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59)
성좌가 된 플레이어-59화(59/250)
제59화
아무리 좋은 수레를 이용한다 해도 제대로 된 길이 아닌 이상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르기엔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다.
구덩이에 바퀴가 빠진다든지, 혹은 너무 혹사한 나머지 수레 자체가 망가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덜컹거리며 수레가 흔들릴 때마다 타고 있던 난민들은 신음했다. 멀미 때문인지 먹은 것도 없는 내용물을 내뱉는 자들도 보였다.
그래도 불평은 하지 않았다.
왕자인 애쉬가 가만히 있을뿐더러 온갖 수모를 겪은 난민들로서는 오히려 수레를 이용할 수 있었으니 고마울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이프리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너도 참 가지가지 하는군.
샐럿은 느닷없이 나타난 이프리트를 보며 물었다.
“뭐가?”
-이번엔 이 정체불명의 세력과 이동하는 건가?
“그…게 어때서?”
-불안하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건가?
샐럿은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보았다.
솔직히, 무서운 생김새다.
게다가 그들이 보인 잔혹성 역시 너무나도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뭐랄까….
“위험해… 보이지는 않아.”
정확히는 곁에 로키가 있으니 안심이 되었다.
샐럿을 보며 이프리트가 고개를 저었다.
-제정신이 아니군.
그는 샐럿이 걱정스러웠다.
아직도 순진하게 남을 믿고 의지하려는 샐럿이었기 때문이다.
뻔히-.
그때, 이프리트는 묘한 시선을 느꼈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선의 근원지를 찾아보았다.
혹시…? 라는 생각에 로키를 쳐다봤지만, 그는 아움과 대화 중이었다.
-……?
그럼 누가?
이프리트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때, 그의 아담한 몸집만 한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다.
-……?!
깜짝 놀란 이프리트는 저도 모르게 공중에 엉덩방아를 찍으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을 뻔히 쳐다보는 여인을 쳐다봤다.
“…이거 인형이니?”
소리에 민감한 샐럿조차 그녀가 다가오는 걸 감지하지 못해 당황한 얼굴이었다.
칸쿤은 호기심이 담긴 표정을 지었다.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시선에 이프리트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 근육을 실룩거렸다.
-노, 농담이지? 인간이 어떻게 나를 볼 수 있는 거지…?
“말까지 하네?”
-말까지 알아듣고 있는 건가?!
칸쿤이 손가락으로 이프리트의 머리를 툭툭 쳤다.
팽팽한 풍선을 만지듯 말랑말랑했다. 또한 따뜻하기까지 했다.
-그만! 그만둬!
이프리트는 양손을 뻗어 올리며 칸쿤의 손가락을 막았다.
“이 장난감, 네 거니?”
“…….”
감히 불꽃의 정령 중 왕으로 취급되는 이프리트에게 장난감이라고 부르다니?
샐럿은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샐럿은 멀리 떨어져 있는 로키를 쳐다봤다. 자세히는 몰라도 눈앞에 있는 여인은 로키와 꽤 친근한 대화를 나누던 것이 떠올랐다.
‘믿을 수 있는 인간일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었다.
지금껏 그녀가 봐온 인간은 모두 악질적인 존재였다.
노예상 아자르는 그녀를 재화로, 용병들은 그녀를 장난감으로 취급했다.
눈앞에 있는 여인은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가졌지만,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만큼 샐럿은 어리석지 않았다.
샐럿은 후드를 뒤집어쓰며 칸쿤을 노려봤다.
“뭐, 뭐야?”
“……?”
경계하는 그녀의 모습에 칸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뭔가 생각난 듯 손뼉을 치며 허리에 찬 가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짠! 이거 먹을래? 매콤한 불맛 육포야!”
“……?”
매콤해?
매콤하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는 샐럿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기?’
그것도 말린 고기 냄새다.
“로키 님이 입이 심심하실 때 가끔 만들어서 드리거든. 아, 근데 처음 먹어보는 사람에게 자극이 강한 맛일지도….”
칸쿤은 육포를 입에 덥썩 물었다. 이윽고 얼굴이 붉어졌다.
“매워! 로키 님은 이걸 대체 무슨 맛으로 먹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칸쿤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리곤 물주머니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마신다.
그럼에도 열기가 식지 않는지 혀를 내밀고 부채질을 했다.
“…….”
샐럿은 눈을 깜박거리며 칸쿤을 쳐다볼 때, 수레가 크게 덜컹거리며 거센 바람이 불었다.
덕분에 그녀의 가벼운 몸도 한 번 들썩이며 그녀가 덮고 있던 후드가 벗겨졌다.
찰랑거리며 은발이 휘날렸다.
새하얀 머리카락 사이로 긴 귀가 칸쿤의 눈앞에 아른거린다.
샐럿은 허둥지둥하며 급히 후드를 다시 뒤집어썼지만, 칸쿤은 멍하니 샐럿을 쳐다볼 뿐이었다.
