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56)
성좌가 된 플레이어-56화(56/250)
제56화
와이트를 잔인하게, 잔혹하게 압도적으로 짓밟고 승리하며 영지에 입성한 신화 속 전사들은 단 한 명에게 복종하는 태도를 보였다.
까마귀 탈을 쓴 사내, 깃털로 이루어진 망토와 가죽옷을 입은 그는 그들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애쉬가 그를 보며 느낀 감정은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저자는 누구이기에 이들이 무릎을 꿇는단 말인가?
그리고 왜? 어째서? 이런 괴물들 앞에서 저리 당당할 수 있단 말인가!
애쉬는 마음속에 담긴 질문을 내뱉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의 위용을 본 그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기백을 지녔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들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얼마나 강해지기 위해 노력했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죽여왔는지 애쉬로서는 상상조차 못 하고 있었다.
그런 자들 앞에서 배경만 믿고 온실 안에서 자라온 애쉬로서는 감히 말을 붙일 겨를도 느끼지 못했다.
그때, 선두로 무릎을 꿇던 자가 고개를 살며시 들어 올려 외쳤다.
“신생 아스가르드! 일백의 베르세르크 전사대! 그의 대장 쿠단 라그나! 신녀 칸쿤 라그나! 그리고 저… 아움 리니아! 노드의 왕의 부름을 받아 예를 올리겠나이다!”
“부름?”
로키의 입꼬리가 꿈틀거렸지만, 애쉬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저 그들이 내뱉은 한 마디 한 마디를 되새길 뿐이었다.
‘신생… 아스가르드? 베르세르크 전사대? 그리고… 노드의 왕? 도대제 무슨 소리란 말인가…?!’
신생 아스가르드라니? 새로 태어난 나라라는 의미를 왜 내뱉는 걸까?
베르세르크 전사대? 기사단의 이름인가?
왕?
노드의 왕?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애쉬가 입을 꾹 다문 채 로키와 아움 리니아를 바라만 볼 때, 아움은 미소를 짓고 내려다보고 있는 로키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늘진 까마귀 탈 속, 붉은 눈과 아움의 푸른 눈동자가 마주친다. 아움은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성좌님과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
“음-! 허락이 떨어졌다!”
베르세르크 전사의 기쁜 듯한 음성이 짐승의 투구 속에서 들려왔다.
그는 무기를 손바닥에 툭툭 치며 말했다.
“우리가 누구인가?!”
“아스가르드의 베르세르크 전사대-!”
그때 다른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외쳤지만, 말을 하던 베르세르크 전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지. 지금은 소집 명령이 해체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무엇일까?”
그의 말에 각자 투구 속에서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약탈자.”
그들의 광기 어린 눈빛이 투구 틈으로 흘러나왔다.
“그래! 우리는 노드인! 약탈로 타인의 행복을 빼앗아 먹고 사는 짐승들이다! 그러니 모두…!”
그들은 이미 흩어져 달아난 와이트들이 향한 방향에 무기를 겨누었다.
“사냥을 시작해라.”
일부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제외하고 소집 명령이 해체되었다. 이제 그들은 개개인이 사냥꾼이자 약탈자로서 먹잇감들을 사냥해 나갈 것이다.
그들은 빠르게 달려 나갔다.
상당한 무게를 가진 장비들을 들고도 인간을 넘어선 스피드로 집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와이트를 하나둘씩 사냥했다.
“신녀님의 명령이시다! 부상자, 감염된 자를 구하고 치료하라!”
하르마 영지의 영지민과 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일부 소집된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하르마 영지에 생존한 난민들을 불러 모아 치료했다. 다름 아닌 칸쿤의 명이었고 그녀 또한 직접 나서서 영지민과 난민들을 구조하기에 바빴다.
다만 그들의 상처 치료에 쓰인 건 단순한 약초로 만든 약이었으며, 감염자에게는 정화 포션을 성수로 속여 치료토록 하였다.
칸쿤의 성격을 잘 아는 아움으로서는 그들을 치료할순 있지만 절대로 포션에 대해서 알려서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 상태였다.
“기름은 있나?”
쿠단의 말에 베르세르크 전사는 고개를 저었다.
“영지의 어디에도 기름은 없어 보입니다. 수성전을 하며 다 쓴 모양입니다.”
“…그럼 짚이나 나무문이라도 뜯어서 태워라. 더는 감염자가 나오지 않도록.”
쿠단의 명에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영지에 있는 집 문을 부수며 장작을 모았고 시체를 모아 불태웠다.
