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1)
성좌가 된 플레이어-61화(61/250)
제61화
그들은 연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음식이 고급인지 저급인지 따윈 필요 없었다.
어떤 음식들이든 아움의 음식과 비교하면 천상의 음식이리라!
악사가 없다면 그들이 연주하면 되고, 시인이 없다면 그들이 시를 읊으면 된다.
무희가 없다면? 자신들이 춤을 추면 된다!
베르세르크 전사대는 갑주를 벗고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했다.
“쿠단 대장. 건배!”
“건배!”
쿠단은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주는 술을 마시고 마시다가 결국 먹은 내용물을 토해냈다.
그 모습에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크게 웃으며 쿠단의 등을 두들겼다.
“자! 나의 모험담을 들려주마!”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얼어붙은 대지에서 전해 내려오는 노래를 부르거나 자신의 모험담을 이야기하며 흥을 보였고….
“신녀님 저희랑 같이 춤추시겠습니까?”
“네?”
“자자, 어서…!”
몇몇 베르세르크 전사가 칸쿤에게 제의를 건네기도 했다.
칸쿤은 로키의 눈치를 보다 어색하게 웃었다.
“저는 춤은 별로….”
“축제 때는 잘 추시지 않았습니까, 자! 자!”
“신녀님이 우리랑 함께하신단다! 모두 박수!”
“그, 그럼 조금만….”
박수 소리가 울리고….
“자! 요정 아가씨! 이것도 먹어봐!”
“이것도 먹고.”
“술은 마실 줄 아냐?”
“…….”
베르세르크 전사 중 일부는 샐럿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귀가 길다는 것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샐럿은 갑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베르세르크 전사들에게 혼란을 느꼈다.
“왜? 술도 못하냐? 이래서 엘프들이란…! 드워프보다도 못하구만!”
순간 발끈한 샐럿은 술을 내민 베르세르크 전사를 노려보며 술잔을 움켜잡았다.
양손으로 잡기 힘든 술잔을 잡은 그녀는 단숨에 들이켰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샐럿을 쳐다봤다.
술을 남김없이 비운 샐럿이 술잔을 테이블에 내려찍었다.
“…딸꾹.”
그녀의 얼굴이 붉어지며 눈이 빙빙 돌더니 머리를 테이블에 박아버린다.
그 모습에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무릎을 치며 웃었다.
“한잔하시겠습니까?”
“그러지.”
아움이 건넨 술을 로키는 가볍게 받아들였다.
흥겹다. 즐겁다. 이것이 연회다!
위아래는 있지만 그런 걸 신경 쓰지 않는 자리, 그곳은 그들만의 축제였다.
그때였다.
쿵!
요란한 연회 속에 문이 벌컥 열렸다.
순간 분위기에 흠뻑 취해있던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문 쪽을 바라봤다.
그들은 반사적으로 무기가 있는 곳을 힐끔 쳐다보고 들어오는 이들을 자세히 관찰했다.
눈에 가장 띄는 건 금발과 파란 눈을 가진 왕자, 애쉬 로니아였다.
그는 황금빛 자수에 붉은 바탕으로 이루어진 고급스러운 의복을 입고 있었다.
그 뒤로 귀족들도 동행했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쿠단을 쳐다봤고, 쿠단은 아움을, 아움은 로키를 쳐다봤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네가 알아서 결정해.”
술을 한 모금 마시는 로키를 보며 아움은 쓰게 웃었다.
아움은 귀족들을 쳐다봤다.
귀족들의 표정은?
모두 어이없어하고 황당해하는 모습이다. 당혹감과 함께 비웃음이 담겨있기도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 고상하고 오만한 귀족들이 보기에 이 연회에 있는 베르세르크 전사들의 모습은 참으로 ‘무식해’ 보였으니까.
가죽옷만 입고 덩실덩실 흥겹게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거나, 바닥에는 음식이 나뒹굴고 토사물까지 있다.
노래까지 추잡하게 부르고 있으니… 두꺼운 문 너머로 어떻게 연회를 즐겼는지 알 정도였다.
‘자, 그럼 어떻게 나오려나?’
아움은 흥미로운 얼굴을 했다.
그는 애쉬에게 다가가 과장되고 어색한 몸짓으로 고개를 숙였다.
