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0)
성좌가 된 플레이어-60화(60/250)
제60화
“왕자님이 오셨다고?”
“일왕자 애쉬 님이…!?”
로덴 영지에 모여 있던 귀족들은 경악에 물든 얼굴을 했다.
그들에게 있어선 ‘희망’이 없었다.
지금부터 ‘항복’을 고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쉬 왕자가 있다면 아직은 해볼 만했다.
게다가 역병인 웜 페스트가 휩쓴 군 진영에서 생존하다니?!
그것은 가히 신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귀족들은 그의 모험담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병사들을 더 모을 수 있나?”
“다른 영지를 약탈하거나 주변 난민들을 강제로 징병한다면 병력은 물론, 군자금까지 얻을 수 있을 터…!”
그들은 ‘승리’를 할 방법을 찾고자 모색했다. 하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모양새만 왕자일 뿐, 승리를 가져다줄 양반은 되지 못했다.
“왕자님이 어떻게 오셨나?”
한 귀족의 질문에 방금 보고를 올린 병사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이상한 무리와 함께 왔습니다.”
“이상한 무리? 병사들인가?”
병사라면 ‘이상한 무리’라고 칭하지 않았을 터.
“그것이…이상한 괴인들을….”
병사는 말꼬리만 흐렸다.
“괴인?”
귀족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족들은 병사의 안내를 받아 영지의 성문 위로 향했다.
애쉬 왕자를 비롯한 난민 무리는 로덴 영지의 성문 앞에 있었고, 귀족들은 성문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귀족들은 애쉬가 어떤 무리를 데리고 왔을지 일말의 기대를 품었지만, 그 눈빛은 얼마 안 가 실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들이 보기엔 말 그대로 ‘괴인’들이었다.
피곤함에 얼룩진 난민 무리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 검은 갑주와 이상한 짐승의 뼈 투구를 쓴 자들은 누구란 말인가?
“천 명이 넘는 병력을 잃은 것도 모자라, 이처럼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불러오다니…!”
“게다가 저것 보시오! 난민들이지 않소? 그것도 창 한 자루 제대로 들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드오.”
“저런 쓸모 없는 난민 10명보다 제대로 된 병사 하나가 더 귀한 것을…!”
그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왕자님이 부탁하신 것이 있습니다.”
“부탁?”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연회를 준비해달라고 하더군요.”
“연회?”
이 시기에?
안 그래도 보급물자가 부족한데 연회라니…!
“그래도… 뭔가 쓸만해 보이지 않습니까?”
한 귀족의 말에 성벽 위에 있던 귀족들은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쳐다봤다.
그들이 보기엔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무시무시한 모습을 할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용병일까요?”
“글쎄, 모르지. 그나마 쓸만할지도. 일단 왕자님 명이니… 연회를 준비해라! 대신 아주 작고 검소하게!”
***
성문이 열렸다.
병사들이 도열하고 그 주변에 영지민들이 모여들었다.
영지민들은 왕자의 귀환을 기뻐하며 애쉬의 이름을 연호했다.
“일왕자님 만세!”
“동부 로니아의 영광이 있기를-!”
영지민들은 경계선을 그으듯 도열한 병사들 사이로 손을 뻗으며 왕자에게 환호성을 보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밝고 화사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영지민들의 얼굴은 어색하고 무거운 표정이었다.
로키는 눈을 감고 귀를 기울였다.
영지민들의 환호 속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젠장, 도대체 이놈의 전쟁은 언제 끝나는 건지….”
“저주받은 왕자가 죽었다기에 전쟁이 끝난 줄 알았더니!”
“…이제 우리는 방패막이로 사용되겠지.”
“식량도, 돈도 모두 뺏어간 주제에 이제는 환호하라고? 우리를 굶겨 죽인 놈을 환호해야 한다니…, 미친놈들!”
“…….”
영지민들은 ‘시켜서’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동부 로니아의 귀족들의 조치였을 터.
“이곳의 민심도 별로로군.”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아움도 동의하며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좋은 일입니다. 일왕자는 애당초 민심 같은 게 없었다는 말이 되니까요.”
그들의 행렬이 성으로 입성했다.