주변에 있는 검은 피와 웜 페스트는 짚을 이용해 영지를 나가는 길목만을 불태워버렸다.
“그나저나… 로키 님도 그렇지만 아움도 고집불통이로군.”
쿠단은 힐끔 로키와 아움이 있는 곳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아직도 무릎 꿇은 아움 리니아가 있고 그 뒤에 4명의 베르세르크 전사가 바닥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
“노드족의 대리자, 아움 리니아가 여덟 번째 말씀 올리겠나이다. 왕이시여! 부디 고국으로 귀국하여주옵소서…!”
“귀국하여주옵소서-!”
아움 리니아가 고개를 조아리며 외치자 그 뒤에 있던 베르세르크 전사가 맞장구를 쳤다. 사극에서나 봐왔던 그 모습에 로키의 입 근육이 실룩거렸다.
일부러 과장된 말투와 행동, 목소리까지.
아움이 계산한 로키가 가장 싫어할 법한 추임새였다.
“거절한다.”
그러자 아움의 입에서 같은 말이 반복해서 나왔다.
“노드족의 대리자, 아움 리니아가 아홉 번째 말씀 올리겠나이다. 왕이시여! 부디 고국으로 귀국하여주옵소서…!”
“귀국하여주옵소서-!”
다만 그가 말하는 숫자만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백번을 같은 말을 해도 거절한다.”
“그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청하겠습니다.”
“…….”
로키는 아움뿐만 아니라 뒤에 있는 베르세르크 전사들까지 바라봤다.
직접 찾아올 건 예상하였다. 그래봤자 동행자로 쿠단이나 페르를 데려오겠거니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군대를 이끌고 올 줄 꿈에도 몰랐다.
베르세르크 전사대라면 아스가르드의 최강의 인간 병기.
로키의 죽음의 군단인 스켈레톤을 제외하면 가히 대륙 최강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설마 그들을 ‘마중’ 따위로 데리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게다가 아움은 의도적으로 ‘노드의 왕’이란 칭호를 사용했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로키의 본모습을 모르기 때문에 사용한 단어이고, 또한 로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했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것은 말을 맞췄기 때문인가?’
그러지 않고서는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노드의 왕이란 단어에 평온하지 않을 리 없었다.
아니면 애초에 로키가 지금 유희를 위해 사용하는 신분, ‘훈’을 공식적인 권력자로 낙인찍으려는 거겠지.
성좌 로키. 노드의 왕 훈.
로키든, 훈이든 아스가르드에서 쉽게 가출하지 못하도록 할 속셈일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거냐…?’
분명 자신을 아스가르드로 데려가기 위한 계산적인 행동들이겠지.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하나다.
“…분명 말했다. 난 가지 않겠다고.”
뻔뻔하게 무시하는 거다.
로키가 발길을 다른 곳으로 옮기자, 베르세르크 전사가 급히 일어서 그가 걷던 방향으로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길을 막았다.
“…….”
로키가 다시 방향을 틀자, 또 다른 방향에서 베르세르크 전사가 앞을 막으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비켜.”
“명이시라면 받들겠나이다. 하지만 아스가르드에 훈 님의 공백이 있다간, 수많은 백성이 곤욕을 겪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그 점을 생각해주십시오!”
“…….”
베르세르크 전사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리 없다. 분명 아움이 준비한 대사이리라.
로키는 이마에 핏줄이 돋는 걸 느끼며 살기 어린 시선으로 아움을 바라봤다.
“네 녀석, 끝까지 이럴 건가?”
로키의 말에 아움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아움은 굳은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로키를 지시했다.
“고국으로 돌아와 주십시오. 지금 나라에는 기둥이 필요합니다. 부디 하고자 하는 일들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너희가 못하니까 내가 직접 나온 거 아닌가?”
“……”
로키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까마귀 탈 밑에 넣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됐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일단 이들을 쉬게 해라. 아무리 고된 훈련을 받았다지만 피로할 게다.”
로키의 말에 아움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 이상은 아움이나 로키의 위엄이 떨어지고 만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아움도 그걸 알기에 한 발짝 물러났다.
“저기….”
로키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시야를 내렸다.
옆에서 샐럿이 옷깃을 잡아당기는 모습이 보였다.
“저 인간들, 누구예요?”
샐럿은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보며 상당히 꺼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로서는 지금껏 저렇게 강력한 군대는 보지 못했다.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군대도 저들만큼 강하지 않으리라.
로키는 별거 아니라는 듯 음성을 내뱉었다.
“동료다.”
“…동료라고?”
