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58)
성좌가 된 플레이어-58화(58/250)
제58화
아스가르드는 신생 국가다. 게다가 그곳의 노드의 실질적 지배자는 로키다.
그런 존재를 무시한다는 건 왕의 얼굴을 보며 비웃고 손가락질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외교적으로 ‘전쟁’을 하자는 말과 같다.
어지간한 약소국이라도 전쟁의 명분으로 삼기엔 충분했다.
‘로니아의 핵심 인물을 짓밟는다. 그것도 그들의 본진, 병력 한가운데에서 겨우 100명밖에 되지 않는 인원으로 수월하게 제압한다면!’
그렇다면 타국에도 경고가 될 것이다.
‘쉽게 보다가 피 본다.’라는 걸 말이다.
아움은 미소 지은 채 가볍게 허리를 숙였다. 그 행동이 너무나도 과장되고 상대방을 비웃는 듯했지만, 애쉬는 그것이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모르는 아움의 실수라고 착각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마침 저희 베르세르크 전사대도 피곤하니 제대로 된 휴식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사기 진전을 위해서라도 연회가 필요할 듯하군요.”
대놓고 ‘연회를 준비해라!’라고 말하는 아움이었다.
‘귀한 음식 정도는 받아야지.’
이참에 베르세르크 전사들에게 제대로 된 대륙의 음식을 선사해주고 싶은 아움이었다.
애쉬는 속으로 기뻐했다,
연회를 해달라는 것은 곧 ‘외교’를 하고 싶다는 말.
분명 자신에게 바라는 게 있을 터.
“좋네! 그럼 그렇게 하지!”
“그럼 오늘 밤 중으로 떠날 준비를 마치겠습니다.”
“그리해주게나. 나 또한 내가 살아 있다는 것과 그대들에 대해 신하들에게 알려주고 싶으니!”
애쉬는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아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베르세르크 전사와 쿠단을 불렀다.
베르세르크 전사는 아움을 쳐다보다 힐끔 애쉬에게 시선을 돌렸다.
투구 속 시선과 마주친 애쉬는 움찔 놀라며 움츠러들었지만, 뒤늦은 자존심이 생겨났는지 목에 단단히 힘을 주었다.
“저분을 정중히 모셔라.”
아움의 말에 베르세르크 전사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애쉬를 데리고 사라졌다.
남은 쿠단을 본 아움은 입을 열었다.
“이제 로덴 영지로 갈 거다.”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너희도 내 어리광에 끌려온 게 피곤하지 않았냐? 이양이면 즐겁게 놀다 가야지.”
“놀다?”
아움은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세르크 전사대에게 전해라. 이제 곧 가게 될 영지에서 연회가 있을 거라고. 연회에서 내가 신호를 보내면 마음껏 즐겨도 좋다고 말이다.”
“…한바탕할 생각이로군요.”
쿠단은 허탈하게 웃었다.
노드인과는 달리 의외로 힘을 쓰기 싫어하는 그로서는 아움이 무슨 뜻으로 말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 연회에서 저 왕자를 사로잡는다. 남은 녀석들은… 살려둘 필요 없다. 모두 죽여. 단, 저 왕자가 저항하면 팔다리를 잘라도 상관없다. 뭐, 죽지만 않으면 되니까.”
아움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즐거운 사냥을 준비하는 짐승의 잔혹한 미소였다.
쿠단은 그런 아움을 보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
해가 지고 밤이 되었다.
하르마 영지에 어둠이 깔렸고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있는 수레만이 횃불로 밝게 밝혀져 있었다.
“로덴으로 간다?”
로키는 아움이 끌고 왔던 수레에 올라탄 채 팔짱을 꼈다.
까마귀 탈 속의 눈이 아움을 매섭게 노려봤다.
그것으로 로키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한 상태인지 짐작한 아움은 움찔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왕께서 알아서 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난 저놈을 고문하는 쪽을 택하길 바랐는데 말이지.”
아니, 그전에 이제는 왕이란 표현이 달라붙었군.
“그것도 좋지만… 암흑가와의 연결고리라면 살아 있는 게 좋죠. 미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습니까?”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말에 로키는 호기심이 생겨 물었다.
“어떤 고문을 하려 했지?”
“저는 할 줄 모르고,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할 줄 압니다. 무슨 음식을 먹인다고 하던데….”
아움의 말에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움찔거렸다.
귀가 밝았기에 둘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던 그들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들은 말하는 건 아움의 음식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피처럼 붉고 질기며 탄력 있는 생소한 음식.
