이들은 모두 환호했다.
성벽을 타고 올라올 줄 모르는 놈들이라면 이긴 게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희망은 서서히 사라져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