이번에 반응을 보인 건 애쉬였다.
애쉬는 왕자답게 타국의 귀빈들을 접할 때가 많았고, 그때마다 국력을 과시하기 위한 기사들의 훈련 모습이나 대련을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리고 현재, 애쉬는 전쟁의 중심인물이 되어버리면서 상대를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실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런 그에게 있어 베르세르크 전사 한 명과 비교해도 이길 수 있는 자는 떠오르지 않았다.
애쉬, 그가 알고 있는 한 이들만큼 강력한 기사들도 없었다.
그것은 신성 교단도 마찬가지일 터.
그런 자들을 서슴없이 동료라고 부르다니…!
‘아니, 동료가 아니다. 그들은 복종의 예를 취했어.’
그들의 태도, 그건 정말로 왕이나 황제에게 바치는 충성심이 느껴졌다.
‘이 녀석, 정체가 뭐야?’
신성 교단의 성황의 직속 부대인 검은 심판자의 증표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와이트를 일격에 소멸시키는 실력과 일천에 이르는 와이트를 도륙하는 전사들을 휘하로 둔 자.
그는 정말로 노드의 왕인 걸까?
정말로 그 약탈자들의 왕이라면….
‘절대로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
애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금껏 그에게 해온 무례한 태도들을 떠올렸다.
애쉬는 알고 있었다.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이 왕족이자 귀족의 관계였다.
그들이 겉으로 웃어도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며, 허술해 보여도 그것을 미끼로 하여 역공을 취하는 이들도 파다했다.
그것이 애쉬에게 있어 당연한 일상이었다.
하지만, ‘팜’이라는 천민 출신의 귀족으로 인해 함정에 빠지고 이 꼴이 되었는데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니!
‘한심하다! 지금껏 제왕학을 공부하며 익힌 것 중 가장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기억해내다니!’
사실상 공부 따위로 익힐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배경을 믿고 자라온 그로서는 상대를 내려다보는 게 정상이었고, 또한 로키의 모습이 너무 기괴한 한 탓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단인 엘프마저 데리고 있으니 아젤란교를 충실하게 믿어온 그로서는 자연스레 그러한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지? 지금껏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고 그와 어떻게든 거리를 좁혀야…!’
애쉬가 그런 생각을 할 때였다.
“……?”
그의 앞에 아름다운 여인이 지나갔다.
얼굴에는 흙먼지가 묻어 있지만, 더러움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얀 피부와 단단한 의지가 담긴 푸른 눈동자. 갑옷을 입고 있지만, 그 늠름한 모습은 성스럽기까지 했다.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자 윤기 나는 푸른 머리카락이 휘날려 애쉬의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인가?!’
칸쿤이었다.
부상자의 응급처치가 되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그녀는 총총 걸어가며 로키에게 다가갔다.
로키를 보며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
“아스가르드의 신녀, 칸쿤 라그나. 훈 님께 인사 올리겠나이다.”
“…오랜만이군.”
로키는 칸쿤을 보며 딱딱한 음성을 내뱉을 때, 칸쿤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칸쿤은 로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기…. 훈 님.”
“로키로 불러도 된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일단 정체를 숨기는 입장이 아니세요?”
칸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로.”
“그래도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모르고 계십니다. 알게 되면 매우 놀라하겠죠.”
그녀는 상처를 입은 난민들을 힐끔 쳐다봤다.
“저들은…. 어떻게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저들은 저들만의 길이 있다. 우리가 참견할 일이 아니야.”
“그렇군요….”
칸쿤은 로키를 바라봤다. 마치 무언가 부탁하기 위해 타이밍을 재는 눈치였다.
로키는 부상자들을 쳐다봤다.
대부분 가족을 잃은 슬픔과 입은 상처에 흐느끼고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 점에 있어서 로키는 무감정적이었다. 가엽다나 불쌍하다는 동정은 느끼지 못했다. 인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 한 사람도 낯익은 얼굴이 없다.
다만, 신경 쓰이는 사람이라면 있었다.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여인.
임산부인 듯 힘겹게 몸을 가누며 다른 난민들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억지웃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설마 유안의 아내인가?’
확실하지는 않다. 영지에 임산부 하나가 섞여 있다고 해도 저 여인이 유안의 부인일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로키는 유안의 마지막을 떠올렸다.
그는 와이트가 되어 로키의 발을 잡고 잡아먹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 하지만 그 표정은 애원하는 모습에 가까웠다.
‘…그와 연관된 자라면 도와줄 수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아.’
로키는 유안이 남겼던 편지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