난민들은 애쉬의 명령으로 다른 곳으로 안내되었고, 로키 일행을 비롯한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연회장으로 안내되었다.
애쉬는 걸음을 다급히 옮겼다.
얼굴은 지저분하고 피로에 찌들었지만, 기쁨이 담겨 있었다.
그는 귀족들과 만나기 위해 치장도 하지 않은 채 발을 옮겼지만, 귀족들이 한발 빨랐다.
그들은 애쉬를 보며 표정 관리를 했다.
한껏 고양된 얼굴로 양손을 펼쳐 왕자를 칭송했다.
“오오! 살아계셨군요! 왕자님!”
“어찌 이리 늠름하실까? 그간 고생이 많으셨겠군요!”
“역병을 만났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병사들은 어떻게 되셨는지요?”
귀족들은 가장 중요한 요건을 물었다.
바로 병력.
애쉬의 휘하에 있던 천여 명의 군대에는, 비단 왕자뿐만 아니라 동부 로니아 진형의 중심 귀족이 포진해 있기도 했다.
귀족들이 몇몇만이라도 살아 있다면 병력을 모으는 데 도움이 될 터였다.
애쉬는 귀족들의 질문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을 눈치챈 귀족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전멸했소.”
“…그러시군요. 그래도 왕자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젤란 성좌님의 축복 덕분이겠군요! 이제 왕자님이 돌아오셨으니 반격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모두 속의 생각은 달랐다.
‘…병력을 강제로 빼가고 중앙 귀족들까지 데려가더니… 전멸? 쓰레기 같은 놈.’
‘다른 귀족이라면 책임을 물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 왕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
‘환장하겠군.’
귀족들은 속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 다른 이들과 함께 오셨던 거 같던데… 그들은 누구입니까…?”
“혹, 직속 부대입니까?”
“…직속 부대?”
난민 중 혹시 대체 병력이라도 있지 않을까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물었다.
귀족들이 애써 기대를 품으려 해봤지만, 뒤이은 애쉬의 말에 더욱 착잡해졌을 뿐이었다.
“그런 건 아니오.”
‘역시.’
‘일왕자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차라리 이왕자에게 붙을 것을….’
그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왕자의 앞이었지만 숨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하, 하지만 좋은 이들은 데리고 왔소! 강력한 힘을 가진 자들이오!”
“…강력한 힘?”
귀족들은 애쉬와 동행했던 이상한 무리를 떠올렸다.
“그들입니까?”
“그들은 누구인지요?”
애쉬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우리의 희망이오!”
“희망?”
“저들이?”
“…드디어 정신이 나갔군.”
누군가 몰래 작게 중얼거렸다.
애쉬는 흠칫 놀라며 그 목소리를 찾으려 했지만, 발견할 수 있는 건 귀족들의 미소뿐이었다.
얼굴이 굳어있는 과장된 미소.
“그렇군요! 어떤 이들입니까?”
“어? 아, 그게….”
애쉬는 얼떨떨한 얼굴로 귀족들을 쳐다봤다.
미소를 짓고 있지만 기대 따윈 담기지 않은 ‘형식적’인 물음이었다.
마치 지위를 인정하되, 그것뿐인 듯한 모습이다.
인간의 가치를 높게 사는 게 아닌, 신분으로만 따지는 사람들다웠다.
애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희미하게 웃으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게… 그….”
자신감을 잃은 모습.
어쩌면 저들에게마저 외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애쉬를 압박해왔다.
“…노, 노드족이오.”
“노드…족?”
“…대략 100명 정도이던데. 모두 말입니까?”
애쉬는 자신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귀족들의 얼굴은 밝아졌다.
“노드족!”
“그 전사 일족이란 말입니까?”
“하! 요즘 노드족을 보기가 힘든데… 갑자기 저렇게 무리로 나타나다니!”
“들은 적이 있소. 노드족 하나가 잘 훈련된 기사 둘을 상대할 수 있다지?”
“그럼 엄청난 병력이로군요!”
귀족들의 희망 어린 목소리에 애쉬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그렇소! 게다가 실력 또한 보통 노드족과는 다르오! 그들은 신생 아스가르드라는….”
