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53)
성좌가 된 플레이어-53화(53/250)
제53화
“좋아! 모두 활을 쏴! 물을 부어!”
기사들의 지휘에 병사들은 몸을 움직였다.
성벽을 계속해서 들이박는 와이트들에게 비웃음을 날리며 승리를 확신한 채 화살을 쐈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하하! 멍청이들!”
“스스로 자멸하는구나!”
병사들의 외침에 애쉬는 안도했다.
와이트의 위력을 경험한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성벽 안에 와이트가 존재했다면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함락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격도 못 하는 적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분명 이길 수 있으리라!
“역시! 이곳에 있는 게 정답이었어! 노드인! 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애쉬는 자신이 옳았음을 인정받기 위해 로키에게 말했지만, 로키는 수성전을 보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성벽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어디 가는 거지?”
“영지 뒤쪽으로 간다. 그곳이라면 아직 와이트가 없겠지.”
“다, 다 이긴 싸움이다. 이곳에 있는 게 좋지 않겠나? 이제 인정해라. 내 말이 옳았음을!”
애쉬는 로키를 따라가면서도 은근슬쩍 그를 부정했다.
지금껏 당한 굴욕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서였다.
로키는 그런 애쉬를 보며 말했다.
“관찰력이 없군. 네 녀석이 무슨 작위를 가지고 있는진 몰라도 몰락할 이유가 있기는 한 모양이야.”
“뭐, 뭐?!”
애쉬가 로키의 말에 반박하려고 할 때였다.
“뭐야-! 왜 안 죽냐고!”
애쉬는 깜짝 놀라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계속해서 와이트들이 성벽을 들이박고 있다. 그 모습만 보면 어리석은 발버둥처럼 보였다.
그 위에서는 병사들이 화살을 쐈고 뜨거운 물을 붓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와이트들은 화살이 박히든, 박히지 않든, 뜨거운 물이 쏟아지든, 말든 간에 무시하고 성벽을 들이박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온몸에 수십 발의 화살이 박히고 온몸이 뜨거운 물로 인해 피부가 부풀어 올라도, 와이트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성벽을 박아대고 있다.
심지어는 몇몇 와이트들이 고개를 치켜들며 성벽 위의 병사들을 노려봤다.
그들의 반드시 잡아먹겠다는 듯 악을 쓰고 있는 모습에 지휘를 맡은 기사가 겁에 질린 듯 떨리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 그래! 기름! 기름을 붓고 그곳에 불을 붙여라! 녀석들을 태우면 돼!”
병사들은 급히 하르마 영지의 얼마 남지 않는 기름을 들고 와 성벽 밑으로 부었다.
뜨겁게 달구어진 기름은 효과가 없었다. 그것을 본 기사는 다급한 듯 횃불을 던졌다.
화염이 일어나며 와이트가 불길에 휩싸였다.
“됐다!”
기사의 표정이 밝아졌지만, 그 옆에 있던 병사는 오히려 표정이 굳어지며 한 마디 내뱉었다.
“…된…거라고? 저게?”
기사는 병사의 말에 다시 불 속을 바라봤다. 그곳엔 와이트 몇몇은 불타 쓰러졌지만, 몸의 일부만 붙은 놈들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기사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뒷걸음쳤다.
“말도 안…돼.”
수많은 공격에도 죽은 와이트는 극소수였다.
그야말로 ‘악마의 군단’이었다.
안 그래도 모자란 보급에 계속 공격하는 것도 무리일 터.
무엇보다 놈들이 포위하면 도망치지도 못한 채, 외부와 고립되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승산이 점차 희박해져 갔다.
온몸이 불타면서도 움직이는 와이트의 모습에, 병사들은 공격하는 것마저 잊은 채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봤다.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았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이런 놈들을 어떻게 이겨…?!”
“그 말이 맞았어… 신성 교단의 성기사단이 아니면 이기지 못 할거야!”
“이겨? 성기시단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신성 교단에서도 천 단위의 와이트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아?!”
혼란이 퍼져나갔다.
아직 죽은 자가 없음에도 대열이 흐트러지고 무기를 버리고 자리를 이탈하는 자가 속출했다.
지휘하던 기사도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한 채 넋이 나갔다.
애쉬는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느꼈다.
아직 와이트가 성벽을 넘지 못했는데, 벌써 전의를 상실하다니?
계단을 내려가려던 로키는 코끝에서 느껴지는 탄 냄새에 눈살을 찌푸렸다.
“쓸데없는 짓을 했어.”
“…무슨 소리지?”
애쉬는 로키의 의미심장한 말에 덜컥 겁이 났다.
설마 여기서 더 최악의 상황이 있단 말인가?
“뚫리겠군.”
뚫려? 설마 성벽이…?
애쉬는 다급한 심정으로 울퉁불퉁한 성벽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상당히 배짱이 두둑한 행동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용기보다는 공포로 얼룩져있었다.