예법을 잘 모르는 평민이나 할 법한 행동이었다.
그 모습을 본 귀족들은 아움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미천한 신분’에 불과해 보였다.
“애쉬…. 어, 음, 응? 뭐더라? 아! 로니아를 뵙나이다~!”
아움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아, 그게… 그래.”
애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멍한 표정으로 연회장을 쳐다봤다.
그는 분명 고급스러운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건만, 딱 봐도 평민이 주로 먹는 싸구려 음식들로 가득했다. 그뿐인가?
흥을 돋우는 악사, 시인, 무희는 물론 그들을 챙겨줄 하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화려한 연회…! 하! 하! 하! 왕자님을 구한 연회를 이리 준비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아움은 허리를 숙인 채 고개를 들어 올려 애쉬에게 미소를 보냈다.
하지만 가늘게 뜬 눈은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워 보였다.
애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애쉬에게 있어 아움의 행동 하나하나가 자신을 비웃는 것과 동시에 ‘경고’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저 과장된 몸짓, 게다가 강조하는 말투. 취한 듯 취하지 않은 실수하는 예법.
그 모든 것이 불길한 징조였다.
그런 애쉬와 달리 귀족들은 그들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저런 천한 것들….”
“역시 야만인들이로군. 어떻게 저렇게 상스럽게 놀 수 있는 거지?”
나지막하게 말하는 목소리였지만, 애쉬에게 들려올 정도로 낮지는 않았다. 그러니 눈앞의 아움에게도 분명 들렸을 터.
‘무슨…?!’
애쉬는 화가 난 나머지 뒤를 돌아 귀족들을 노려봤다.
눈앞에 있는 이 베르세르크 전사대가 얼마나 큰 힘을 가졌는지 그들은 모른다. 그런 이들을 아군으로 끌어들인다면 승리가 보장되건만, 이런 대우라니?!
만약 이들이 악의를 갖고 동부 로니아를 등지면, 그들에겐 더는 희망이 없었다.
“뮛들하는 것이냐? 노드족. 모두 무릎 꿇….”
한 귀족이 선을 넘으려 할 때였다.
“이런! 이런! 이런 저급한 음식을 내놓았다니…! 죄송합니다. 제대로 된 대접을 못 해 드렸군요.”
귀족 중 애쉬의 바로 옆에 있던 사내가 걸어 나왔다.
배불뚝인 체형에 머리카락은 없다.
대신 콧수염만은 멋들어지게 기른 40대 중후반의 사내였다.
동부 로니아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할롬 후작이었다.
그가 손뼉을 치자, 준비됐다는 듯 하인과 하녀들이 고급스러운 음식을 들고 왔다.
또한 악사나 시인, 아름다운 무희 역시 안으로 들어온다.
“이거… 병사들의 사기 진전을 위한 회식 자리를 잘못 안내해드렸군요.”
할룸은 웃음기가 담긴 얼굴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양손을 비비는 비굴한 자세까지 취한다.
후작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저자세로 상대에게 아양을 떤다.
“이거 듣자 하니 위대한 노드족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후작은 양손으로 아움의 상체를 일으켰다.
아움은 겉으론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 인상을 와락 구겼다.
‘…뭐야. 이놈?’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거 같았건만, 갑자기 태도를 바꾼 고위 귀족이 나타나고 말았다.
“아! 경황이 없어 왕자님이 이분들과 어떻게 만났는지 듣지 못했군요. 애쉬 님.”
“…어? 왜, 왜 그러시오?”
애쉬는 할롬 후작의 말과 행동에 당황함과 동시에,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는 걸 느꼈다.
“이분들과 어떻게 만난 것인지 이야기 해주십시오. 아! 그러고 보니….”
할룸 후작은 베르세르크 전사들을 쳐다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아까 여러 영웅담을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저도 듣고 싶군요. 혹,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아움을 쳐다봤다.
어느새 손으로 얼굴을 가린 아움은, 혀를 차고 있었다.
‘…아쉬워, 바로 앞에서 명분을 놓치다니. 뭐, 기회는 많으니 상관없지만.’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를 벌써 뒤집었지만, 아직 확실한 명분을 얻지 못했다.
명분 없는 공격은 타국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고, 외교적으로도 ‘신뢰’가 부족하다고 낙인 찍힌다.
