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55)
성좌가 된 플레이어-55화(55/250)
제55화
멀뚱히 서 있던 와이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은 그 언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은 자신들을 ‘먹이’로 취급한다는 것을!
보통 와이트라면 망설임 없이 달려들 테지만… 낯선 느낌에 성급히 움직이지 못했다.
-쿠에에에엑!
하지만 느껴지는 공복에 망설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마리가 달려가자 수십, 수백 마리가 달려갔다.
가히 기병과도 같은 속도였다.
빠르게 달리는 발은 보이지 않았으며, 뿌연 먼지가 대지를 가렸다.
땅이 요동치며 통곡과도 같은 괴물들의 괴성이 공기에 울려 퍼졌다.
그에 비해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여유로웠다.
그들은 눈앞에 있는 적을 보기보단 자신들의 무기들을 만지작거리며 점검하고 있다.
수백 마리의 와이트가 그들의 앞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선두에 선 아움 리니아가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한 마디 내뱉었다.
“죽여.”
순간, 베르세르크 전사대의 주변 공기가 팽창했다.
“명령이 떨어졌다!”
“죽여라-!”
“학살하라-!”
“발할의 영광이 함께 하기를-!”
조용하던 그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함성은 와이트의 괴성을 묻어버렸다.
살기를 띠며 뛰어오던 와이트들이 흠칫 놀라며 주춤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이 기회였다.
망설임이라는 틈이 생긴 순간,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투구 속에서 진한 미소를 짓고 있는 힘껏 대지에 발을 디뎠다.
쿵-!
그들이 발이 디디고 있던 딱딱한 대지가 움푹 파인다. 그와 동시에 베르세르크 전사들의 몸이 튕겨 나갔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와이트와 거리가 좁혀진 순간, 그들이 휘두른 무기에 와이트가 가벼운 짚신 인형처럼 날아가 버린다.
하지만 그들이 전혀 가볍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듯 와이트들이 땅으로 곤두박질칠 때, 육중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부서졌다.
쐐기처럼 파고들자 수백에 이르는 와이트 무리가 반으로 나뉘었다.
그들의 무기에 와이트의 머리통이 으깨지고, 몸이 관통당하고 좌우로 몸이 갈라졌다.
인간임에도, 인간이 아닌 힘을 보이는 그들의 희열에 담긴 웃음과 와이트의 비명이 뒤섞였다.
압도적인 힘에 와이트들은 점차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쿠에에엑?
와이트는 이해가 가지 않는 듯 의문이 담긴 음성을 내뱉었다.
와이트는 허기로 움직이는 존재. 그러니 자신의 동료가 죽어도 상관없이 먹이를 향할 뿐이다.
하지만 그건 베르세르크 전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자신의 동료를 믿었다. 동료가 죽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자신이 위험에 처하고 동료의 도움을 받는 순간 폐가 된다고 여겼다.
그것은 전사의 수치였고, 그런 수치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나약한 존재라도 전력을 다해 잡아야 했다.
특히, 대륙의 최상위 포식자라면 방심 따위는 하지 않았다.
칸쿤도 성검 부르트강을 뽑아 들었다.
건틀렛을 낀 그녀의 양손은 부르트강을 움켜잡고 빠르게 뛰어갔다.
그녀의 얇은 다리에서 냈다기엔 지독히 빠른 속도로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검을 휘두를 때마다 와이트의 몸이 두 동강이 나버린다.
한 와이트가 칸쿤을 향해 손을 휘둘렀지만, 칸쿤은 달리던 발을 멈추고 머리를 뒤로 빼며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휘날릴 때쯤, 몸을 빙글 돌며 와이트의 목을 베어냈다.
와이트의 목에서 검은 피와 웜 페스트가 튀어나올 때, 성검 부르트강의 룬 문자가 빛이 나며 그것들을 잿더미로 소멸시켜버린다.
재가 된 와이트가 완전히 사라질 때쯤, 또 다른 와이트들이 그녀의 등 뒤를 향해 뛰어올라 아가리를 벌렸다.
칸쿤은 살며시 눈을 감고 뒤를 돌아 검을 들어 올렸다. 그녀가 살며시 눈을 뜨며 중얼거릴 때….
“[빛의-]”
검에 광휘가 폭발했다.
“[-참격!]”
섬광이 대지를 스쳐 지나갔다.
달려들던 와이트들이 빛의 폭발에 터져 소멸해 버린다. 그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던 와이트까지 모두 좌우로 갈라지더니, 잠시 후 대지마저 거대한 소음을 토해내며 분쇄되었다.