와이트의 몸이 부딪칠 때마다 성벽이 점차 부서지고 있었다. 그뿐이라면 상관없다.
저대로라면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성문에 ‘불’이 붙어버렸다는 게 문제였다.
안 그래도 무식한 와이트들의 돌진으로 성문이 불안한 상태였다.
그 상황에서 불이 붙은 와이트가 돌진하니, 성문엔 금세 불이 옮겨붙기 시작했다.
“도망…! 도망가야 한다! 노드인! 빨리 뒷문으로…!”
로키는 까마귀 탈 속에서 눈살을 찌푸렸다.
“…늦었군.”
그의 한 마디가 신호가 된 듯, 성문이 와이트의 돌격으로 뚫리고 말았다.
***
“…아무리 봐도 용병무리로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쿠단은 마부석 옆을 지나가고 있는 아움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곤 어색하게 웃으며 뒤를 바라봤다.
쿠단이 마부석에 앉아 말을 이용해 끌고 있는 수레와 그 뒤에 있는 말이 끄는 십여 대의 수레 위에는 아움의 직속 부대,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앉아 있다.
쿠단이 보기엔 아움 리니아가 말한 ‘적당한 규모의 용병 부대’라기에는 너무나도 수상쩍은 모습이다.
늑대의 머리뼈, 곰의 머리뼈, 사자나 범의 머리뼈 등.
짐승의 뼈와도 같은 짐승 두개골 투구를 착용하고 있다.
다만 재질은 ‘뼈’가 아닌 암갈색 빛을 띄는 금속으로 되어 있었다.
또한, 그들이 입고 있는 갑옷들 역시 심상치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어깨에는 짐승의 것이 아닌 몬스터를 사냥해 만든 모피와 가죽으로 된 망토를 착용했다.
그나마 용병처럼 보이는 것이라고는 통일되지 않은 무기였다.
어떤 이는 장검에 원형 방패, 혹은 모닝스타나 워해머, 바스타드 소드 등 종류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다만 대륙의 평균 무기의 크기에 비해 훨씬 커 보이긴 했지만.
아무리 단련된 사람이라도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육중한 중장비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여유롭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들을 본다면 음유시인들이 말하는 전설이나 동화에서 나올 벗한 악의 기사들을 떠올 것이다.
“내가 말하지 않았나? 꼭 숨길 필요 없다고.”
아움은 진한 미소를 짓고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바라봤다.
소재는 로키의 발할 궁전에서만 생산되는 독특한 금속으로, 모두 드워프 르란이 직접 제작한 갑옷들이자 무기들이었다.
대륙의 어디에서든 장인이 만든 장비들은 구하기 힘들뿐더러, 설사 구한다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들 것이다.
그런 장비들을 풀 무장한 인원이 100명. 그것도 모두 신기 사용자.
이런 이들이 대륙에 알려지게 된다면 그 어떤 국가도 경계하며 그들과 척을 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아움은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신성 교단의 영향력은 대륙을 지배할 정도다. 제국의 황제조차 고개를 숙일 정도지. 하지만 작은 나라라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들로서도 무리해서 침공 따위는 하지 않아. 다만 주도권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건 대부분 ‘돈’일 것이 분명할 터.
금은보화.
지금 이 시대에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대륙을 움직이는 힘의 근원이었다.
아스가르드의 재력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뛰어나다. 그러니 로키가 찾고자 했던 ‘헬가’라는 여인을 지킬 수 있고 더불어 교단과의 협상에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와이트는 인간이 상대할 수 없는 존재. 하지만 우리는 그런 놈들을 죽일 힘이 있지.”
와이트의 가장 무서운 점은 바로 ‘감염’이었다.
아움은 그것을 대비해 지금 출진하는 베르세르크 전사들에게 전신 갑옷과 그 안에는 몬스터 가죽으로 덧대어 입도록 조치를 취했고 각자 여분의 정화 포션과 회복 포션을 배분했다.
웜 페스트에 감염되거나 혹은 와이트에게 죽기 직전으로 몰려도 그들은 다시 처음의 상태, 최고의 컨디션으로 끝까지 전투에 임할 수 있도록.
와이트는 대륙을 뒤흔들만한 무서운 역병이었으니, 만약 그것을 없앨 수 있다면….
“와이트 군단을 이긴다면 저절로 대륙에는 소문이 돌 거다. 그걸 잘 이용하면 신성 교단 또한 우리를 무시하지 못해. 억지로 이단이다, 사교도다, 라며 압박을 해도 타국이 그에 옹호해주지 않겠지. 오히려 우리와 친분을 쌓고 신성 교단의 압제에서 벗어나고자 할 거다.”
아움은 팔짱을 끼며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웜 페스트라는 역병은 우리에겐 기회다.”