그렇게 되면 아스가르드 뿐만 아니라 대륙 전역에 있는 노드인들마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아쉽지만, 지금은 넘어갈 때였다.
결국 연회는 할룸 후작에 의해 다시 시작되었다.
온갖 이야기가 오갈 때마다 할룸은 로키 일행에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하! 애쉬 왕자님을 구해주셨군요! 설마 그 역병 속에서 왕자님을 구해주실 줄이야! 영웅이십니다! 그런데… 신생 아스가르드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국가인지요? 이거… 놀랍군요! 그런 나라가 있을 줄은…!”
분위기는 험악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부드럽게 흘러갔다.
‘…다행이다.’
애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불안한 예감이 서서히 사라지는 듯했기 때문이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은 실컷 즐기는 분위기, 로키야 술만 마시고 있고 아움은 할룸과 대화를 할 뿐이다.
칸쿤은 뻗어 있는 샐럿의 등을 톡톡 두들겨주고 있었다.
‘…아름답군. 역시 엘프는 엘프야.’
애쉬는 샐럿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녀는 취했는지 얼굴이 붉어지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권한 술잔마다 거절 없이 마셨기 때문이다. 자신들 때문에 취하자 걱정된 듯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괜찮은지 묻자, 그녀는 ‘드워프에게 지지 않아!’라고 외칠 뿐이었다.
‘…나도 같이 한잔하자고 하면 받아줄까?’
애쉬는 자신의 술잔을 바라봤다.
붉고 투명한 포도주가 담겨있는 와인잔.
그들이 먹는 커다란 맥주잔과는 다르다.
‘그래, 내가 못 할 것도 없지.’
고급술에 고귀한 신분. 이런 자신을 거절할 리 없다.
오히려 아인이니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애쉬는 샐럿에게 다가가려 할 때였다.
“아! 왕자님. 잠시 이야기를….”
애쉬 왕자의 어깨를 잡는 이가 있었다.
할룸 후작이었다.
“응? 아, 자, 잠시만 기다리시오. 내 술을 나누고픈 여인이….”
할룸 후작이 눈웃음을 짓고는 미적지근한 눈빛으로 애쉬를 쳐다봤다. 또한 어깨를 잡은 손에 힘까지 들어갔다.
“잠시면 됩니다.”
“……!”
등골이 오싹해진 애쉬는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들이 모인 곳은 지휘실이었다.
길게 늘어선 테이블과 양옆에 놓인 의자들.
중앙에는 애쉬가, 그 옆에는 할룸 후작이 앉아있었으며, 그 주변으로 귀족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조금 전에 본 베르세르크 전사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천한 놈들이군요.”
“게다가 야만인들답게 상스럽게 놀더군.”
“뭐? 일천에 이르는 와이트를 도륙해? 제정신이 아니군. 허풍도 정도껏 해야지!”
그들의 입에서는 좋은 이야기란 없다. 하나같이 그들을 비웃고 모욕하며 깔보기 바빴다.
그걸 들을수록 애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왕자님을 모셔온 것은 사실이니 작은 상금이라도 주는 것이….”
“그것이 말이 되오? 상금이라니! 지금 시기에 한 푼이라도 용병 고용에 써야 할 시기인데!”
“그렇소. 그들로서는 왕족을 구해줬다는 명예만으로 만족해야지요.”
“맞습니다. 그들도 자신들의 한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명예는 돈으로도 살 수 없으니까요!”
“…….”
애쉬는 귀족들을 쳐다만 봤다.
자신이 한 말을, 귀족들은 믿지 않았다.
애쉬는 시선을 돌려 할룸을 쳐다봤다.
“…하, 할룸 후작. 이야기할 것이 있소.”
할룸 후작은 미소를 지었다.
“네, 말씀하시지요.”
할룸 후작이 내뱉은 한 마디에 모든 웅성거림이 사라졌다.
애쉬가 입을 열 때만 해도 시끄럽게 떠들던 귀족들은 할룸이 입을 열자마자 그의 말에 집중했다.
마치, 이 자리의 최고 결정권자가 할룸 후작인 양 말이다.
“그… 아스가르드에 대한 것 말이오. 보상보다는 외교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그때, 누군가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허! 지금 외교라고 하셨습니까? 왕자님?”
그건 왕자마저 비웃는 듯한 한마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