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became a constellation RAW novel - Chapter (62)
성좌가 된 플레이어-62화(62/250)
제62화
“그들이 구해주었다 하여 너무 과대평가하시는군요. 게다가 아스가르드? 단순한 야만인들로 이루어진 용병 단체가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깔보고.
“마음을 단단히 굳히셔야 합니다. 사사로운 정에 치우쳐서는 보위에 오르시기 힘드십니다. 이러시니 이왕자, 에론에게 왕위를 위협당하시는 겁니다!”
질책하고.
“쯧쯧.”
혀를 찬다.
그러면 그럴수록 애쉬의 어깨에 힘이 빠지고 말았다.
이들을 말려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두려운 일들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것만은 막아야…!
하지만 힘이 없다.
‘이럴 때 알베르만 있었어도….’
알베르, 로니아 왕국의 근위기사단장이었던 자.
[뇌전]의 신기를 사용하는 자로, 그의 휘하에는 라필타라는 궁극의 방패까지 존재했다.그 둘만 그의 곁에 있어도 이렇게 무시당하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그들은 도대체 어디 간 것인가!’
분명 전설의 포션을 찾으라 했다. 하지만 소식이 없으면 없는 대로 보고가 들어와야 하건만, 그것도 없었다.
‘…쓸모없는 것들!’
애쉬는 이를 바득 갈 때였다.
“왕자님 말이 맞습니다.”
귀족들을 비롯해 애쉬마저 흠칫 놀라며 할룸 후작을 쳐다봤다.
그는 방긋 웃으며 애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애쉬 왕자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요. 이유가 뭔지 알려주시겠습니까?.”
할룸의 눈웃음을 본 애쉬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무엇부터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들과 처음 만난 건….”
애쉬는 자신이 본 것, 그리고 느낀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했다.
애쉬가 말할 때마다 귀족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진지하게 듣는 할룸 후작 때문에 말을 끊지는 않았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귀족들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왕자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애쉬는 그들의 반응에 이를 악물면서도 그들과 다른 반응을 보인 할룸 후작에게 기대감이 담긴 시선을 보냈다.
할룸 후작은 뭔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얼굴로 애쉬를 힐끔 쳐다봤다.
“애쉬 왕자님.”
“왜, 왜 그러시오? 할룸 후작.”
“무례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할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애쉬 왕자님의 말을 믿기가 힘들군요. 그런 일이 가능한 군대가 대륙에 있다고 보긴 힘듭니다.”
“믿기 힘든 게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할룸 후작님! 훈련된 신기 사용자가 와이트 하나를 죽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천에 이르는 와이트를 죽였다니요?”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그저 애쉬 왕자님께서 착각하셨겠지요.”
귀족들의 질타에 애쉬의 몸이 떨려왔다.
착각? 그런 걸 착각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목숨이 경각인 상태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고 경험한 것이다.
그것을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은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애쉬는 벌떡 일어서려고 했지만, 할룸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며 다시 앉혔다.
“그렇군요. 믿기 힘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는 진짜일지도 모르죠.”
귀족들은 할룸 후작을 쳐다봤다.
“그들의 갑옷을 보셨습니까?”
귀족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옷?”
이곳에 모인 중앙 귀족들은 베르세르크 전사들이 얼마나 흥청망청하게 놀았는지에만 보았기에, 그들의 장비를 자세히 관찰하지는 못했다.
연회 때만 해도 그들은 갑옷을 벗어 던지고 가죽옷만을 입고 있었으니, 귀족들로서는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장비가 연회장 구석에 있더군요. 과연 이 왕국 최고의 대장장이가 만들어도 그 정도로 훌륭한 장비들이 나올지 의심될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어진 갑옷이었습니다. 게다가….”
할룸 후작은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무기 또한 평범하다고 하기엔 비범할 정도로 크고 묵직해 보이더군요. 날은 또 얼마나 시퍼렇던지….”