무엇보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냄새까지 풍기니, 누가 본다면 불길하기 짝이 없는, 지옥의 음식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농담조의 말이긴 했어도, 반은 진심인 그들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저도 모르겠더군요. 저도 보고 싶다고 하니 그들이 싫다고 거절했습니다. 하도 완강히 거부해서 확인은 해보지 않았습니다.”
“고문을 하는 음식인가? 자백제 같은 것일 수도 있겠군.”
로키와 아움의 말에 쿠단은 입맛을 다셨다.
‘아움 리니아가 만든 요리 자체가 지옥의 음식이라고 말하면 믿지 않겠지.’
로키는 아움이 만든 음식이 맛있다며 그를 비공식적으로 궁정 요리사로 위임했으니 말이다.
대륙에는 ‘매운’ 음식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매운맛 내성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고통에 익숙한 베르세르크 전사들조차 꺼릴 정도이니, 보통 사람은 맛을 본 순간 정신을 잃게 될 것이다.
“고,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조심하시길….”
칸쿤은 난민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얼어붙은 대지에 망명을 요청한 자들이었다.
그들은 호위 하나 없이 얼어붙은 대지로 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어떤 위험한 일도 감수하며 나아갈 것이다.
칸쿤은 난민들을 보며 행운을 빌었다.
남은 건 로덴 영지로 가는 난민들뿐이었다.
“이런 것밖에 없는 건가…? 마차는?”
애쉬의 말에 아움은 씁쓸한 척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런 건 미처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마차 따위는 순식간에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귀족들의 조롱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면 ‘겉모습’이 가장 중요하니 말이다.
“…이것저것 따질 때야?”
떨어진 곳에 있던 샐럿이 로키가 있는 수레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목소리는 애쉬에게 똑똑히 들려왔다.
“…샐럿. 지금 나한테 한 소리인가?”
“너 말고 누가 있어?”
샐럿의 질책에 애쉬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들어 거리가 더 멀어진 느낌이다.
“나에 대해 알고서도 그딴 말을 내뱉은 건가?”
애쉬의 말에 샐럿은 코웃음 쳤다.
“웃겨. 인간의 왕자 따위가 뭐라고….”
한때 왕녀, 황녀였던 샐럿이었다.
작은 왕국의 왕자 따위가 뭐가 대수란 말인가?
게다가 그녀가 보기엔 애쉬는 왕족으로서의 자격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금 네가 한 발언, 다른 이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모르나?”
아움의 말에 샐럿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샐럿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녀도 인간의 조직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한 나라의 왕족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을 지켜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라면 로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었다.
샐럿은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로키를 쳐다봤다.
수레 위에 앉아 있는 로키를 올려다 본 샐럿이 굳어졌다.
노려보고 있다. 정확히는 애쉬를 말이다.
살기를 뿜지는 않았지만, 형형한 게 언제 죽여도 이상하지 않을 눈빛이었다.
그것은 까마귀 탈에 의해 애쉬에게는 보이지 않았으리라.
“자, 자… 진정하십시오!”
로키의 상태를 짐작한 아움은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애쉬가 좀 더 나불대다가는 육신 하나 남기지 않고 잿더미가 되어 완전히 소멸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움은 애쉬를 로키와는 다른 수레에 앉히고 수화로 로키에게 뜻을 전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어차피 곧 입니다! 후에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내 저놈을 아주 고통스럽게 죽이고 말겠다.”
“네네, 그러십쇼. 쿠단, 출발하지.”
아움은 쿠단에게 말했고 쿠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베르세르크 전사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로덴 영지로 향했다.
***
하르마 영지를 떠난 또 다른 난민 세력.
그들은 쫓기고 있었다.
“히이익!”
“이래서 안 된다고 했잖아!”
“차라리 그 왕자님을 따라갈걸 그랬어!”
난민들은 우왕좌왕 흩어졌다.
들고 있던 짐 또한 내팽개치며 전속력으로 뛰어갔지만, 멀리서 보이는 굶주린 괴물들의 발은 그보다 더욱 빨랐다.
“으악!”
너무 다급한 나머지 도망치던 남성이 발을 헛디디며 넘어지고 말았다.
딱딱한 지면에 머리를 박은 그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렀지만, 그런 자잘한 상처 따위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지금은 온 힘을 다해 도망가야 했다.
“아빠!”
아이의 외침에 아비는 이를 악물었다.
그가 다시 일어서려 하자 다리가 무언가에 의해 잡혔다.
“……!”
사내는 흠칫 놀라며 몸이 굳어졌다.
뒤에서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거침 숨결이 느껴졌다.