샐럿의 눈빛이 흔들렸다.
겁에 질린 눈이 칸쿤에게 향했다.
엘프는 아름답고 신비한 분위기를 가진 종족이다. 그렇기에 엘프는 대륙의 동화 속 영웅들을 도와주는 요정으로 통했고, 여러 시인의 시와 노래로 많은 칭송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은 50년 전 이야기. 하네스 제국이 마왕 사건 이후 이단이자 악마의 후예로 불렸다.
사람들은 그들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를 ‘엘프가 인간을 현혹하고자 흑마법을 사용했다’라며 신성 교단에서는 거짓된 정보를 대대적으로 공표하였다.
그 후, 아젤란교의 신도들은 엘프에 대해서 겁을 먹게 되었다.
실제로 노예상 아자르는 그녀를 두려워해 감옥에 가두고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족쇄까지 채워두지 않았나.
용병의 경우 그녀를 보는 순간 악마라며 겁에 질렸다.
지난 세월 동안 그런 경험을 수없이 많이 겪었음에도 가슴이 아파져 오는 건 똑같았다. 그들의 추악한 눈빛에 겁이 나는 건 덤이었다.
샐럿은 조심스레 칸쿤을 쳐다봤다.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두려움에 떨까? 비명을 지를까? 아니면 혐오스러운 눈빛을 보내올까?
샐럿이 눈치를 보며 그녀의 표정과 눈빛을 보았을 때….
“…….”
샐럿은 굳어졌다.
칸쿤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거렸다.
신비한 것을 본 듯, 동심의 세계에 빠진 어린아이 같은 눈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이 샐럿을 무섭게 쳐다봤다. 그뿐만 아니라 무시무시한 기세로 샐럿의 두 어깨를 움켜잡았다.
샐럿은 멈칫 몸을 떨었다.
“요정! 요정님!”
“……!”
샐럿은 다른 의미로 칸쿤에게 겁을 집어먹었다.
생전 처음 보는 반응. 상당히 낯설다. 아니, 어쩌면 익숙한 눈빛일 수도 있다. 50년 전 하인들과 하녀들, 그리고 아버지가 보냈던 눈빛과 비슷했다.
그것은….
“예뻐! 세상에!”
…애정이었다.
칸쿤은 샐럿을 끌어안으며 볼을 비비적거렸다.
그럴 때면 샐럿은 괴로운 듯 칸쿤의 얼굴을 밀어냈다.
칸쿤도 잠시 이성을 잃었다는 걸 깨닫곤 헛기침을 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너 엘프니? 그런 거지? 동화 속에 있는 요정이 진짜로 존재하다니! 아! 르란 아저씨도 그렇게 보면 요정 아저씨인가? 그런데 피부는 갈색이네? 왜 그런 거니?”
샐럿의 어마무시한 질문 공세에 샐럿은 구원의 눈길로 이프리트를 쳐다봤지만, 이프리트는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다.
“들은 적 있어! 숲속에 사는 요정! 엘프! 그럼 아까 그 작고 귀여운 불꽃은 정령? 그런 거니? 응? 그러고 보니 엘프는 동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던데? 벌레도 그런 거니? 아! 나무와도 이야기할 수 있니?”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칸쿤이었다.
“…그… 동물은 간단한 느낌만, 벌레나 나무는 무리….”
“호숫가에서 검을 뽑아 영웅에게 준다거나? 아니면 용을 잠재우는 노래를 부른다던가…!”
“그, 그런 건 동화 속 이야기야….”
“그럼! 그럼…!”
샐럿은 칸쿤의 질문에 시달리며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다크 엘프로군요. 로키 님은 이상한 이들을 많이 끌어들이십니다.”
이제야 샐럿을 본 아움은 로키에게 말을 걸어왔다.
로키는 아움을 가리켰다.
“그중 하나가 너라는 걸 모르나?”
“저는 그중 가장 정상이지요.”
‘과연 그럴까?’라고 로키가 중얼거릴 때였다.
“로덴 영지다!”
수레에 타고 있던 난민의 외침이었다.
***
언덕 위에 있던 수레는 멀리 떨어진 거대한 도시, 로덴 영지로 향하고 있었다.
도시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영지를 모두 덮고 있는 30m 정도의 성벽과 그 위와 아래에 진을 치고 있는 병사들.
모두 조잡한 장비가 아닌, 체인 메일과 그 위에 동부 로니아를 나타내는 파란 바탕의 서코트를 입고 있다.
병사 중 말을 탄 기병이 갑자기 나타난 일행을 보며 외쳤다.
“너희는 누구냐! 어디서 찾아온 난민…이 아니잖아?!”
병사는 수레에 실린 난민을 보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보며 얼굴이 굳어졌다.
머리는 짐승 뼈 투구를, 온몸 감싼 판금 갑옷은 아무리 봐도 적을 위협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사 갑옷처럼 보였다.