귀족들은 할룸 후작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옷은 모르겠고, 노드족은 원래부터 무식한 크기의 검이나 곤봉, 도끼 등을 사용했다.
할룸 후작은 귀족들의 반응을 살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말해도 이해 못 하시나 보군요. 뭐, 간단히 말하자면 일개의 용병단이 가지기엔 너무나도 귀한 무구들이었습니다.”
할룸 후작은 깍지를 끼며 귀족들 하나하나를 훑어봤다.
“혹, ‘스팅거’ 백작의 행방을 찾으신 분 계십니까?”
갑작스레 나온 질문에 귀족들은 할룸 후작의 시선을 피했다.
“그것이….”
“행방불명이 된 지 좀 오래된지라….”
귀족들은 고개를 저었다.
할룸 후작은 그런 귀족들을 보며 방긋 미소를 지었다.
“네, ‘스팅거’ 백작이 없는 이상 저희에겐 희망이 없습니다.”
스팅거 가문.
로니아의 수호의 검이라고 불리는 가문이었다.
몇 년 전 제국의 침략에서 영지 하나 뺏기지 않고 막아냈고, 그 이후로 다른 왕국에서조차 감히 로니아 왕국을 넘보지 못했다.
로니아에 그런 힘을 가져다준 사내의 가문이 무너지며 몇 년 전부터 행방불명이 된 상태.
만약 그가 살아있고 동부와 서부 로니아 중 한쪽에 서게 된다면, 그것이 어떤 세력이든 간에 이미 전쟁은 끝났다고 말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인물이기도 했다.
“지금은 실종상태지만, 그의 지휘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솔직히 우리가 이렇게 버티고 있던 것도 그를 찾을 수만 있다면… 이라는 희망 때문이 아닙니까?”
하지만, 지금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백방으로 노력해도 마찬가지였다.
할룸 후작은 귀족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희에게 지금 힘이 될 존재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의 그들로서는 힘이 될 존재는 그 누구든 필요했다. 그것이 사교도든, 야만인들이든 상관없다.
오로지 동부 로니아의 힘이 될 존재가 필요할 뿐이었다.
“저희는 그들을 포섭해야 합니다. 정말로 위험한 시기입니다. 야만인이면 어떻습니까? 저희에게 큰 힘이 될 존재일지도 모르는데!”
할룸 후작의 적극적인 발언에 애쉬의 얼굴이 밝아졌고 귀족들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로서는 설득당했다기보단 할룸 후작이 말한 발언이니만큼 그것을 듣고 행동하겠다는 의지 같았다.
“…그, 그렇군요.”
“저도 사실 후작님의 말씀에 동의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동의하자, 할룸 후작은 애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되었습니까?”
애쉬는 자신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준 할룸 후작에게 눈을 빛냈다. 마치 존경스러운 아비를 보는 듯한 기대에 부푼 어린아이의 모습 같았다.
“고, 고맙소! 할룸 후작! 그대 덕분에 이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게 되었소! 그럼 이제 외교적으로….”
하지만 다음 할룸 후작의 말에 그 기대감은 짓밟혀버렸다.
“네, 외교적으로 해결해야지요.”
웃는 할룸 후작의 얼굴에서 날카로운 눈빛이 쏟아져 나왔다.
“신생 국가, 아스가르드. 타국의 기사단이 지금, 우리의 영지에 있습니다.”
애쉬는 손발이 차가워지는 걸 느꼈다.
“타국이, 그것도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국가가 저희 로니아를 침범했다? 게다가 무장도 철저하더군요.”
“하, 할룸 후작?”
애쉬가 할룸 후작을 쳐다볼 때, 이미 그는 애쉬의 말 따위는 듣지 않고 있었다.
“천여 마리의 와이트의 처리? 왕자님의 구출? 아니죠.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문제는 전원 기사급의 노드인들이 로니아를 얕보고 저희 영토를 침략했다는 것입니다.”
할룸 후작의 입꼬리가 비틀어질 정도로 올라갔다. 그의 두툼한 손이 지휘용 테이블을 거칠게 내려쳤다.