사내는 인정하기 싫은 듯 몸을 떨며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때, 다리에서 크나큰 고통이 느껴졌다.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의 비명이 대지에 울렸다.
와이트다.
기다란 손이 사내의 발목을 움켜잡고 비틀어버린 상태였다.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는지 와이트는 썩은 미소로 다리를 당겨 사내를 끌고 갔다.
“으아악!”
“아빠!”
아이가 다가오려 하자 사내가 소리쳤다.
“가! 도망가! 어서! 빨리…!”
“시, 싫어…! 싫다고…!”
“제발… 제발 누가 좀 도와주십시오!”
사내의 외침이 울려 퍼졌지만 듣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난민들은 살기 위해 앞만 보고 죽을힘을 다해 달릴 뿐이었다.
“제발 누가…!”
순간 사내는 몸이 꿰뚫어지는 걸 느꼈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무언가에 잡혔다. 그것이… 뜯어지고 와이트의 입속에 먹혀들어 갔다.
“…….”
사내의 머리가 무너지며 지면에 부딪혔다. 즉사한 것이다.
아이는 와이트를 보며 뒷걸음쳤다.
도망가야 했다. 하지만… 아빠가 눈앞에 있다.
아이는 발을 움직이려 했지만, 너무나도 큰 공포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아이가 도망을 가지 못한다는 걸 인지한 것인지 사내의 심장을 뜯어먹은 와이트가 아이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모든 인간은 좋지만, 특이 어린아이는 와이트에게 별식이나 다름없었다.
상대적으로 연한 육질, 탁하지 않은 피, 심지어 비명까지 와이트들에겐 감미로운 음악이나 다름없었다.
와이트가 아이를 향해 입을 쩍 벌렸을 때, 아이는 두 눈을 꼭 감았다.
퍽하는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가 사방으로 튀며 와이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아이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아이는 볼 수 있었다.
“…아…빠?”
자신의 아버지가 우뚝 서서 와이트를 손으로 터트려 죽인 것을.
아빠가… 살아있다?
심장이 먹혔는데도?
사내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가 와이트를 일격에 죽인 것이다.
게다가 뻥 뚫려있던 몸은 매워진 후였다.
아니, ‘회복’되어 있었다.
이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기적’이었다.
“아빠!”
아이는 울며 아빠에게 매달렸다.
사내도 생소한 느낌을 뒤로하고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 그는 자신에게 묻은 피와 웜 페스트가 있다는 걸 느낀 채 팔을 아이에게서 멀리했다.
“괘, 괜찮단다. 괜찮아. 다치지 않았니?”
“응, 괜찮아. 아빠!”
“그래. 다행이다. 무사해서 다행….”
그때 사내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봤을 때, 그의 눈에는 한 명의 여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2m가 넘는 칠흑의 대검을 등에 짊어지고, 새하얀 드레스 위에 검붉은 갑주를 걸치고 있다.
엉덩이까지 닿은 긴 머리카락은 절반이 하얗고, 다른 절반은 칠흑의 어둠이었다.
얼굴은 병자처럼 창백했으며, 뿔이 달린 투구가 눈 주위를 가리고 있다.
투구 사이로 보이는 투명하고 맑은 금안이 사내를 직시하고 있었다.
“아…!”
여성을 보던 사내는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모자라 고개를 조아려 절을 한다.
처음 보는 여성이다. 게다가 무서울 정도로 차갑고 냉정한 눈을 가졌다.
그는 자신이 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한 왜! 어째서! 눈앞에 있는 여성을 ‘주인’으로 인식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의문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사라져버리며 오로지 이 여성을 향한 충성심밖에 남지 않았다.
“아, 아빠?”
“…위대한 분께 절을 올리거라. 어서!”
묵직한 아버지의 말에 아이는 움찔 놀라며 아빠의 모습을 따라 했다.
사내는 여성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천한 하인이 인사 올립니다.”
주변에는 수많은 와이트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또 다른 인간들에게 사냥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 같이 한쪽은 하얗고, 한쪽은 검은 특이한 갑주를 입고 있었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모두 죽인 검병들은 사내처럼 여성에게 돌아와 고개를 조아렸다.
사내는 미소를 지었다. 온몸이 떨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것은 기쁨.
미천한 인간이 위대한 존재에게 절을 올리며 충성을 맹세할 수 있다는 기쁨이었다.
사내는 목청껏 외쳤다.
“위대한 존재! 산자와 죽음을 다스리는 여왕이신…!”
사내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는 환희로 가득한 미소를 짓고 몽롱한 눈빛으로 여성을 쳐다봤다.
“헬가 님을 뵙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