“적?!”
병사가 겁에 질려 급히 말을 돌리려 할 때, 그것을 본 애쉬는 기쁜 나머지 급히 수레에서 뛰어내렸다. 그가 찾아온 기병을 향해 외쳤다.
“잠깐! 나다! 나, 일왕자 애쉬 로니아가 찾아왔다!”
애쉬의 외침에 병사는 흠칫 놀라며 말고삐를 돌리려던 걸 멈추었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하듯, 애쉬의 얼굴과 겉옷을 보았다.
흙먼지가 묻은 얼굴은 피로에 찌들었고, 고급스러운 옷은 걸레짝처럼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누가 본다면 강도를 만나 봉변을 당한 귀족으로 보인다.
보통 같은 때라면 ‘웬 미친놈이야?’라며 쫓아냈겠지만, 주변에 있는 베르세르크 전사들의 모습에 병사는 혼란을 느꼈다.
“…왕자…님?”
병사는 애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 채 눈살을 찌푸렸다.
일개의 병사가 왕자를 알아볼 리 없었다.
병사는 입을 꾹 다문 채 애쉬를 보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범상치 않은 이들이다. 이런 이들을 왕자라고 자칭하는 이와 함께 로덴 영지에 입성하기엔 위험한 일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보고드리고 오겠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건가!”
“상황이 상황이니 말입니다.”
병사가 알기엔 왕자는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진영에 웜 페스트가 퍼졌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병사는 그렇게 말하며 성안으로 들어갔다.
***
“아빠, 저희 어디 가는 거예요?”
아이의 질문에 아이의 아빠는 고개를 저었다.
“모른다. 그저 저분이 가는 곳을 따라갈 뿐이야.”
“……?”
아이는 아버지가 쳐다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자신의 아버지를 살려준 여인이 있었다.
독특한 여인은 매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그녀를 따르는 무리도 평범하지 않았다.
모두 움직이기 쉬운 가벼운 체인 메일을 착용했지만, 그 위에 걸친 서코트는 여인의 머리카락을 본떠 만든 듯, 반은 흰색, 반은 검은색으로 되어 있었다.
아이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내민 갑옷을 아무렇지 않게 입고 서코트를 걸치며 다른 이들과 같이 복면과 투구를 썼다.
아이는 혹시 서로 알고 있는 사인가 싶었지만, 그런 거 같지도 않았다.
아이는 이 정체불명의 행렬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행렬의 중심에 있는 여인에게 쪼르르 다가갔다.
“누나.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그 한 마디에 아이의 아빠는 굳어졌다.
그는 황급히 튀어나와 아이의 머리를 잡고 땅바닥에 박아버린다.
“아악!”
“이놈! 무례하구나!”
“……?!”
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아이의 아버지를 쳐다봤다.
눈이 이상했다.
다정하고 상냥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없다. 눈은 무언가 씐 듯 충혈된 눈으로 아이를 노려봤다.
“무, 무서워. 아빠! 아파!”
“아이가 끼친 무례를 갚겠나이다.”
아이의 아빠는 검을 꺼내 들었다.
그에 아이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저 검으로 무얼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여인은 손을 들어 올렸다.
칠흑의 갑주로 감싸진 건틀렛에 힘이 들어가며 사내의 뺨을 손등으로 후려쳤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아빠는 그대로 나가떨어져 몇 바퀴를 굴러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두개골이 깨질 정도였지만, 사내의 뺨에는 약간의 상처만 있을 뿐, 그 외의 외상은 없었다.
“무슨…?”
“더는 제 눈을 더럽히지 말아 주세요.”
“……?!”
아이의 아빠는 무릎을 꿇었다. 큰 죄를 저지른 듯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하나이다!”
여인은 아이에게 손을 건네며 부축해주었다.
“괜찮니?”
감정이 없는 차가운 목소리다. 하지만 묘하게 다정함을 느낄 수 있는 한마디이기도 했다.
아이는 여인의 눈을 쳐다봤다.
황금을 보는 듯 매우 깨끗하고 반짝이는 금안이다.
아이는 그걸 보며 놀란 눈을 했다.
“눈이 매우 예뻐요.”
여인의 눈이 살짝 커졌다.
-너는 눈이 매우 예뻐.
기억의 파편 속 한 사내가 했던 말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묘한 그리움에 차갑게 얼어붙었던 가슴이 아파져 왔다.
“…그래, 고맙구나.”
여인은 아이의 옷을 털어주었다. 그리고 머리에 손을 올리며 작게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빛이 흘러나와 아이의 몸에 스며들었고, 상처 부위에 새살이 돋으며 치료가 되었다.
“마법?!”
아이가 눈을 똘망똘망하게 빛냈고, 그녀는 거친 건틀렛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아까 어디 가느냐고 물었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인은 손가락으로 먼 곳을 가리켰다.
“이곳에서 가까운 영지로 간단다.”
“어디요?”
“로덴 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