아움의 말에 쿠단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대단한 괴물들을 사냥하는데 베르세르크 전사들만으로도 충분합니까?”
“충분하냐고?”
아움은 어이없다는 듯 쿠단을 쳐다봤다.
“…네 놈 혼자서라면 그 절반을 상대하고도 남을 텐데?”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넌 죽음의 군단을 뚫고 로키 님에게 해머를 휘두른 놈이잖아?”
아움이 말한 건 데스 나이트와 리치로 이루어진 최상위 언데드들과의 전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을 뚫은 쿠단이라면 와이트 같은 건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도 인간이기에 ‘질병’에 노출되면 위험하겠지만 말이다.
“저야 와이트라는 것들을 상대해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그건 역병이지 않습니까? 감염되면 아무리 저라도 버티질 못합니다.”
“물론 그렇지. 하지만 정화 포션이 있지 않나? 게다가 그거….”
아움은 쿠단의 등 뒤에 천으로 덮인 묵직하게 무기를 가리켰다.
“로키 님에게 하사받은 거 아닌가? 듣기로는 너의 무시무시한 힘을 더욱 강력하게 해준다고 하던데.”
“저도 아직 실전에서 써볼 기회가 없는지라….”
쿠단의 말에 아움은 미소를 지었다.
“자네는 너무 걱정이 많아. 게다가 우리의 비장한 카드는 너 말고도 하나 더 있어.”
아움의 말에 쿠단은 뒤를 쳐다봤다.
“흥~ 흥~”
행렬의 맨 뒤에서 말을 타고 오는 여인이 보인다.
푸른 머리카락과 눈, 단아하지만 아름답게 디자인된 갑옷을 입은 여인.
칸쿤은 로키를 만나러 갈 생각에 신이 났는지 콧노래를 불렀다.
“우리에게는 악의 무리를 물리쳐줄 신녀님이 있으니 말이지.”
아스가르드의 로키를 보조하는 신녀이자 쿠단의 다음 가는 여전사. 그것 칸쿤이었다.
“너와 그녀의 힘이라면 충분히 그들을 격퇴할 수 있어.”
“보고드립니다!”
아움과 쿠단이 이야기하던 중, 정찰병으로 나섰던 베르세르크 전사가 말을 끌고 달려왔다.
상당히 능숙한 기마술을 보인 그는 말에서 내려 아움의 앞에 다가가 무릎을 꿇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하르마 영지가 역병의 무리와 교전 중입니다.”
“으응?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군. 하지만 그들도 멍청이는 아니니 성문만 닫고 기다리면 며칠은 버틸 수 있을 거야.”
아움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들도 이제 곧 하르마 영지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성문을 굳게 닫고 그들을 ‘번식’ 시키지만 않으면 골치 아픈 일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던 아움에게 뒤통수를 치는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리고 성문이 격파.”
아움은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 격파? 아, 아니, 왜? 물론 하르마 영지가 아무리 보급이 부족하다지만 죽기 살기로 막기만 하면 막을 수 있을 텐데?”
“그게…불을 질렀습니다.”
“……?”
“성문에.”
“와이트가?”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이 그런 듯합니다.”
아움은 이마를 짚었다.
“그런 멍청한… 하! 설마 성벽도 아닌 성문 쪽에 기름을 부고 불을 붙인 건 아니겠지? 그래, 그럴 리가? 그건 7살 난 아이들이 지휘를 맡아도 하지 않을 일이지. 그래서 어떻게 불이 붙은 거냐?”
“…….”
보고자의 침묵에 아움도 어이가 없었다.
설마 지휘관의 지시로 성문에 불을 붙였단 말인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다니!
‘너무 평화롭게 지낸 놈들인가 보군. 그런 기본적인 상식도 생각하지 않다니. 아니면 그만큼 패닉에 빠져 있던 건가?’
아움 리니아는 한때 리니아 부족을 지배하며 세력을 확장해가던 대족장이었다. 그가 그러한 지배자가 된 이유도 남쪽의 침략을 대비해 부족을 존속시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 보고로 지금껏 생각해왔던 것이 얼마나 헛된 걱정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껏 이런 놈들에게 겁먹고 있었던 거냐? 아니지, 여행을 떠났을 때 만난 이들은 대부분 머리가 있는 이들이었어. 그저 이번 지휘를 맡은 놈이 노드인처럼 멍청했을 뿐이겠지.”
“…….”
옆에서 듣고 있던 쿠단은 입맛을 다셨다.
차마 부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속도를 올린다. 괜히 역병이 퍼져 처리해야 할 수가 늘어나면 골치 아파져.”
아움은 뒤에 있는 베르세르크 전사들에게 말했다.
“자, 너희가 대륙에 등장할 때다. 와이트를 모두 제거하고… 로키 님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는다!”
아움 리니아는 진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로키 님은 아스가르드의 남은 업무를 열심히 보셔야 할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