순식간에 와이트 수십 마리가 잿더미를 뿌리며 소멸해버렸다.
칸쿤은 미소를 짓고 검을 다시 잡고 뛰어갔다.
그녀의 목적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싸움에 의한 쾌락, 뭔가를 파괴하고 자신의 강인함을 증명하는 행위.
그녀 또한 노드인인 것이다.
“…칸쿤 녀석, 얼마 지나지 않으면 완전히 나를 따라잡겠어.”
쿠단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나도…”.
쿠단은 어깨에 걸친 물건의 천을 풀어 헤쳤다.
그곳엔 황금빛 룬 문자로 이루어진 묵직한 해머가 있었다. 다만 머리는 넓이 2m에 높이 1m에 이르렀지만, 손잡이는 50cm 정도로 짧아 보이는 이상한 모양새였다.
묠니르.
북유럽 신화의 신, 토르가 사용한 무기로 신과 인간을 괴롭히던 거인을 때려잡은 무기이기도 했다.
묠니르의 스킬은 단순했다.
하나는 모든 걸 태워버리는 [뇌전].
또 하나는 어디를 두든, 어디를 던지든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소환].
마지막으로 사용자의 근력 능력치를 7배로 올려주는 효과였다.
쿠단은 신기인 [괴력]을 발휘했다.
몸집이 커지며 부풀어 오른다.
그것이 묠니르의 효과로 더욱 강해졌다.
그의 덩치가 몬스터처럼 커지며 근육은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입고 있던 갑옷도 그의 변화된 몸에 맞춰 굉음을 내며 부풀어 올랐다.
와이트가 사족 보행으로 눈으로 좇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쿠단에게 접근해왔다. 그런 와이트를 쿠단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묠니르를 들어 올렸다.
묠니르의 머리에 스파크가 튀긴다. 그리고 그걸 있는 힘껏 대지를 향해 내려찍자… 지각이 움직였다.
쿠단의 중심으로 땅이 움푹 파이고 대지는 웅덩이에 전류를 뿜어대며 범위 안에 있는 와이트들을 검게 태우더니 점점 잦아들었다.
“위… 험했다!”
“쿠, 쿠단 대장은 힘 조절을 하지 않아서 탈이야!”
“쿠단도 그렇지만 칸쿤 녀석도 힘 조절을 하지 않는다고!”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질겁하며 그들에게서 최대한 멀어졌다. 몇몇은 겨우 피했는지 엉덩방아를 찍은 채 타들어 간 대지를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모두 광범위, 그것도 동료마저 위협할 만한 스킬들에 기겁을 한 것이다.
쿠단 라그나, 칸쿤 라그나.
아스가르드에 있어서 그들을 뛰어넘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순식간에 와이트의 수가 줄어들었다.
달려들던 와이트도 갑자기 나타난 이질적인 존재에 몸을 떨었다.
그들에게 이성이 없다. 아니, ‘없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 와이트는 난생처음으로 ‘공포’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와이트는 서로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이거 내 존재는 잊히겠어.”
아움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쉽게도 그에게는 이렇다 할 능력이 없었다. 오히려 이곳에 있는 베르세르크 전사와 1대1로 붙어도 검을 몇 수 나눠보지도 못한 채 패배할 것이다.
제대로 된 활약을 못 하던 그는 뒤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낌새에 몸을 돌려 검을 찔러넣었다.
검이 빠르게 목표를 향해 날아가 박힌다.
훈련받은 기사가 본다면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의 멋진 일격이었다.
아움의 검이 와이트의 입속에 박혀 들었다. 그 모습에 아움은 미소를 지었다.
와이트는 벌어진 입을 닫으며 검을 부러뜨리려 했지만, 드워프 르란이 제작한 무기는 오히려 와이트의 이빨이 부서져 나가게끔 했다.
검을 부술 수 없다는 걸 눈치챈 와이트가 검을 손으로 움켜잡았다. 아움이 흠칫 놀랄 때쯤, 와이트는 몸이 뚫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서서히 다가와 아움과의 거리를 좁혔다.
와이트가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법으로 점차 아움에게 접근할 때, 한 베르세르크 전사가 도끼를 던져 와이트의 머리통을 박살 내버렸다.
검은 피와 웜 페스트가 흩날리자 아움은 검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
그는 노드인. 하지만 싸움에 있어선 그의 재능은 남다를 정도로 형편없었다.
사실상 와이트와 싸워도 승산이 없을 정도였다.