“그럼 그들을 포섭해야겠군요.”
“그렇군요. 고용입니까?”
“돈은 얼마나 지불해야 할까요?”
“무리라면 그들 중 지휘관도 있겠군요.”
“그럼 그를 포섭하면 되겠군. 돈, 지위 등 적절하게 주면 되겠지.”
어느 순간 애쉬를 뒤로한 채 귀족들은 이야기 나누기에 바빴다.
무엇보다 내용의 방향이 점차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애쉬는 묘한 불안감에 조심스레 말에 끼어들었다.
“…자, 잠깐!”
“……?”
모두가 애쉬를 쳐다보자 애쉬는 그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의 무시무시한 위력, 그들을 국민으로 둔 정체불명의 국가.
그 무위는 애쉬가 직접 보았지만, 그 뒤에 있는 나라는 본 적도 없어 알 수가 없다. 자신의 입으로 말한다고 설명이 될까? 아니, 설명한다고 해도 과연 이들이 믿어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담….
“이, 일단 그들과 만나보는 게 어떻소? 그들과 만난 후 결정하지요.”
그들을 직접 대면시켜 인식시킬 수밖에 없다.
애쉬의 말에 귀족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너무 급하게 행동하면 더 일이 틀어질 수 있으니….”
애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연회장으로 가도록 하지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전에….”
“……?”
귀족들은 애쉬의 옷차림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조금 단정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겠소.”
애쉬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를 돌아 걸어갔다. 그런 왕자의 뒤를 따르는 무리는 없었다.
그저 왕자의 모습에 비웃음을 날릴 뿐이었다.
귀족들은 물론이고, 하녀, 하인들조차 그의 수발을 들지 않았다.
인정받지 못한 왕자는… 이런 모습이었다.
***
“연회라고 해서 기대했건만….”
“뭐냐? 이건…?”
성에 입성한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연화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연회라기엔 넓은 테이블 위에 올려진 간소한 음식들.
그리고 술이라고 해봤자 여관에서 파는 싸구려 맥주밖에 없었다.
그것이 끝이다.
하위 계층의 귀족 자제 생일이라도 호화로운 장식, 고급음식, 무희와 악사, 시인이 기본이건만, 지금 이건 완전히 보급품을 멋들어지게 요리한 음식을 올려놓았을 뿐. ‘연회’라고 하기엔 부족한 감이 많았다.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입맛을 다시며 각자 투구를 벗었다.
“그렇게 불평하지 마.”
아움의 말에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그를 쳐다봤다.
“물론 이 음식들이 내가 만든 음식에 비해 쓰레기지만….”
‘…그 반대 아닌가?’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모두 똑같이 생각했지만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래도 애써 준비한 것이잖아? 실컷 즐기라고. 아니면 내가 요리해줄까? 요리 재료는 어느 정도 가져왔으니….”
“…이 연회를 즐기겠습니다.”
‘…라곤 말했지만….’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슬쩍 로키를 쳐다봤다.
치료사 훈.
성좌 다음으로 가는 권력가.
그리고 비공식이지만, 원로들 사이에서는 노드의 왕이라 칭해지는 인간.
…그것이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가진 인식이었다.
그런 그 앞에서 행동을 함부로 보일 수도 없지 않은가?
아니, 그전에 왕께 이런 형편없는 음식을 먹게 하는 것도 괜찮을지 의문이었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곤혹스러워할 때, 로키가 손을 뻗어 음식을 집었다.
맨손으로 잡고 먹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음식들이었다.
특히 소스가 발라진 스테이크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로키는 스테이크를 맨손으로 잡아 들어 올렸다.
스테이크를 입에 집어넣었다.
한 입, 두 입, 세 입, 게걸스럽게 크게 베어 물고 우걱우걱 씹어 삼킨다.
손가락에 발라진 소스마저 혀로 핥아 깨끗이 한다.
“음, 먹을 만하군. 다만 느끼해. 역시 난 매운 음식이 좋아.”
품위가 없다.
한 나라의 권력자라기엔 먹는 모습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본 베르세르크 전사대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가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쯤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
“먹자!”
“마시자!”
“건배!”
모두 술잔을 부딪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