쿵 하는 소리가 울리며 귀족들은 할룸 후작을 쳐다봤다.
그가 비릿하게 웃으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아무리 우리 로니아 왕국이 약해졌다지만 감히…! 야만인, 사교도 따위가? 묻겠습니다! 저희는 그들의 침략에 어떻게 대처해야겠습니까?”
애쉬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었다.
“자, 잠깐! 할룸 후작! 내 말을 들어….”
“애쉬 왕자님!”
할룸이 벌떡 일어서며 애쉬를 내려다보았다.
그림자 진 그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만연했지만, 그의 눈빛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만든 것이 진짜 나라이고, 저들이 그 군대라면… 외교적 문제가 되겠지요.”
“……!”
“그들이 어떠한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지 자세히 알아야 할 것입니다.”
할룸 후작의 말에 귀족들은 놀란 눈빛으로 외쳤다.
“그렇군. 이건 침략입니다!”
“타국에 아무런 동의 없이 군대를 파견했다? 이건 대륙법을 어긴 일입니다!”
“하물며 우리를 얕보는 것입니다!”
“저들을 처벌하여야 합니다!”
점차 그들은 영웅에서 오합지졸의 군대로, 군대에서 침략자로 탈바꿈됐다.
“그, 그들은 나를 구했소!”
“그 또한 목적이 있겠지요. 신생 국가라 칭한들, 그 속내는 어찌 알겠습니까?”
“그들의 목적은 암흑가란 말이오! 그들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소이다! 할룸 후작. 그대는 암흑가와 얼마 전 접촉했다고 했지요? 그럼 도와주시면 되는 일 아니겠소!”
“…순진하시군요. 저들의 목적이 겨우 그것뿐일까요?”
“하지만…!”
할룸 후작은 주먹을 움켜잡았다.
“알 수 없는 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저희는 더욱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어쩌면 신성 교단이 저희를 완전히 ‘적’으로 간주하여 지금껏 서부 로니아에 보급뿐만 아니라 ‘군대’를 지원할지도 모릅니다. 그럼… 저희는 끝이겠지요.”
“아, 아까는 포섭한다고…?”
“네, 맞습니다. 하지만 포섭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
“저는 그들과 싸울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저런 무리에게 저희 로니아가 얕보인다는 건 몹시 화가 나는 일이지만….”
할룸 후작의 매서운 표정이 서서히 풀어졌다.
“역시 왕자님을 구해준 은인들이니까요. 싸우지 않고 완만하게 해결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십시오.”
“그, 그렇소?”
“네, 그저 제가 한 말은 협상에 유리하게 할 명분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애쉬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 모습에 할룸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들의 포섭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할룸 후작은 눈을 가늘게 떴다.
“원활하게 말이죠.”
“다, 다행이로군. 그럼, 그대에게 모든 걸 맡기겠네.”
애쉬는 할룸 후작이 협상의 주도자로 나서는 것에 동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는 끝이 났다.
귀족들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할룸 후작은 애쉬에게 말을 걸었다.
“아, 그리고 난민들은 어찌하시겠습니까?”
“난민?”
위기를 넘겼다며 안도한 애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왕자님이 그들의 보금자리를 찾아주겠다고 약조를….”
애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누가 그런 말을 하던가?”
“난민들이 그러더군요.”
애쉬는 눈을 깜빡거리며 헛웃음을 토해냈다.
“물론 약조했지. 전쟁이 끝난 후에 그리해주겠다고.”
“그러시군요. 지금은 신경 쓸 필요 없겠군요.”
“당연한 거 아닌가? 안타깝지만, 우린 그들을 신경 쓸 틈이 없네.”
애쉬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도 피곤해 쉬고 싶었다.
“아! 그리고 마침 생각난 게 있다만, 난민 하나가 있네. 그리고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경비병도.”
애쉬는 할룸 후작을 보며 말했다.
“왕족모독죄로 그들을 잘 처리해주게.”