아움은 눈 근육을 꿈틀거리며 굴욕적인 미소로 하르마 영지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째 열받네. 이런 놈 하나 죽이지 못하다니! 끄응! 지금 당장 다 쓸어버리고 빨리 입성한다. 더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기 싫으니까!”
아움의 말에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빠르게 전진해가며 와이트들을 소멸시켜나갔다.
***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하르마 영지에 입성했다.
달려드는 와이트는 맥없이 죽어 나가며 피와 구더기를 퍼트렸지만, 짐승의 뼈를 형상화한 전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짓밟아 뭉개버린다.
하르마 영지 곳곳엔 검은 피와 꿈틀거리는 지렁이들로 가득했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그것들을 무시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단단히 무장했다. 감염된다고 해도 정화 포션이면 저주나 역병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니 그들에겐 두려움이 없었다.
와이트가 아가리를 벌리며 그들을 멀리했다.
빠른 속도로 무리 지었던 와이트들은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피해 도망갔다.
그들을 처음 보는 다른 와이트가 덤벼들지만, 맥없이 죽어 나갔다.
일백의 맹수, 가히 인간을 뛰어넘은 두 명의 전사, 그리고 그들을 지휘하는 인간 하나.
성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던 애쉬는 영지에 입성한 이들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들의 당당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저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와이트 하나만이라도 군의 진형에 들어오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실력자가 아닌 한, 그 수가 일만이던, 십만이던, 백만이던, 그 수가 무의미했다.
그런 와이트가 수십, 수백도 아닌 천 단위를 상대한다.
그것도 아무런 전략도, 계략도 없이 그저 압도적인 무력을 무자비하게 선보였다.
그 와이트들이 겁에 질려 도망가게 만들 정도로.
애쉬는 온몸이 짜릿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전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입성하는 전사들을 보면 동화나 신화 속 전설적인 군대들이 떠올렸다.
지금 애쉬에겐 눈앞의 존재가 천사들이 이끄는 기사들 같았다.
자신은 어쩌면 역사에 길이 남을, 아니, 어쩌면 신화로 묘사될 사건의 중심에 서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저들은 군대인가? 아니야. 용병? 그것도 아니다! 이런 괴물들이 용병으로 있었다면 대륙은 진작에 큰 혼란에 빠졌을 거야!’
이런 존재가 용병이라면 대륙의 수많은 왕국과 제국들은 어떻게 할까?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참전하는 전쟁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패자들은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대륙에서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며, 그 누구도 적대시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아니, 혹은 그들을 끌어들인 세력 역시 감당하지 못해 자멸의 길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절대적인 무위를 가지고 있다.
‘어디 소속이지?’
애쉬는 그들을 관찰했다.
깃대가 없다. 그렇담 어디에서도 속하지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짐승의 투구.’
그가 알고 있는 한 짐승의 뼈를 쓴 기사단과 용병단은 없었다.
입고 있는 갑옷이나 그들이 쓴 투구는 대륙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질적인 것이었다.
그들이 왜? 어째서? 무슨 이유로?
눈앞에 나타났단 말인가?
베르세르크 전사들도 힘이 들었는지 거친 숨을 내쉬었다. 문득 그들은 애쉬 일행을 발견했다.
그들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거칠어진 숨이 더욱 거칠어진다.
그것은 흥분이다. 무언가를 발견한 듯, 기뻐하는 모습이다.
“찾고 있었습니다.”
찾고 있었다고?
그들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애쉬 앞에 도달했다. 선두로는 고급스러운 의복을 입은 사내가, 그 양옆으로는 근육이 부풀어 올랐던 중년인과 아름다운 여인이 뒤따르고 그들의 뒤에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따른다.
사내, 아움 리니아가 무릎을 꿇자, 그 뒤에 있던 쿠단과 칸쿤 순으로 뒤에 있던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는다.
“……!”
분명 군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달리해야 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무기를 바다에 내려놓고 손을 가슴에 올리며 허리를 낮추었다.
그것은 신하들이 자신들의 주인에게 올리는 충성의 예.
주군에게 향하는 복종의 예였다.
애쉬는 ‘설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 무릎을 꿇고 복종의 예를 올릴 자가 누구란 말인가?
고귀한 핏줄을 이어받은 자는 바로 자신이다. 왕족이고, 왕이 될 사람이었다.
애쉬는 마음이 술렁이며 그의 얼굴이 환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굳어졌다.
눈앞의 신의 전사들은 자신의 ‘옆’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복종하는 존재는 자신이 아니다. 그들의 주인은 따로 있다.
그는 바로….
‘…저…자가?’
애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로키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